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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후 절친과 함께 이혼
유산 후 절친과 함께 이혼
작가: 안심

제1화

[육성민, 우리 이혼하자.]

문자를 보내자마자 그의 전화를 받았다.

[신미아, 너 참 가지가지 하네. 어제 할머니 죽을 것 같다고 속이더니 오늘 이혼으로 협박해? 결혼식은 그저 형식적일 뿐인데 그렇게 중요해?]

[내가 이미 말했잖아, 어제 유정의 강아지가 보이지 않아 유정이가 초조해한다고. 그 강아지는 유정이와 몇 년 동안 함께 있어서 유정이에게는 매우 중요해. 강아지도 하나의 생명인데 이 와중에 무슨 질투를 하는 거야? 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없어?]

나를 비난하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마음이 서글펐다.

어제는 나와 육성민의 결혼식 날이었는데 육성민이 갑자기 전화를 받고 가버렸다.

할머니가 화가 나서 심경색 증세를 일으켜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가 의사가 육성민만 이 수술할 수 있다고 해서 전화를 했다.

전화를 열 통 넘게 하고서야 그는 받았다.

“성민 씨, 할머니 심장마비 오셨어. 어서 병원에 와서 구해줘.”

육성민은 화를 내며 말했다.

“할머니는 네 유일한 혈육이야. 아무리 내가 돌아가서 결혼식을 치르게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머니 너를 저주할 수 있어? 너 그러고도 사람이야? 유정이의 강아지가 없어져서 내가 찾아봐야 하니 전화 좀 그만해.”

나는 울면서 애원했다.

“아니야, 거짓말 아니야. 할머니가 정말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어. 성민 씨만 이 수술로 살릴 수 있대. 제발 빨리 병원에 와.”

육성민은 내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됐어, 연기하지 마, 까짓 결혼식. 내가 유정이의 강아지를 찾으면 가서 다시 해줄 테니 귀찮게 하지 마.”

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

내가 다시 걸려고 할 때 할머니의 심전도가 일직선으로 변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안 계셨는데 할머니가 고생하시며 나를 키워주셨다.

할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너무 슬퍼서 울다가 기절했는데 절친이 계속 내 옆을 지켜주었다.

깨어나자마자 나는 이혼하기로 했다.

소유정이 돌아온 후 육성민의 마음은 그녀에게만 있었다.

몇 번이나 야근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소유정을 찾으러 간 것이었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는 댓글을 단 적이 없었는데 가끔 ‘좋아요'를 누르라고 하면 유치하다고 했다.

하지만 소유정이 게시물을 올리자 곧바로 ‘좋아요'를 눌렀다.

나는 항상 이미 육성민과 결혼했으니 우리는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려 했다. 내가 기다리다 보면 육성민의 마음이 나에게 돌아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기다리는 건 차가움뿐이었고 그는 나에게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졌다.

혼인 신고를 하던 날 밤, 육성민은 소유정과 함께 산꼭대기에 가서 달을 보았다.

평소에 소유정이 그를 찾으면 아무리 바빠도 바로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맹장염으로 온몸에 식은땀이 나도록 아파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오히려 내가 억지를 부리고 강하지 못하다고 싫어했다.

하지만 소유정이 야채를 썰다가 손을 베어도 바로 응급실로 데려갈만큼 육성민에게 소유정은 역린이었다.

내가 소유정보다 못하다는 건 알지만 할머니의 목숨이 그녀가 키우는 개보다 못할 줄은 몰랐다.

휴대전화 너머로 육성민이 계속 말을 이었다.

“유정이의 강아지가 놀랐다고 해서 며칠 동안 데리고 여행하며 기분 전환할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집에 가서 얘기하자.”

더 이상 들을 수 없던 임수경은 내 휴대폰을 낚아채 육성민에게 화를 냈다.

“육성민 씨, 미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병원에 와서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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