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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Author: 김나비

제1화

Author: 김나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9-15 14:47:51
소지아가 위암 양성 판정을 받았던 날, 이도윤은 자신의 첫사랑과 함께 그녀의 아들과 아동 병원에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임건우는 검사 보고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야, 검사 결과 나왔어. 악성 종양 말기야, 수술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15~30% 정도고.”

소지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깨에 멘 숄더백 끈을 잡아당겼고, 약간 창백한 작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선배, 수술 안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6개월에서 1년, 사람마다 다르지. 네 상황은 먼저 약물치료를 두 번 받은 뒤,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하면 암세포의 확산과 전이의 위험을 막을 수 있거든.”

소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

“고마워요, 선배.”

“나한테 고맙긴, 바로 입원 수속 밟자.”

“됐어요, 치료할 생각이 없어요. 약물 치료 견디기 힘들 거예요.”

임건우는 몇 마디 더 설득하고 싶었지만 소지아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선배, 이건 일단 비밀로 해줘요. 가족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소씨 가문 파산 이후로 아버지의 거액의 입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차마 가족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임건우는 소지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걱정 마. 입 꼭 다물고 있을게. 참, 너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네 남편 쪽은...”

“선배, 우리 아빠 잘 부탁할게요,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

소지아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임건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

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지아가 대학을 휴학하고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의학계의 천재로 불리던 소지아는 그렇게 의학계에서 사라져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지아의 아버지 소계훈이 치료를 받는 최근 2년 동안, 오직 소지아만이 바쁜 일정을 쪼개 그를 돌보았다. 정작 소지아 자신은 아파서 쓰러졌을 때도 지나가던 행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남편은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소지아는 지난날을 회상했다. 갓 결혼했을 때는 이도윤도 진심으로 결혼생활에 진심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첫사랑이 임신한 몸을 이끌고 귀국한 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그때 임신 중이었던 소지아 이도윤의 첫사랑과 동시에 물에 빠지게 되었다.

몸부림치던 소지아는 남편이 필사적으로 백채원을 향해 헤엄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았다. 그렇게 백채원과 소지아는 동시에 조산했고, 소지아는 비교적 늦게 구조되어 골든타임을 넘겨버렸다. 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때, 소지아의 아이는 이미 뱃속에서 심장이 멎은 뒤였다.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7일째 되는 날, 이도윤은 소지아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녀는 줄곧 승낙하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지아는 이도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연결음이 세 번 울린 후, 그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이혼을 동의하는 것 외에 난 널 만나지 않을 거야.”

소지아는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시울이 빨개졌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자신이 아프다는 말을 꾹 눌러 삼키는 순간, 백채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전화에서 울렸다.

“도윤아, 아이 검사하러 들어가야 하는데.”

그동안 꾹꾹 참아오던 눈물이 쏟아졌다. 소지아는 아이도 잃었고, 집안도 망했는데 이도윤은 오히려 다른 사람과 새로 가정을 꾸렸다. 이제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소지아는 예전처럼 애걸하지 않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도윤, 우리 그만 이혼하자.”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한순간 멈칫했고, 이어서 콧방귀를 뀌었다.

“소지아, 너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소지아는 눈을 감고 또박또박 말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고, 소지아는 힘없이 벽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복도 밖의 큰비는 비스듬히 내리며 그녀의 몸을 적셨고, 그녀는 핸드폰을 든 채 자신의 젖은 옷소매를 입에 물고 소리 없이 한참을 울었다.

이도윤은 갑자기 끊긴 전화를 보고 넋을 잃었다.

‘1년 동안 이혼하지 않겠다고 죽어라 버티던 사람이 오늘은 왜 갑자기 생각이 바꾸었을까?’

핸드폰 너머 소지아는 분명히 울먹이고 있었다. 창밖의 억수 같이 내리는 비를 보고 이도윤은 성큼성큼 진료실을 나왔다.

“도윤아, 어디 가는 거야?”

백채원은 아이를 안고 쫓아 나왔지만 이도윤이 재빨리 떠나는 뒷모습만 보았다. 갑자기 음험한 표정이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뒤덮었다.

‘천한 년, 왜 아직도 단념하지 않는 거야?’

이도윤이 두 사람의 신혼집에 발길을 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었다. 소지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 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도착했을 때, 텅 빈 별장에는 불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아 무척 썰렁했다.

겨울은 너무 일찍 다가와서, 겨우 저녁 6시였지만 밖은 이미 어둑어둑했다.

이도윤은 식탁 위의 시든 꽃을 힐끗 바라보았다.

소지아는 절대로 꽃이 이렇게 시들 때까지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오직 한가지, 요 며칠 그녀는 집에 없었고, 줄곧 병원에서 아버지 병실을 지켰을 것이다.

소지아가 문을 밀고 들어서자, 양복을 입고 훤칠한 키의 남자가 식탁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잘생긴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순간, 칠흑 같은 동공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원한이 가득했다.

차에서 내린 후, 큰비 속에서 달려온 소지아의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이도윤의 차가운 눈빛에 소지아는 모골이 송연했다.

“어디 갔었어?”

이도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소지아의 눈빛 역시 지난날의 밝고 따뜻한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담담하게 이도윤을 바라보았다.

“내 생사에 관심이 있긴 한 거야?”

이도윤은 싸늘하게 웃었다.

“네가 죽으면 아무도 이혼합의서에 사인하지 않을까 봐.”

이 말 한마디는 마치 비수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을 세게 찔렀다. 소지아는 흠뻑 젖은 몸을 이끌고 들어왔고, 울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평온하게 서류 봉투 안에서 합의서를 꺼냈다.

“안심해, 난 이미 사인했어.”

소지아가 합의서를 식탁에 올려놓자, 이도윤은 갑자기 이혼이라는 두 글자가 굉장히 생경하게 느껴졌다.

협의 이혼에 대한 조건으로 단 한 가지 요구사항만 있었는데, 그것은 20억의 위자료였다.

“네가 왜 이혼에 동의하나 했더니, 역시 돈이었어.”

이도윤의 비웃는 표정이 소지아의 시선에 들어왔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소지아는 아마 무슨 말이든 변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피곤했다.

그래서 조용히 제자리에 서서 가볍게 대답했다.

“원래 나는 이 대표 당신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해서 절반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 지금은 단지 20억을 원할 뿐이야. 결국 내가 손해 보는 거지.”

이도윤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자 큰 그림자가 소지아를 뒤덮었다. 늘씬한 손가락으로 소지아의 턱을 잡았고,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 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

“이 대표님 호칭이 맘에 안 든다면, 전남편이라고 불러도 좋고. 사인만 하면 되니까 이제 가봐.”

여자의 오만한 표정은 이도윤의 불만을 자아냈다.

“이것은 내 집이야, 무슨 자격으로 나더러 떠나라고 하는 거지?”

소지아는 입술을 구부리며 차갑게 웃었다.

“그건 그렇지만 이 대표님은 걱정 붙들어 매시지. 이혼만 하면 나는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말을 마치자 그녀는 이도윤의 손을 뿌리치며 새까만 눈동자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붉은 입술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도윤, 내일 아침 9시에 이혼합의서 들고 가정법원으로 와, 우리 이제 깨끗하게 끝내.”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reo2477
이거 인물들 이름만 바뀌었지 대표님 사모님은 이미 떠나셨습니다 랑 내용이 동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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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3-09-1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8화

    소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한 번 보았는데, 종이에는 묘지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설마 그의 여동생은 이미 죽었단 말인가? 그런데 그의 여동생의 죽음은 자신의 아버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소지아는 소계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여자아이를 해칠 사람이 아니었다.두 사람이 더 이상 정보를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소지아도 두 사람을 계속 난처하게 하지 않고 조용히 이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다시 익숙한 곳에 도착하자 소지아는 만감이 교차했다.진환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사모님, 내려가시겠습니까?”“아니야, 난 여기서 기다리면 돼.”그녀와 이도윤의 마지막 만남은 이혼 수속을 밟는 것이고,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저 모두 두 사람의 추억을 담고 있었으니 더욱 괴로웠다.탓하려면 그 남자가 자신을 무척 아꼈던 것을 탓해야 한다.비록 지금은 점점 냉담해져도, 소지아의 기억 속 이도윤은 항상 다정한 사람이었다.분명히 극도로 증오해야 할 사람인데, 소지아는 끝내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차는 시동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히터가 켜져 있었고, 차 안에는 소지아 혼자만 남았다. 위가 또 아프기 시작하자, 몸을 웅크리고 자신의 두 무릎을 꼭 안고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겨울은 날이 늦게 밝았기에 7시가 넘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슴푸레했다.정원의 은행나무 잎은 벌써 다 떨어졌고, 소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황금색 열매가 익는 계절, 소지아가 은행 꼬치를 먹고 싶다고 하면 이도윤은 정원에 있는 10여 미터에 달하는 큰 키의 은행나무에 올라가 소지아에게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따주었다.푸른 잎사귀와 은행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마치 그녀에게 황금빛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그때의 이도윤은 상냥했고, 또 요리 솜씨도 좋은 소지아를 무척 아꼈다.생각에 빠진 소지아는 어느새 혼자 그 나무 밑으로 걸어갔고, 은행나무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이도윤과 소

    Last Updated : 2023-09-15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9화

    차 안은 조용했고 백채원은 다급해서 목소리가 컸기에 소지아는 “지윤”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들었다.소지아는 임신 검사를 받은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너무 기뻐하며 이도윤의 품으로 달려갔다.“도윤아, 너 아빠 된대! 우리에게 아이 생겼다고! 아이 이름까지 내가 다 생각했는데, 만약 여자아이라면 이윤아라고 하고, 남자아이라면 이지윤이라고 부르자. 우리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 어때?”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도윤은 소지아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답했다.“이지윤이야.”“나쁜 놈!”소지아는 손을 들어 그를 때리려 했고, 이번에 그는 피하지 않고 그녀에게 정면으로 맞았다.“우리 아이의 이름을 백채원이 낳은 아이에게 주다니!”아이는 바로 소지아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고, 미친 듯이 이도윤에게 달려들었다.“이 악마야, 하늘은 왜 내 아기의 생명을 빼앗았을까? 왜 죽은 사람은 네가 아니었냐고?”이성을 잃은 소지아는 이도윤의 몸을 호되게 두드렸다.“그 여자는 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어!”이도윤은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진봉에게 분부했다.“블린시트로 가.”소지아는 더욱 흥분했다.“가정법원도 곧 도착할 건데, 가려면 이혼하고 가.”“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으니 내가 가봐야 해.”소지아는 화가 났다.“우리 아빠는 아직도 병원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간호사가 줄곧 병원비를 내라고 해서 나는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네 아이의 목숨은 목숨이고, 우리 아버지의 목숨은 목숨이 아니니?”소계훈을 언급하자 이도윤의 표정은 싸늘해졌다.“소계훈은 우리 지윤이와 비교할 자격이 되는 건가?”소지아는 화가 나서 또 달려들어 그의 뺨을 세게 때리려고 했지만, 두 손은 세게 붙잡혔고, 이도윤은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못 해?”소지아는 차가 회전하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이 모퉁이를 지나면 그들은 이혼할 수 있었다.이도윤은 소지아가 더 이상 반항하는 것을 막기

    Last Updated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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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2화

    뒤돌아보지 않아도, 지아는 자신을 향한 차가운 한 줄기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 오래 기다렸답니다.”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키가 조금 작은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록 그 사람은 철저히 변장한 상태였으나, 지아는 단번에 그 사람의 눈을 알아보았다.“강세라!”지아가 자신의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을 보고, 상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어떻게...” 지아를 위해 준비한 함정이 결국 자신을 묶는 족쇄가 되었음을 느낀 강세라는 자신의 목적을 되새기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탕!총성이 울리자 강세라의 손목에 총알이 박혔고, 강세라가 들고 있던 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골목 입구에는 훈련받은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고, 강세라는 손목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소리쳤다.“저 X을 죽여!!” 모든 상황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졌다. 강세라의 부하들이 행동하기도 전에, 골목 입구 2층에서 몇 명이 뛰어내려 잽싸게 강세라의 부하들을 제압해 버렸으니 말이다. 혼란을 틈타 지아를 향해 총을 쏘려던 한 사람은 뒤에서 덮친 누군가의 일격으로 즉시 쓰러지기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세라가 데려온 여섯 명은 모두 능숙한 사람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강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쏜 사람을 바라보았다. 골목 입구에 서 있는 그는 키가 컸으나, 역광으로 인해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강세라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남자는 느릿느릿 걸어왔고, 말 한마디 없이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를 본 지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여긴 왜 왔어?” 도윤이 지아 옆에 서더니 자연스레 그녀를 품에 안았다. 도윤은 먼 길을 고생하며 달려왔고,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해 목소리가 다소 쉰 듯했다. “더 늦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다정한 두 사람을 본 강세라는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X아! 감시 시하 씨를 두고 다른 남자와 놀아나?! 난 이미 네 속셈을 알고 있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1화

    지아는 자연스레 시하의 목을 끌어안으며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둘째 도련님은 꼭 나아질 거예요. 오빠의 몸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요.” 시하는 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깊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을 거야.” 지아는 얌전히 시하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고, 두 사람은 연인처럼 낮게 속삭였다. 지아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자,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요. 맞다,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죠? 뭐 좀 사 올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람만 무사하면 다 잘될 거예요.” “그런 일은 경호원이 하면 돼.” “어차피 병원에선 제가 도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오빠의 입맛은 제가 더 잘 아니까 제가 다녀올게요.” 이 말을 끝으로 지아는 시하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병원을 떠나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나서는 기척을 느꼈다. 한편, 눈빛이 변한 시하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 따라가서 소 선생님을 보호해!” 병원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아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경호원들은 지아를 따라나섰다. 지아는 고의로 시간을 끌며 강세라라는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 며칠 강세라는 질투심에 미쳐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간신히 기회를 찾아 행동에 나섰는데 강세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지아는 근처 야시장으로 향했다.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지고 막 건너려던 순간, 멈춰 서 있던 차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지아를 향해 돌진했다.불빛도 경적도 없는, 뒤에서 덮치는 호랑이와 같은 기습 공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는 이미 차가 지아에게 근접한 상태였다. 다행히 지아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차가 다가오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운이 좋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인도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어떤 사람은 가까스로 달아났고, 어떤 사람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0화

    시언은 지아가 왜 시월의 반응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월이를 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월이를 제 품에 안은 거죠.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겁니까?” 지아는 차마 시언에게 냉혹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아직은 증거를 모아야 해’ ‘이 사람들은 소시월을 너무도 아끼는 사람들이라, 늘 눈에 장밋빛 필터를 쓰고 있어.’ “아니요, 도련님은 정말 훌륭한 오빠였습니다. 저는 단지 당시 상황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그러니 조금만 진정해 보세요. 제가 시하 오빠의 다리를 고쳤듯이, 도련님의 손을 고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정말입니까?”“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럼 시하의 다리가 이미 치료되었는데,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거죠?” 지아가 시언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소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검은 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인즉슨...”지아는 그제야 모든 계획을 시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시언 도련님.”“그동안 도련님도 제 의심의 대상 중 한 명이였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이런 곤경을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시언은 잠시 멍하니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모든 것을 서서히 받아들였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 디자인에 몰두하던 사람이 오늘 병상에 누워서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계획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큰형이 계속 많은 경호원을 대동하라고 했던 거군요. 저는 그저 형의 과민 반응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형은... 제가 정말로 사고를 당할까 봐 두려웠던 거였어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소 선생님,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요?”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오늘 일로 약간의 실마리를 잡았어요.”“도련님, 제가 이 비밀을 말하는 이유는 도련님께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소씨 가문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49화

    지아도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한 적이 있었다. 그 칠흑같이 어둡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진흙탕 속에서, 하염없이 길을 헤매며 온몸에서 피를 흘렸으니 말이다. 지아는 수도 없이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에게도 미래가 없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지아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견뎌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아는 화장실로 가서 깨끗한 수건을 적셨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 천장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진 시언이 보였다.그는 그야말로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심지어 손으로 눈물을 막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형, 울지 마. 다 잘 될 거야, 진짜 다 잘 될 거야...”“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오빠가 작품을 완성할 수 없게 만든 거야. 이번 쇼도 나 때문에 취소될 거야... 엉엉...” 오직 지아만이 아무 말 없이 뜨거운 수건을 그의 눈 위에 덮어주었다. 이 순간, 시언은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고, 그저 자신의 무력함을 가리고 싶을 것이었다. 흘러내린 눈물이 수건을 적셨지만, 그의 무력함과 방황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시언이 목젖을 움직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정말.” 지아가 겨우 입을 열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시월 아가씨도 오늘 교통사고를 겪었으니,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여기엔 제가 있을 테니, 여러분은 잠시 쉬세요.” “그럼 너는...” 지아가 말했다.“저는 의사잖아요. 여러분 보다 시언 도련님을 더 잘 돌볼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시언 도련님은 지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으실 거예요. 잠시 시간을 갖는 게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요.” 시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그럼 부탁 좀 할게.” 지아는 문을 닫던 찰나, 침대에서 들려오는 흐느낌을 들었다.“선생님도 가세요. 저는... 혼자 있고 싶어요.” “도련님,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는...” “예전에 시하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저도 저런 식으로 위로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48화

    지아는 더 이상 예전처럼 일이 생기면 긴장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빈틈없이 정리했고, 집에 시후가 있는 동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시언의 수술이 막 끝났고, 그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지아가 도착했을 때, 시하는 시언의 곁을 지키며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더 이상 팔을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면, 다시는 디자인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면,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팔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시언이 형은 분명히 무너지고 말 거야.’ “미안해, 오빠, 다 나 때문이야. 만약 오빠가 날 구하려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야...” 시하의 곁에는 시월이 서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상처 두 곳에 반창고가 붙여져 있었으며, 그저 슬픈 표정으로 시하의 옆에 서 있었다.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오히려 너라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우리 가문에는 더 이상 불행이 있어서는 안 돼.” “소희야, 왔어?” 지아가 엄숙한 얼굴로 다가갔다.“시언 도련님은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어요?” “의사 선생님이 곧 깨어날 거라고 했어.”시하가 한숨을 쉬었다. 지아는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얼마 후에 있을 시언의 쇼를 떠올렸다.‘팔을 다쳐버렸으니,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어버렸구나.’얼마 지나지 않아 시언을 깨어났는데, 여전히 교통사고의 순간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월아, 월아!!!”시월은 눈물을 흘리며 침대 옆으로 달려갔다.“오빠, 나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 무사한 시월을 보고 나서야 시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월아,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시언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예전처럼 시월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극도로 힘을 주고, 이마에 고통으로 찬 땀이 맺혔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시언이 이불 아래 자기 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내 팔... 내 팔이 왜 이래?” “오빠, 미안해 다 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47화

    지아는 시하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먼 길을 달려온 시후였다. 가족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서둘러 돌아온 것이었다. 잠자리에 들려고 하던 조경숙은 시후가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당장 일어나려 했다.“우리 큰아들이 왔구나!” “사모님, 천천히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시고요.”지아가 서둘러 조경숙을 부축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찰나, 시후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어머니, 저예요.” “어서 들어오렴.”시후가 문을 열고 들어와 지아와 눈을 맞추며 가볍게 인사했다.“도련님.” “손님이 계셨네요.”“그래, 아주 좋은 사람이야. 시하가 데려온 친구인데, 나랑도 정말 잘 맞더구나.” 조경숙이 시하의 얼굴을 천천히 더듬었다.“우리 아들, 많이 여위었구나.” 시후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조경숙의 손길이 마치 시각 장애인처럼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시후는 조경숙의 눈을 유심히 살폈는데, 흐릿한 그녀의 눈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라 보였다.“어머니, 눈이 왜 그래요?”“별일 아니란다.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말이야. 너는 좀 어때? 몸은 괜찮아졌니?” 시후는 조경숙이 외부에서 요양하다가 시력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저는 괜찮아요. 오랜만에 어머니를 뵙고 싶었던 건데,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쉬세요.” “그래, 네가 돌아오니 엄마 마음도 한결 놓이는구나.”“사모님, 저도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시후야, 그분은 우리 집의 귀한 손님이니 잘 모셔야 해. 절대 소홀히 대해선 안 돼, 알겠지?” “알겠습니다.”“이쪽으로 오시죠, 선생님.” 지아는 시후와 함께 방을 나서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지금 상황은 어때요?” “시언이는 더 이상 팔을 쓸 수 없게 되었어.” “그럼 시월 아가씨는요?”“교통사고 당시, 시언이가 월이를 감싸 안아 모든 충격과 유리를 대신 맞았더라고. 시월이는 약간의 찰과상 정도만 입었고, 다른 문제는 없어. 하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46화

    “사모님, 시언 도련님의 쇼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시월 아가씨와 시하 오빠가 도와주러 가게 됐어요.”지아가 말했다.조경숙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시언이 쇼에 문제가 생기다니요? 그리고 시월이가 도와주러 가는 건 그렇다 쳐도, 시하는 거기에 왜 간 거죠?” “사실 시언 도련님께서 시하 오빠에게 고급 맞춤 정장을 만들어 주셨거든요. 휠체어의 힘을 빌려서라도 쇼 런웨이에 서보라고 하셨는데, 세상 모든 이에게 몸이 불편하더라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물론 시하 오빠에게 용기를 주려는 목적이 컸겠지만요.” “그래도 시언이가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네요. 우리는 모두 그 아이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그 아이의 쇼장에 가길 원했어요. 비록 지금은 가문이 이렇게 산산조각 났지만요...” “다 잘될 거예요.”지아가 조경숙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요?” 임현숙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시언 도련님은 지금 병원에 있는 데다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조차 알 수 없는데...’“사모님, 당분간 그분들을 기다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언 도련님은 작품에 아주 까다로우시잖아요. 이번에도 시하 오빠와 언제까지 수정할지 모르는 일이고요.” 지아가 부드럽게 말했다.“그것도 그러네요. 그나저나, 우리 집 사람들을 잘 아시는 모양이네요?”조경숙이 중요한 점을 포착했다. 자료를 여러 번이고 검토한 지아가 어찌 이런 정보조차 모를 수 있겠는가. 지아가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저는 며칠 동안 시하 오빠와 함께 있었잖아요. 모두 오빠가 이야기해 준 내용이에요.” 옆에 있던 임현숙이 헛기침을 했다.“소 선생님, 아직 시하 도련님과 확실한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닌데,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닌가요? 아직 소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데 말이죠.” “임 집사, 손님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사모님, 저는 단지 소 선생님께서 자신의 신분을 똑바로 알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 벌써 소씨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45화

    한참을 돌아다닌 후, 지아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상황은 좀 어때요?”시하의 목소리에는 다소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별로 좋지 않아. 내가 도착했을 때 둘째 형이 팔을 심하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 월이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아직도 의식이 없고.]지아가 미간을 찌푸렸다.“하필 팔이라니, 디자이너가 팔을 못 쓰게 된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시하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가 예전에 다친 곳은 발이지 않은가. [운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는데,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해 운전자가 마약을 한 상태였대. 돈도 없고, 결혼도 못한 마약 중독자였던 거지. 약물을 과다 복용한 채로 도로를 질주한 모양인데, 체포된 후에 경찰서에서 목숨을 거뒀어. 이제 증거가 없어서 막다른 길에 놓인 셈인데... 어쩌지?]지아는 시하의 억눌린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니면 제가 가서 한번 볼까요? 어쩌면 시언 도련님의 팔을 되살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참, 네 의술이라면 문제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머니는...”시하는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여긴 안전할 거예요. 경호원들과 무무를 남겨둘 거거든요.” 시하는 지아가 왜 무무를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냥 세 살짜리 아이라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 비록 시하도 원치 않았지만, 상황이 불투명한 데다가, 어둠 속에 있는 상대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닌 꼴이 되어버린 꼴이었다. ‘둘째 형의 팔이 그 지경이라면, 더 나은 방법이 없겠어.’ 지아가 전화를 끊고 무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무무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지아의 옷깃을 꽉 잡았는데, 아무래도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듯했다. “엄마는 반드시 조심할 거야.”“아가, 너는 원봉 아저씨와 함께 있어. 그분이 널 지켜주실 거야. 엄마는 금방 다녀올게.” 지아는 떠나기 전에 또 원봉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게다가 조경숙에게 작별 인사를 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44화

    조경숙이 명담의 손등을 두드렸다.“명담아, 네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건 잘 알지만, 지난 6개월간 그렇게 많은 의사들이 왔다 갔는데도 별 효과가 없었어. 내 눈은 아마...” “큰어머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꼭 좋아지실 거예요.”“우선 앉아서 물 한잔하세요.” 조경숙이 물잔을 받아서 들었다.“명담아, 이렇게 자주 와줘서 늘 고맙게 생각해. 네가 없었으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구나.” “큰어머니, 큰어머니를 돌볼 수 있다는 건 제 복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부끄럽습니다.”지아는 조용히 옆에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명담에게는 의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조경숙을 바라보는 눈빛은 결코 가식적이지 않았다. ‘만약 저게 연극이라면, 정말 대단한 수준인 거야.’ 조경숙은 물을 다 마시고 나서야 옆에 있던 지아와 무무의 윤곽을 보았다. 그녀가 지아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소 선생님, 이리 와보시겠어요?” “사모님.”지아가 얌전히 조경숙의 곁에 섰다. “사양하지 말고 앉으세요. 부디 여기가 소 선생님의 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전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정말 즐거웠거든요.”“참, 시하는 어디 갔나요?” 지아는 조경숙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찾았다.“시하 오빠는 객실에서 쉬고 있어요. 제가 사모님 곁에 있어 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저랑 여기저기 좀 걸을까요? 시하는 저녁 먹을 때쯤 깨우면 되니까요.” 조경숙의 얼굴에는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 얼굴은 지아가 다소 어색함을 느끼게 했다. 심지어 조경숙이 말을 걸 때마다, 나이가 많지 않은 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아는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조경숙의 얼굴에는 인위적인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일부 부잣집 사모님들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갖은 노력을 들이지만, 그런 얼굴은 지속성이 훌륭하지 않아서 단번에 알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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