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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동굴이 아닌 숨겨진 궁전 같았다. 옥섬돌로 만들어진 계단은 걸을 때마다 맑은 소리를 내었고 벽에는 엄청 큰 야명주가 걸려 있었다.

나는 옷으로 발을 싸맸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옥섬돌의 끝은 텅 빈 곳이었는데 중간에 새빨간 액체로 가득 찬 커다란 욕조가 놓여 있었다. 강렬한 피비린내를 맡은 나는 코를 막았다.

새빨간 액체가 전부 사람의 피인 것 같았다.

욕조 안에 시체 한 구가 둥둥 떠 있었고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사람인 줄도 몰랐을 것이다. 시체는 초점 없는 두 눈으로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놀랍게도 큰언니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머리는 큰언니 시체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떨리는 두 손으로 턱을 잡아당겼고 시체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진서 그년으로 혈옥석 침대를 만들어야겠어. 평생 침대 안에서 울부짖어봐!”

할머니는 깔깔 웃으면서 둘째 언니의 발목을 잡고 피를 탈탈 털어냈다. 둘째 언니의 피가 욕조 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색깔이 한층 더 짙어졌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낸 뒤, 할머니는 둘째 언니를 욕조 안에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막대기를 꺼내더니 둘째 언니의 사지를 움직이면서 마음에 드는 자세로 만들었고 욕조 안의 피는 점점 굳어져서 단단한 혈옥석이 되었다.

둘째 언니는 혈옥석 안에 그 자세로 멈춰있었다. 할머니는 야명주를 들고 혈옥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끝부분만 다듬으면 완성이야. 드디어 혈옥석을...”

소문인 줄만 알았던 혈옥석 침대를 이렇게 만들 줄 몰랐다. 매년 마을에서 실종된 여자아이들은 혈옥석을 만드는 것에 쓰였을 것이다.

할머니는 사람의 가죽을 입고 사람을 죽여 혈옥석을 만들었다.

기괴한 요술을 쓰는 저 사람은 나의 할머니가 아닐 수도 있었다.

요술로 사람의 가죽을 입고 사람의 흉내를 내는 괴물이 새로운 가죽을 찾아 나선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난 괴물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나의 발 아래로 굴러왔다. 깜짝 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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