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이 어두워진 숙비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폐하, 비록 운림이 괜찮다고는 하나…”“닥치시오!”문제가 갑자기 숙비를 쏘아보며 호통쳤다.“여섯째의 성품이 어떠한지는 조정의 문무백관들도 잘 아오. 아무 이유 없이 셋째를 그리 만들었을 것 같소? 짐은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추궁하고 싶지 않으니, 이쯤에서 끝내려 하오.”숙비가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하자, 문제는 그녀를 진정시켰다.그러고는 지쳤는지 운정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가서 셋째 형님께 사과하라. 이 일은 이쯤에서 끝내야겠다.”‘뭐야? 내가 바라던 것은 이게 아닌데.’서승우와 숙비가 반대해 주길 내심 바라며 운정은 은근슬쩍 고개를 돌려 이들을 쳐다보았다.비록 서승우와 숙비의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문제의 말에 운정을 서인으로 강등시키려는 그들의 계획은 수포가 되고 말았다.‘나중에 운정을 처리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둘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운정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의 너그러운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하오나 소자는 정말로 장렬히 전사하고 싶으니, 변경으로 보내주시옵소서.”“그래도 이놈이!”운정의 말에 분노한 문제는 눈에 쌍불을 켜고 소리쳤다.“네 큰형님이 반역을 꾀한 것이 들통나 자결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너마저 죽으려 하느냐! 이런 식으로 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이거지?”그러자 숙비가 문제를 달래며 말했다.“폐하, 고정하시옵소서. 옥체가 상하시옵니다.”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또 운정을 쳐다보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냈다.“운림의 일은 내 더 이상 캐묻지 않겠으니 어서 일어나라. 폐하의 옥체가 상하신다.”‘웃기고 있네. 네년에게 내 뒤통수 칠 기회를 주면 안 되지.’운정은 마음속으로 욕을 내뱉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숙비마마, 그리고 아바마마,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고맙사옵니다. 소자 지난 세월 동안 약한 모습을 보여왔으니, 이제라도 이 한 몸 바쳐 나라를 구하고 싶사옵니다.”이들의 대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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