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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상연훈은 잠시 서유를 바라보다가 화제를 돌렸다.

“너 얘기나 해봐. 자꾸 나만 말하니까 지루하잖아.”

서유는 똑같이 받아쳤다.

“나도 딱히 할 얘긴 없어서 지루해요.”

상연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뭐야, 나를 도둑 보듯 경계하는구나.”

서유도 미소 지었다.

“그쪽 집에서도 날 도둑 보듯 경계하는 거랑 다를 바 없잖아요.”

서유는 상설수에게 어떻게 정여희의 마음를 가로챘는지 물어봐도 말하지 않았고, 상연훈에게 그 노인 밑에서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그런데 굳이 자신의 일을 말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서유는 가슴까지 내려오는 큰 웨이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옷 갈아입으러 피팅 룸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꼿꼿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상연훈은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대어 얕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는 이승하가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싶었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임신한 몸으로 이승하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걸 보면, 이승하는 그녀에게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사람이 이제 할아버지 손에 끌려가 고통스러운 곳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서유는 분명 몹시 마음 아플 것이다.

그 생각에 상연훈은 약간 찡그렸다.

그가 깊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상씨 집안에서 입양된 아이가 새로 나온 가방 몇 개를 들고 스타일링 룸 문을 열었다.

그녀는 상연훈을 보자 잠시 멈칫하더니, 금세 돌아서려 했지만 상연훈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그녀 옆을 지나가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왜 피하는 거야.”

그녀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 말없이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몰래 눈길을 들어 그의 뒷모습을 살짝 훔쳐보았다.

상연훈은 한때 그녀에게 고백을 했었다. 정말 좋아하니, 네가 원하면 집안에 얘기해 널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상연훈의 어머니는 입양된 자식도 상씨 집안의 자식이자 상연훈의 여동생이니, 도의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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