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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나는 예전에도 육성민에게 이혼을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약해져 먼저 화해를 구하고 그를 달래며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이번에도 예전처럼 화를 내는 줄 알았다.

[성민 씨, 이번엔 진심이야. 이혼해. 내일 아침 9시 반에 구청 앞에서 보자.]

육성민은 1초도 안 돼 답장을 보내왔다.

[그래, 네가 이렇게 떠나고 싶어 하니 내가 협조해줄게.]

나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나와 임수경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육성민이 소유정을 데리고 왔다.

육성민과 소유정은 대학 다닐 때 사귀었다가 오해로 헤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이 지났지만 육성민은 여전히 소유정을 잊지 못했다.

나는 소유정의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를 보며 할머니의 죽기 전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육성민은 내 앞을 지나다가 나를 힐끗 보았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잠깐만, 수경이도 이혼해야 하는데 육성훈 씨가 아직 오지 않았어.”

육성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신미아, 너 혼자 이혼하자고 한 것도 모자라 굳이 온 집안을 휘저어야 만족하겠어?”

이 말을 들은 임수경은 화가 나서 욕을 했다.

“제가 이혼하려는 거지 미아랑 상관없어요. 성민 씨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네요.”

소유정은 빙긋 웃으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

“임수경 씨, 우린 좋은 마음에 한 말인데 왜 욕을 하세요?”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성민이는 단지 임수경 씨가 신미아 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 말이에요. 감정적으로 성훈이와 이혼하지 말라고요.”

나는 소유정을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육성민은 벙어리인가 봐요? 언제부터 소유정 씨가 대변인이 됐어요?”

소유정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육성민을 바라보았다.

“미안해, 성민아, 내가 말을 잘못해서 신미아 씨를 화나게 했어.”

그러자 육성민이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신미아, 그만해.”

나는 그를 흘겨보았다.

육성민은 내가 못마땅한지 꾸짖기 시작했다.

“유정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강아지 찾는 걸 말리더니 지금은 이렇게 쏘아붙이는 거야?”

소유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미아 씨, 오해하지 마세요. 그날 성민이는 단지 해피를 찾아준 것뿐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어찌 됐든 성민이를 돌아오게 하려고 할머니를 저주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육성민은 코웃음 치며 한마디 보탰다.

“할머니가 널 그렇게 아끼시는데. 신미아, 넌 정말 배은망덕하구나.”

나는 가방에서 할머니의 사망 증명서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육성민, 눈 똑바로 뜨고 봐.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어. 돌아가셨다고! 네가 소유정의 개를 찾던 날, 할머니가 심경색이 발견됐어. 할머니를 구하러 돌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너는 소유정의 개가 우리 할머니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잖아. 육성민, 네가 나를 욕할 자격이 있어?”

육성민은 내 손에 있는 사망 증명서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나는 네 할머니 주치의야. 할머니의 병을 내가 너보다 더 잘 알아. 네가 나를 속이기 위해 가짜 사망 증명서를 만들 줄은 몰랐어. 이런 네가 너무 실망스러워. 내가 모를 것 같아? 넌 이혼하고 싶지 않잖아. 그래서 지금 가짜 사망 증명서를 내게 보여 줘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거잖아. 미리 말하는데 널 봐주는 데 한계가 있어. 너 스스로 이혼하자고 했어!”

나는 눈을 감았다. 갑자기 너무 피곤해서 그의 설명을 계속 들을 흥미가 없어졌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이미 신경 쓰지 않으니 말이다.

“육성민, 너 정말 멍청하구나.”

내가 멍청하다고 욕하자 육성민은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예전에 그토록 사랑하던 내가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 못한듯했다.

그가 뭔가 말을 하려던 순간 육성훈이 도착했다.

나는 임수경과 눈을 마주치며 아무 말 없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줄을 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혼 절차가 쉽게 마무리될 것 같았다.

육성민은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이혼하지 말자고 애원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문을 나서는데 소유정의 개가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어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휘둘러 쫓아냈다.

“해피를 해치지 말아요.”

소유정이 달려들어 개를 감싸려다 실수로 넘어졌다.

그러자 육성민은 소유정을 일으켜 세우고 긴장한 듯 물었다.

“유정아, 괜찮아?”

그는 화가 나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미아, 유정이에게 사과해.”

나는 그를 상대하기 귀찮아서 돌아서서 바로 갔다.

육성민이 쫓아오더니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휘청거리며 나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렸다.

“악!”

나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자기도 모르게 배를 감쌌지만 이미 늦었다.

“배가 너무 아파...”

임수경이 재빨리 달려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배를 움켜쥐고 있는 나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아야, 무서워하지 마. 괜찮아, 괜찮아.”

그녀는 응급 전화를 걸면서 육성민을 향해 나지막이 소리쳤다.

“육성민 씨, 미아 임신한 거 몰라요? 왜 밀어요?”

육성민은 내 아래로 흘러나오는 피를 보고 눈동자를 움찔하더니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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