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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서유의 눈에 담긴 감정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차가움이었다. 마치 더 이상 그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듯한 눈빛.

그런 눈빛을 본 이승하는 깨달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그녀를 영원히 잃게 될 것이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과거에도 그는 그녀를 이렇게 상처 입힌 적이 있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수년이 걸렸다. 이번에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서유의 성격상 어떤 이유가 있든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을 것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승하는 서유를 잃는 것이 두려웠다. 다른 남자와 그녀가 함께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러나 그녀의 생명과 아이의 안전을 생각하면 나머진 그 모든 것보다 하찮아 보였다.

그는 서서히 주먹을 풀고 서유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하의 답을 들은 서유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고 결국 그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약 이승하가 단지 술에 취해서 실수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면 서유는 그를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연지유를 사랑한다고 인정한 순간, 서유는 그가 단 한 번도 연지유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승하는 서유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며칠 만에 다른 여자를 사랑할 리 없었다. 결국 그가 선택한 모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유는 이런 방식으로 상처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에게 몇 번이고 상처를 받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그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견뎌온 자신이 마치 바보 같았다.

서유는 그를 붙잡아 보았고 분명히 그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 심지어 그와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승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여기 남을 이유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그를 이곳에 혼자 남도록 내버려두자고 그녀는 결심했다.

서유는 이혼 협의서에 꽂혀 있던 펜을 갑작스럽게 뽑아 들고 자신의 이름을 재빨리 서명한 후, 그 협의서를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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