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궁.연회 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궁궐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이 연회는 문제가 북성 사절단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연회로 대건왕조의 위엄을 드러내는 자리라 절대 늦어선 안 되었다.심해원의 예상대로 황족 외에 조정의 충신들만 참석했고 삼품 이하의 관료들은 참석할 자격도 없었다.“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여섯째가 다 참석했을까?”“난 여섯째가 또 꾀병을 부릴 줄 알았는데.”“이분이 바로 여섯째 형님이십니까?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네가 이제 고작 몇 살이라고. 우리도 여섯째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양반댁의 귀한 여식보다도 더 만나기 힘들어...”운정과 심해원이 도착하자 황자들과 공주들이 일제히 비웃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열세 살인 여덟째 황자마저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를 비웃었다.뭇사람들의 조롱에 속으로 울화통이 터진 심해원과 달리 운정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고 얼굴에도 흔들린 기색이 전혀 없었다.“여섯째야, 말 좀 해보거라.”다섯째 황자 운휘가 운정을 보며 비꼬았다.“며칠 전 조정에서 말을 아주 기가 막히게 했다던데 오늘은 어찌 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냐?”“그러게요, 형님.”여덟째 황자가 경멸 섞인 표정으로 웃었다.“황자비를 우리에게 소개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러자 둘째 황자가 여덟째 황자의 어깨를 두드렸다.“너무 뭐라 하진 마라. 여섯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많으면 말을 못 하지 않느냐...”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심해원은 운정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뭐라고 말 좀 하세요. 다 황자잖아요.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지만 할 말은 하고 살아야죠.’분위기가 거의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운정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둘째 황자를 보며 말했다.“둘째 형님,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말해 보거라.”둘째 황자가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사내대장부라면 쭈뼛거리지 말고 말해야지. 넌 지금 호렬장군이란 걸 잊지 말거라.”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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