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연구소 입구에 한참을 서 있다가 들어가 보기로 했다.노진우의 아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오랫동안 노진우의 보살핌을 받아왔기에 모른 척할 수 없었다.그래서 한번 찾아가 볼 생각이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경비원에게 제지당했다.“여긴 면회가 허용되지 않습니다.”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죄송합니다.”그러고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어느 순간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강하리는 차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구승훈은 노진우의 전화를 받고 곧장 달려왔다.차에 앉아 멍하니 있는 강하리를 바라보던 그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도로에는 얇은 눈이 쌓여 있었고 강하리는 찰나의 순간 당황하던 노진우의 표정을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린 채 조심스럽게 운전했다.신호등 앞에 멈추고 나서야 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시동을 거는데 갑자기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다.구승훈의 전화였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하리야, 어떤 차가 따라오고 있어.”강하리는 깜짝 놀랐고 구승훈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오른쪽 뒤에 있는 밴인데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 내가 처리할게, 알았지?”강하리는 전화기를 꽉 쥐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알았어.”다시 차에 시동을 걸고 강하리가 천천히 앞으로 달리는데 구승훈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오른쪽으로 천천히 가.”강하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쪽 차선으로 직진했고 백미러를 통해 밴이 뒤따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녀는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으려고 핸들을 꽉 잡았다.하지만 심장은 금방이라도 가슴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다.강하리는 핸들을 꽉 잡은 채 이따금 뒤따라오는 차를 살폈다.뒤의 차는 그녀가 발견한 걸 눈치챘는지 급가속을 하며 이쪽으로 들이박았고 강하리는 재빨리 액셀을 밟았다.하지만 뒤차는 바짝 뒤따라오고 있었다.“하리야, 속도 줄여!”강하리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오히려 뒤차가 그녀를 향해 돌진했다.
강하리는 창백한 얼굴로 구승훈을 잠시 바라보다가 힘없이 이마를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었다.“고마워.”그녀는 구승훈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왜 하냐며 따져 묻고 싶었지만 입가에 차오른 말을 곧바로 바꿨다.“천만에.”곧 경찰이 도착하고 강하리는 조사를 위해 구승훈의 차로 이동했다. 경찰서에 앉은 강하리는 여전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뜨거운 물 한 컵을 손에 들고 있었다.“무서워?”시선을 내려 그녀를 바라보는 구승훈의 눈엔 가슴 아픈 기색이 가득했다.강하리는 입술마저 하얗게 질려 있었다.“복수를 하기 전에 죽을까 봐 무서워.”구승훈은 가슴이 저릿했다.“하리야, 너...”하지만 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눈앞에 있는 경찰만 바라보고 있었다.조사를 마친 경찰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두 차가 미리 상의하고 이 아가씨를 노린 것 같은데요.”강하리가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고 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건 청부 살인인데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최선을 다해 수사하겠습니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를 경찰서 밖으로 데리고 나온 그는 전화 한 통을 걸었다.다른 사람들이 조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알아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통화가 끝난 후 그는 강하리를 곧장 병원으로 데려갔다.강하리의 몸 상태를 철저하게 체크한 후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같은 시각 구승재 측에서 다시 전화가 왔고 전화기를 움켜쥔 구승훈의 표정이 굳어졌다.“문씨 가문이야?”강하리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구승훈은 침묵하며 그녀를 바라봤다.“문씨 가문이 왜 그랬는지 알지?”강하리는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알아, 내가 문연진을 건드려서 그런 거잖아.”구승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알면서도 계속할 거야? 강하리, 네가 기어코 하겠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수도 없이 일어날 거야. 복수는 너만 해? 네가 복수를 시작하면 그 사람들도 너한테 보복할 거야!”웃고 있는 강하리의 눈가에 눈
강하리는 창밖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강하리를 집에 데려다주며 막 차를 주차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강하리가 시선을 내리고 휴대폰을 바라보니 노진우의 전화였다.강하리가 그를 쳐다보자 구승훈은 자연스러운 태도로 전화를 끊었다.“노진우 씨 해고하지 않았어?” 강하리가 갑자기 묻자 구승훈이 답했다.“근데 애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며 계속 돌아오고 싶대.”강하리의 입꼬리가 굳어지며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어갔다.“오늘 노진우 씨를 봤어”구승훈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디서?”강하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기만 했다.“구승훈 씨, 나 어디서 만났어?”그녀는 연구소에서 막 나오기 바쁘게 구승훈의 연락을 받았던 것을 기억했다.구승훈은 시선을 돌렸다.“정신과 의사한테 상담받으러 갔어, 요즘도...”강하리는 멈칫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차에서 내렸다.구승훈은 극도로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들고 노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당분간 연락하지 마.”노진우는 잠시 침묵했다. “강하리 씨가 의심해요?”구승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강하리가 의심하는지도 모르겠다.그녀는 너무 똑똑하고 지나치게 예민해서 의심하든 의심하지 않든 조심해야 했다.구승훈은 노진우의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뒤 미간을 꾹 눌렀다.강하리가 집으로 돌아오니 손연지가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노민우, 이 멍청아. 대체 게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가서 때리라고, 왜 자꾸 나만 따라와?”방에서 손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하리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괜한 생각이겠지.아이가 정말 살아있다면 구승훈이 그녀에게 숨길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하지만 방으로 돌아와서도 그녀는 결국 나문빈에게 전화를 걸었다.“나문빈 씨, 연구소에 대해 알아봐 줘요. 네, 모든 정보와 연
구승훈의 말을 듣던 구승재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강하리가 이 사실을 알면 더 화를 내겠지?나중에 강하리가 진실을 알게 되면 형을 어떻게 대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그는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바로 화제를 돌렸다.“문씨 가문에서 이번에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으니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구승훈의 짙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그럼 감히 움직이지 못하게 해.”문연진은 이틀 동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특히 오늘은 강하리가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저 나쁜 년은 매번 구승훈의 보호를 받는데 왜 그녀는 안 되는 걸까!문연진은 친구들과 술집에서 약속을 잡았고 술집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밖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차로 가서는 옆에 있던 대리기사에게 차 키를 던졌다.대리기사는 차 키를 받으면서 잠시 눈을 번쩍이더니 곧바로 차 문을 열었다.차에 올라탄 문연진은 곧바로 시트에 기대앉았다.“임페리얼 팰리스.”대리 기사가 대답하고 시동을 걸며 차를 출발시켰다.“아가씨,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우니 속도가 느릴 수 있어요. 너무 급한 건 아니죠?”“안 급해.” 문연진이 어눌하게 대꾸하자 대리 기사는 더 말하지 않았다.고급 외제차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를 빠져나갔고 시트에 기대앉은 문연진은 진작 잠이 든 지 오래였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신의 차가 외딴곳 한가운데에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윽고 그녀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트럭 한 대가 옆으로 돌진해 오며 그대로 추돌했다.“꺄아악!” 처절한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문연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문원진은 B시에서 급히 달려왔다.이마와 팔에 붕대를 감은 채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문연진을 보자마자 그는 피를 토할 뻔했다.“할아버지!”문연진은 문원진을 보자 불쌍하게 외쳤다.문원진의 얼굴은 분노로 파랗게 질렸다.“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널 위해 반드시 처리해 줄게!”문원진은 분노에
“구승훈! 너 진짜 우리랑 등 돌릴 거야?”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전 이미 등 돌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문원진은 콧방귀를 뀌었다.“구승훈, 내가 정말 강하리를 죽일까 봐 두렵지 않아?”“그럼 제가 문연진을 죽이는 것도 각오하세요.”“너...”“보시다시피 강하리가 입은 모든 부상은 문연진에게 두 배로 돌려줄 겁니다. 그러니 어르신, 행동하기 전에 잘 생각하시고 움직이세요.”구승훈은 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그곳엔 최하영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비서 불러서 마실 것 좀 드릴까요?”최하영이 웃었다.“마실 건 됐고 오늘 좀 볼 일이 있어서 왔어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말씀하세요.”최하영은 빙빙 돌리지 않고 구승훈 앞에 직접 기획안을 내밀었다.“그쪽 아내가 오늘 아침 저한테 보낸 거예요.”구승훈은 깜짝 놀라 황급히 그것을 집어 들고 살펴봤다.놀랍게도 문씨 가문 강북의 합병 기획안이었다.[문씨 가문의 강북 시장은 문연진의 부친이 쥐고 있는데 요즘 해외 에너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제가 덫을 놓아 큰 손해를 보게 하죠. 그러면 문씨 가문의 주식시장은 반드시 폭락할 것이고 그 기회를 틈타 그쪽이 강북의 시장을 집어삼키세요.]“아내분께서 직접 저한테 한 말 그대로예요.” 최하영은 구승훈을 바라봤고 구승훈은 꾹 누르더니 잠시 후 다소 씁쓸한 표정으로 기획안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계획서에는 문씨 가문을 유인하고 문씨 가문의 신뢰를 얻으며 사후에 책임을 회피할 방법까지 명확하게 적혀 있었다.그는 강하리가 똑똑하고 사업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문씨 가문의 강북에 눈독을 들이고 문씨 가문의 뿌리를 건드리며 심지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완벽한 계획까지 내놓았다는 사실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더 놀라운 건 그가 거절한 뒤 최하영을 찾아갔다는 거다.평소 최하영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이 일은 또다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행됐을 것이다
최하영은 정안그룹 건물에서 나와 길가에 주차된 랜드로버로 곧장 향했다.강하리는 운전석에 앉아 눈썹을 치켜뜬 채 최하영을 바라봤다.“어때요?”최하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예상한 거 아닌가요?”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네, 예상했죠.”그래도 시도해 보고 싶었다.아이 아빠인데 아이의 복수를 위해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면 그 사람이 구승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기획안 가져가세요.”최하영이 웃었다.“구승훈 씨가 앞으로 구씨 가문 남은 구역은 제 거라네요. 강하리 씨는 뭘 약속하실 거죠?”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차갑게 웃었다.“구씨 가문뿐만 아니라 문씨 가문도 당신 것이 될 수 있어요.”최하영은 웃음을 터뜨렸다.“오케이!”그렇게 말한 뒤 그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 통화 중이던 전화를 끊었고 저쪽에서 구승훈이 눈썹이 찡그렸다.곧 빠르게 최하영의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나도 똑같이 문씨 가문을 줄 수 있습니다.][늦었어요, 전 약속 지키는 사람입니다.]최하영이 떠난 후 강하리는 나문빈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L국에 좋은 에너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파트너를 찾고 싶다고 소문을 내봐요.”나문빈은 짧게 대답하며 물었다.“구승훈이 협력하기로 했어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꼭 그 사람과 협력할 필요는 없죠.”나문빈은 혀를 찼다.“그래요. 참, 알아보라고 한 연구소에 대한 정보 가져왔어요.”강하리가 멈칫했다.“어떤데요?”“노민준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데 미숙아를 전문으로 데려오는 곳이에요.”강하리는 전화기를 꽉 쥐었다.“노진우 씨 아이에 대한 정보는요?”나문빈 쪽에서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아빠가 노진우인 아이가 있긴 한데 아이는 열흘 전에 데려왔고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나와 있어요.”“열흘 전에요?” 강하리의 마음속에 어렴풋이 피어오르던 희망은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고 반짝이던 눈빛이 꺼져 들어갔다.“네.”강하리는 입술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고 문원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뒤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지?”저쪽에서 구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우리 만날까요?” ...강하리가 집으로 돌아오자 손연지의 통화 소리가 들렸다.유난히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잠시 당황하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아마 소 교수겠지.그녀는 손연지를 슬쩍 바라보고는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나문빈은 일 처리가 매우 빨랐고 북유럽 에너지 웹사이트에 L국의 동북구 유전이 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를 올렸으니 이제 문씨 가문이 미끼를 물기만 기다리면 되었다.그녀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이것은 첫걸음에 불과했다.문씨 가문이든 구씨 가문이든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손연지는 전화를 끊고 설렘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강하리를 안았다.“하리야! 나 소 교수님이랑 데이트하기로 했어!”강하리는 깜짝 놀랐다.“정말? 언제?”손연지는 윙크했다.“오늘 밤에.”강하리는 얼굴을 찌푸렸다.“둘만?”손연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안 그러면 왜 데이트겠어?”강하리가 슬쩍 눈을 번뜩였다.“정말 노민우 씨는 별로야?”손연지는 입을 삐죽거렸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미친놈은 아니야!”강하리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알았어, 그럼 소 교수님하고 데이트 잘해. 하지만 명심해, 술은 안 돼. 술 먹기 전에 주소 알려주면 내가 데리러 갈게.”손연지는 서둘러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넌 집에서 푹 쉬어, 알겠지?”손연지가 나간 뒤 강하리는 씻고 나와서 컴퓨터를 켰다.컴퓨터에는 주해찬이 다운해 놓은 영화 몇 편이 있었고 강하리가 무심하게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잠시 후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손연지의 전화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나문빈이었다.“정양철이 구정우와 함께 프로젝트를 입찰할 건데 내일 오전에 공개 입찰이 있으니 참석하려면 지금 당장 B시로 와야 해요.”강하리는 멈칫했다.“그걸 왜 지금 말해요?”“누가 우리 쪽으로 오는 정보를
그들의 대화를 듣던 노민우의 표정이 굳어지며 문을 열고 곧장 걸어 들어왔다.소영준은 노민우를 보고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노민우 씨, 오늘 웬일로 여길 다 왔네요?”노민우가 웃었다.“마침 이렇게 만나네요. 소 교수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왔어요.”소영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영광이네요, 한잔하실래요?”노민우가 테이블에서 술잔을 하나 들어 올리는데 그가 마시기도 전에 옆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소리쳤다.“엇, 노민우 씨. 그 술잔은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게 아니에요.”노민우가 멈칫하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오호, 이 술은 특별한 건가 봐요?”남자가 히죽 웃었다.“오늘 소 교수님이 데리고 온 아가씨를 위해 준비한 거랍니다.”노민우의 얼굴에 싸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며 술잔을 들어 올린 그는 무심하게 소영준의 얼굴에 부어버렸다.“미안해요, 손이 미끄러졌네요.”옆에 있던 여자와 농담을 주고받던 소영준은 갑자기 노민우가 술을 들이붓자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노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화를 꾹 참았다. “노민우 씨, 뭐 하는 겁니까!노민우는 웃기만 했다. “이미 말했잖아요, 손이 미끄러졌다고.”그렇게 말하며 그는 와인 잔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소 교수님께 배상해 드리면 되잖아요.”소영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지만 결국엔 노민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테이블에서 휴지를 뽑아 얼굴을 닦은 뒤 와인 잔을 들고 노민우와 잔을 부딪치려는 순간 노민우가 이번에는 소영준의 바지에 술을 흘렸다.하필 액체가 중요 부위 쪽에 흘러내렸고 그제야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노민우, 너 이 자식...”소영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노민우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내가 뭐?”얼떨결에 맞은 소영준은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그런데 말을 꺼내기 바쁘게 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설마 손연지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지?”소영준은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