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7화

작가: 소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07 16:45:54
소금은 백양제의 눈치를 살핀 뒤, 사나운 표정으로 꾸짖었다.

"추승휘, 마마께서는 몸조리 중이십니다. 어찌 이런 일까지 신경 쓴다는 말입니까?"

추승휘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고개를 들고 백씨의 창백해진 안색을 보니, 무슨 일인지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쁨이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올랐다.

과거 태자가 가장 총애하던 사람은 백씨였다. 백씨는 그의 총애를 내세워 고고하게 지내며 다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안았다. 지금 그 대우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니…

게다가 백씨의 아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 그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더욱 괴롭고 속상했고, 배 속을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소... 소금아, 어의를 부르거라… 배가 너무 아프구나..."

추승휘는 백씨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한 걸 보고 순간 당황하였다. 그녀는 백씨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고, 백씨의 힘을 이용하여 유씨를 혼내고 싶었지만 백씨의 목숨을 해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설궁각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녁.

"태자비 마마, 설궁각 백씨의 아이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합니다..."

마마가 낮게 속삭였다.

이 말에 태자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날 태자비는 마마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었다. 하지만 그녀는 태자비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황후이기도 하다. 후궁들 여인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은 품위를 잃는 일이다.

게다가 백씨의 아이가 남자일지도 모를 일이었고, 그 아이가 장차 어떤 인물이 될지도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어찌 갑자기 이런 소동이 일어난 것인가?"

"들은 바로는, 추승휘가 문안을 마치고 설궁각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씨의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쿵!’

그녀는 옆에 놓인 작은 탁자에 손바닥을 내려쳤다.

"어리석네!"

아이를 지키는 일에 전념하지 않고 시기 질투를 부린다니. 아이도 제대로 낳지 못할 상황에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

태자비는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다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명했다.

"설궁각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왕의 첩   제18화

    유양월은 손에 들고 있던 값비싼 비녀를 바라보았다. 꽃잎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만들어져 있었고 꽃줄기 부분도 세밀하게 새겨져 있어, 보기만 해도 평범한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그 옆에 있는 붉은 보석 귀걸이도 작지만 선명한 붉은 색을 뽐내고 있었다.크기는 일단 둘째 치고 선명한 붉은색만 봐도 찾기 힘든 귀한 것이라 알 수 있었다.부를 누리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유양월은 청유의 말에 무심히 응하고 있었다.청유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청유는 그녀가 진목의 이용을 당하고 힘들게 지내다 태자의 총애를 받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자가 준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태자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했다.청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유양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마마께서 태자에게 이렇게 빠지셨다니… 동궁에서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좋은 일일까?태자의 후궁에는 여인이 점점 많아질 테고, 그럼 그녀는…청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그녀를 경고해야 한다고 속으로 다짐했다.문 앞에 놓인 우미인 꽃은 어느새 다른 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화려하게 핀 석류꽃이었다.화분마다 풍성하게 피어나 있었고, 붉고 화려한 꽃들이 잎 속에 숨어 있었고 한눈에 보기만 해도 마음에 쏙 들었다.유양월은 미소를 지으며 그 꽃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핀 석류꽃을 뽑아 손에 들고는 만지작거렸다.그녀는 추씨, 백씨와의 지난 생의 원한을 제대로 정리할 셈이었다.촛불이 흔들리는 병풍 앞.눈을 반쯤 감고 있는 준수한 소년이 탁자 위에 놓인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 앞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가 들렸다."전하.""들어오거라."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명령했다."예."들어온 사람은 그를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아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하. 동궁의 도만이... 죽었다는 소식을 오늘 전해 들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그는 책을 잡고 있던 손을 세게 쥐었다. 그는 차가운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19화

    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아랫사람은 의아해했다. 유씨가 동궁에서 총애받고 있다는 것은 주인에게 아주 좋은 일이다. 그들의 계획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텐데, 왜 주인의 목소리에서는 분노의 기운이 느껴졌을까?"그럼 유씨에게 소식을 전할까요? 폐하가 보내신 구호금이 상당히 많은데, 그 구호금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동궁에서 아무리 신임받고 있다고 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이번 구호금을 책임지는 사람은 태자였다. 만약 유씨가 동궁에서 손을 써서 구호금 운송 경로를 알게 된다면, 이를 이용해 계획을 세울 수 있다."아니다. 따로 계획이 있으니, 일단 움직이지 말거라."진목은 이마를 짚고 손을 흔들어 그를 물러가게 했다.보고를 마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서재의 문을 닫고 두 걸음도 나가지 않아, 안에서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그는 발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평온한 다른 곳에 비해, 설궁각의 분위기는 무거웠다.대황손은 침대 옆에서 괴로워하는 백씨를 보며,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어마마마. 어서 어의를 청하거라. 어마마마께서 이렇게 아프신데, 어서 어의를 부르거라."소금이 다가가 공손히 대답했다."이미 궁인을 보내 어의를 청하러 갔습니다. 곧 도착할 것입니다."진홍운은 시선을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속으로 초조해했다. 그리고 태자비에 대한 증오가 더욱 깊어졌다.우물 속 그 시체 사건에 대해, 그의 어머니는 줄곧 답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동궁 내에서 추씨는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으니,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유양월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의심을 받지 않았다.동궁 내에서 아무도 모르게 이런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태자비라 생각했다.어의가 급히 도착해 진맥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백양제의 아이가 위태롭습니다. 전부터 위험한 데다 회임하신 지 첫 달이라 더 상황이 어렵습니다. 혹 낳는다고 해도... 마마께서 심한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백씨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20화

    내시들이 다급히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웠고, 다른 내시가 강아지를 잡았다.평안 군주는 조급한 마음에 궁녀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왔다."분명 네가 강아지한테 다가가다 부딪힌 것이다! 어서 놓거라."군주가 급해할수록, 진홍운은 기분은 통쾌했다. 어머니의 고통과, 몰래 눈물을 훔치고 있던 모습을 떠올린 그는 내시 옆으로 가서, 그 강아지를 들고 온 힘을 다해 땅에 내리쳤다.내시들과 궁녀들이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 강아지를 바닥에 내리치자, 군주는 비명을 지르며 강아지를 향해 뛰어갔다.강아지는 이제야 몇 달 정도 된 듯 작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내리치자, 강아지는 계속 아픈 듯 낑낑거리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진평안은 눈시울을 붉히고 진홍운을 꾸짖었다."설이야, 지금 설이를 죽이려는 것이냐."진홍운도 겁먹은 척 눈물을 흘리며 설이를 가리켰다."저 짐승이 먼저 저를 덮쳐 넘어지게 했습니다."두 아이는 이 일로 싸우기 시작했고 궁녀들과 내시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무엇을 하고 있느냐? 군주의 강아지가 다친 것을 보지 못한 것이냐? 지금이라도 치료한다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멀리서 유양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방금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이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 했지만, 어쩌면 이번 기회를 통해 태자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에 생각을 바꾸었다.다들 유양월이 오는 걸 보고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그녀는 손을 흔들어 궁인들을 일으켰고 명을 내렸다. 진홍운은 설이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쫓아가서 괴롭히려 했지만, 화려한 자수가 수 놓인 신발이 그를 가로막았다.그가 화를 내기도 전, 유양월의 말이 들렸다."멀리서 보니, 황손이 넘어졌더구나. 다쳤는지 모를 일이니, 어서 황손을 데리고 가거라."내시들이 그 말을 듣고 걱정되어 진홍운에게 다가갔다.진홍운은 진평안과 일행이 강아지를 데리고 멀리 떠나는 모습에 내키지 않았지만,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유양월을 노려보다 귀찮은 듯 손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21화

    마지막으로 그녀는 덧붙였다."유소훈께서 오지 않았다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펑!’"건방지구나!"태자비는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곁에 있던 허마마가 급히 다가왔다."태자비 마마."말이 끊겼지만, 태자비는 그녀는 그녀를 힐긋 흘겨보기만 했을 뿐 화를 내지 않았다. 허 마마는 그녀의 유모기에 신분이 달랐다."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허 마마는 그녀의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마마께서 화가 나신 것을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백씨에게 찾아가서는 안 됩니다. 백씨의 상황이... 지금 찾아가셨다가 백씨가 전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이라도 하면, 괜히 곤란한 일을 겪게 되실 것입니다."태자비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이성을 되찾았다. 그녀는 딸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아 숨이 끊긴 설이를 보며 부드럽게 위로했다."울지 말거라. 설이도 네가 설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설이 역시 너를 아꼈을 것이다."진평안은 여전히 설이를 안고 손을 놓지 않았고 슬픔에 젖은 아이의 눈빛에 태자비의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백씨의 건방진 태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태자비의 자리를 흔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이 자기 딸을 괴롭혔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진평안은 겨우 세 살이었다. 진평안은 한참 울다가 지쳤지만, 여전히 설이를 꼭 껴안고 있었다. 태자비는 힘겹게 설이를 딸의 손에서 떼어내어 하인들에게 정성껏 묻으라고 명했다.허 마마는 고뇌에 빠진 태자비의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태자비 마마,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지만, 백씨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은 황손입니다. 벌써 군주를 이리 괴롭히는데, 앞으로는..."민씨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회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전하께서 한 달에 세 번 오시고, 몸조리에 좋은 약도 먹고 있네."허 마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이뿐만 아니라, 백씨의 총애도 문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22화

    예의 바르고 교만하지 않은 유양월의 모습을 보며, 민씨의 미소도 한층 진솔해 보였다."오히려 내가 너에게 고맙다. 오늘 군주가 정원에서 황손과 아이들끼리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더구나. 그때 네가 나서서 해결했다지."유양월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작은 일입니다. 게다가 군주는 적출이고 황손의 누님이십니다. 황손께서 군주를 넘어서서는 안 되지요."태자비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찻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유양월은 태자비가 자기 말의 숨은 뜻을 알아들었음을 깨달았다.진심을 이미 전했으니, 이제는 태자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지난 생, 태자비는 직접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후궁을 관리할 뿐, 누구를 일부러 괴롭히는 일도 없었다. 평범한 집안이었다면 그녀는 더없이 좋은 정실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이곳은 동궁이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태자비도 마음가짐이 변화했을 것이다.유양월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민씨가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너도 동궁에 온 지 꽤 되었구나. 이 ‘정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유양월은 손목의 차갑고 매끄러운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거뒀다."소첩의 눈에는 꽃들이 만개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 꽃이 다듬어지지 않아, 목단의 기세를 덮으려는 것이 엿보입니다.""그래?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느냐?"태자비는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양월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소첩은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래. 좋은 말이구나. 이제 돌아가 보거라."태자비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돌려보냈다.유양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춘 여월각을 떠났다.그녀는 이로써 두 사람 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고 있다.비록 일시적인 합의일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충분했다.유양월은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진사형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백씨와의 충돌이 불가피했다.그녀는 아직 동궁에서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23화

    여리여리하던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 그녀는 공격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거울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자, 거울 속의 아름다운 여인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만족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가자.”청유는 그녀의 무릎을 힐끗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유양월이 이렇게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유양월은 조금 늦게 여월각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추승휘와 백양제가 이미 와 있었다. 두 사람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묘한 눈빛을 드러냈다.이내 백씨가 먼저 비아냥댔다.“누가 왔나 했더니, 유소훈이구나. 오늘, 이 차림새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 남들이 보면 네가 양제라고 생각하겠구나.”추승휘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유소훈이 워낙 천한 신분이니, 예를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백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그래. 듣자 하니, 소훈은 그저 유생 집안 딸이라지 않았는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모를 만도 하구나. 오늘 내가 직접 가르쳐주마. 이렇게 차려입고 다니는 것은 분명 신분을 넘은 행동이다. 그러니 문 앞에서 한 시진 동안 무릎을 꿇고 반성하거라.”태자비는 눈살을 찌푸리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던 찰나, 유양월이 반박했다.“예. 제가 예의에 어긋났습니다. 백양제께서 저보다 나이가 위이니, 예를 잘 아실 테지요.”백씨는 미모에 자부심이 오만한 성격이었다. 유양월이 그녀의 나이를 비웃자, 그녀는 분노가 치밀었다.“유씨, 이 궁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차고 넘친다. 보잘것없는 출신으로 동궁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복을 받은 것이다. 만족할 줄 알아라.”유양월은 화를 내지 않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의 복은 전하께서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소첩도 사람마다 받을 복이 정해진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찌 항상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될 수 있겠습니까? 백양제도 총애를 받으신다고 들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24화

    밖에는 이미 태양이 쨍쨍 떠오른 시각이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돌계단은 태양에 달궈져 몹시 뜨거웠다. 하지만 유양월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청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뒤에는 태양이 작열하고, 아래는 딱딱한 계단이 있었다. 평범한 여인도 견디지 못할 것인데, 유양월처럼 연약한 여인은 더더욱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유양월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곧은 자세로 묵묵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안 인사가 끝났다. 백씨는 턱을 치켜들고 걸어 나와 문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유양월을 보고 비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지나쳤다.추승휘도 비웃는 눈빛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유양월이 벌을 받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속이 시원한 듯했다.반 시진이 지나자, 유양월이 조금씩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청유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유양월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청유는 유양월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큰 뜻을 품고 있었고, 매사에 신중했다.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이다.태자비가 여월각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 것인가?”옆에 있던 허 마마가 앞으로 걸어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소인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아, 백씨를 자극해 벌을 받으려는 듯합니다.”“나도 그 뜻은 알아차렸네.”태자비는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자, 그녀는 다른 일에 신경을 돌렸다.다시 반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유양월은 마침내 청유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록 미리 준비하고 있었지만, 오래 무릎을 꿇은 탓에 그녀의 무릎은 몹시 아팠다.“마마, 괜찮으십니까? 제가 업어다 드리겠습니다.”이곳에서 망월각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유양월은 오랫동안 무릎을 꿇은 탓에 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워 보였다.그러나 유양월은 고개를 저으며, 고집스레 절뚝거리며 망월각으로 돌아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 왕의 첩   제25화

    조전은 명을 받자마자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유양월은 입술을 오므리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은 괜찮으니, 어의를 부르시지 않아도 됩니다.”“괜찮다니? 조금만 더 무리했다면 네 무릎도 큰일이 났을 것이다.”그는 옷자락을 털며 자리에 앉아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개를 숙인 유양월의 눈시울이 점점 촉촉해졌다. 뜨거운 눈물이 치맛자락 위로 떨어지자, 그녀는 급히 손으로 닦아냈다.진사형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방금까지 품었던 불만을 서서히 내려놓았다.유양월은 결국 백씨보다 품계가 낮기에, 무모하게 다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의 가여운 모습에 불쌍한 마음이 들었고, 입 밖으로 뱉으려던 꾸짖는 말도 차마 할 수 없었다.유양월은 정말 아름다웠으며, 성격 또한 진사형의 마음에 들었다.순종적이고 예를 잘 따른다면, 진사형은 그녀를 더 많이 아껴줄 마음이 있었다.곧 어의가 도착했다. 하지만 유양월은 여인이고 어의는 사내기에, 바로 진맥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어의는 여의를 대동해 왔다.어의는 먼저 상황을 살폈다. 그녀의 무릎에 난 상처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처방전을 작성했고 이어 여의에게 진맥을 맡겼다.여의의 손가락이 가볍게 그녀의 무릎을 누르자, 유양월은 이를 꽉 악물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참아냈다.하지만 그녀는 창백한 안색을 숨기지 못했다.“어떠냐?”“태자께 아룁니다. 유소훈의 무릎에 난 상처를 확인해 보니, 살갗만 다친 듯했지만 사실 오래된 상처가 쌓여있어 빨리 낫진 못할듯합니다. 과거부터 통증이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앞으로 걷는 데 큰 지장이 있을 것입니다.”“네 이름이 무엇이냐? 앞으로 유소훈의 병은 너에게 맡기겠다.”진사형은 하얀 옷을 입은 여의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백씨가 유양월에게 벌을 내린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무릎이 다친 상황에서도 참고 벌을 받았다. 그녀가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한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여의는 질문을 듣고 공손히

    최신 업데이트 : 2025-01-07

최신 챕터

  • 왕의 첩   제40화

    “예.”청유의 답에 돌아온 것은 유양월의 고른 숨소리뿐이었다.여자가 많은 곳은 항상 말썽도 많다. 겉으론 다들 친한 자매처럼 행동하며 화목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서로 싸우지 못해서 안달이었다.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음모를 꾸미는 일은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었다.“소식은 들었느냐? 대체 어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냐!”진목은 탁자 앞에 앉아 어두운 분위기로 말했다. 목소리만으로도 상대의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무릎 꿇고 있던 책사는 몸을 떨고 있었고, 굵은 땀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그자는 원래... 부인과 관계가 몹시 나빴으며, 심지어는… 혐오하고 증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의 아내를 인질로 잡았을 때, 겉으로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저희 요구와 계획을 파악한 뒤, 수작을 부리며 저희가 지시한 대로 하지 않았습니다…”진목은 유양월에게서 정보를 얻은 뒤, 즉시 움직였다.그는 그 인물을 이용해 태자의 운송 계획을 방해하고, 심지어 중간에서 빼앗으려 했다.그 구호금은 적은 편이 아니었다. 진목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다름 아닌 돈이었다.그의 외가는 평범한 집안이었고, 어머니의 신분 또한 높지 않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지금까지 그는 홀로 힘들게 기반을 마련해 왔다.조정의 신하들은 그를 우습게 보며 그의 손을 거절했고, 허황한 꿈을 꾸는 사람으로 여겼다.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태자는 그동안 거대한 산처럼 그와 다른 황자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태자는 태어나자마자 황후의 곁에서 자랐고 게다가 황후의 외가는 전적으로 그를 지지했다.그는 이런 행운이 정말 부러웠고 질투를 느꼈다!진목은 손에 들린 부채를 꽉 쥐어 손잡이를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이번 기회가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힘들게 끌어들인 장군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그 장군은 관직은 높지 않았지만 충직하고 유용한 인물이었다.그런 인물을 이렇게 잃다니!만약 그를 가족으로 협박하지 않았다면, 그의 이름은 황제의 귀에 전해져 동궁의 서재에도 전달되

  • 왕의 첩   제39화

    “유소훈.”“지승휘께 문안드립니다.”유양월이 미소 지으며 예를 올렸다.지추연은 다정하게 손짓하며 시녀에게 부축하라 명한 뒤, 급히 말했다.“예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동궁에 갓 들어와, 모르는 것이 많소. 앞으로 유소훈께 많이 의지해야 할 것 같소.”유양월은 얼굴에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대답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품계가 저보다 높고, 가문도 훌륭하시니, 앞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실 것이 분명합니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지추연의 부탁을 거절했다.지추연은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겸손하실 필요는 없소. 동궁에 들어온 순간부터 태자께 총애받고 계신다고 들었소. 우리는 전하를 한 번 모신 후, 다시는 뵙지 못했네.”지추연은 말하며 약간 슬픔 표정을 지었다.“전하가 누구를 찾으실지, 저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지승휘, 지금 좀 피곤해서 먼저 처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유양월은 말을 마치고, 지추연이 더 이야기를 이어갈 틈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돌렸다.지추연은 여전히 지난 생처럼, 선한 인상으로 수를 쓰려고 했다.하지만 이번 생의 유양월은 그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유양월의 가냘픈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지추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멀어지는 그림자를 차갑게 응시할 뿐이었다.곁에 있던 단계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마마, 유씨는 지위가 낮은 데다 무례합니다. 어찌 마마에게 저렇게 대꾸할 수 있습니까?”“지위가 낮다고? 지위가 낮더라도 전하의 총애만 있다면 누가 그녀를 얕볼 수 있겠느냐? 태자비 마마에게 아무리 다가가도 냉정하셨지만, 유소훈에게는 따뜻한 태도를 보였다.”지추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단계는 상전의 매서운 말에 이내 입을 닫았다.곁에 있던 빙하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마마, 총애를 받는 유씨가 저희 유상각도 가까우니 유씨와 친밀히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하께서 총애하시니, 그곳에서 전하를 마주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똑똑하구나.

  • 왕의 첩   제38화

    아이를 잃었다는 소식을 들은 진사형은 곧장 설궁각으로 향했다. 그를 보자 백씨는 슬픔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고, 애처롭게 눈물을 흘렸다.한때 자신이 아끼던 여인이 슬퍼하고, 그도 아이를 잃은 슬픔이 컸기에 진사형은 한참 동안 그녀를 위로하며 그녀의 처소에서 머물렀다.그 이후 며칠 동안, 그는 매일 밤 그녀의 처소에서 묵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쓸쓸하기만 했던 설궁각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한편, 여월각.태자비는 손에 든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리는 자리에, 백씨는 여전히 자리를 비웠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참석한 상태였다.태자비는 별다른 내색 없었다. 유양월은 조용히 새로 들어온 두 명의 여인을 살펴보았다.한 사람은 성이 육이고, 이름은 육함향이었다. 그녀는 이름처럼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겼으며, 외모는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여월각에 들어온 이후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었다. 그녀의 경멸이 담긴 태도를 유양월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다른 한 사람은…“태자비 마마께서 저희를 참으로 너그럽게 대해 주십니다. 집을 떠나 동궁으로 온 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마마께서 저희를 잘 챙겨 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이제는 편히 지내고 있습니다.”이 사람은 지추연으로, 경성의 종2품 우보사 가문의 딸이다. 육함향의 차갑고 자존감 강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는 태자비에게 극도로 공손하며 아부를 늘어놓았다.심지어 태자비의 총애를 얻으려는 다른 이들조차 그녀의 재치에 감탄할 정도였다.그러나 전생의 기억을 가진 그녀는 지추연이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태자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대신 유양월에게 말을 걸었다.“요 며칠 전하께서 바쁘신 데다 백씨를 돌보느라 너의 처소에 가지 못했다. 너무 섭섭해하지 말거라.”유양월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자의 총애를 받던 여인이었지만

  • 왕의 첩   제37화

    화단은 완전히 얼어붙은 듯 넋을 잃었다. 그러나 몇 차례의 교훈 덕분에 그녀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서둘러 물 한 잔을 떠와 백씨에게 건넸다.“양제, 물 한 모금 드십시오! 좀 나아지실 것입니다. 어의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으니, 기운도 없잖습니까?”백씨는 화를 내려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어 단숨에 물을 마셨다.물을 마시고 그녀는 긴 기다림을 참아야 했다.지금 그녀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어의가 분명 편히 쉬며 감정을 격하게 하지 말라고 수없이 당부했었다.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치맛자락 아래에서 선명한 핏빛이 넓게 피어났다. 붉은 피를 본 화단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 그 모습이 마치 목숨을 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여봐라! 큰일이다! 마마께서 위험하시다!”그녀는 체면을 잊은 채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머리에 꽂힌 비녀도 헝클어진 채로 문 앞에서 소리를 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들이 우르르 달려왔고, 어의를 재촉하러 뛰어간 하인도 있었다.설궁각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어의가 도착했을 때, 백씨는 이미 창백한 얼굴로 침상 위에 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평소 화려하던 그녀의 뺨은 생기를 잃고 창백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은 이전의 거만하고 당당했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어의, 저희 마마께서 갑자기 피를 보이셨습니다. 어서 살펴주세요.”소금이 어의를 안으로 안내하며 말했다.어의는 맥을 짚고 상황을 살핀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양제의 유산은 이미 확정된 일입니다. 저도 이젠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 아이를 깨끗이 정리하는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문제가...”“뭐라! 아이를 잃는다니! 어의지 않느냐? 어찌 아이가 없어질 수 있단 말이야!”백씨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어의의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손으로 이불을 힘껏 틀어쥐었다.“저는 어의일 뿐

  • 왕의 첩   제36화

    “예, 알겠습니다.”조전은 태자 뒤를 따라가며 마음속 놀라움을 애써 억누르고,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태자는 여인을 탐닉한 적이 없었고, 게다가 여인에게 이토록 신경 쓰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겨우 몇 번 시중을 든 유소훈이 이렇게 빨리 태자의 총애를 받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그러나 이것은 유소훈의 비범한 심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그 옥은 태상황이 남긴 물건으로, 폐하에게 하사되었고, 폐하께서 또 전하에게 주신 것이다. 그것을 유소훈에게 주셨다니. 그녀에게 마음을 준 것이 틀림없구나.”태자비는 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보다가 멈칫하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태자비는 이 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백씨는 항상 교만하고 거만했다. 그녀의 집안 배경뿐만 아니라, 태자의 총애를 받고 황태손을 낳았기 때문이었다.유씨는 출신도, 조건도 백씨와 비교할 수 없었다.그런데도 보아하니, 백씨가 동궁에 금방 왔을 때보다도 더 많은 총애를 받는 것 같았다.태자비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허 마마에게 눈짓했다.“동궁에 또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네.”그러더니 다시 한번 말을 돌리며 말했다.“전하께서 그녀를 좋아하시니, 우리 여월각에서도 무엇인가 준비해야겠네.”허 마마는 이를 듣고 찬사를 보냈다.“마마는 슬기롭고 마음이 넓으십니다. 전하께서 좋아하는 것을 품어주시다니,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전하께서도 그 마음을 감사히 여기실 것입니다.”태자비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눈가에 웃음을 담았다.그녀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양제, 조금만 더 드십시오. 하루 종일 식사를 안 하셨습니다.”“배가 아파서 먹을 수 없다!”백양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시녀가 들고 온 연유죽을 보더니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녀들이 한데 모여 낮은 소리로 속닥거리며 웅성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시끄럽구나!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냐!”그녀는 크게 소리쳤다.시녀들은 깜짝 놀라 무릎을 꿇었다. 앞장선 시녀가 대답했다.

  • 왕의 첩   제35화

    그는 손을 뻗어 유양월의 가냘픈 허리를 끌어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히며 가볍게 웃었다."네가 동궁에 온 지도 꽤 되었구나. 듣자 하니 태자비를 아주 공경한다고 하더군."총애를 받으면서도 자만하지 않는 건 분명 장점이었다.유양월은 저녁이 되어 머리의 화려한 장신구를 모두 빼고, 긴 머리카락을 뒤로 자연스럽게 풀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녀의 쇄골 위로 흘러내렸고, 이를 본 진사형의 시선이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태자비 마마는 늘 저에게 인자하셨습니다. 당연히 공경해야 하지요."그녀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내 대담하게 하얀 팔을 뻗어 태자의 목을 감싸 안으며 의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진사형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흐뭇해하며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쓰다듬었다."참하구나. 내가 더 아껴주마."유양월은 그의 말을 듣고도 마음에 담지 않았다.마음에 들 때면, 무슨 짓을 하든 용납될 것이다.하지만 미움을 받으면 먼지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먼지는 적어도 누군가가 쓸어주기라도 하지만, 지난 생 그녀는 사랑받지 못해 모두에게 짓밟혔다.유양월은 진사형의 가슴에 기대어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눈빛을 감추었다. 청유와 조전에게 그 모습은 사랑이 넘치는 부부 같았다.진사형은 품에 안긴 따뜻하고 부드러운 유양월의 존재를 느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고, 그는 목이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그는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대로 향했다.이내 또 두사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그날 밤, 망월각은 늦은 시각까지 불빛이 사라지지 않았다.동궁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넘쳐났지만, 미모와 지혜를 겸비하고 게다가 마음마저 맞는 여인은 아마 유양월이 유일할 것이다.다음 날 아침, 진사형은 양팔을 벌려 태감과 궁녀들에게 시중을 맡겼다. 침대에 누운 여인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두어 마디 중얼거리고는 다시 잠들었다.그녀는 방 안의 상황과 다른 이들의 시선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 왕의 첩   제34화

    이후 그가 진실을 알아낸다 해도 이미 늦은 일이다.누가 감옥에 갇힌 죄수의 말을 믿겠는가? 죄수가 하는 미친 소리를 믿는 자야말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유양월은 가볍게 웃으며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작은 발을 흔들며 얼음 다과를 단숨에 마시고는 고개를 들어 조금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청유야, 이게 이렇게 빨리 없어지다니... 수라간에 가서 한 그릇 더 가져오거라.”그녀는 이내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청유가 답했다.“마마, 마마께 정해진 몫은 한 그릇뿐입니다. 다 드셨으니 더는 안 됩니다.”유양월은 속지 않았다. 다시 부탁하려던 찰나, 문밖에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말투가 즉시 바뀌었다.“전하께서 나를 총애하시니, 한 그릇 더 먹는다 해도 괜찮다! 전하가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데, 어찌 다과 한 그릇을 신경 쓴다는 말이냐?”“맞는 말이다. 다과 몇 그릇으로 빈털터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구나.”진사형이 여유 있는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옅은 미소가 서려 있는 표정을 보아, 기분이 좋은 듯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그것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말이다.하지만 낚인 사람이 그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생각을 마친 그의 기분은 더욱 좋아졌다. 그는 유양월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칭찬했다.“머릿결이 참 좋구나.”미인은 머리카락조차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워야 한다.그리고 유양월이 바로 그런 미인이었다.유양월은 오늘 태자가 다시 망월각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매번 그와 만남을 위해 신중히 준비했다.이제 저녁 식사 시간도 지난 뒤였다. 진사형은 연한 하늘빛이 도는 비단옷을 입고 흰 옥관으로 머리를 묶고 있어 외모가 한층 더 돋보였다. 그의 모습은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유양월은 그를 한 번 훑어보고는 다시 상냥하고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그녀는 평소와 달리 화려한 색상의 옷이 아닌, 헐렁하고 연한 하얀색 치마를 입고

  • 왕의 첩   제33화

    청유가 넘긴 정보는 결국 진목에게 전해졌다. 그는 서신에 적힌 이름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이 사람의 배경을 조사했느냐?"아래에 있던 책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예. 조사해 본 결과, 이 일은 태자 전하께서 계속 관할해 온 일이었습니다. 그가 곡물 운송대에 있으니, 이 정보는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진목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날카로운 턱선에 냉혹한 미소를 드리웠다. 그는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었고, 어두운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물었다."유씨는 동궁에서 잘 지내고 있느냐?"책사는 몰래 그의 표정을 살피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잘 지내옵니다."그 말을 들은 진목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그의 탁자 위에는 한 폭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 그림 속 여인은 절세의 미모를 지녔고, 얼굴은 선녀와도 같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눈은 영롱했고 눈가에는 요염함이 넘쳐 흘렸다.진목은 손을 들어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그림 속 여인의 뺨을 쓰다듬었다. 한참 후, 어두운 방 안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너는 나의 것이다... 유양월.""마마, 우유죽을 드셔보십시오."소금은 뜨거운 우유죽을 들고 침대에 누워 있는 백양제에게 다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권했다.요즘 날이 이렇게 더운데도 백양제는 창백한 얼굴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다. 늘 붉던 입술도 창백한 색을 띠었다.백양제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우유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넘어가지 않는구나.""마마, 이틀째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마마께서 견딜 수 있다 해도 뱃속의 아이는 그렇지 못합니다..."소금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백양제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지더니, 곧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소금아, 이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까?"다들 어미와 아이가 마음이 통한다고 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어루만졌다.

  • 왕의 첩   제32화

    청유는 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니, 최대한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진사형은 바로 알아차렸다. 동궁은 이번 달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고, 그에게 의지하던 유양월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추측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니,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구쳤다.이런 기분은 그가 조회에 나간 후에야 서서히 사라졌다.조회를 마치고 동궁으로 돌아온 진사형은 조전의 시중을 받으며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밖에서 시녀가 찾아왔다. 백양제가 계속 토하고 있어, 태자께 봐달라는 전갈을 전했다.이 말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구토라니. 백양제는 회임한 지 이제 막 한 달을 넘겼으니 아직 이런 증상이 나타날 단계는 아니다. 게다가 회임 시 구토를 한다면 냄새 때문이거나 먹은 음식 때문일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녀가 또 무언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었다.조전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진사형은 손에 들고 있던 염주를 만지며 말했다.“어의를 불러 그녀를 잘 진찰하거라. 곧 보러 갈 테니, 잘 쉬라고 전하거라.”조전은 역시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내 시녀에게 말을 전하고 방으로 돌아왔다.어쨌든 진사형은 자기 친자식에 대해 여전히 기대와 연민을 품고 있었다.이전에 백씨를 냉대했으니, 아마 백양제도 그동안 충분히 반성했을 것이다.그날 저녁, 진사형은 백씨의 처소에서 머물렀다.유양월도 이 소식을 접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다른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청유가 말했다.“마마, 그쪽에서 마마께 몰래 구호금을 운송하는 인원의 명단을 알아보라 하셨습니다. 용도가 있으시다고...“유양월의 미소가 굳어졌다. 역시나 진목이 요구를 제시헸다.그녀는 지난 생, 진목이 그 명단을 이용해 승승장구를 시작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진사형도 이 일로 황제의 미움을 사기 시작했다.과거의 그녀는 애를 써서 이름 하나를 알아냈고, 진목은 그자를 협박하여 구호금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