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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서유는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무릎 위에 올린 채 창밖의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로 그림자처럼 흔들리며 비치는 실루엣 하나가 보였다.

그녀는 상철수가 이미 떠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여전히 정원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 너머로 상철수가 자신을 통해 정여희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유는 그를 한동안 바라보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신발을 갈아 신고 정원으로 내려갔다.

상철수는 그녀가 나올 줄 몰랐는지, 살짝 놀라며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유는 그의 앞까지 다가가 아무 말 없이 몇 발자국 더 걸었다. 마치 산책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인 듯 보였다.

상철수는 눈치가 빠르게도 그녀의 곁에 다가서며 이렇게 말했다.

“네 외할머니는 겉으로는 강해 보였지만 속은 부드러웠지. 너랑 비슷해.”

서유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쓸쓸함을 털어내고 싶어서 나온 건데, 괜히 상철수에게 덤벼보듯 말했다.

“전 정여희가 아니에요.”

상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가 여희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래도 혈연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넌 여희와 닮았어.”

서유는 옆에 나란히 걷는 상철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여희 씨를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 그리고 왜 그분을 강요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그녀가 뭔가 캐내려 한다는 걸 알면서도 상철수는 숨기지 않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 난 열여섯이었어. 생일 파티를 열었는데 여희가 친구들과 함께 와서 피아노를 쳤지.”

말하면서 상철수는 드물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사실 네 외할머니 피아노 실력은... 정말 형편없었어.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여희는 화를 냈지.”

상철수는 서유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 시절 난 이미 상씨 집안의 후계자로 정해져서 모두가 나를 칭찬하고 띄워줬는데, 오직 여희만이 나한테 그렇게 말했지.”

처음에는 그저 그녀가 재밌다고 생각했을 뿐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지만, 수영장에 빠졌을 때 천사처럼 그를 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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