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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육성민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신미아 미쳤어? 자기 할머니를 저주하다니. 그만 좀 해. 바쁜 일 끝나면 돌아갈게.”

임수경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통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돌려받은 나는 소유정이 새로 올린 게시물을 보았다.

그녀는 강아지를 안고 해변에 서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해피가 없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해피 아빠가 제때 찾아냈다. 우리는 행복하다.]

이 게시물을 보고 나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러니하네.’

육성민은 할머니를 구하지 않고 오히려 여신을 데리고 그녀의 강아지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내가 육성민과 결혼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그는 우리 할머니의 주치의였는데 당시 할머니는 많은 병원비가 필요하셨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구할 곳이 없어서 조바심을 내고 있을 때 마침 육성민이 이 돈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조건은 바로 내가 그의 여자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결혼을 다그쳐 내가 그의 여자친구인 척하며 집에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조건에 동의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점점 그를 사랑하게 돼 버렸다.

임수경이 그의 동생에게 시집갔기 때문에 절친과 동서지간이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먼저 용기를 냈는데 나중에 우리는 정식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내가 울고 있는 것을 본 임수경은 나를 안고 위로했다.

“미아야, 괴로워하지 마.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미련을 둘 필요가 없어.”

할머니가 나를 영원히 떠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괴로웠던 나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수경아, 나 이제 할머니가 없어.”

절친은 내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너에겐 내가 있잖아. 미아야, 내가 항상 같이 있어 줄게.”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와 임수경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비밀이 없는 사이로 친자매보다 더 친했다.

그때 갑자기 절친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육성훈이었다.

절친은 육성훈과 비즈니스 결혼을 했지만 결혼 후 육성훈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절친은 육성훈이 그녀를 배신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는데 어젯밤 언론을 통해 그가 여자 스타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각종 썸 사진이 유출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임수경은 전화를 받자마자 육성훈의 언짢은 목소리를 들었다.

“임수경, 내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또 꼬투리야? 그 여자 연예인과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났을 뿐이야. 언론에서 말하는 것이 사실도 아닌데 굳이 이런 사소한 일로 나랑 이혼하자고 하는 거야?”

임수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우연히 식사도 같이하고 쇼핑도 같이하고 같은 호텔 방에 묵었다고요? 육성훈 씨, 내가 바보로 보여요?”

육성훈은 마음에 켕기는 것이 없다는 듯 반박했다.

“언론이 뜬구름 잡는 거야. 나는 너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믿거나 말거나. 이혼하고 싶으면 난 언제든지 괜찮아.”

수경이는 화가 나서 욕을 하려 했다.

“뚝... 뚝...”

전화가 끊어졌다.

수경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친형제답게 똑같아. 우리 이혼하자. 쓰레기 남자들을 멀리해야 해.”

나는 수경이가 사실 매우 슬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비록 상업적인 결혼이지만 수경이는 육성훈을 매우 사랑한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자랐는데 육성훈을 위해 요리를 열심히 배웠다.

생일에 해외 출장을 간 육성훈을 위해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가서 생일을 축하했고 평소에는 밤을 새워 함께 야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성훈의 눈에는 임수경이 할 일 없이 종일 매달리는 것으로 보여 짜증을 냈다.

나와 임수경은 서로 껴안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난 후 나는 육성민에게 언제 이혼 절차를 밟을 시간이 있냐고 문자를 보냈다.

육성민은 한참이 지나서야 답장을 보내왔다.

[신미아, 언제까지 연기할 거야? 네가 계속 이러는 건 결혼식 날 내가 먼저 떠났기 때문이잖아, 우리는 이미 혼인 신고를 했어. 결혼식을 올리든 말든 전혀 중요하지 않아. 이렇게 계속 이혼을 언급하다가 내가 허락할까 봐 두렵지 않아?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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