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양아치 청년들이 과일가게를 뒤지기 시작했다.신선한 과일들이 쏟아져 바닥을 나뒹굴었다.고일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애원했다.“제발 그만하세요. 이건 유일한 돈벌이 수단이란 말입니다….”말을 마친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과일가게마저 없어지면 유일한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그에게는 아직 학교를 다니는 자식이 둘이나 있었다.“그러니까 돈 갚으면 이런 일 없을 거 아니야?”도형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서 고일우의 가슴팍을 걷어찼다.“돈 드릴게요. 제발… 우리 남편 때리지 말아 주세요!”고일우의 아내는 방으로 달려가서 꽁꽁 숨겨두었던 쌈짓돈을 꺼내 도형에게 가져다 바치며 애원했다.도형은 낚아채듯 돈을 가져갔다.그 모습을 본 고일우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그 돈은 안 돼요. 그건 우리 딸 재료비로 모아둔 건데… 제발 이틀만 시간을 주세요. 이틀 안에 돈 돌려드릴게요!”짝!도형은 다가가서 고일우의 귀뺨을 때리고는 호통쳤다.“돈 없으면 나가서 일이나 할 것이지 학교는 무슨!”그리고 이때, 고일우의 장녀인 고월영이 학교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왔다.소녀는 몰려온 빚쟁이를 보자마자 달려가서 부모님의 앞을 가로막고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돈 챙겼으면 당장 꺼져!”도형은 그런 소녀를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돈이 좀 부족해서 말이지. 아니면 네가 오빠랑 갈래? 우리 형님 클럽에서 일하면 하룻밤에 20만 원은 쉽게 벌어. 네가 좀 더 열심히 하면 한 달에 천만 원도 문제없어. 그럼 네 아빠가 빚진 돈도 빨리 갚을 수 있고 얼마나 좋아?”말을 마친 도형은 소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그는 청순한 외모에 볼륨감 있는 몸매를 가진 고월영을 탐낸지 오래되었다.‘나이도 어린데 발육은 아주 잘됐단 말이지!’고월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도형의 손을 쳐내며 소리쳤다.“더러운 손 안 치워? 꺼지라고!”도형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
한지훈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고는 용일에게 말했다.“깔끔하게 처리해!”“네!”대답을 마친 용일은 폭발적인 살기를 내뿜으며 도형 일행에게 달려들었다.용일의 무자비한 공격에 도형 일행은 반격 한번 못해보고 길바닥에 쓰러졌다.피가 사방으로 튕기고 비명소리가 난무했다.고일우와 고월영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지훈은 다가가서 고일우를 부축해서 일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아저씨…”남자의 얼굴을 한참 뜯어보던 고일우의 얼굴이 충격과 기쁨의 감정으로 벅차올랐다.중년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확인하듯 그에게 물었다.“지훈… 이니?”“저예요, 아저씨. 저 돌아왔어요.”한지훈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이 세상에 강우연과 고운이를 제외하면 고일우는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그를 아껴준 사람이었다.“지훈이 너구나. 너였어! 역시 살아 있었구나. 정말 다행이다….”고일우는 눈물을 쏟으며 거친 손으로 한지훈의 손을 잡았다.도형 일행을 해결한 용일은 묵묵히 가게 밖을 지켰다.한지훈은 고일우를 부축해서 의자에 앉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마실 게 물밖에 없네.”고일우의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넸다.한지훈은 웃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감사해요, 아줌마.”고일우는 눈물을 닦고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에게 물었다.“이제 돌아왔으니 앞으로 뭘 할 생각이냐?”한지훈이 아무 목적도 없이 돌아왔을 리 없다는 건 고일우도 눈치채고 있었다.입구를 지키고 있는 남자는 딱 봐도 일반인은 아니었다.이런 사람을 부하로 부린다는 건 한지훈도 이미 대단한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한지훈은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았다.“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다시 한정그룹으로 돌아가서 저를 도와 회사를 관리해 주셨으면 해요.”“뭐라고? 나한테 회사를 맡겨? 하지만 한정그룹은 파산하고 다른 회사가 인수해 갔잖아?”고일우가 의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한지훈에게 시선이 갔다.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 보이는 남자였다.“우영은 이 구역의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당신이 사라진 5년 동안 우리 가족들은 당신 때문에 수많은 모욕과 괴롭힘을 감당해야 했어요.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우영의 심복을 건드렸으니 당신이 가버리면 우영은 또 우리를 찾아올 거예요.”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원망 섞인 목소리로 불만을 토해냈다.행복했던 가정이 한지훈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이 상황에 불만이 있는 건 당연했다.고월영은 아버지가 왜 빚까지 져가면서 한지훈을 찾아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월영아,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너 어릴 때 지훈 오빠가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고일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딸을 나무랐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저씨, 월영이 말이 맞아요. 저와 우리 가문이 아니었으면 아저씨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겠죠.”“그걸 알면 됐어요.”고월영은 입을 삐죽이며 한마디 하고는 가게를 나가버렸다.“월영아!”고일우가 뒤에서 불렀지만 고월영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한지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화가 많이 나 보이는데 괜찮을까요?”고일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마 근처 술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을 거야.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가족들한테 못할 짓을 많이 했지. 내가 아니면 월영이도 마음 편히 학교를 다녔을 텐데….”말을 마친 고일우는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멀어지는 고월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고집이 강한 아가씨네!’그는 고일우와 몇 마디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차로 돌아온 한지훈은 용일에게 말했다.“정도현한테 연락해서 우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봐.”“네.”지시를 받은 용일은 곧장 정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호텔에서 지하세력 두목들과 식사 중이던 정도현은 용일의 번호를 보자마자 즉각 자리에서 일어서서 룸을 나가 전화를 받았다.“용일 선생, 이 시간에
그 뒤로 많은 인물들이 서랑 지역을 주목하게 되었다.일부 세력들이 장우연과 접선을 시도했지만 매번 거절당하고 쫓겨났다고 한다.그래서 지하세력 중에서 장우영의 평판은 좋을 수 없었다.하지만 서랑 일대에 완벽히 녹아들고 여러 재벌 세력들과 얽혀 있었기에 시내에 있는 지하세력들이 서랑 지역에 침투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그래서 그들은 잠시 장우영을 무시하기로 했다.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서 장우영이 한지훈의 심기를 건드렸을 줄이야.정도현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용일 선생, 제가 지금 그리로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한 선생을 건드렸으면 죽어야죠.”“빨리 좀 부탁드립니다.”용일은 담담하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정도현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룸으로 들어갔다.“자, 나한테 좋은 소식이 있어.”S시의 지하세력을 장관하는 핵심 인물들은 일제히 정도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정 회장님, 무슨 일인데 이렇게 흥분하셨나요?”“정 회장님이 이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정도현이 웃으며 말했다.“자네들도 서랑 지역을 눈독들인지 오래됐잖아.”“서랑 지역이요? 장우영이 관리하는 그 일대 말씀이십니까?”한 두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장우영 이놈은 그냥 미친놈이에요.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협력을 제안했지만 그놈은 우리 애들을 두들겨 패서 쫓아냈어요. 몇 년 전이었으면 당장 애들 데리고 놈의 목을 따러 쳐들어갔겠지만 현재의 서랑 지역은 요새와도 같습니다.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곳인데 위에서 무슨 소식이라도 내려온 겁니까?”“장우영 그놈 여러 재벌들과 친분이 있어서 건드리기 쉽지 않아요.”정도현이 웃으며 말했다.“자네들은 겁이 너무 많아. 지금 장우영이 아주 대단한 인물의 심기를 건드렸거든? 그분이 지금 서랑구에서 놈의 목을 따겠다고 준비하고 계셔. 우리한테는 기회라는 소리지. 숟가락이라도 얹고 싶으면 당장 나를 따라와!”사람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취했다.“회장님, 그게 사실인가요? 거짓
온몸에 문신을 두른 조폭들이 동시에 용일에게 달려들었다.용일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달려오는 놈의 팔을 꺾어버렸다.십여 명의 조폭들은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악! 내 팔!”“내… 내 다리… 다리가 부러졌어!”“저건 악마야….”십여 명의 문신 조폭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앞에 선 용일을 바라보았다.그에게서 강력한 살기가 느껴졌다.한지훈은 여유 넘치는 보폭으로 안으로 들어와서는 바닥에 쓰러진 조폭들을 둘러보며 싸늘하게 물었다.“장우영 어디 있어?”그 말을 들은 조폭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몰라. 형님은 여기 없어.”한지훈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까운 곳에 있는 문신남의 무릎을 짓밟았다.순식간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신남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악! 내 무릎… 그만해요. 말할게요. 말하면 되잖아요. 형님은 위층에 있어요.”문신남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한지훈은 곧장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혼란을 틈타 조폭 중 한 명이 계단 입구로 도망쳤다. 놈은 곧장 맨 위층으로 향했다.그 시각, 위층 장우영의 사무실.안에는 비키니를 입은 업소녀들이 장우영의 주변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상석에 앉은 장우영은 윗옷을 벗어 던지고 여자들과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그의 앞에는 팔에 석고를 두른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직전에 한지훈에게 맞아 팔이 부러진 도형이었다.도형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형님, 이번 일은 형님이 꼭 나서주셔야 합니다. 그 자식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어요. 우리 애들도 대부분 놈의 손에 다쳤어요. 제가 보기에는 고일우가 불러온 용병 같아요.”장우영은 훌쩍이는 도형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사내 녀석이 울긴 왜 울어? 당장 일어서지 못해?”도형은 눈물을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형님, 그 자식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시내의 조폭 세력 중에 누가 보낸 놈 같은데 우리 실력을 염탐하러 왔을
장우영이 고개를 들자 젊은 남자 두 명이 유유자적하게 안으로 들어섰다.둘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장우영이 인상을 찌푸렸다.뒤에 있던 도형은 두 사람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형님, 바로 저놈들입니다. 저놈들이 저와 우리 애들을 때려눕혔어요.”짝!장우영은 짜증스럽게 도형의 귀뺨을 치며 고함을 질렀다.“나도 눈이 있으니까 시끄럽게 떠들지 말고 저리 꺼져! 가서 애들이나 불러와.”도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을 가린 채, 핸드폰을 꺼냈다.장우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앞의 용일과 한지훈을 노려보며 물었다.“너희들이 우리 애들 때렸어?”“맞아.”한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천천히 장우영에게 다가갔다.장우영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대단한 기세로군.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쳐들어온 거니? 나 장우영이야. 누가 보냈는지나 말해.”한지훈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히 알지. 장우영이 관리하는 업소라며? 서랑구를 네가 관리한다지?”“알면서 내가 일하는 곳에서 난동을 부린 거야? 그것도 둘이서? 죽고 싶어?”장우영은 분노를 터뜨리며 고함쳤다.“누가 보냈는지 똑바로 대답하면 목숨은 살려주지.”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 시각,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천상 클럽 입구를 봉쇄했다.차 문이 열리고 안에서 칼과 야구방망이를 든 조폭들이 차에서 내렸다.백 명이 넘는 인원들이 클럽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더 장관인 것은 주변에서도 수많은 조폭들이 몰려왔다는 점이었다.그 시각 클럽 안에는 수십 명이 되는 장우영의 인력들이 한지훈과 용일을 포위했다.용일은 담담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전투 태세를 취했다.한지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보내서 온 게 아니라 너한테 볼일이 좀 있어서 왔어.”그 말을 들은 장우영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젊은 친구, 내가 너한테 뭐 빚진 거 있어?”“없지.”한지훈이 말했다.“그런데 왜 시비야? 게다
이어서 그는 폭소를 터뜨리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5년 전에 모든 걸 잃고 잠적했던 그 한지훈?”한지훈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차올랐다.“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혼자 여기까지 쳐들어온 거야? 그것도 고일우 그 무능한 노친네를 위해? 5년 전 한정그룹이면 대단했지. 그땐 나도 이 바닥에서 말단 직원에 불과했고. 네 명성은 나도 익히 들어서 알아.”“하지만 지금은 5년 전이 아니야. 한지훈 넌 그냥 아무것도 없는 폐급에 불과하다고. 어디 주제도 모르고 내 업소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피워? 죽고 싶어?”장우영은 살기를 번뜩이며 분노에 차서 호통쳤다.“그러게요. 주제도 모르고 형님 업소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부릴 줄을 누가 알았겠어요?”옆에 있던 도형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는 벌써 한지훈이 비굴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았다.한지훈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형을 바라보며 말했다.“팔 하나 부러뜨린 걸로는 성에 안 차는 모양이군. 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너 지금 뭐라고 했어? 죽고 싶어?”분노한 도형이 한지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찔한 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있던 한지훈이 갑자기 손을 뻗어 도형의 손가락을 꺾어버린 것이다.“악! 내 손! 이 미친 놈이… 이거 안 놔?”도형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이마에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여긴 우영이 형 아지트야! 우리 형님이 보는 앞에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우리 형님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잔말 말고 꿇어!”한지훈은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발로 도형의 무릎을 걷어찼다.털썩!도형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질렀다.“악! 내 무릎!”“형님, 빨리 저놈을 없애 버려요!”그 모습을 본 장우영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감히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하를 무릎 꿇리다니!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젠장! 당장 저놈 모가지를 비틀어 버려!”
“목숨을 취하는 자에게는 10억을 주겠다! 빨리 움직여!”“시… 십억? 비켜! 그 돈은 내 거야!”“죽여 버려!”순식간에 조폭들의 울부짖음 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수십 명의 조폭들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쾅!용일은 순식간에 폭발적인 살기를 방출하며 놈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4성 천급 전신의 위력은 건물을 박살낼 기세로 적들에게 휘몰아쳤다.수십 명의 조폭들은 제대로 반격할 기회도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들을 집어삼킬 것처럼 덮쳐왔다.섬뜩한 살기는 그들의 영혼까지 갉아먹을 것처럼 뼛속 깊이 공포를 심어주었다.장우영마저 흠칫하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그는 멍한 표정으로 용일을 바라보았다.이 정도로 진한 살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마지막으로 봤던 게 그가 만났던 지존급 인물 옆을 지키던 경호원이었다.그는 4성 천급 병왕의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장우영은 이 세상에 그 경호원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는 몇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이 순간, 그는 그 경호원보다 더 진한 살기를 보게 되었다.용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4성 천급 병왕 열 명을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장우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그제야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인지했다.이 둘이 죽어야 그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공격해! 200억! 놈들의 목을 취한 자에게는 200억을 주겠다!”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위엄 있는 호통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지금 누굴 죽이라고 한 거야? 장우영, 죽고 싶어?”입구를 지키던 장우영의 부하들이 바닥을 나뒹굴었다.시선을 돌려 보니 정도현이 검은 정장을 입은 조폭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정도현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방 안을 꽉꽉 채웠다.그 시각, 천상 클럽 입구.수백 대의 검은색 승용차는 클럽의 모든 입구를 봉쇄했다.수백
장홍학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황금빛 용이 그를 향해 내려꽂혔다!굉음과 함께 장홍학의 몸이 수백 미터나 튕겨 나갔고, 왼쪽 반신은 거의 폭발하듯 파열되며 피투성이가 된 채 땅바닥을 굴렀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연거푸 고개를 저었고, 공격 결과에 불만이 가득한 듯했다.그러나 그는 다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 장홍학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고 번쩍 들어 올렸다.공포스러운 위압감이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세로 장홍학을 짓눌렀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몸의 절반이 피범벅이 되었음에도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한지훈의 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그와 교전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단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장홍학은 이제 막 일성 준천신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였고, 비록 신급 강자이긴 했으나 2초 만에 패배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검원의 낙장생조차도 차마 숨을 들이쉬지 못한 채 경악했다.한지훈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같은 등급의 강자를 상대로 순식간에 압도하다니?!“아까 나에게 선택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이제 알려주지. 난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아. 네놈이 누구도 죽일 수 없도록 할 테니까!”한지훈이 낮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하며, 장홍학의 몸을 휙 들어 올려 앞으로 거칠게 던졌다!쿵 하는 소리가 들리며 충격으로 화강암 타일조차도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순식간에 광장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불과 몇 초 전만 해도 장홍학은 오만방자하게 군림하며 나씨 가문 사람들에게 협박을 일삼던 자였다.그러나 지금은?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마치 개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한지훈은 손가락을 오므려 가볍게 움켜쥐었고, 장홍학의 몸이 대형 구덩이에서 떠오르며 한지훈 앞으로 날아왔다!퍽! 장홍학은 한지훈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처박혔고, 그의 무릎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에 질린 유 씨 부자는 인파 속으로 숨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 역시 숨을 삼키며
같은 시각, 천산서검원 안에서 한 젊은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고, 그의 시선은 강중 쪽을 향했다.이 기운은...... 너무나도 익숙했다.장홍학이 어째서 강중의 번화가에서 누군가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거지?!게다가 살기가 너무나도 짙었고, 만약 무고한 살육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확정된다면 천산이라 해도 그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무엇보다도, 아직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기에 용국의 정세 역시 여전히 불투명했다.앞으로 무종이 용국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데,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천산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치명적인 위기를 불러올 것이었다!그는 옆에 있던 CCTV 영상을 켠 뒤 장홍학과 대치 중인 상대를 확인했다.그리고 그 인물이 한지훈임을 알아본 순간, 그는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오늘 장홍학은 필히 죽게 되겠군!장홍학이 검을 휘둘러 한지훈을 향해 공격을 한 순간, 한지훈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황금빛의 장막이 허공을 가르며 펼쳐졌다!그 장막은 장홍학의 검기를 단숨에 흡수해 버리며, 강렬했던 일격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천신계 강자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공격이었지만, 그저 허공으로 흩어지는 물방울처럼 미동조차 없었다.일순간,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고요해졌다.지켜보던 사람들은 죽기는커녕 머리카락 한 올도 다치지 않았고, 이 광경을 본 장홍학은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그의 일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이지?!그는 떨리는 눈으로 황금빛 장막을 다시 바라보았고, 그의 심장은 격렬하게 요동쳤다!“너…… 네놈이 공간 장벽을 쓸 수 있다고?!”장홍학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것은 분명 화산의 전수되지 않은 절기 중 하나이지 않은가!화산 제자들 중에서도 공간 장벽을 이토록 능숙하게 다루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그런데 한지훈은 단 한 번 손짓만으로 공간 장벽을 펼쳐 그의 모든 검강을 가둬버린 것이다
제대로 얻어맞은 장홍학은 한껏 부은 얼굴을 가리고는, 이를 갈며 땅에서 일어났다. 순간 그의 몸에서는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폭발하였다. 온 하늘은 그의 위세에 의해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한지훈은 무적의 존재라 하긴 하지만, 장홍학은 엄연히 천산 서검원 부원장이다. 한지훈으로부터 연속하여 따귀를 두 대 맞았으니, 더 이상 그에게 남은 체면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 씨 집안에서 자라온 그는, 천산에 다다른 후에도 장 씨 집안과의 혈연 덕에 든든한 보호를 받아왔다. 그러므로 그의 따귀를 때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산의 수좌인 장로라 할지라도 그를 상대로 한 마디도 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이 감히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때리다니, 그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장홍학의 기운이 폭발하는 순간, 하늘에는 즉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고 평온하던 강물은 곧바로 파도가 일어나게 됐다. 천신계 강자가 만약 온 기세를 폭발시킨다면, 일반인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칫했다가는 강중시 전체를 전멸할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장홍학은 극도로 화가 났고 심지어 이성까지 잃은 듯했다. 이내 그의 발밑에서는 살기가 솟아올라 한순간에 하늘까지 치솟았다. 곧이어 한 줄기의 눈부신 푸른빛 장막이 구름 위와 땅에 이르렀고, 그 빛은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한편 천산 서검원 장로인 여정풍은 지그시 그 광막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홍학인 건가?” “아놔, 금지령이 아직 해제되지도 않았는데 장홍학 이 녀석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 게다가 이곳은 용국의 땅인데, 만약 선을 넘고 일반인에게 손을 대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의 비방을 받게 될 거라고!”여정풍의 맞은편에 앉아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던 한 백발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역시 천신계 강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손을 대면 강중조차도 순식간에 황량한 땅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곳이
“그래? 그럼 만약 내가 네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장홍학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차갑기 그지없는 누군가의 소리가 군중 속에서 울렸다. 이내 방금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어나는 동시에 한 손으로 공중을 가리키더니, 순간 온 하늘의 먹구름이 갑자기 흩어지고 강심 광장을 뒤덮은 겹겹의 살기도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모두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한지훈과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중의 상인들은 일제히 일어나 인사했다. “북양 왕을 뵈옵소서!”“한 선생님을 뵈옵소서!”“북양 왕을 뵈옵소서!”......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장홍학이 서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우선 나계홍의 앞에 다가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 대표, 더 이상 나설 필요 없어.” 나계홍은 급히 몸을 굽혀 말했다. “예, 한 선생님의 냉정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나계홍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장홍학을 흘깃 보고는 한쪽으로 물러섰다. “한지훈?!”나무처럼 든든한 그림자를 가진 사람이라니. 하물며 며칠 전, 한지훈과 화산 11로의 놀라운 대전은 아직도 장홍학의 눈에 선했다. 그 일전을 펼칠 당시, 한지훈은 그야말로 마치 천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과도 같았다. 한 사람의 힘으로 11명의 천신계 고수를 감당해 내고는,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는 중상까지 입혔다. 이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천위인걸가? 비록 장홍학 역시 일성 천신계라고 하긴 하지만, 그는 경지를 돌파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까지는 불안정했다. 설령 그에게 100년이란 시간을 더 주더라도 한지훈의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는 오로지 천산의 명예만 회복할 생각만 했을 뿐, 한지훈이 이 결혼식에 참석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작에 알았다면, 그는 방금 폭언까지 퍼부어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가문을 멸문시킨다는 건 쉽게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현재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
“됐어, 그럼 이젠 확실해졌네!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어!”장홍학은 두소령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더 이상 말도 말라고? 건방진 그의 태도에 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미간을 찌푸렸고,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불만스러운 기색이 있었다. “아저씨, 전 정말 그 사람 몰라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 하루 종일 저한테 귀찮게 굴고, 저희 여학생 기숙사 입구에까지 찾아와서 손목도 베고, 저더러 여자 친구가 돼달라고 강요하긴 했지만 전 줄곧 한 번도 그 사람을 상대한 적이 없어요!”두소령은 나계홍을 바라보고는 급히 변명했다. 그러나 나계홍이 입을 떼기도 전에 장홍학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자, 이젠 모든 게 분명해졌어. 넌 유소봉의 약혼녀여야 해. 그러니 지금 당장 나한우와의 결혼식도 정리해. 그리곤 우리랑 같이 천산으로 돌아가서 소봉이랑 결혼을 올리고, 오늘 저녁같이 합방해!”“뭐라고요? 제가 대체 왜 저놈이랑 결혼해야 돼요? 전 저 놈 여자 친구가 아니라니까요. 대학 4년 동안 한 번도 말을 섞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낯선 사람이랑 합방해야 돼요? 천산이면 뭐가 대단한데요? 천산이면 평범한 여자를 빼앗아갈 수도 있냐고요? 저는 때려 죽어도 저 못생긴 변태 놈이랑은 함께 하지 않을 거예요!”두소령은 화가 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그 말에 유소봉은 험상궂은 얼굴로 소리쳤다. “두소령! 이 천한 년 같으니라고! 내가 너한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차까지 모두 팔았어! 그동안 내가 널 위해 바친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저놈이 나보다 잘생기고 돈 많다는 이유로, 나는 아예 무시하는 거야?”그 순간, 장홍학은 조용히 유소봉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소령은 한 번도 유소봉을 상대한 적이 없었다. “이젠 당신도 알아 들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우리 조카며느리, 그동안 유소봉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의 여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나계홍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건
나한우는 호족 도련님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찍이 나 씨 집안을 떠나 줄곧 해외에서 발전해 왔으며 평소에는 거의 돌아오지도 않았기에, 어릴 때부터 나계홍이 그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나계홍은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었다. 필경 반년 전까지만 해도 나 씨 집안은 강중에서 일반적인 가문이었으니까. 그리하여 그는 나한우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기는커녕 조금도 엉뚱한 행동도 감히 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에 나한우는 가세가 남보다 조금 나은 것 외에는 일반 가정에서 자란 남자아이들과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더욱 겸손하고 예의 바른 남자였다. 사실 그와 두소령은 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할 때부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후 나한우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넘도록 자신의 능력으로 나 씨 집안 회사에서 사장의 자리까지 차지하고서야 결혼의 전당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20여 년의 인생동안 한 번도 엉뚱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이유로 감히 시비를 거는 걸가? 그러나 나한우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장홍학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넌 아직도 궤변을 늘어놓아?”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조카가 얻어맞게 되자, 나계홍은 급히 앞으로 나아가 나한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이봐, 뭐가 됐든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움직여야지. 대체 우리 조카가 뭘 잘못했다는 건지 그걸 묻고 싶네!”“만약 정말 잘못한 게 있다면, 난 결코 단점을 감싸주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만약 잘못이 없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아. 우리 나 씨 집안사람들,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그 말에 장홍학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갑게 나계홍을 흘깃 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유소봉에게 말했다. “이 놈이 뭘 잘못했는지 말해봐!”그러자 유소봉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리를 비집고 나와 두소령
그런데 그런 나계홍더러, 입을 열 자격도 없다고 하다니? 그제야 나계홍은 눈치를 챘다. 느닷없이 찾아온 이들은 바로 유 씨 집안에서 파견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에 그는 급기야 소리쳤다. “각하,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간섭하실 수는 없죠. 저희 나 씨 집안이 여기서 결혼식을 올리는 게 각하와 뭔 상관인 겁니까?”“느닷없이 들어오셔서는 저희 조카를 건드리다니, 이건 제대로 해명해 주시죠!”이내 나계홍은 주위에 있던 몇 명의 경호원에게 눈짓을 했고, 시선을 받은 경호원들은 급히 앞으로 나가 나한비를 일으켜 세웠다. 비록 나한비는 골절을 입은 건 아니었지만, 이미 그는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였다.“뭐? 감히 나더러 해명하라고? 흥, 내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면 너희가 감당할 수 있기는 해?”바로 그때, 쌀쌀한 기운이 감돌더니 즉시 장내를 압도하였다. 순간 강심 광장 공기가 얼어붙은 듯 싸늘해졌다.더욱이 강에는 강풍이 불었고, 하늘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한창 놈들을 바라보던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상대는 분명 일성 준천신계의 강자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번에 하늘을 뒤흔들 수는 없었다. 그러나 천신계 강자라는 사람이 일반인과 시비를 걸고, 또한 자신의 강력한 기세로 한 사람을 압박하려 하자 한지훈의 마음은 매우 불쾌해났다. “여보, 이 사람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나 씨 집안 대신해서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강우연은 나계홍의 안위가 다소 걱정됐다. 비록 한지훈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상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가 갑자기 나계홍에게 손을 댔다가 혹여 한지훈이 제때에 나서지 못한다면 오히려 나계홍만 해치게 된다. “급할 거 없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난 저 사람이 대체 뭘 하려 하는 건지 궁금해!”한지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장홍학을 쳐다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나 씨 집안을 괴롭히려 한다는 것을
한편 그 시각, 강심 광장에서는 나계홍이 강중 부자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공중에 날아오른 두 대의 헬리콥터에는 한쌍의 신혼부부 결혼사진이 높이 드리워져 있었다.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한 쌍의 부부를 보면서, 강우연은 진심으로 축복을 보냈다. 나계홍은 살면서 강우연의 두둑한 돈 봉투를 받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여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았다. 강우연의 돈 봉투는 사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 푼만 들어있더라도, 그것은 1억만큼 가치 있었다. 이는 한지훈과 강우연이 나 씨 집안에 대한 인정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두 사람, 입장해 주세요!”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레드 카펫을 밟고는 조심히 강심 광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바로 동심문을 지나는 순간, 화창했던 하늘은 갑자기 광풍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더니 뜻밖에도 먹구름이 가득 끼기 시작했다. “응? 이럴 리가 없는데. 보름 전에 기상청에 직접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맑은 날이라고 했는데!”나계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날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덮이자, 사람들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황한 사람들은 잇달아 수군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비록 오늘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천 명이나 되긴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 씨 집안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런데 다가오는 저 무리의 맨 앞에 선 사람은 분명히 무자였다. 그동안 나 씨 집안과 무종 사이에는 줄곧 아무런 왕래가 없었기에, 이런 손님이 초대될 리는 없었다. “혹시 청첩장 있으세요?”나한비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예의 바르게 물었다. 동시에 나 씨 집안의 경호원들도 일제히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 우두머리 무자를 쳐다보았다. 일단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들은 당장 손을 쓸 기세였다. 오늘은 엄연히 나 씨 집안 둘째 도련님의 결혼식 피로연이 있는 중요한 날인데
장홍학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고, 사존님. 제가 어찌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파렴치한 집안은 두소령을 빼앗기 위해 거의 집안의 모든 재산을 털어버려 지금 저희 유 씨 집안의 경영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리고 사실 두소령은 저희 소봉이한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고 대학에 가서는 같이 자주 점심 식사도 했죠! 게다가 주말이면 늘 함께 쇼핑하러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령이 이 계집애가 나 씨 집안의 나한우한테 홀라당 반하고는, 잇달아 금전 공세까지 받으니 아예 속아 넘어간 겁니다!”“사존님께서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나 씨 집안은 하도 사업이 크고 게다가 재력까지 넘치지, 저희 소붕이는 어떻게든 소령을 되찾기 위해 제가 전에 새로 사준 차까지 전당포에 맡겼습니다!”“하지만 어쨌거나 저희 집안의 재력은 나 씨 집안과 비교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이죠! 그래서 지금 저희는 탈탈 털리게 된 지경인 겁니다! 그러니 부디 사존님께서 저희의 주인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유세위는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전의 그였다면, 절대 이렇게 허튼소리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필경 그들 유 씨 집안은 작은 소상인일 뿐이기에, 나 씨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천산이라는 든든한 배후가 있은 후로부터 유세위는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반면 여전히 침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홍학의 모습에 유세위는 한마디 덧붙였다. “사존님, 제가 한가지 더 말씀드리죠. 사실 두소령은 지금까지도 저희 소봉이한테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소봉이한테 짧은 메시지까지 보냈었습니다!”“제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나 씨 집안이 두 씨 집안에 압박을 가해서, 소령이가 혼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한 것 같습니다!”그때 장홍학은 유세위를 흘겨보았다. 천산의 서검원장인 그는 눈치 하나는 빨랐다. 그렇기에 유세위의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는 속을 리가 없었다. 현실은 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