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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굳어있던 이승하는 혼이 빠진 채 이혼 합의서를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아픈 마음을 숨기며 싸늘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연지유를 쳐다보였다.

“네가 원하는 대로 서유한테 상처도 줬고 이혼 합의서에 사인도 했어. 그러니까 이제 루드웰로 들어가는 권한을 줘.”

옆에서 쭉 지켜보고 있던 연지유는 그가 이혼 합의서를 찢어버리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그녀가 원하는 건 이승하가 죽기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이었고 서유에게 또다시 버림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니까. 그녀의 뜻대로 됐으니 이혼 합의서를 찢든 말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그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끝이 닿기도 전에 그가 몸을 돌렸다.

흠칫하던 그녀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비볐다.

“서유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태규 씨가 이미 처리해 뒀어.”

그녀가 말하는 사람은 바로 번호 2-8의 봉태규였다. 한편, 봉태규는 지금 위쪽 프로그램실에 앉아 칩 컨트롤러를 들고 CCTV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연지유를 차갑게 쳐다보던 그가 빠르게 콘솔로 다가갔고 깨져버린 모니터의 녹색 버튼이 루드웰의 출구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다.

루드웰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플레이어들이 안전하게 떠났다는 글자가 나타날 때까지 그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던 중 차가웠던 그의 눈빛은 점점 살벌하게 변해갔다.

깨진 유리 조각을 쳐다보던 그가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뻗어 한 조각 덥석 손에 쥐고는 다시 9라운드 게임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연지유는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콘솔에 기대어 앉아 머리를 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콘솔 말이야.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는 없지만 생의 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 지도는 가짜가 아니야. 너랑 한 약속 지켰는데 날 죽일 필요까지 있겠어?”

진작부터 그가 배신할 줄 알았던 연지유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게다가 그가 자신에게 손을 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여유만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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