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이도윤과 결혼을 한지 삼 년이 되었지만, 결국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첫사랑에게 밀려났다. 그녀가 위암을 확진한 날, 그는 첫사랑과 함께 병원에서 아들에게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울지도 않고 싸움없이 이혼 합의서를 사인한 다음 조용히 떠났지만, 결국 그녀를 맞이한 것은 더욱 세찬 복수였다. 그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것도 단지 자신의 여동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고, 그녀가 암을 끙끙 앓고 있을 때, 남자는 그녀의 이마를 쥐고 차갑게 말했다. “이건 당신 소씨네 집안이 내게 빚진 거야.” 후에 집안이 망했고, 그녀의 아버지조차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으로 되어 그녀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잃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 “우리 집안이 당신에게 목숨 하나 빚진 이상, 내가 갚아주지.” 줄곧 존귀하고 도도하던 이도윤은 그 순간, 오히려 눈을 붉히며 바닥에 꿇어 미친 듯이 그녀가 돌아오길 한 번 또 한 번 애원했다……
View More“사모님, 시언 도련님의 쇼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시월 아가씨와 시하 오빠가 도와주러 가게 됐어요.”지아가 말했다.조경숙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시언이 쇼에 문제가 생기다니요? 그리고 시월이가 도와주러 가는 건 그렇다 쳐도, 시하는 거기에 왜 간 거죠?” “사실 시언 도련님께서 시하 오빠에게 고급 맞춤 정장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휠체어의 힘을 빌려서라도 쇼 런웨이에 서보라고 하셨는데, 세상 모든 이에게 몸이 불편하더라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물론 시하 오빠에게 용기를 주려는 목적이 컸겠지만요.” “그래도 시언이가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우리는 모두 그 아이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그 아이의 쇼장에 가길 원했어요. 비록 지금은 가문이 이렇게 산산조각 났지만요...” “다 잘될 거예요.”지아가 조경숙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요?” 임현숙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시언 도련님은 지금 병원에 있는 데다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알 수 없는데...’“사모님, 당분간 그분들을 기다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언 도련님은 작품에 아주 까다로우시잖아요. 이번에도 시하 오빠와 언제까지 수정할지 모르는 일이고요.” 지아가 부드럽게 말했다.“그것도 그러네요. 그나저나, 우리 집 사람들을 잘 아시는 모양이네요?”조경숙이 중요한 점을 포착했다. 자료를 여러 번이고 검토한 지아가 어찌 이런 정보조차 모를 수 있겠는가. 지아가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저는 며칠 동안 시하 오빠와 함께 있었잖아요. 모두 오빠가 이야기해 준 내용이에요.” 옆에 있던 임현숙이 헛기침을 했다.“소 선생님, 아직 시하 도련님과 확실한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닌데,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닌가요? 아직 소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임 집사, 손님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사모님, 저는 단지 소 선생님께서 자신의 신분을 똑바로 알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 벌써 소씨
한참을 돌아다닌 후, 지아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상황은 좀 어때요?”시하의 목소리에는 다소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별로 좋지 않아. 내가 도착했을 때 둘째 형이 팔을 심하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 월이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아직도 의식이 없고.]지아가 미간을 찌푸렸다.“하필 팔이라니, 디자이너가 팔을 못 쓰게 된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시하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예전에 다친 곳은 발이지 않은가. [운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는데,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해 운전자가 마약을 한 상태였대. 돈도 없고, 결혼도 못한 마약 중독자였던 거지. 약물을 과다 복용한 채로 도로를 질주한 모양인데, 체포된 후에 경찰서에서 목숨을 거뒀어. 이제 증거가 없어서 막다른 길에 놓인 셈인데... 어쩌지?]지아는 시하의 억눌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니면 제가 가서 한번 볼까요? 어쩌면 시언 도련님의 팔을 되살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참, 네 의술이라면 문제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머니는...”시하는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여긴 안전할 거예요. 경호원들과 무무를 남겨둘 거거든요.” 시하는 지아가 왜 무무를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냥 세 살짜리 아이라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 비록 시하도 원치 않았지만, 상황이 불투명한 데다가, 어둠 속에 있는 상대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닌 꼴이 되어버린 꼴이었다. ‘둘째 형의 팔이 그 지경이라면, 더 나은 방법이 없겠어.’ 지아가 전화를 끊고 무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무무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지아의 옷깃을 꽉 잡았는데, 아무래도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듯했다. “엄마는 반드시 조심할 거야.”“아가, 너는 원봉 아저씨와 함께 있어. 그분이 널 지켜주실 거야. 엄마는 금방 다녀올게.” 지아는 떠나기 전에 또 원봉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게다가 조경숙에게 작별 인사를 할
조경숙이 명담의 손등을 두드렸다.“명담아, 네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건 잘 알지만, 지난 6개월간 그렇게 많은 의사들이 왔다 갔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어. 내 눈은 아마...” “큰어머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꼭 좋아지실 거예요.”“우선 앉아서 물 한잔하세요.” 조경숙이 물잔을 받아서 들었다.“명담아, 이렇게 자주 와줘서 늘 고맙게 생각해. 네가 없었으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구나.” “큰어머니, 큰어머니를 돌볼 수 있다는 건 제 복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부끄럽습니다.”지아는 조용히 옆에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명담에게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조경숙을 바라보는 눈빛은 결코 가식적이지 않았다. ‘만약 저게 연극이라면, 정말 대단한 수준인 거야.’ 조경숙은 물을 다 마시고 나서야 옆에 있던 지아와 무무의 윤곽을 보았다. 그녀가 지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소 선생님, 이리 와보시겠어요?” “사모님.”지아가 얌전히 조경숙의 곁에 섰다. “사양하지 말고 앉으세요. 부디 여기가 소 선생님의 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전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정말 즐거웠거든요.”“참, 시하는 어디 갔나요?” 지아는 조경숙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찾았다.“시하 오빠는 객실에서 쉬고 있어요. 제가 사모님 곁에 있어 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저랑 여기저기 좀 걸을까요? 시하는 저녁 먹을 때쯤 깨우면 되니까요.” 조경숙의 얼굴에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얼굴은 지아가 다소 어색함을 느끼게 했다. 심지어 조경숙이 말을 걸 때마다, 나이가 많지 않은 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아는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조경숙의 얼굴에는 인위적인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일부 부잣집 사모님들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갖은 노력을 들이지만, 그런 얼굴은 지속성이 훌륭하지 않아서 단번에 알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소씨
흰색 정장을 입은 채 다가오는 남자, 그는 전반적으로 온화하고 세련된 느낌을 풍기는 소명담이었다. “먹이를 너무 많이 주면, 과식한 물고기들이 소화불량에 걸릴 뿐만 아니라, 수질도 나빠질 수 있거든.”“뭐든 적당한 게 가장 좋은 법이잖아? 선을 넘으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겉으로는 물고기에 대해 걱정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지아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었다. 지아는 무무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공식적인 미소를 띠었다.“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아이가 아직 철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쪽은...?” “소명담이라고 합니다. 오늘 시하 형님께서 의사인 친구분을 모셔 왔다길래 와봤는데, 그쪽인가 보군요. 젊은 나이에 시하 형님의 만성적인 두통을 치료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래도 저를 과하게 칭찬한 모양이네요. 시하 오빠의 병은 마음의 매듭에서 비롯된 거예요. 그래서 그 매듭을 풀자마자 깊은 잠을 자게 된 것뿐이고요.” “절대 제 의술이 대단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명담이 지아를 유심히 살폈다. “이렇게 젊고 겸손한 의사는 드문데 말이죠. 그래서 시하 형님도 특별히 대하시는가 봅니다.” 눈앞의 여인은 평범한 외모에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도 없었지만, 솔직히 기품이 넘쳤다.‘나를 마주하면서도 전혀 물러서지 않잖아? 저 눈동자도... 정말 아름답네.’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지아는 이 주제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명담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왜 시하 형님은 안 보이죠?” 지아는 명담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만약 이번 일이 저 남자와 관련이 있다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걸 거야.’ “방금 시언 도련님과 시월 아가씨께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갔어요. 정말 큰 일이죠... 도련님과 아가씨께서 어떤 상황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으니까요!” “어떻게 그런 일이! 시언 형님과 월이는 괜찮은 겁니까?” “구체적인 상황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
조경숙은 몸이 약해 매일 잠깐씩 잠을 잤다. 시하는 그녀가 잠든 틈을 타서야 지아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물었다.“지아야, 솔직하게 말해줘. 어머니 상태는 어때?” 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모님께서도 중독된 증상이 있었어요. 게다가 사모님의 눈도 과도한 눈물로 망가져 버린 게 아니라, 독으로 인해 망막이 손상된 것 같아요.” 시하는 얼굴 가득 분노가 서렸다.“대체 어떤 새X가 겁도 없이 우리 어머니까지 해치려 한 거지?!” “오빠, 듣기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오빠와 사모님의 검사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일 거예요. 그 사람은 손을 써서 모든 걸 덮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거고, 소씨 가문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일 거예요.” “지아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저는 그 사람이...”지아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난처한 표정은 임현숙이 급히 달려왔다.“큰일 났습니다!”“도련님, 방금 전화가 왔는데, 시언 도련님께서 오시는 길에 사고를 당했고, 시월 아가씨는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답니다!” “뭐라고요?!”시하는 걱정돼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지아가 빠르게 그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임 집사님,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둘째 형한테 교통사고가 났는데, 왜 월이까지 다친 거죠?” “제가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시언 도련님은 여기로 오던 길에 시월 아가씨와 만나셨고, 같은 차를 타고 오다가 사고가 난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둘째 형에게 그렇게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을 줄이야!’ “일단 병원에 가봐야겠어요.”“소 선생은 우리 어머니의 곁에 있어 줘. 어머니께서도...” “천천히요.”지아가 시하를 붙잡았다.“이럴 때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해야 해요.”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둘째 형과 월이가 다쳤어! 우리 소씨 가문은 더 이상 어떠한 위기도 감당할 수 없다고!” 다급한 상황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것은 누구나 알 만한 이치였다. 하지만 어둠
지아는 잠시 후 눈썹을 찌푸렸다. “어때?”시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지아가 손을 거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서는 몸이 아주 허약하세요. 아무래도 출산 때 몸이 많이 망가진 것 같아요. 천천히 조리하면 조금 나아지실 거예요.” “제 몸은 이제 조리로 나아질 상태가 아니에요.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살면 그만인 거죠.” “어머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시하는 조경숙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단호히 말했다.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꾸나.”“배도 고플 텐데, 이만 안으로 들어가시죠.” 지아는 곧장 조경숙을 부축하며 물었다.“여긴 참 아름다워요. 하지만 오랜 시간 혼자 계시면 아주 적적하시겠어요.” “저는 원래 조용한 걸 좋아해요. 게다가 우리 소씨 가문은 단합이 잘 돼서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그래서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시하 오빠가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으니, 앞으로 사모님의 곁에서 계속 함께 할 거예요.” 시하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단지 식사하러 왔을 뿐, 함께 머물겠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지아와 지내며 그녀가 침착한 성격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굳이 나서지는 않았다.조경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네요. 아들이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늘 걱정했는데, 이제부터 함께 지낼 수 있다니 정말 좋아요. 더군다나 선생님과 아이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네요.” 조경숙은 곧장 임현숙에게 객실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가 시하 오빠의 다리도 다 나을 날이 올 거예요.”“자녀분들이 이렇게 출중하신데, 사모님께서도 몸을 잘 돌보셔야 하고요, 아셨죠?” “그래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낫다는 건 저도 잘 아니까요.” “조심하세요, 앞에 계단이 있어요.”지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단 쪽으로 다가가자 계단 앞에 달린
지아는 눈앞의 귀부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정한 면 소재 원피스를 입은 채, 머리를 단정히 뒤로 묶고 있었다. 얼굴에는 화장기 하나 없었지만, 젊어 보이는 피부 덕분에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서른다섯 살 쯤의 언니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조경숙의 눈동자는 약간 흐릿했고, 먼지가 낀 보석처럼 빛을 잃은 상태였다. “사모님께서는 매일 자녀들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시다가 눈이 망가지셨어요. 하지만 시하 도련님께서 다시 일어섰으니, 사모님께서도 마음이 놓이실 겁니다.” “시하야, 이 엄마한테 얼굴 좀 보여주렴.” “어머니, 저 여기 있어요.”시하가 그녀의 치마를 살짝 잡아당겼다. 조경숙은 몸을 숙여 어린 시절처럼 시하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우리 시하가 이렇게 컸구나. 이 엄마는 잘 볼 수 없지만 말이야.” 그녀는 겨우 윤곽 정도만 식별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사물을 볼 수는 없었다.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어요?”시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조경숙을 잡았다. “사모님께서는 도련님의 감정이 더 나빠질까 걱정하시면서 비밀로 하자고 하셨습니다. 시월 아가씨 외에는 아무도 몰랐지요.” “아버지도 모르시나요?” “네, 대표님께서는 요즘 너무 바쁘신 탓에 지난 6개월간 집에 오지도 못하셨거든요.” “됐어요,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고요.”“시하야, 오늘 친구를 데려왔다고?”조경숙의 시선이 지아 쪽으로 향했다. 지아는 조경숙의 이야기에 넋을 놓고 있었다.‘이 일에도 소시월이 관련되어 있다니...!’ ‘어디를 가든 그 여자의 이름이 들리는 게 어쩐지 꺼림칙해.’하지만 지아는 조경숙의 질문에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사모님,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 이분이 바로 소희 선생님이에요. 제 불면증과 마음의 병을 고쳐준 사람이죠.” “정말 명의이신가 보네요. 그동안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명의들이 시하를 진찰했지만, 병이 호전되기는커녕 악화하기만 했거든요. 소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사모님, 과찬이세
차가 서쪽 교외 호숫가에 다다르자, 멀리서부터 아름다운 호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잔잔한 바람이 갈대를 스치고, 물새들이 무리를 지어 호수 위를 날며, 연잎 위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와 호숫가에 흩어진 꽃잎이 고요하면서도 우아한 멋을 더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그렇지? 어머니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조용한 곳에서 요양하셔야 하거든. 아무래도 주변 환경이 좋아야 어머니 마음도 편안하실 테니까.”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통일된 복장을 한 고용인들이 정돈된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마자, 깔끔한 인상의 중년 여성 집사가 차 문을 열며 공손히 인사했다.“셋째 도련님,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셨군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곳은 ‘집’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소씨 가문의 오래된 본가는 도심 한 가운데에 있었지만, 요양에는 적합하지 않아 부모님께서 이곳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에게는 그다지 정이 있는 장소가 아니었으나, 그들 형제자매에게는 부모님이 계신 곳이 바로 집이었다. 사실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이곳에 계시는 이상, 이곳이 집이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특히 소씨 가문처럼 부유한 가문에서는 부모님이 집안의 중심이자 뿌리였다. 즉, 부모님이 머무르는 곳이 그들의 안식처인 셈이었다. “임 집사님,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건강해 보시여서 정말 다행입니다.”임현숙은 시하의 어머니를 오랜 세월 보필했던 믿음직한 사람으로, 소씨 가문의 자녀들을 손수 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고용인들이 휠체어를 내리자, 지아도 무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임 집사님, 소 선생님과 무무입니다.” “전화로 들었습니다. 소씨 가문의 큰 은인이시라고요... 소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모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네.”지아는 상대가 자신의 출신을 의식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임현숙의 태도는 무한한 감사로 가득
이튿날 아침, 시하는 소씨 가문 가족들에게 미리 연락해 지아를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알렸다.그는 지아를 곁에 앉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소씨 가문은 아주 큰 가문이고, 여러 산업을 이끌고 있었어. 원래 우리 가문은 번창하고 있었지만, 큰형이 신장병을 앓기 시작한 이후로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지.”“큰형은 오랫동안 외국을 떠돌았고, 넷째는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어. 오빠들이 모습을 감추던 와중에 시영이는 세상을 떠났고, 내가 사고를 당하면서, 우리 집안은 사실상 시월이가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셈이야.” “그럼 아버님, 어머님은요?”“소씨 가문의 사업은 너무 커서, 아버지는 세계 각지의 사업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으셔. 어머니는 월이를 낳은 후로 계속 요양하시면서 외출도 하지 않으시지. 심지어 내가 자살을 시도했던 일도 걱정하실까 봐 말씀드리지 않았어.”시하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오늘은 단지 우리 가족끼리 만나는 자리니까 너무 부담 가질 거 없어.” 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린 그 배후에 있는 자를 밝혀내는 게 목적이잖아요. 진짜로 시댁에 인사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긴장하겠어요?” “하긴.”“참, 이 집사님이 어머니께 너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장말 기뻐하셨대.” 지아는 소씨 가문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을 상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으니, 사모님께서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하셨을지 짐작이 가요.” “지금이라도 오빠가 다시 일어나 주니, 정말 기쁘시겠죠.” “오빠, 진상을 조사하는 것 외에, 제가 사모님의 건강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네 의술이 훌륭하다는 걸 깜빡 잊을 뻔했어! 내 동생 지아야, 그럼 부탁 좀 할게. 어머니께서 너를 만나면 틀림없이 아주 좋아하실 거야. 그리고 앞으로는 너의 양어머니인 셈이니 호칭을 바꾸는 게 어떨까?”지아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소씨 가문의 자녀들은 다 훌륭한 사람들이야. 사모님도 분명히 우아한 어른이시겠지?’ 지아는 미리 정성스럽
소지아가 위암 양성 판정을 받았던 날, 이도윤은 자신의 첫사랑과 함께 그녀의 아들과 아동 병원에 있었다.병원 복도에서 임건우는 검사 보고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검사 결과 나왔어. 악성 종양 말기야, 수술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15~30% 정도고.”소지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깨에 멘 숄더백 끈을 잡아당겼고, 약간 창백한 작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선배, 수술 안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6개월에서 1년, 사람마다 다르지. 네 상황은 먼저 약물치료를 두 번 받은 뒤,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하면 암세포의 확산과 전이의 위험을 막을 수 있거든.”소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고마워요, 선배.”“나한테 고맙긴, 바로 입원 수속 밟자.”“됐어요, 치료할 생각이 없어요. 약물 치료 견디기 힘들 거예요.”임건우는 몇 마디 더 설득하고 싶었지만 소지아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선배, 이건 일단 비밀로 해줘요. 가족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소씨 가문 파산 이후로 아버지의 거액의 입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차마 가족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임건우는 소지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걱정 마. 입 꼭 다물고 있을게. 참, 너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네 남편 쪽은...”“선배, 우리 아빠 잘 부탁할게요,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소지아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임건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지아가 대학을 휴학하고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의학계의 천재로 불리던 소지아는 그렇게 의학계에서 사라져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지아의 아버지 소계훈이 치료를 받는 최근 2년 동안, 오직 소지아만이 바쁜 일정을 쪼개 그를 돌보았다. 정작 소지아 자신은 아파서 쓰러졌을 때도 지나가던 행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은 김나비 작가가 창작한 로맨스 분야에 속한 소설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이도윤은 소지아를 사랑했지만 소지아의 아버지가 자신의 여동생을 죽였다고 오해해서 그녀를 미친 듯이 복수하고 싶어합니다. 소지아는 위암을 걸렸는데 이도윤에게 알려주지 않고 최선을 대해 이도윤을 떠나려고 합니다. 소지아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이도윤의 그룹에 입사했습니다…
이 책은 제246화까지 업데이트했고 조회수가 84.1k에 달했으며 9.3이라는 평점을 받았으니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롯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시면 굿노벨이라는 앱에서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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