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강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 칼처럼 추위는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소지아는 일어나 계속 쫓아갔다.그러나 형편없이 망가진 소지아의 몸은 얼마 뛰지 못하고 심하게 넘어졌다. 차 문이 다시 열리자, 반질반질한 구두 한 켤레가 나타났다.소지아는 남자의 빳빳한 바짓가랑이를 따라 천천히 위로 바라보며 이도윤의 차가운 두 눈을 마주했다.“이...”소지아는 허약하게 입을 열었다.뼈마디가 분명한 두 손이 그녀 위에 떨어졌고, 순간 소지아는 그녀를 반하게 했던 하얀 셔츠의 소년을 본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두 손을 맞잡은 순간, 이도윤은 차갑게 손을 빼서 소지아에게 희망을 주었다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며 소지아의 몸이 재차 바닥으로 떨어졌다.소지아가 넘어지는 순간 마침 바닥의 깨진 유리 파편에 눌려 눈부신 피가 손바닥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잠시 놀랐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소지아는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랐다. 전에는 소지아의 손가락에 작은 상처만 나도 한밤중에 병원으로 데려간 이도윤이었다.의사는 또 웃으며 말했다.“일찍 오셨으니 다행이지 좀만 더 늦었으면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남을 뻔했네요.”기억 속의 사람은 앞에 있는 남자와 겹쳐졌고, 눈매는 여전히 과거와 같지만 달라진 것은 애정 어린 관심이 싸늘함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이도윤은 차갑고 매정하게 말했다.“소지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널 잘 알지. 마라톤 달리면서 공중제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걸음 달렸다고 넘어져?”소지아를 바라보는 이도윤의 눈빛은 마치 차가운 비수를 그녀의 몸에 꽂은 것처럼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소지아는 다소 창백한 입술을 깨물며 해석했다.“아니야, 널 속인 것 없어. 요새 좀 아파서 몸이 좀 약해진 거지...”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키 큰 남자가 허리를 굽히고 몸을 숙여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거친 손가락은 소지아의 바싹 마른 입술을 어루만졌다.“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군. 넌 너의 그 위선적
소지아는 그 사람을 언급할 때 목소리가 매우 평온해서 이미 다 정리한 것 같았다.그러나 임건우는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 사람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상처를 숨겼을 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눈물을 흘릴 게 뻔해.’임건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아버지 수술 비용 지불 전이지? 내가 먼저 빌려줄게, 나중에 갚으면 돼.”그는 소지아가 혼자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에 몇 번이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소지아는 모두 거절했다.소지아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선배, 그럴 필요 없어요.”“지아야, 아버지 치료가 중요하지. 설마 너 그 인간 쓰레기에게 굴욕을 당할지언정 내 호의는 못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나는 아무런 조건도 없고, 단지 너를 돕고 싶을 뿐이야. 우리 집안이 비록 이씨 가문보다 못하지만, 일반 가정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이 정도는 나도 괜찮으니 부담을 가질 필요 없어.”소지아는 두 손에 물컵을 들고 천천히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창백하여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선배는 좋은 사람이지만... 난 미래가 없잖아요.”이 신세도, 이 돈도 갚을 수 없었다.링거를 거의 다 맞아가자, 소지아는 망설이지 않고 주삿바늘을 뽑았다. 소독솜으로 지혈하지 않아 피가 솟구쳤다.전혀 개의치 않고 일어나 외투를 들었다.“선배, 돈 걱정은 걱정하지 마요. 이혼하기만 하면, 남편이 나에게 20억을 줄 거예요. 우리 아빠 수술받으신 지 얼마 안 됐으니 이제 병원에 가서 좀 만나봐야겠어요.”천재로 알려진 소지아는 성격이 집요해서 그때 왜 학업을 포기하고 바로 결혼에 뛰어들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녀를 잘 알고 있는 교수님조차도 소지아와의 식사 자리마다 소지아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데, 이렇게 재능을 펼칠 기회를 빼앗다니.’임건우가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하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소지아는 휴대폰을 흔들었다.“내가 부른 차 도착했어요.
소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한 번 보았는데, 종이에는 묘지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설마 그의 여동생은 이미 죽었단 말인가? 그런데 그의 여동생의 죽음은 자신의 아버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소지아는 소계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여자아이를 해칠 사람이 아니었다.두 사람이 더 이상 정보를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소지아도 두 사람을 계속 난처하게 하지 않고 조용히 이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다시 익숙한 곳에 도착하자 소지아는 만감이 교차했다.진환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사모님, 내려가시겠습니까?”“아니야, 난 여기서 기다리면 돼.”그녀와 이도윤의 마지막 만남은 이혼 수속을 밟는 것이고,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저 모두 두 사람의 추억을 담고 있었으니 더욱 괴로웠다.탓하려면 그 남자가 자신을 무척 아꼈던 것을 탓해야 한다.비록 지금은 점점 냉담해져도, 소지아의 기억 속 이도윤은 항상 다정한 사람이었다.분명히 극도로 증오해야 할 사람인데, 소지아는 끝내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차는 시동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히터가 켜져 있었고, 차 안에는 소지아 혼자만 남았다. 위가 또 아프기 시작하자, 몸을 웅크리고 자신의 두 무릎을 꼭 안고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겨울은 날이 늦게 밝았기에 7시가 넘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슴푸레했다.정원의 은행나무 잎은 벌써 다 떨어졌고, 소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황금색 열매가 익는 계절, 소지아가 은행 꼬치를 먹고 싶다고 하면 이도윤은 정원에 있는 10여 미터에 달하는 큰 키의 은행나무에 올라가 소지아에게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따주었다.푸른 잎사귀와 은행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마치 그녀에게 황금빛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그때의 이도윤은 상냥했고, 또 요리 솜씨도 좋은 소지아를 무척 아꼈다.생각에 빠진 소지아는 어느새 혼자 그 나무 밑으로 걸어갔고, 은행나무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이도윤과 소
차 안은 조용했고 백채원은 다급해서 목소리가 컸기에 소지아는 “지윤”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들었다.소지아는 임신 검사를 받은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너무 기뻐하며 이도윤의 품으로 달려갔다.“도윤아, 너 아빠 된대! 우리에게 아이 생겼다고! 아이 이름까지 내가 다 생각했는데, 만약 여자아이라면 이윤아라고 하고, 남자아이라면 이지윤이라고 부르자. 우리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 어때?”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도윤은 소지아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답했다.“이지윤이야.”“나쁜 놈!”소지아는 손을 들어 그를 때리려 했고, 이번에 그는 피하지 않고 그녀에게 정면으로 맞았다.“우리 아이의 이름을 백채원이 낳은 아이에게 주다니!”아이는 바로 소지아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고, 미친 듯이 이도윤에게 달려들었다.“이 악마야, 하늘은 왜 내 아기의 생명을 빼앗았을까? 왜 죽은 사람은 네가 아니었냐고?”이성을 잃은 소지아는 이도윤의 몸을 호되게 두드렸다.“그 여자는 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어!”이도윤은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진봉에게 분부했다.“블린시트로 가.”소지아는 더욱 흥분했다.“가정법원도 곧 도착할 건데, 가려면 이혼하고 가.”“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으니 내가 가봐야 해.”소지아는 화가 났다.“우리 아빠는 아직도 병원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간호사가 줄곧 병원비를 내라고 해서 나는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네 아이의 목숨은 목숨이고, 우리 아버지의 목숨은 목숨이 아니니?”소계훈을 언급하자 이도윤의 표정은 싸늘해졌다.“소계훈은 우리 지윤이와 비교할 자격이 되는 건가?”소지아는 화가 나서 또 달려들어 그의 뺨을 세게 때리려고 했지만, 두 손은 세게 붙잡혔고, 이도윤은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못 해?”소지아는 차가 회전하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이 모퉁이를 지나면 그들은 이혼할 수 있었다.이도윤은 소지아가 더 이상 반항하는 것을 막기
소지아는 묘지에서 한참 수다를 떨다 떠났다. 더는 슬퍼할 시간이 없었고 이제부터는 방금 찍은 사진을 계속 추적할 시간이었다.아빠가 접촉할 수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회사에 있었고, 회사 직원들부터 조사하려고 할 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아빠가 전에 지원했던 시골의 아이인 오정인이었는데, 그의 목소리는 약간 다급하게 들렸다.“아가씨, 방금 귀국하자마자 선생님께서 병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괜찮으신가요?”“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아빠는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세요.”“아이고, 소 선생님처럼 좋은 분에게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요? 그때 선생님께서 저희를 후원해 주시고 시골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저희는 아마 지금 같은 삶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소지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소계훈은 몇 년 전부터 빈곤한 시골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도록 지원했는데, 이예린이 만약 깊은 산속으로 유괴되었다면, 이런 이유로 아버지를 알게 되지 않았을까?“정인 오빠, 혹시 우리 아빠가 지원하는 그 학생들 알아요?”“나는 줄곧 소 선생님을 대신하여 아이들과 연락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알아요. 다만 최근 몇 년간 나도 출국해서 연락이 끊겼고요. 아가씨가 만약 어떤 도움이 필요하시면 돈이든 힘이든 물불 가리지 않고 도울 겁니다.”소지아는 한 가닥의 희망을 잡고 즉시 물었다.“나에게 사진 한 장이 있는데, 정인 오빠가 나를 도와 우리 아빠가 지원했던 사람이 맞는지 좀 봐줄래요?”“그래요.”오정인은 소지아가 사진을 보낸 지 30분 만에 그녀에게 자료를 보내왔다.사진 속의 여자아이는 눈빛이 밝고 깨끗해서 확실히 묘비의 여자애와 많이 비슷했다. 특히 한 쌍의 눈은 아주 이도윤을 닮았다.이 여자애의 이름은 조율이었고 척박한 큰 시골 출신이었다. 소계훈은 12년 전부터 조율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대학까지 성적이 우수해서 고등학교 때 국내외 최고의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율은 국내에 남아 공
그녀의 병세가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건우는 약물치료를 모레부터 하기로 했다.약물치료의 부작용은 매우 많았다. 약물치료 끝나기 2주 전, 몸은 극도로 허약하고 탈모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지아는 반드시 미리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위해 계획을 잘 세워두어야 했다.소계훈은 잠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병원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비용을 조금 더 낸 후 집으로 돌아갔다.자신과 이도윤이 살던 신혼집에서 떠나려 했는데, 약물치료 후 몸이 버티지 못할까 봐 미리 이삿짐센터를 불렀다.그 외에 온 사람은 소지아의 가장 친한 친구인 김민아였다. 정장 차림에 가방을 메고 하이힐을 신은 채 손에는 군고구마 두 개를 들고 다급히 달려왔다.김민아는 소지아를 멀리서 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지아야, 너 마침내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야! 이 언니가 오늘 금방 지난달 커미션 받았는데, 저녁에 우리 다크호스 클럽에 가서 재밌게 놀아보자. 세 발 달린 고양이는 찾기 힘들어도 두 다리 가진 남자는 널려 있잖아.”김민아는 이번 주에 남자친구를 만나느라 외국에 다녀와서 소지아의 병에 대한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다만 소지아가 마침내 단념하고 이혼하는 것이라 생각했다.소지아는 웃으며 말했다.“그건 안 돼. 네 남자친구가 만약 네가 클럽에 가는 것을 알면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나 찾아와서 따질 것 같아.”“말도 마, 난 더 이상 북반구의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아. 원래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했는데, 세상에, 무슨 일 생긴 줄 알아? 그는 내가 다리 부러지도록 집 팔아서 번 커미션을 가지고 그곳에서 다른 여자랑 알콩달콩 하고 있었어.”김민아는 욕설을 퍼부었고, 더 이상 눈물을 숨길 수 없었다. 7년간의 사랑은 결국 이렇게 끝났다.소지아는 몇 마디 위로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그 엉망진창인 혼인을 생각했다. 자기 코가 석자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겠는가?“너 가서 난동 안 부렸어?”김민아는 소지아를 끌고 정
방금 실연당한 두 여자가 한데 모이자, 김민아는 바로 멋진 헤어디자이너를 찾았다. 남자 디자이너는 소지아를 보더니 눈이 반짝거리며 즉시 현재 가장 핫한 헤어스타일을 추천했다.소지아는 바로 거절했다.“짧게 잘라줘요. 짧을수록 좋으니까.”“아가씨, 지금은 쿨한 스타일이 유행이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머리가 너무 짧으면 아가씨 스타일링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어깨 정도까지만 자릅시다. 그럼 나이도 어려 보일 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잘 어울리죠.”“됐어요.”“아가씨는 머리카락 색깔도 짙고 오래 기른 거 같은데, 다 잘라내면 너무 아쉽잖아요.” 남자는 안타깝게 고개를 저었다.소지아는 거울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잘 쉬지 못해서 안색이 나빴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가꾸지 못한 검은 머리는 마음대로 흐트러져 안타까워 보였다.이도윤은 소지아의 긴 머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소지아는 몇 년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다. 디자이너가 아까워하는 것을 보고 소지아는 한쪽의 가위를 들고 살짝 웃었다.“그럼 내가 할게요.”손에 가위를 들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검은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은 흩어져 마치 그 풋풋하고 아름다운 청춘이 떠나는 것 같았다.“자, 나머지는 전문가께 맡길게요.” 소지아는 디자이너에게 가위를 돌려주고 스타일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핑크빛으로 물들인 김민아가 나와서 소지아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보고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바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나 마침내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란 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지아야, 너 정말 너무 멋있다!”소지아의 짧은 머리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김민아는 재빨리 소지아를 끌고 백화점에 가서 그녀에게 시크한 스타일의 옷을 몇 벌 사주었다. 두 사람은 골목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어둠이 내리자 김민아는 소지아를 끌고 쇼윈도 밖에서 셀카를 찍어 SNS에 공유했다.그리고 멘트를 달았다.[환생.]소지아는 김민아와 함께
이도윤의 차가운 눈빛이 진환을 쏘아보자 진환은 바삐 해석했다.“대표님, 사모님은 지금 김민아 씨와 함께 있습니다.”김민아는 소지아의 절친으로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도 아주 정상적이었다. 그때 소지아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이도윤은 진환에게 그녀의 SNS 계정을 추가하게 했다.진환은 설명하면서 휴대전화를 뒤적였다. 먼저 김민아의 첫 게시물을 찾았는데, 김민아는 낭만적인 핑크색 곱슬머리를 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도윤은 김민아의 곁에 있는 소지아를 한눈에 보았다.평소 스타일과는 천양지차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는 귀까지 오는 짧은 머리가 되었고, 그 수척한 작은 얼굴과 함께 지난날 웃으면 작은 태양처럼 화사했던 소녀스러움도 많이 퇴색되어 우울한 느낌이 더 강했다.사진 속 소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넓은 셔츠를 입어 정교한 쇄골을 드러내며 금욕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했다.사진과 함께 올라온 멘트는 ‘환생’이었다.이도윤은 휴대폰을 든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요 1년 내내 소지아는 자신에게 매달렸고, 이제 손을 놓기로 선택했다. 분명히 자신이 원한 대로 되었는데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가슴이 아픈 것일까?아니, 자신의 여동생이 땅속에서 자고 있는데 소지아는 무슨 근거로 ‘환생’을 언급했을까?자신은 결코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단지 달갑지 않을 뿐이다.‘고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지금 도망쳐서는 안되지.’이도윤은 여전히 자신의 생각에 잠겨있을 때 진환이 또 한마디 덧붙였다.“김민아 씨가 사모님을 클럽으로 데려갔습니다.”그는 다음 사진을 보았다. 어두컴컴한 환경에서 소지아는 약간 나른하게 부드러운 소파에 기대어 있었고, 생김새가 깨끗한 하얀 셔츠를 입은 소년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포도를 먹였다.이 순간, 이도윤은 진환의 휴대전화를 거의 부술 뻔했다.“다크호스 클럽으로 가.”차 안에서 싸늘한 냉기가 맴돌았다. 이도윤은 머릿속에 그 하얀 셔츠 소년을 떠올렸다.소지아는 이도윤이 흰 셔츠를 입을 때마다 늘 한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