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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마지막 선물
작가: 수박대머리

제1화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나는 손에서 구겨진 영화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내 지팡이조차 챙기지 못했다.

출입구에 있는 화분을 잘못 건드려 깨진 도자기 조각이 내 종아리에 깊게 박혔다.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고, 이다니가 먼저 눈치챘다.

“서준아, 연희가 다친 것 같아. 나가서 확인 안 해?”

강서준은 다니의 말을 듣고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성질까지 부리네. 집 나가겠다고 소란 피우고 말이야! 그래 나가봐야 알지, 내가 몇 년 동안 본인을 얼마나 잘 보호해 줬는지 몰랐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벽에 머리를 부딪혀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다니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드네. 어차피 연희는 안 보러 갈 거니까, 너가 나랑 같이 가는 건 어때?”

서준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고, 내 다리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절뚝이며, 마음이 칼로 베인 듯 아파하며 그 집을 떠났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가에 멍하니 서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몸에 스며들었다.

그제야 비로소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부터, 나는 내 각막을 서준에게 기증하지 말았어야 했다.

손으로 더듬어 휴대폰을 꺼내,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헤어지자.]

얼마나 우스운가? 내가 시력을 잃어가며 얻은 약혼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으니.

서준이 시력을 잃은 것은 한 번의 사고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로 양쪽 눈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고, 새로운 각막이 필요해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두 눈을 잃자, 강씨 집안에서는 서준을 쓸모없다며 버려두었고, 더는 집안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서준은 병원에 남겨진 채 운명에 맡겨졌다.

그때 서준의 여자친구였던 다니는 조용히 서준의 곁을 떠나버렸다.

나는 서준을 오래도록 짝사랑해 왔기에, 처음에는 단지 서준의 곁에서 서준을 돌봐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어느 깊은 밤, 서준이 갑작스럽게 내게 고백을 해왔다.

너무나 큰 기쁨이 나를 덮쳐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서준이 나에게 감동해 결국 내 마음을 받아준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날, 병원에서 서준이 각막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섰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서준은 거절했다.

“연희야, 정말 너까지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괜찮아, 정말이야! 이 눈만 있다면 너는 다시 강씨 가문의 일원으로 계속 일할 수 있고, 네 꿈을 이룰 수 있어.”

서준은 수없이 고민한 끝에 물었다.

“그럼 넌 어떻게 할 건데?”

서준의 말 한마디에 나는 더욱 확신을 가졌다.

“난 네가 있잖아? 앞으로 너가 내게 이 세상을 보여주면 되잖아!”

달빛 아래, 서준은 손을 들어 엄숙히 맹세했다.

“연희야, 내 평생 너를 배신하는 일은 전혀 없을 거야.”

각막을 이식한 후, 서준은 정말 나에게 잘해주었다.

서준의 부모님도 나를 본인의 며느리로 인정해 주셨다.

그렇게 서준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나는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되어버렸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준과 결혼하려고 집을 나왔다.

나는 부모님께 말했다.

“서준은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나의 행복은 다니가 돌아온 그날로 끝이 났다.

늘 나와 같은 향수를 쓰는 다니.

점점 늦어지는 서준의 귀가 시간.

수없이 잊혀진 기념일.

그리고 점점 짜증스러워지는 서준의 성격.

끝없이 미뤄지던 결혼식 날짜.

한때의 은혜가 이제는 무거운 짐이 되었고, 서준이 가장 나를 아프게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연희, 내가 언제 너에게 각막을 달라고 애걸한 적이라도 있어? 그때 네가 울며불며 나에게 각막을 기증하겠다고 한 거잖아! 처음부터 은혜를 갚으라고 날 옭아맬 생각이었지, 그렇지?”

그날, 답답했던 가슴은 바늘로 찌른 듯 푹 꺼져버렸다.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쩌면, 서준은 내가 생각했던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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