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목순이 찾아와서 문제의 조서를 전달하자, 운정은 만감이 교차했다.궁궐을 벗어나 있어서 비밀리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문제가 갑자기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껴 혼인시킨 후에 송북으로 보내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리되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와서 걱정한들 아무 소용이 없어서 운정은 일단 조서를 받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벽파원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소지품이 많지 않아서 운정은 짐만 간단히 챙긴 후, 두 호위병과 함께 떠났다.우민의 저택에 도착해보니 간판은 이미 여섯째 황자 저택이라고 씌어있는 새 간판으로 바뀌어져 있었다.다만 유칠이 덜 말라서 한눈에 봐도 급하게 만든 티가 확 났다.“어서 오십시오. 여섯째 황자님.”저택 안에 있던 하인들이 일제히 절을 올렸다.‘하인들이 꽤 많구먼.’사내와 계집을 합쳐보니 족히 30명은 넘어 보였는데 대부분은 시녀와 머슴들이었고, 이 중 6명은 호위병이었다.하지만 이들이 모두 문제(文帝)가 보낸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운정은 불편함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이들 중에 아바마마의 밀정이 몇 명이나 되는지.’“다들 일어나거라.”운정이 손을 들어 올리며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딴생각을 품고 있었다.‘믿을 만한 심복을 따로 구해야겠네.’저택 내부를 둘러본 후, 운정은 고운과 주밀을 대동하고 저잣거리로 나갔다.“황자님, 마차 타시는 게 어떨는지요?”고운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황자님께서는 평소 말을 타신 적이 드물 터이니, 혹여 나중에 사고라도 난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해서…”“그러자꾸나.”운정이 깊은 한숨을 들이쉬며 말했다.“하긴 전장에 나갈 사람이 말도 탈 줄 모른다면 아바마마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나 다름없지.”말하면서 운정은 손과 발을 쓰며 말에 올라타려 했다.전에 말을 타본 적이 없던지라 그가 허둥지둥하며 겨우 중심을 잡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밀과 고운은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참, 말도 제대로 못 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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