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이 다급히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내일 궁인을 시켜 물건을 좀 보내겠습니다.”“그래.”진사형이 마침내 만족스럽게 대답했다.조전은 못내 마음속으로 속을 썩였다. 그가 물건을 보내지 않은 것도, 동궁 사람들이 그녀를 막대한 것도 아니었다. 사실, 태자는... 애초에 유소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셨다. 상전이 신경 쓰지 않으니, 하인들이 어찌 신경을 쓸 수 있겠는가.유양월은 두 사람의 얘기에 신경 쓰지 않고, 얌전히 한쪽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가끔 장난스럽게 고개를 들고 진사형을 몰래 쳐다봤다.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린 진사형은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오라고 했다.“서 있지 말고, 앉거라. 이야기를 좀 나누자꾸나.”“예.”“요즘 망월각 밖에 잘 안 나가는 것 같더구나. 어찌 이렇게 마른 것이냐? 그날 겁을 먹은 것이냐?”진사형의 말은 질문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확신에 찬 말이었다.요즘 날이 더워서 그녀는 움직이기도,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 무더운 날씨에 입맛을 잃어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그러나 유양월은 이 오해가 오히려 좋았다.“사실... 신첩은 그날 일을 떠올리니, 조금 무서웠습니다.”유양월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진짜 놀란 것처럼 보였다.진사형은 그녀를 몇 번 쳐다보다 웃었다.그는 그녀가 결국 어린 소녀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내 진사형은 손을 내밀었고 얌전히 앞으로 걸어온 유양월의 손을 잡으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글을 쓸 줄 아느냐?”“그리 많이는 못 씁니다.”“네 이름은 쓸 수 있느냐?”유양월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한 후 답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가르쳐 주셨습니다.”진사형은 한마디 응한 뒤, 유양월의 작은 손을 잡고 내실로 향했다.“양월이라, 네 이름이, 참 좋은 이름이구나. 순수하고 귀여운 성격을 보니,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걱정 없이 지냈나 보구나. 정말 큰 복이다.”그는 말을 마친 후, 유양월의 눈빛이 잠깐 어두워진 것도
Last Updated : 2025-01-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