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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옥석
혈옥석
작가: 아여

제1화

우리 마을은 시내와 동떨어진 깊은 산 속에 있었다.

1년 동안 혈옥석으로 만든 침대에 누워 자면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혈옥석은 채집하기 어려웠지만 혈옥 광맥과 잇닿아 있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로 인해 돈을 가득 벌었다. 마을에는 남자가 한 명도 없었고 여자만으로 이루어진 여족 마을이었다. 나에게는 언니 두 명 외에도 오빠들이 있었는데 태어나자마자 익사해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 들었다.

몇 년 후, 나는 여족 사람들이 남자아기를 처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갓 태어난 남자아기가 울기도 전에 입을 막았고 뒷산으로 데려가 강에 던져버렸다.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비열한 본질을 타고났으니 울음소리마저 비천하기 그지없도다! 산신의 노여움을 달래고 우리 여족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그 아기는 반항할 틈도 없이 곧바로 가라앉았다. 나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다가 깜짝 놀랐다. 커다란 강 위에 수없이 많은 머리뼈가 둥둥 떠다녔고 벌레가 몰려와서 강 근처로 쉽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여족의 족장으로서 절대적인 권리를 가졌고 아무도 할머니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어느덧 큰언니도 18살이 되었고 될 성인식에 참가할 것이다. 하지만 큰언니를 유난히 예뻐했던 할머니는 큰언니의 뺨을 후려갈기면서 절대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내 말이 우스워? 가면 안 된다고 몇 번 말해!”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99세인데도 힘이 셌다. 큰언니의 뺨은 빨갛게 부어올랐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모습을 보던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고는 큰언니의 매끈한 얼굴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할머니는 널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 성인식에 참가하면 족장 자격을 잃게 된다는 걸 너도 알잖아.”

큰언니는 할머니의 팔을 잡고 흔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할머니, 정말 제가 차기 족장인가요?”

할머니는 큰언니의 뽀얀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성인식이 있던 날, 마을 전통 복장을 한 여자들은 줄을 서서 사당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여자마다 얼굴에 홍조를 띠었고 다리를 덜덜 떨면서 겨우 걸었다.

큰언니는 사당에서 나오는 여족 언니를 붙잡고 물었다.

“언니, 성인식에서 도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행복한 표정이에요? 나오는 언니마다 온몸을 떨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여족 언니는 사당 안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몸을 배배 꼬았다.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가 싶었지만 계속 웃기만 했다.

“별거 아니야. 들어가면 행복한 일만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돼.”

다음 날 새벽.

큰언니는 날 흔들어 깨웠고 사당에 몰래 다녀올 테니 망을 봐달라고 했다.

“언니, 할머니께서 언니를 차기 족장으로 생각한다면서 성인식을 치르는 사당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잖아.”

큰언니는 나의 손목을 꼬집으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이 일은 우리 둘만 아는 거야. 만약 할머니께서 알게 되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나도 이제는 18살인데 왜 성인식에 참가하지 말라고 했을까? 할머니는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겠지.”

큰언니는 사당에 뭐가 있는지 아는 것처럼 기대에 찬 두 눈을 하고서 사당 쪽을 쳐다보았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주위는 캄캄했고 사당 안의 촛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구석에서 망을 보며 내 주변을 맴도는 모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큰언니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괜찮아?”

큰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문을 잡아당겼지만 큰언니가 안에서 문을 잠근 탓에 열리지 않았다.

“윽! 괜, 괜찮아...”

큰언니는 말끝마다 길게 내빼면서 야릇한 소리를 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던 나는 걱정되어서 의자를 딛고 열린 창문으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키가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쇠사슬 네 줄이 사당 중간에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큰언니는 속옷 차림으로 그 위에 앉아 허리를 흔들었고 쇠사슬이 끊임없이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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