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밤, 소지아는 혼자 욕실로 돌아왔다.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틀자 소지아를 둘러싸고 있던 추위가 씻겨나갔다. 빨갛게 부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한 방으로 들어갔다.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한 어린이 방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가볍게 벨을 흔들자, 오르골 음악 소리가 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방의 조명은 무척 따뜻했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소지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아마도 이게 내가 받아야 할 벌인가 봐.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지 못해서 지금 신이 이제 내 생명까지 빼앗으려는 건가...’소지아는 1.2미터 길이의 어린이 침대에 올라 누워 몸을 웅크렸다. 왼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오른쪽 눈으로 흘러내리며 볼에서 미끄러져 아래에 깔린 담요까지 촉촉하게 적셨다.침대 위에 있던 인형을 꼭 안고 중얼거렸다.“미안해, 아가야,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를 지켜내지 못 했어. 근데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곧 갈게.”아이가 세상을 떠난, 소지아의 정신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치 아름다운 꽃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어둠에 잠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이 돈만 남기면 자신의 아이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소지아는 이미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고개를 숙여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결혼사진을 바라보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그녀는 특별히 위에 좋다는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비록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었다.소지아는 외출하자마자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보호자님, 지금 환자분께서 갑자기 심장이 발작을 일으켜서 이미 수술실로 옮겼습니다.”“곧 갈게요!”소지아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고, 수술은 아직 끝나기 전이었다. 수술실 문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기다렸다.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이제 유일한 희망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회복하여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백채원은 하얀 고급 캐시미어 외투를 입고 있었고, 귀에 있는 호주산 진주는 그녀를 부드럽고 기품 있도록 돋보이게 했다.목에 두른 숄만 해도 수백만 원을 호가했고, 점원은 백채원을 알아보고 얼른 맞이했다.“사모님, 오늘은 대표님께서 함께 주얼리 보러 오시지 않으셨네요?”“사모님, 가게에 또 신상이 들어왔는데, 다 사모님과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사모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비취가 도착했는데, 이따가 한 번 착용해 보세요. 사모님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점원이 사모님 사모님 하자 백채원은 미소를 지으며 소지아를 쳐다보았고,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승리에 도취되었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도윤이 백채원을 무척 아낀다고 알고 있었지만, 소지아가 그의 공식적인 법적 아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소지아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왜 하필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까?백채원이 부드럽게 물었다.“이렇게 좋은 재질의 반지를 가지고 와서 돈을 바꾸면, 손해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소지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뻗어 반지를 도로 빼앗아왔다.“안 팔래요.”“안 판다고요? 정말 아쉽네요. 이 반지 정말 맘에 드는데, 그래도 아는 사이니까 비싼 값에 사려고 했어요. 소지아 씨는 돈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소지아의 손은 제자리에 굳어졌다. 그렇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아주 간절하게. 백채원은 이 점을 알고 거리낌 없이 그녀를 짓밟았다.옆에 있던 점원이 나서서 얼른 충고했다.“아가씨, 이 분은 이씨 그룹 대표님의 약혼녀인데, 아가씨 반지가 마음에 든다고 하시니 높은 가격을 제시하실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아가씨도 저희 쪽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죠.”사모님이란 호칭은 소지아의 귀에 무척 거슬렸다. 분명히 1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이도윤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며 백채원이 감히 이도윤의 아내가 되겠다는 꿈도 꾸지 못하게 했었는데.겨우 1년만에, 사람들은 모두 백
변진희는 소지아가 8살 때 떠났다. 그날은 소계훈의 생일이었는데, 집에 돌아와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할 생각으로 신나게 들어왔다. 그러나 들어가자마자 본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 합의서였다.소지아는 엄마를 쫓아가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고, 신발이 벗겨져도 모른 채 달렸다. 마침내 붙잡은 변진희의 다리를 안고 끊임없이 울부짖었다.“엄마, 가지 마요!”고귀한 여자는 그녀의 앳된 볼을 쓰다듬었다. “미안.”“엄마, 나 이번에 전교 일등 했는데, 아직 내 시험지 못 봤잖아요. 엄마 사인받아야 한단 말이에요.”“엄마, 가지 마요, 나 말 잘 들을게요, 앞으로 놀이동산에도 안 가고 더 이상 엄마 화나게 하지 않을게요, 말 잘 들을 테니까 제발...”소지아는 당황하여 엄마를 붙잡기 위해 애걸복걸했다. 변진희는 단지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으며, 지금은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말했다.소지아는 낯선 아저씨가 그녀를 대신해서 트렁크를 차에 실은 뒤 손을 잡고 떠난 것을 보았다.그리고 맨발로 땅에 넘어질 때까지 수백 미터를 쫓아갔고, 무릎과 발바닥은 모두 상처투성이였으며,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차가 떠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때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커서야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가 아버지에게 들켰다는 것을 알고 아예 이혼을 제기하고 홀몸으로 나가 딸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포기했다는 것을 알았다.십여 년 동안 소지아는 변진희와 연락한 적이 없었고, 평생 다시는 엄마를 만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그러나 운명은 정말 아이러니했다. ‘결국 엄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다니.’목이 메여오자 소지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변진희도 딸의 마음을 알고 일어나서 소지아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와 앉혔다.“네가 나 미워하는 거 알아. 그때 너는 너무 어렸고, 많은 일들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었어. 엄마는 다 설명할 수 없었어.”변진희는 손을 뻗어 소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내 딸 많이 컸네, 엄마가 이번에는 귀국해서 오래 있을
변진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도윤을 바라보았다. 이도윤이 결혼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 대표, 우리는 외국에서 생활한 지 오래돼서, 국내 뉴스에 대해 잘 모르는데, 우리 딸이 자네와 무슨 관계지?”이도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지나간 일이에요. 지금 이혼 수속 밟고 있어요.”소지아는 자신의 진심이 결국 그가 과거일 뿐이란 말로 얼버무릴 줄은 몰랐다.‘화를 내야 할까?’당연히 화가 났다.더 큰 감정은 한심하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눈이 멀어 이런 짐승 같은 인간을 남편으로 삼았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소지아는 다이아몬드 반지 상자를 꺼내 이도윤의 이마에 세게 던졌다.“너 같은 쓰레기는 이제 꺼져. 내가 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당신과 결혼한 일이야. 내일 9시에 우리 이혼해. 가정법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겁쟁이야!”상자가 그의 이마에 부딪혀 빨갛게 멍이 들었다. 땅에 떨어졌고 반지는 발밑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소지아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반지를 밟고 문을 내팽개치고 떠났다.최근 2년 동안 소지아에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 이 일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녀는 멀리까지 뛰지 못하고 길가에서 기절했다.하늘에서 끊임없이 내리는 빗방울은 마치 이 세상이 그녀에 대해 드러내는 적의와 같았다.그냥 이대로 죽어도 좋을 것 같았다.음모가 가득한 세상에 더는 미련이 없었다.다시 깨어났을 때, 낯선 방에서 눈을 떴다. 따뜻한 불빛은 어둠을 몰아냈고, 방 안의 보일러는 봄처럼 따뜻했다.“깼어?”소지아는 눈을 뜨자마자 임건우의 부드러운 눈을 보았다.“선배, 날 구한 거예요?”“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네가 길가에 쓰러져 있길래 데려왔어. 그리고 몸이 흠뻑 젖은 것을 보고 하인에게 옷 갈아 입히라고 했고.”남자의 눈빛은 맑고 깨끗하며 조금의 음흉함도 없었다.“고마워요, 선배.”“죽을 끓이고 있으니 물 먼저 마셔.”소지아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아니
차가운 강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 칼처럼 추위는 뼛속 깊이 스며들었고 소지아는 일어나 계속 쫓아갔다.그러나 형편없이 망가진 소지아의 몸은 얼마 뛰지 못하고 심하게 넘어졌다. 차 문이 다시 열리자, 반질반질한 구두 한 켤레가 나타났다.소지아는 남자의 빳빳한 바짓가랑이를 따라 천천히 위로 바라보며 이도윤의 차가운 두 눈을 마주했다.“이...”소지아는 허약하게 입을 열었다.뼈마디가 분명한 두 손이 그녀 위에 떨어졌고, 순간 소지아는 그녀를 반하게 했던 하얀 셔츠의 소년을 본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두 손을 맞잡은 순간, 이도윤은 차갑게 손을 빼서 소지아에게 희망을 주었다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며 소지아의 몸이 재차 바닥으로 떨어졌다.소지아가 넘어지는 순간 마침 바닥의 깨진 유리 파편에 눌려 눈부신 피가 손바닥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잠시 놀랐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소지아는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랐다. 전에는 소지아의 손가락에 작은 상처만 나도 한밤중에 병원으로 데려간 이도윤이었다.의사는 또 웃으며 말했다.“일찍 오셨으니 다행이지 좀만 더 늦었으면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남을 뻔했네요.”기억 속의 사람은 앞에 있는 남자와 겹쳐졌고, 눈매는 여전히 과거와 같지만 달라진 것은 애정 어린 관심이 싸늘함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이도윤은 차갑고 매정하게 말했다.“소지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널 잘 알지. 마라톤 달리면서 공중제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걸음 달렸다고 넘어져?”소지아를 바라보는 이도윤의 눈빛은 마치 차가운 비수를 그녀의 몸에 꽂은 것처럼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소지아는 다소 창백한 입술을 깨물며 해석했다.“아니야, 널 속인 것 없어. 요새 좀 아파서 몸이 좀 약해진 거지...”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키 큰 남자가 허리를 굽히고 몸을 숙여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거친 손가락은 소지아의 바싹 마른 입술을 어루만졌다.“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군. 넌 너의 그 위선적
소지아는 그 사람을 언급할 때 목소리가 매우 평온해서 이미 다 정리한 것 같았다.그러나 임건우는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 사람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단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상처를 숨겼을 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눈물을 흘릴 게 뻔해.’임건우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아버지 수술 비용 지불 전이지? 내가 먼저 빌려줄게, 나중에 갚으면 돼.”그는 소지아가 혼자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에 몇 번이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소지아는 모두 거절했다.소지아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선배, 그럴 필요 없어요.”“지아야, 아버지 치료가 중요하지. 설마 너 그 인간 쓰레기에게 굴욕을 당할지언정 내 호의는 못 받아들이겠다는 거야? 나는 아무런 조건도 없고, 단지 너를 돕고 싶을 뿐이야. 우리 집안이 비록 이씨 가문보다 못하지만, 일반 가정이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이 정도는 나도 괜찮으니 부담을 가질 필요 없어.”소지아는 두 손에 물컵을 들고 천천히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창백하여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선배는 좋은 사람이지만... 난 미래가 없잖아요.”이 신세도, 이 돈도 갚을 수 없었다.링거를 거의 다 맞아가자, 소지아는 망설이지 않고 주삿바늘을 뽑았다. 소독솜으로 지혈하지 않아 피가 솟구쳤다.전혀 개의치 않고 일어나 외투를 들었다.“선배, 돈 걱정은 걱정하지 마요. 이혼하기만 하면, 남편이 나에게 20억을 줄 거예요. 우리 아빠 수술받으신 지 얼마 안 됐으니 이제 병원에 가서 좀 만나봐야겠어요.”천재로 알려진 소지아는 성격이 집요해서 그때 왜 학업을 포기하고 바로 결혼에 뛰어들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녀를 잘 알고 있는 교수님조차도 소지아와의 식사 자리마다 소지아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데, 이렇게 재능을 펼칠 기회를 빼앗다니.’임건우가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하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소지아는 휴대폰을 흔들었다.“내가 부른 차 도착했어요.
소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한 번 보았는데, 종이에는 묘지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설마 그의 여동생은 이미 죽었단 말인가? 그런데 그의 여동생의 죽음은 자신의 아버지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소지아는 소계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여자아이를 해칠 사람이 아니었다.두 사람이 더 이상 정보를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소지아도 두 사람을 계속 난처하게 하지 않고 조용히 이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다시 익숙한 곳에 도착하자 소지아는 만감이 교차했다.진환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사모님, 내려가시겠습니까?”“아니야, 난 여기서 기다리면 돼.”그녀와 이도윤의 마지막 만남은 이혼 수속을 밟는 것이고,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저 모두 두 사람의 추억을 담고 있었으니 더욱 괴로웠다.탓하려면 그 남자가 자신을 무척 아꼈던 것을 탓해야 한다.비록 지금은 점점 냉담해져도, 소지아의 기억 속 이도윤은 항상 다정한 사람이었다.분명히 극도로 증오해야 할 사람인데, 소지아는 끝내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했다.차는 시동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히터가 켜져 있었고, 차 안에는 소지아 혼자만 남았다. 위가 또 아프기 시작하자, 몸을 웅크리고 자신의 두 무릎을 꼭 안고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겨울은 날이 늦게 밝았기에 7시가 넘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어슴푸레했다.정원의 은행나무 잎은 벌써 다 떨어졌고, 소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황금색 열매가 익는 계절, 소지아가 은행 꼬치를 먹고 싶다고 하면 이도윤은 정원에 있는 10여 미터에 달하는 큰 키의 은행나무에 올라가 소지아에게 나무를 흔들어 열매를 따주었다.푸른 잎사귀와 은행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마치 그녀에게 황금빛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그때의 이도윤은 상냥했고, 또 요리 솜씨도 좋은 소지아를 무척 아꼈다.생각에 빠진 소지아는 어느새 혼자 그 나무 밑으로 걸어갔고, 은행나무는 아직 남아 있었지만 이도윤과 소
차 안은 조용했고 백채원은 다급해서 목소리가 컸기에 소지아는 “지윤”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들었다.소지아는 임신 검사를 받은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너무 기뻐하며 이도윤의 품으로 달려갔다.“도윤아, 너 아빠 된대! 우리에게 아이 생겼다고! 아이 이름까지 내가 다 생각했는데, 만약 여자아이라면 이윤아라고 하고, 남자아이라면 이지윤이라고 부르자. 우리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건데, 어때?”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도윤은 소지아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답했다.“이지윤이야.”“나쁜 놈!”소지아는 손을 들어 그를 때리려 했고, 이번에 그는 피하지 않고 그녀에게 정면으로 맞았다.“우리 아이의 이름을 백채원이 낳은 아이에게 주다니!”아이는 바로 소지아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그녀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고, 미친 듯이 이도윤에게 달려들었다.“이 악마야, 하늘은 왜 내 아기의 생명을 빼앗았을까? 왜 죽은 사람은 네가 아니었냐고?”이성을 잃은 소지아는 이도윤의 몸을 호되게 두드렸다.“그 여자는 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어!”이도윤은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진봉에게 분부했다.“블린시트로 가.”소지아는 더욱 흥분했다.“가정법원도 곧 도착할 건데, 가려면 이혼하고 가.”“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으니 내가 가봐야 해.”소지아는 화가 났다.“우리 아빠는 아직도 병원에 누워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간호사가 줄곧 병원비를 내라고 해서 나는 병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네 아이의 목숨은 목숨이고, 우리 아버지의 목숨은 목숨이 아니니?”소계훈을 언급하자 이도윤의 표정은 싸늘해졌다.“소계훈은 우리 지윤이와 비교할 자격이 되는 건가?”소지아는 화가 나서 또 달려들어 그의 뺨을 세게 때리려고 했지만, 두 손은 세게 붙잡혔고, 이도윤은 큰소리로 호통쳤다.“그만 못 해?”소지아는 차가 회전하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이 모퉁이를 지나면 그들은 이혼할 수 있었다.이도윤은 소지아가 더 이상 반항하는 것을 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