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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아무 말 없이 이혼 협의서를 건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떼려 했지만 여러 번 울컥거려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가에 맺힌 물기가 번져나가 점차 눈물을 이뤘고, 그 뜨거운 눈물이 눈꺼풀을 타고 떨어지더니 이혼 협의서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 눈물은 종이를 적셨고 동시에 이승하의 눈가도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는 서유를 제대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서류를 그녀의 손에 쥐여준 뒤, 빠르게 몸을 돌려 등을 보인 채 한마디를 남겼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차가운 어조 속에 그 떨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사인해.”

서유는 미소를 살짝 지으며 눈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호했던 그 커다란 등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결국 그를 더 사랑하고 있었기에 심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대신, 작은 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아 그를 돌려세웠다.

그가 다시 자신을 향해 돌아서자, 서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생의 문 위에 있는 스크린을 가리켰다.

“아까 나보고 가라고 했죠.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직 시간이 안 돼서 못 갔을 뿐이에요. 시간 되면 바로 떠날 거예요. 다시는 승하 씨를 찾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이혼만 하지 말아줘요, 응?”

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떠나게 하려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다는 것을.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의 말에 순순히 따랐고 게임의 아홉 번째 생의 문 안에 남아 있었다. 문이 닫히지 않았기에 그녀는 떠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런 식으로 그녀를 떠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서유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몇 년 전, 당신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버렸어요. 이제 나도 알아요. 당신은 또다시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떠나게 하려는 거겠죠. 나는 당신이 원한다면 떠날게요. 그런데 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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