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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221 - Chapter 230

236 Chapters

제221화

“아! 이 미친년이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 해?!”매운 고추물이 눈에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전투력을 상실한 서도현은 두 손으로 눈을 감싸 쥐고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남설아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바깥은 길게 이어진 복도였고 저기만 빠져나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너무 아름다운 상상이었다.서도현은 금세 따라붙었고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채며 뒤로 힘껏 당겼다.“이 싸가지 없는 년이, 오냐오냐 봐주니까 기어오르네. 오늘 제대로 안 당하면 계속 나 무시할 거지?!”“내 말 잘 들으라고. 내가 원하는 거 당장 내놓지 않으면 넌 진짜 끝장이야!”서도현은 말로만으로는 화가 안 풀리는지 남설아의 뺨을 거세게 두 번이나 후려쳤다.눈앞이 하얘진 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콩밥 더 먹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네가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도현은 갑자기 낄낄 웃기 시작했다.원래 남설아는 이번 일도 배서준이 자신을 겁주려고 일부러 벌인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남자의 눈빛을 보니 정말 자신을 죽일 기세였다.‘좋아.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 배서준, 서도현. 이제는 사람을 끌어들여 죽이는 법까지 배운 모양이지?’남설아는 생명의 위협을 뼛속 깊이 느끼며 바로 표정을 바꿨다.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도현을 바라본 것이다.“나 죽인다고 무슨 이득 될 거 있어? 네가 필요한 건 돈 아니야? 260억? 그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나 지금 배서준이랑 아직 혼인관계인 거 몰라? 내가 죽으면 그 주식이랑 재산은 전부 배서준 거야. 하지만 내가 살아 있으면? 그걸 너한테 줄 수도 있어, 어때?”서도현은 그런 말 따윈 믿을 생각도 없는지 바로 또 한 대 뺨을 갈기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또 말장난하면 진짜 확 죽여버린다?”“진짜야.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지금 내 목숨이 네 손에 달려 있는데 내가 감히 거짓말을 하겠어?”남설아는 필사적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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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정말 철저하게 계획한 거였네.’남설아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나 진짜 얌전히 있을게. 말 잘 들을게.”말은 순하게 했지만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복도만 벗어나면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이 건물 자체를 벗어나야 진짜 살아나갈 수 있었다.서도현은 수표와 열쇠를 챙기고 나서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남설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그러고는 복도 한가운데서 갑자기 그녀의 옷을 거칠게 찢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남설아는 공포에 질려 몸부림치며 소리치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도현을 쳐다봤다. ‘제정신인 건가?’서도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한번 뺨을 세게 갈겼다.“이 미친년아, 진짜 내가 멍청한 줄 알았냐?”“너 같은 년한테 속을 줄 알아? 오늘은 일단 실컷 즐길 거니까 다 끝나고 나서 공증이든 뭐든 하러 가자!”서도현은 한 손으로 남설아의 두 손목을 움켜잡았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띠를 풀며 당장이라도 끔찍한 짓을 벌이려는 기세였다.이성적인 접근이 통하지 않자 남설아는 완전히 미친 듯 발악하며 격렬하게 몸부림쳤다.뒤이어 그녀는 타이밍을 재더니 무릎을 치켜들어 힘껏 찼다.“으아악!!”“남설아! 이 미친년! 감히 날 걷어차?!”서도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치 삶은 새우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몸을 웅크렸고 그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 끙끙댔다.남설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몸을 굴리며 일어선 뒤 그대로 기어가다시피 문 쪽으로 달렸다.이번이 유일한 기회였다. 다시 잡히면 그땐 정말 끝이었다.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으로만 내달렸다. 숨이 막혀도, 다리가 후들거려도 멈출 수 없었다.“거기 서! 남설아, 이 미친년아! 감히 도망쳐?! 잡기만 하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서도현이 뒤에서 악을 썼지만 조금 전 당한 타격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체력 차는 너무 컸다.남설아가 거의 문에 도달해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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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우민 씨’라는 이 한마디에 송우민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뭔가 다정하게 들리네. 죽다 살아나는 순간에도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이 여자, 정말 보통이 아니네.’송우민은 말없이 남설아를 번쩍 안아 들었다.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도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데려가.”“네!”곁에 있던 전기태가 곧장 앞으로 나서더니 서도현의 뒷덜미를 낚아채 그대로 차에 실어버렸다.그제야 서도현도 자신이 건드린 상대가 어떤 사람들인지 깨달은 듯 얼굴이 확 굳어지더니 다급하게 외쳤다.“안, 안 돼! 나한테 손대지 마! 내 매형이 배서준이야!”“네 매형이 배서준이면 뭐? 그래서 넌 더 죽어야지.”전기태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주먹을 날렸다.송우민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다.배서준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원수이자 송우민이 모든 걸 잃게 만든 장본인이었다.병원, 병실.다시 눈을 떴을 때 남설아는 온몸이 쑤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목덜미를 더듬어 확인했다. 살아있는 느낌이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혼잣말처럼 웃었다.“휴, 다행이다. 아직 살아 있네.”“그래도 멘탈은 괜찮은가 보네?”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있던 송우민은 남설아가 깨어난 뒤의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남설아는 처음의 두려움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놓였다.그가 아니었으면 자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곧 남설아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강연찬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와 그녀의 양 어깨를 붙잡고 얼굴을 들여다봤다.“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어디가 아파?”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남설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대답했다.“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강연찬의 다급한 모습에 송우민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알 수 없는 짜증이 피어오르며 콧소리가 절로 나왔다.“여기 나도 있는데?”그 한마디에 강연찬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남설아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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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동문이야.”강연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남설아를 바라봤다.원래는 이런저런 경고와 당부를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설아야, 어디 아프진 않아?”그는 애틋하게 그녀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졌다.“배씨 가문은 너한텐 너무 위험해. 제발 이혼해. 네가 원하면 뭐든지 내가 도와줄게.지금 난 그저 네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알겠지?”“싫어.”남설아는 망설임 없이 단칼에 거절했다.그러고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수표 효력을 취소하고 금고 열쇠 분실 신고까지 해버린 것이다.그건 겨우겨우 손에 넣은 중요한 것들이었기에 절대 그런 쓰레기한테 넘겨줄 수는 없었다.그땐 시간만 벌려고 그랬을 뿐 지금은 몸을 추스르고 정신도 돌아왔으니 더는 잃을 이유가 없었다.남설아의 이런 대처를 보며 강연찬은 자기가 너무 성급했다고 느꼈다.그리고 확실히 깨달았다.남설아의 마음속에는 이제 배서준이라는 존재는 완전히 지워졌다는 것을.그녀가 지금 마음속으로 바라는 건 오직 ‘되찾는 것’뿐이라는 것을.“선배,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직접 되찾을 거야. 다른 사람 손 빌릴 필요 없어.”“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난 내 힘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사람이야. 난 나를 지킬 수 있어.”남설아는 전화를 끊고 진지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는 배서준의 집에서 5년 동안 ‘새장 속의 새’로 살았다.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삶은 이제 지긋지긋했다.다시는 누구에게도 휘둘리고 싶지 않았고 심지어 누군가의 호의에도 기대고 싶지 않았다.“설아야, 난 그냥 널 돕고 싶었을 뿐이야.”남설아의 말에 강연찬은 적잖이 상처를 받았다.자신의 도움이 그녀에겐 오히려 짐처럼 느껴졌다는 사실이 씁쓸했다.그의 그런 표정을 보며 남설아는 괜히 미안해졌고 마음 한켠이 아릿해졌다.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선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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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지금 배서준은 비록 서유라 곁에 있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원래는 전날 밤 남설아를 따로 불러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서유라가 또다시 발작을 일으켰고 어쩔 수 없이 밤새 곁을 지켜야만 했다.남설아가 얼마나 기다렸을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이전 같았으면 배서준은 그저 아무렇지 않게 넘겼겠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괜히 미안하고 뭔가 잘못한 기분까지 들었다.“서준아, 오늘 회사 가지 마. 나 혼자 집에 있으면 너무 무서워...”서유라는 눈물까지 머금고 배서준의 소매를 붙잡았다.그녀는 아주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지금 배서준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굳이 묻지 않아도 알았다. 그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 남설아라는 걸.이런 현실이 그녀의 마음을 더더욱 뒤틀리게 만들었다.오랜 시간 공들여 겨우 붙잡은 배서준인데 고작 며칠 만에 다른 여자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절대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떼어내고 조용히 일어나더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투는 최대한 부드럽게 유지했다.“지금 전환 프로젝트가 중요한 시기야. 빠질 수 없어. 몸 안 좋으면 집에서 좀 쉬어.퇴근하고 바로 올게. 알았지?”“싫어. 서준아, 나도 같이 갈래. 나 혼자 있긴 무서워...”서유라는 다시 한번 그의 소매를 꼭 붙들었다.예전의 배서준이라면 그녀의 이런 의존이 귀엽게 느껴졌겠지만 오늘따라 그녀가 무척 유치하게 느껴졌다.불편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데리고 회사로 향했다.“남설아 보고 프로젝트 경과 보고하라고 해.”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배서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천기준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며 서 있었고 얼굴에는 난감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안 들려?”배서준은 그가 미동도 하지 않자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착각인진 모르겠으나 요즘 들어 배건 그룹 안에서조차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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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한원준이 사무실에서 나올 때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기술팀 자리로 돌아온 그는 물 한 모금을 힘없이 마시더니 푸념하듯 말했다.“대표님 오늘 도대체 왜 그러신 거야? 이 기획안, 전에는 엄청 잘됐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아주 쓰레기 취급이야. 한 시간 넘게 혼나고 나왔어. 내가 무슨 천벌 받을 짓 했나?”“오늘 팀장님이 안 와서 다행이죠. 안 그랬으면 그 화살 전부 팀장님한테 꽂혔을걸요?”따뜻이 다가온 오민지가 견과류 한 봉지를 건네며 싱긋 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원준은 당장 기분이 묘해졌다. 오민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민지 씨, 진짜 사람 맞아? 방금 입에서 나온 말, 스스로 돌이켜는 봤어? 팀장님 목숨은 소중하고 내 목숨은 안 귀해?”“근데 우리 팀장님 요즘 왜 자꾸 결근하시는 걸까요? 오늘도 또 휴가래요. 혹시 대표님한테 맞아서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거 아니에요?”오민지의 소리에 한원준은 하마터면 견과류를 뿜을 뻔했다. 그는 당장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민지 씨, 입에 자물쇠 하나 달아 좀!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말을 해? 우리야 그냥 회사원일 뿐인데 대표님이랑 사모님의 애증 관계를 우리가 함부로 입에 올려도 되는 줄 알아? 죽고 싶어?”“일해, 일!”한원준은 주변의 수군거리는 시선을 손으로 내쫓듯 휘젓고는 다시 일에 집중했다.한편 남설아는 다쳤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고통을 꾹 참고 다시 코딩을 이어가고 있었다.송우민이 도착했을 때, 남설아는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그를 묘하게 자극했고 또 부럽게 만들었다.그도 원래는 남설아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빛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걸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여기서 이렇게 여유롭게 일이나 하고 있고 좋겠다?”송우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남설아를 바라봤다.비꼬는 말투지만 남설아는 그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를 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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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서도현?”그 이름만 들어도 분노가 치밀었다. 남설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를 갈듯 말했다.“그 망할 자식만 생각하면 열이 확 받아. 그놈 때문에 지금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죽을 만큼 아픈 거 아니야. 민아, 네가 꼭 누나 복수해줘야 해, 알겠지?”“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송우민은 이를 악문 그녀의 표정을 보며 왠지 모르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설아는 당장이라도 그 자식 목을 쳐버리고 싶었지만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가서 아주 그냥 피떡 될 때까지 두들겨 패. 피범벅 되게. 그리고 해변가 별장 문 앞에 던져놔.”“패기만 하면 돼?”송우민은 의외라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의외로 착하네?”남설아는 그 말투가 자기를 놀리는 거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말투 왜 이렇게 여자 같냐? 철딱서니 없이. 먼저 물어본 건 너잖아. 내가 답하니까 또 태도 바꾸냐?”“이 정도로 큰일 도와주는데 뭘로 보답할 건데?”송우민은 더 이상 장난 섞인 태도는 보이지 않고 진지하게 물었다.‘이 인간, 역시 쉽게는 안 넘어가네. 그냥 도와줄 리가 없지.’남설아는 이를 갈며 송우민을 노려봤다.“말해. 뭘 원해?”“배건 그룹 최근 5년간 핵심 사업 자료 전부.”그는 망설임 없이 조건을 내걸었다.대단한 요구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면 오히려 다행이었다.“지금 당장은 없지만 몸만 회복되면 바로 넘겨줄게. 어때?”남설아는 웃는 얼굴로 단번에 받아들였다.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는 순간 송우민은 얼굴 표정이 확 바뀌더니 성큼 다가와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비웃듯 말했다.“내가 서도현인 줄 알아? 시간 끌기 같은 거, 감히 나한테 써?”‘이 사람 혹시 여우가 사람으로 변한 거 아닐까? 눈썹 진하고 인상 좋아 보였는데... 은근히 뒤끝 있다니까!’남설아는 속으로 분통이 터졌다.“근데 진짜 지금은 가진 게 없단 말이야.”“3년 전 인터넷 경진대회. 그쪽이 우승자였지?”송우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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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송우민은 강연찬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자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는 늘 신사적인 인상만 남아 있었는데 이런 야성적인 기운은 처음 느껴졌다.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은 송우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강연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 난 남의 아내한테 관심 없어.”배건 그룹 며느리가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사람이다.강연찬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선배 왔구나. 밥은?”병실에서 남설아는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눈만 감으면 온몸이 욱신거리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유일한 위안은 강연찬의 도시락이었다.그녀의 먹을 것만 밝히는 모습에 강연찬은 부드럽게 웃으며 도시락을 테이블에 놓았다.“넌 참, 오직 먹을 생각뿐이지? 다 네가 좋아하는 거로 해왔어. 옥수수 수프도 끓였고.”“선배는 진짜 너무 좋아! 나 선배 사랑해!”“나중에 돈 많이 벌면 선배 내가 책임질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매일 밥만 해줘. 그럼 돼.”남설아는 신난 얼굴로 젓가락을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그런 천진한 모습에 잠시 말을 망설이던 강연찬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송우민, 그 사람 너 보러 온 거야? 두 사람... 친한 거야?”“친하진 않아. 전에 나 납치했던 사람이야. 나중엔 살기 위해 서로 손잡은 거고.”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하고 나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근데 왜 다들 그 사람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꺼리더라? 그냥 애 같기만 하구만.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주변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를 모두 두려워하는 게 느껴졌다.그 말에 강연찬은 조급해졌다.“너 제발 그 사람 얼굴만 보고 착한 척하는 거에 속지 마. 겉보기엔 순둥이처럼 생겼지만 속은 냉혈한이야. 완전 미친놈이라고!”“미친놈이든 바보든 날 도와주면 내 친구야.”남설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바라봤다.“그 사람은 내 목숨 구해준 은인이야. 그 사람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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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배서준은 콧방귀를 뀌며 자기 정체부터 내세웠다. 아무리 봐도 이 상황에서 화낼 자격은 자신 쪽이 더 있다는 태도였다.그런 그의 모습에 강연찬은 더 말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걸 직감했고 입꼬리만 살짝 비웃듯 올리며 말했다.“자기 위치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니까 더 이상 자리만 차지하고 일도 안 하는 짓은 하지 마세요.”“강연찬 씨. 남의 가정 사이에 끼어들어 놓고 그렇게 떳떳합니까? 우리 집안 어른들이 알면 그쪽은 끝이에요.”배서준은 비웃듯 말하며 경고를 날렸다.“배건 그룹 대표란 인간이 고작 하는 짓이 어른한테 일러바치는 거라고요? 진짜 웃기네요. 유치하게.”강연찬은 한마디 남기고 남설아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남설아는 조용히 앉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몸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을 들자마자 마주친 건 배서준의 날선 눈빛이었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 넌 내 아내야.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고! 남자들이랑 밖에서 얽히지 말라고 했잖아! 창피하게 굴지 마!”“너랑 강연찬,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야?”배서준은 이를 꽉 물고 남설아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덮쳐 물어뜯을 기세였다.“맞아, 남 팀장.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아침부터 사람 기죽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설마 남편인 서준이를 이 정도로 무시할 줄은 몰랐네.”서유라까지 거들고 나섰는데 말끝엔 마치 남설아가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통증도 심한 데다 두 사람의 짜증 나는 공세까지 들으니 남설아의 얼굴빛이 더 창백해졌다.그녀는 갈비뼈 부근을 감싸 쥐고 차분하지만 날이 선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봤다.“어젯밤에 왜 안 왔어요? 나 한참 기다렸다고요. 거기서 진짜 죽을 뻔했고요. 그건 알고 있어요?”“난...”배서준은 본능적으로 변명을 꺼내려 했지만 곧 그녀의 말뜻을 눈치채고는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소리야?”“당신이 준 주소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거기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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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남설아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그 모습이 어찌나 억울하고 안쓰러운지 배서준의 마음이 한순간 흔들렸다.서유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제 대놓고 유혹하는 작전까지 쓰네?’배서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지는 걸 보자 서유라의 머릿속엔 경고등이 켜졌다.“서준아, 도현이는 절대 그런 짓 안 했어. 남 팀장이 거짓말하는 거야. 이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맞아, 맞아, 다 내 잘못이야. 유라 씨 말이 다 맞지.”남설아는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동의했다.그 말투, 그 표정에 또다시 화가 치밀어오른 서유라는 씩씩대며 성큼 다가와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아 씨가 서준이 때문에 예전부터 나 싫어한 거 알아. 근데 날 싫어하면 날 미워하면 되지, 왜 하필 우리 동생이야?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고! 설아 씨가 그렇게 대할 이유 없어!”“내가 걔한테 뭘 했다고 그래? 내가 때렸어? 욕이라도 했어?”남설아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리고 갈비뼈 쪽을 손으로 짚으며 배서준을 바라봤다.“당신은 당신 와이프한테 다른 여자가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 세상에 이런 남편이 또 있을까?”그가 ‘남편’이라는 신분으로 자기를 구속하려는 거라면 자신도 그대로 받아치면 되는 일이었다.‘남편’이라는 자리를 원한다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닐까?“유라야, 진정해. 나 혼자 얘기 좀 할게. 잠깐 나가 있어.”배서준은 서유라의 팔을 살짝 잡아끌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서유라는 여전히 미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이를 갈며 남설아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병실을 나섰다.서유라가 나가고 나자 병실엔 남설아와 배서준, 단둘만 남았다. 공기는 잠시 얼어붙은 듯 무거웠다.“치료비는 회사 보험으로 처리하면 돼.”배서준이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비록 법적으로는 부부고 아이도 있지만 이 둘은 서로를 잘 모른다. 대화도, 감정도, 공통의 언어도 거의 없었다.그 말을 들은 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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