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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더 자세히 보려고 안간힘 썼지만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지는 바람에 발목을 다쳤다. 통증이 심해져서 큰언니를 불렀지만 곧 나가겠다고 하면서 1시간이 넘어서야 사당을 빠져나왔다. 큰언니가 나왔을 때, 나는 벽에 기대 발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진아야, 나 좀 도와줘.”

큰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나에게 기댔다. 그리고 같이 담장을 넘었는데 우연히 큰언니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당 안에 뭐가 있냐고 물어보자 큰언니는 다른 여족 언니처럼 부끄러워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도 18살이 되면 알게 될 거란다. 별거 아니야.”

좋은 것을 혼자 누리는 큰언니가 왠지 괘씸했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슬그머니 사당으로 돌아왔다. 이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몇 명의 여자들이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두꺼운 종이로 꽁꽁 싸맨 물건을 두 사람이 같이 들었다.

한 여자가 미끄러지면서 물건을 바닥에 떨구었고 종이가 살짝 찢어졌다. 할머니는 다급히 달려가서 확인하고는 찢어진 곳에 종이를 덧대어 다시 포장했다. 찢긴 부분에서 떨어진 건 토막 난 팔이었고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벽 뒤에 숨어서 덜덜 떨었다.

“새 물건이 준비되었으니 오늘 내로 처리해.”

할머니의 말에 넷째 이모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건을 차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산으로 향했고 뒷모습이 사라질 때쯤에야 나는 숨을 헐떡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돌아온 뒤로 나는 고열에 시달렸고 며칠 동안 집에서 누워있어야만 했다. 큰언니는 망을 볼 사람이 없어서인지 매일 밤 사당으로 달려갔다가 얼마 안 되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서 단잠에 빠졌다.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할머니가 나를 보러왔다.

나는 그날 밤에 사람을 죽였냐고 묻고 싶었지만 거친 손으로 나를 쓰다듬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며칠 못 본 사이에 할머니의 피부는 더 거칠어졌고 하얗게 부어오르면서 당장이라도 벗겨질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할머니가 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이 줄었는지 확인했지만 그대로였다.

그럼 사당에서 들고 나간 시체는 누구란 말인가?

며칠 동안 열린 성인식이 끝난 뒤, 할머니는 갑자기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다.

산을 단번에 오르던 할머니가 지팡이 없이는 방을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여족 언니들은 할머니가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면서 족장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매일 할머니 곁을 지켰다.

할머니의 시중을 들고 효도하는 모습을 보이면 인정을 받을 줄 알았던 것이다.

“하, 미친년들! 백날 곁에 있어봤자 족장은 나야.”

큰언니는 피식 웃더니 여족 언니들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그날 밤,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방에서 나왔더니 큰언니가 머리를 빗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나는 큰언니가 또 사당에 가는 줄 알고 며칠 전 밤에 보았었던 기괴한 광경을 알려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큰언니는 나의 입을 막은 채 나의 방으로 데려가 귓속말했다.

“쉿! 할머니가 오늘 밤에 차기 족장 자리를 넘기는 것에 관한 얘기를 하자고 했어. 아무도 모르게 나와야 한다고 했으니까 넌 아무것도 본 거야. 진아야, 얼른 자.”

큰언니는 미소를 지으면서 방문을 닫았고 밖으로 나갔다.

다음 날 아침, 돌아온 것은 큰언니의 시체였다. 소식을 듣고 사당으로 뛰어갔고 바닥에는 하얀 천으로 덮은 큰언니 시체가 놓여있었다.

“진혜는 왜 늦은 시각에 산을 오른 걸까? 봉변을 당한 것도 마음 아픈데 짐승한테 할퀴어서 얼굴도 알아볼 수 없으니...”

“아니에요! 우리 언니가 아닐 거예요!”

나는 덜덜 떠는 손으로 하얀 천을 벗기려 했지만 할머니가 나서서 말렸다.

“진아야, 네 언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보면 마음이 더 아플 거야.”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할머니를 노려보았다. 큰언니는 어제 분명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기에 뒷산에서 숨을 거두었을 리가 없었다.

나는 할머니의 손을 쳐내고는 하얀 천을 벗겼다.

“웩!”

속이 울렁거려서 벽을 잡고 한참을 게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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