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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주서희는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내지 못한 채 황급히 돌아서서 화장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뛰어올라 원장실까지 도망쳤다.

원장실에 도착해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었지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흰색 정장을 입은 소준섭을 발견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서 있었고 주서희가 오는 것을 보자 고개를 살짝 돌리며 턱을 들어 그녀에게 신호를 보냈다.

“주 원장, 10년 만에 만나는데 여전히 매력적이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서희는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두 팔로 자신을 꽉 끌어안았고 눈물은 마치 끊어진 실처럼 끝없이 쏟아져 내렸다.

‘누가 나 좀 구해줘...’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주서희는 그저 자신을 스스로 구해야 했다. 약을 먹고 또 먹는 것이 그녀의 자구책이었다.

주서희는 자신이 의사이니, 이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견디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그러면 소준섭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모든 것이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결코 지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평생을 이렇게 살게 될 것이고 소준섭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마치 그림자처럼 그녀 곁을 맴돌았다. 그는 그녀의 일상 속 어디에나 존재했으며 그녀는 한편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일에 집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환상 속의 소준섭과 나름대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가끔은 그 환영과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주서희는 생각했다.

‘만약 소준섭이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평화롭게 서로를 대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만약’이란 없었다.

주서희는 자신이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그녀는 소준섭이 침대 머리맡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주서희는 그것이 환상일지 아닐지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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