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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그 순간, 연중서는 난처해졌다. 그의 이상함을 알아차린 연지유가 즉시 물었다.

“아빠, 서유가 아빠한테 뭐라고 했어요? 왜 아빠가 서유 그 여자를 위해 사정하는 거냐고요?”

평소에 연중서는 연지유의 부탁이라면 무작정 들어주었다. 하늘의 별을 따달라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따다 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서유 그 여자를 위해 사정을 하고 있다?

“설마 서유가 아빠한테 꼬치라도 쳤어요? 정말 뻔뻔하고 천하기 짝이 없네.”

“그럴 리가. 내가 나이가 몇인데 그런 유혹에 넘어가냐? 그리고 난 평생 너희 엄마만 사랑했어.”

그 말에 서유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김영주의 재산으로 연지유 두 모녀를 보살폈으면서 지금 그녀의 앞에서 정부와의 사랑을 운운하고 있다니. 정말 웃기는 일이다.

그녀가 비웃고 있는 걸 연중서는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때, 전화기 너머로 가슴을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서유가 아무리 사정해도 오늘 반드시 서유를 죽여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을 거라고요.”

이런 협박은 어렸을 때부터 잘 먹혔다. 연중서는 고개를 돌리고 서유를 쳐다보았다.

딸이니까 죄책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감정이 없는 서유보다는 오랜 시간 애지중지 키워온 연지유가 그한테는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제야 연지유는 울음을 그쳤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신신당부했다.

“손정태한테 동영상 찍으라고 해요. 매일 그걸 보면 속이 뻥 뚫릴 것 같으니까.”

그녀의 요구에 연중서는 뭐든 다 들어주었고 알았다고 한 뒤 전화를 끊고는 핸드폰을 손정태에게 건네주었다.

“카메라 켜고 찍어둬.”

말을 마친 그가 서유를 향해 다가갔다.

“내 딸이 죽는 걸 난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말인데 초아야... 미안하구나.”

그 말에 서유는 차갑게 웃었다. 연중서는 그녀에게 반격할 틈조차 주지 않고 바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그의 팔을 덥석 잡고 그와 함께 배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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