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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엄마의 목소리였다.

“너도 참 멍청하구나. 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아직도 그걸 물어?”

할머니는 화가 가득 난 것 같았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할머니랑 엄마가 큰언니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것 같았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나는 황급히 관의 뒤쪽 공간으로 숨었고 간발의 차이로 들키지 않았다.

할머니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엄마한테 물었다.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넌 못 들었니?”

겁이 많은 엄마는 할머니의 팔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진혜가 돌아온 건 아니겠죠? 억울하게 죽으면 영혼이...”

엄마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할머니가 엄마의 뺨을 후려갈겼다.

“또 이상한 말만 하는구나! 우리 마을을 위해 여족의 일원이 희생된 건 영광으로 알고 기뻐해야 한다고 말했잖니!”

“어머니, 진혜는 제 딸이에요. 엄마가 되어서 어떻게...”

엄마는 빨갛게 부은 뺨을 만지작거리면서 흐느꼈다. 할머니는 멈칫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진혜가 죽었는데, 나라고 마음이 편했겠어? 아무도 없을 때 얼른 해야지.”

할머니는 금색 통과 호스를 꺼내더니 호스의 한쪽은 금색 통에 넣었다. 그러고는 발꿈치를 들어 호스의 다른 한쪽을 관 안으로 깊숙이 찔러넣었다.

피비린내가 삽시에 퍼졌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들키지 않기 위해 입을 막고 있었다. 고요한 빈소에서 피가 흐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할머니와 엄마가 왜 큰언니의 피를 뽑고 있는지 의아했다. 얼마 후, 할머니는 금색 통을 흔들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만큼밖에 안된다고? 내가 좋은 것만 먹이고 얼굴에 바르게 했는데도 제구실을 못 한다니, 나쁜 년! 비싼 옥용 크림을 사주었는데도 피부 탄력이 좋지 않아서 내가 입으니까 꽉 끼잖아. 네가 진혜를 말렸으면 그년이 첫 경험을 하는 일도 없었을 거야. 넌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지?”

할머니는 엄마의 멱살을 잡고 뺨을 정신없이 때렸다. 엄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덜덜 떨었고 눈물만 흘렸다. 할머니는 금색 통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

“진아랑 진서중에 네가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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