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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Author: 양산도깨비
운정은 일부러 쭈뼛쭈뼛하며 말하자, 서승우는 하마터면 그에게 욕사발을 퍼부을 뻔했다.

‘자기는 예의를 다 하면 되니 우리더러 알아서 하라고? 황자가 직접 초대장을 전하러 왔으니, 성의를 보여달란 말이잖아! 하긴 황자란 놈이 이 정도까지 했는데 우리가 아무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면 폐하께서는 우리가 예의 없다고 생각하겠지.’

서승우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황자님, 비록 연회에 참석하지는 못하나 소소한 예물이라도 보내 새 저택으로 이사한 것을 축하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운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내저었다.

“저… 저는 예물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굳이 해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승우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황자님께서 친히 납시셨는데 저희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저…”

운정이 난처해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황자님을 배웅하라!”

서승우는 큰 소리로 외쳤지만, 손에 들고 있던 초대장을 보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그와 달리 운정은 입이 귀에 걸렸다.

‘나와 셋째 황자가 적대 관계인데, 그의 외숙부인 서승우가 예물을 보내기로 했으니 다른 대신들도 예물을 보내지 않고서는 못 배길 거야. 헤헤! 또 적지 않은 재물을 모을 수 있게 됐군. 황자에게 보내는 예물이니 너무 볼품없지는 않겠지. 어차피 술과 음식도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 손해 볼 것은 없을 테고. 자, 그러면 이제 다른 대신의 저택으로 가볼까?’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고운의 시선을 무시한 채 운정은 흐뭇해하며 장규의 저택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좀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정국공 저택에서 오는 길입니다. 정국공께서는 조정 일이 많아 예물만 보내시겠다 하시더군요. 장 어르신은…”

“이 늙은이도 할 일이 많아서 참석하지 못하겠습니다.”

장규가 운정의 말을 끊었다.

“예물만 보내겠으니 이해해 주세요. 황자님.”

“그렇군요…”

운정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기쁘기 그지없었다.

‘예물만 보내면 되니 네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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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 대건에서 마련해준 거처에 도착한 방휘승은 한참이 지나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오늘 여섯째 황자가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대건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본때를 보여주려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텐데. 빌어먹을 놈. 되레 우리 체면을 깎은 것도 모자라 끌려다니는 입장이 돼버렸어. 괘씸해서, 원. 분명 여섯째 황자가 무능한 놈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저런 재주가 있는 거지? 대건왕조의 고서에 색깔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근데 그건 정말로 내가 우연히 생각해낸 건데. 혹시 대건왕조에 나보다 먼저 생각해낸 사람이 있었던 거야?’슉.방휘승이 울적해 하고 있던 그때 갑자기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자객인가?’그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밖에서 지키고 있던 호위병이 다가왔다.“국사님, 방금 누군가 화살을 쏘아 보냈는데 거기에 서신이 하나 있었습니다.”호위병이 화살과 서신을 건넸다.“사람은?”방휘승이 물었다.“보지 못했습니다.”호위병이 고개를 저었다.“알았다. 물러가라.”그는 가볍게 손을 내젓고는 화살과 서신을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안의 등불을 빌려 손에 든 서신을 펼쳤다.“허허...”방휘승은 서신을 읽으며 경멸에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대건 사람들은 싸우는 것과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 제대로 못 하면서 내분을 일으키는 건 기가 막히게 잘한다니까?”조금 전 여섯째 황자를 죽일 생각을 하자마자 대건왕조의 누군가가 그에게 방법을 알려주었다.게다가 계획이 아주 상세하게 적혀있었고 득실까지 분석해주었다. 여섯째 황자가 송북으로 가서 죽을 각오로 군대들의 사기를 북돋으려 하고 있고 또 그가 송북에서 죽든 말든 북성에는 아무런 좋은 점이 없다고 했다.‘분석은 그럴듯하게 했네. 근데 그 똑똑한 머리를 자기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만 쓰고 있어. 조정에 간신배들뿐이니 당연히 망하지.’“고민하지 말자.”방휘승이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우리에게 공동의 적이 있다면 내가 돕도록 하지.”그는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8화

    “어머니, 잠깐만요.”심해원이 심 부인을 불러 세웠다.“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궁금하지 않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심 부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심해원은 어이없어하며 두 새언니에게 말했다.“먼저 황자님과 얘기 좀 나누고 계세요. 전 어머니께 가보겠습니다.”그러고는 재빨리 뒤따라갔다. 한시라도 빨리 운정이 궁에서 크게 돋보였다는 걸 어머니에게 말하고 싶었다.물론 가장 중요한 건 대건이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주었다는 것이었다.심 부인의 방에 도착한 심해원은 그녀에게 궁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얘기했다.“그런 재주도 있단 말이냐?”심 부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냥 운 좋게 맞춘 건 아니고?”“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심해원이 피식 웃었다.“나중에 한 번 더 풀어냈는데 아예 눈을 감고 풀어낸 거 있죠? 정말 신기했어요.”“눈을 감고?”심 부인은 흠칫 놀랐다가 이내 콧방귀를 뀌었다.“그저 쓸모없는 재주일 뿐이다.”심해원이 말했다.“쓸모 있든 없든 우리 대건의 체면을 살려줬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백수하 이남의 땅을 되찾았다니까요?”“체면을 살린 건 그렇다 쳐도 잃어버린 땅을 되찾은 건...”심 부인이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북성은 늑대와 같아서 입에 넣은 고기는 절대 쉽게 뱉어내지 않을 거라고. 잃어버린 땅을 정말로 되찾았을 때 그때 다시 얘기하자꾸나.”심 부인은 다시 한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구두로만 약속해서 무슨 소용이야? 글로 쓴 것도 소용이 없는데. 오직 북성이 물러가고 대건의 군사들이 들어가야 비로소 잃어버린 땅을 되찾았다고 할 수 있는 거지.’두 모녀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운정은 영자와 함께 뒤뜰로 갔다. 우향은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로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나와 함께 일하는 건 어떻습니까?”운정은 주위를 둘러본 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영자가 눈썹을 치켜세웠다.“황자님이 이렇게 직설적인 분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7화

    방휘승이 무릎을 꿇자 북성 사절단의 다른 사신들도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더라도 지금은 꿇어야만 했다. 만약 이제 와서 약속을 어긴다면 식량을 구하는 일은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게 된다.무릎을 꿇은 북성 사람들을 보며 문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5년이다. 5년 전 그를 포로로 잡을 뻔했던 북성 국사가 드디어 그의 앞에 꿇어앉았다.이로써 5년 전의 분노를 풀 수 있게 되었다. 더 중요한 건 잃어버린 땅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이젠 죽더라도 조상들을 볼 면목이 생겼다. 그리고 역사책에도 그를 영토를 잃은 황제라고 기록하지 않을 것이다.문제는 가슴이 벅차올라 일부러 시간을 끌다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모두 일어나 자리에 앉도록 하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천천히 일어서는 북성 사람들의 안색이 하나같이 좋지 않았고 방휘승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운정을 노려보았다.운정은 입을 삐죽거리면서 속으로 그를 욕했다.‘나쁜 놈들. 내가 언젠가는 북성을 싹 다 멸할 것이다. 감히 나를 노려봐?’북성 사절단이 자리에 앉자 기분이 좋아진 문제는 곧바로 술과 음식을 가져오게 했다.경사스러운 일 덕분에 연회의 분위기도 달라졌다.수심에 가득 찬 북성 사람들과 달리 대건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셋째 황자의 일당 중 일부도 함께 기뻐했다.빼앗겼던 영토를 되찾았으니 매국노가 아닌 이상 기뻐해야 마땅했다.연회가 반쯤 지나자 많은 사람들이 운정에게 술을 권하러 왔다. 특히 강경파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운정이 예전에 아무리 무능했더라도 오늘만큼은 대건의 영웅이었다.연회가 끝난 후 운정은 문제가 그를 부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좋은 문제는 과음한 바람에 일찍 궁으로 돌아갔다.운정도 차라리 잘됐다면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지 않고 심해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궁을 나선 운정은 심해원에게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물론 그의 목적은 그녀의 둘째 새언니인 영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점점 멀어지는 운정의 마차를 보던 운림의 표정이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6화

    운정의 말에 방휘승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사실이 눈앞에 떡하니 놓여있으니까.그가 만든 물건을 운정이 눈을 감고도 그보다 빨리 풀었다. 몰래 배운 게 아니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하하...”호탕한 웃음소리가 멍하니 있던 사람들을 깨웠다. 소만욱이 방휘승을 보며 크게 웃었다.“국사, 우리 대건에서 훔쳐 배워놓고 이제 와서 색깔돌이로 자랑질이나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소?”소만욱의 말에 사람들은 흠칫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유국공님의 말씀이 맞습니다.”“제자가 스승을 시험하려 했으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요.”“국사, 북성에서 배워야 할 것이 아직 많겠소.”“유국공님이 아주 맞는 말씀을 했습니다.”운정이 또 내기에서 이기자 사람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오직 운림과 그의 일당들만이 얼굴이 어두워졌고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젠장. 저 멍청이가 정말로 눈을 감고 풀어냈어?’사람들의 조롱에 방휘승은 속으로 미친 듯이 포효했다.‘그래. 마음껏 웃어. 언젠가는 너희들이 울 날이 올 것이다. 내가 북성의 땅을 순순히 돌려줄 것 같으냐? 꿈도 꾸지 마라. 재간 있으면 땅을 되찾아보든지. 오늘은 일단 기뻐하게 놔두겠다.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면 그때 실컷 울게 해주마.’“됐다. 그만들 하거라.”문제는 사람들을 제지한 후 운정을 노려보고는 방휘승에게 말했다.“국사, 승복하겠소?”방휘승이 이를 꽉 악물었다.“우리 북성의 사내들은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거두지 않습니다. 여섯째 황자와 내기하여 졌으니 당연히 승복합니다.”그러고는 허리춤에 찬 검을 푼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도 검을 내려놓으라고 했다.북성 사절단의 사람들은 원치 않았지만 방휘승이 먼저 말을 꺼낸 이상 그들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그들의 행동에 사람들은 더욱 기뻐했다.혹시라도 방휘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 그들이 승복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승복하면 대건은 피 한 방울 흘리지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5화

    ‘눈을 감고 일각 안에 풀어내겠다고?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 요행으로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해졌구나.’문제는 너무도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운정을 무섭게 노려보았다.‘나라의 대사를 걸고 내기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목숨을 내걸었어. 게다가 눈을 감고 풀겠다고? 차라리 신선술로 풀어낼 수 있다고 말하지 그러냐? 망할 놈, 그렇게 죽고 싶어?’문제는 울화가 치밀었다. 북성 사절단이 없었더라면 발로 가차 없이 차버렸을 것이다.심해원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다.조금 전 내기를 통해 대건의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준 건 엄청난 공이었다. 그런데 제 주제도 모르고 또 내기를 하겠다고 덤벼들었다. 게다가 목숨까지 걸고 말이다.이건 죽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눈을 감고 색깔돌이를 풀어낸다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운정을 몇 번이나 말렸는데도 말을 듣지 않은 것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됐어. 기어이 죽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어.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어. 그래도 죽겠다면 그냥 내버려 두자. 이놈이 죽으면 나도 시집가지 않아도 되고. 좋지, 뭐.’심해원은 씩씩거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그 시각 입이 귀에 걸린 건 운림과 그의 일당들이었다.원래는 운정이 큰 공을 세워 앞으로 문제의 총애를 받게 될까 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운정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하하. 이제 볼 만하겠군.’“좋소.”잠시 넋을 잃었던 방휘승이 흔쾌히 대답했다.“여섯째 황자가 내기를 하겠다는데 당연히 응해야 하지 않겠소?”방휘승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검을 걸고 대건 황자의 목숨을 따는 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안 그래도 운정이 그의 일을 망쳐놓아서 제거하고 싶었던 참이었다.방휘승이 웃자 북성 사절단의 사람들도 함께 웃기 시작했다.“좋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운정이 색깔돌이를 방휘승에게 건넸다.“국사가 섞도록 하오. 나중에 내가 속임수를 썼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알겠소.”방휘승이 크게 웃었다.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4화

    ‘옥영롱? 옥영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밤하늘을 관찰하다가 만든 거라고? 차라리 타임슬립했다고 하는 게 더 그럴듯하겠어.’운정은 속으로 미친 듯이 비난하며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오. 이건 색깔돌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오.”“색깔돌이?”방휘승이 미간을 찌푸렸다.‘분명히 내가 만든 옥영롱인데?’운정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솔직하게 말해서 열 살 때 대건의 고서에서 본 적이 있소. 가끔 심심할 때 나무로 만들어보기도 했소. 그리고 내가 가지고 놀던 색깔돌이는 한 면에 열여섯 칸이나 있었소. 국사의 것보다 훨씬 복잡하오.”‘아무렇게나 지어내면 되지, 뭐. 어차피 벽파원의 궁녀와 호위병들 모두 처리되었는데. 내가 어떻게 지어내든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내 말이 곧 진실이야.’운정의 말에 방휘승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열여섯 칸? 열 살 때 열여섯 칸짜리 옥영롱을 만들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말도 안 되오. 절대 불가능하오.”방휘승의 두 눈에 핏발이 섰고 이를 꽉 악물었다.“그냥 황자의 운이 좋았을 뿐이오.”“그렇소?”운정은 웃으면서 시선을 방휘승의 허리에 찬 검으로 돌렸다.대건왕조의 문무백관들은 무기를 들고 궁에 들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방휘승 일행은 사신으로 왔기 때문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국사, 검이 참 멋진 것 같소.”뜬금없는 말에 방휘승은 어안이 벙벙했다. 잠깐 정신을 놓았다가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이건 북성의 대선우께서 하사하신 보검이오. 멋스러울 뿐만 아니라 날카롭기 그지없소이다.”“그렇소?”운정이 웃으며 말했다.“국사, 그럼 그 검으로 내기를 한 번 더 하는 게 어떻겠소?”‘내기를 또 한다고?’그 말에 문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운정을 쳐다보았다.“여섯째야, 오늘 연회는 북성의 사신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미 오래 지체되었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물러가거라.”문제는 이쯤에서 거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운정이 또 무슨 내기를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내기를 하다 보면 질 수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3화

    문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버렸다.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운정은 색깔돌이를 잠시 관찰하더니 양손을 동시에 움직였다...그리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손을 멈췄다. 어리둥절한 시선 속에서 운정은 색깔돌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방휘승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운정이 들고 있는 색깔돌이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저렇게 빨리 풀 수 있지?’그가 들고 있는 색깔돌이를 보며 대건 사람들도 완전히 넋을 잃었다.‘저것을... 풀어냈다고?’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어 눈까지 비볐다. 여전히 그 색깔돌이였지만 여섯 면의 색깔이 모두 같아져 있었다.정말로 풀어낸 것이었다. 게다가 운정이 말했던 일각이 아니라 숨을 몇 번 쉬는 사이에 풀어냈다.운림과 다른 황자들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말도 안 돼. 우린 한참 동안 애를 써도 기껏해야 한 면만 맞췄는데 저 무능한 놈이 이렇게 빨리 풀어냈다고? 젠장. 대체 어떻게 된 거지?’“감축드리옵니다, 폐하. 하늘이 대건을 돕고 있나이다.”원로 장규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눈물을 흘리며 크게 외쳤다.“감축드리옵니다, 폐하.”“하늘이 대건을 돕고 있나이다.”신하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서승우와 운림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무릎을 꿇었다.잃어버렸던 땅을 되찾은 건 큰 경사였다.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매를 벌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그 시각 문제는 등지고 서 있어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함성 소리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문제는 멍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폐하, 여섯째 황자님께서 이기셨사옵니다.”장규는 눈물범벅인 채로 색깔돌이를 가리키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대건이 5년 전에 잃었던 땅을 되찾았나이다.”장규는 온건파였다. 하지만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대건이 태평 성대하여 백성들이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랐다.5년 전에 잃었던

  • 천하무적, 여섯째 황자   제32화

    ‘차라리 죽어, 그냥. 어차피 죽을 바에 빨리 죽는 게 낫지. 저놈이 빨리 죽어야 나도 시집갈 필요 없는데.’운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국사는 내가 풀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오?”“물론이오.”방휘승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만든 것이지만 나조차도 일각 안에 풀어낸 적이 없소.”“그렇소?”운정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방휘승을 쳐다보았다.‘뭐야? 자기가 만든 것도 빨리 풀지 못한다고? 그럼 대체 어떻게 이런 물건을 만들 생각을 했지?’어리둥절한 운정의 모습에 운림은 속으로 비웃었다.‘멍청한 것. 이제야 좀 놀랐어? 허풍이 다 드러났지? 주제도 모르고 나대더니 꼴좋다. 네 꼴이 어떤지 보고 좀 나대.’“운정아.”문제가 엄격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앉거라.”“아바마마, 소자를 믿으시옵소서.”운정은 문제를 힐끗 쳐다보고는 방휘승에게 말했다.“국사 스스로도 일각 안에 풀 수 없다고 했으니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소?”“내기?”방휘승이 피식 웃었다.“무슨 내기를 하고 싶소?”문제는 운정이 나라의 대사를 걸고 내기를 할까 봐 버럭 화를 냈다.“여봐라. 당장 운정을 끌어내거라.”“잠깐만요.”방휘승은 손을 들어 문제를 제지했다.“폐하, 군주는 한 입으로 두말해서는 안 된다고 들었습니다. 여섯째 황자가 그래도 황자인데 공개적으로 한 말을 쉽게 거두어들여서야 하겠습니까?”문제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렇다. 군주는 한 입으로 두말해서는 안 되었다. 하여 황제의 아들이 공개적으로 한 말도 쉽게 거두어들여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북성 사절단의 앞에서는 더더욱 안 되었다.문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호위병들을 물리고 경고 섞인 눈빛으로 운정을 째려본 다음 고개를 돌렸다.‘저 어리석은 놈이 국사를 걸고 내기를 한다면 반드시 처형을 내릴 것이다.’그 모습에 운림과 일당들은 비웃으면서 운정이 어떻게 죽을지 지켜보기로 했다.“황자, 어떤 내기를 하고 싶은지 말해보도록 하오.”방휘승은 운정을 가지고 놀겠다는 표정으로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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