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가 떠난 후, 진 대표의 광기 어린 추적이 시작됐다: Chapter 1 - Chapter 10

40 Chapters

제1화

“참 대단한 배짱이십니다.” 경찰서 안, 한 여경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상처에 약을 바르는 여자에게 감탄 섞인 말을 건넸다. “그 사람은 지금 정신 상태가 몹시 불안정합니다. 피해자분이 그 사람 여동생과 닮아서 다행히 무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심은하는 충격으로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약간 쉰 목소리로 답했다. “상황이 갑작스러웠어요. 그땐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은하의 가슴이 다시 조여왔다. 기자로 일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환자의 가족이 치료 실패를 이유로 무고한 사람을 칼로 위협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은하는 재빠르게 움직여 아이를 구했지만 결국 남자에게 붙잡혔고, 칼날이 목을 스칠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몰렸다. 다행히 경찰이 빠르게 도착해 위기는 넘겼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은 아직도 그녀의 손바닥을 땀으로 적시고 있었다.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다리에 약간 찰과상을 입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공포감이었다. ‘만약 내가 정말 그 사람의 칼에 쓰러졌다면, 제현 씨는...’은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방금 스쳐 간 상념은 한낱 허공에 흩어진 잔물결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시간이 늦어지자 여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남편분과 아직 연락이 안 되세요?” 은하는 열두 번째 걸어도 연결되지 않은 전화 화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바쁜가 봅니다.” 하지만 은하는 이미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진씨 가문의 절대적 권력을 쥐고 있는 JS 그룹의 총수, 진제현.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아내의 전화를 받을 시간조차 없을 리 없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핸드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화면 속 사진에는 부상을 입은 여자가 병실에서 쉬고 있는 모습과, 차가운 이미지를 풍기는 남자가 과일을 깎아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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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은하는 제현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하긴. 제현 씨 눈에는 내가 그저 남편을 붙잡아두려는 속셈으로 가득 찬 여자로 보이겠지.’ 그리고 한숨을 삼킨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네, 내가 원했어요.” 은하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이어갔다. “아이를 갖고 싶어졌어요.”제현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는 은하를 향한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이게 네가 오늘 밤 계획한 거야?” 은하는 무의식적으로 소매를 움켜쥐었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제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맞받아쳤다. “우리는 법적으로 부부예요. 난 당신의 섹스 파트너가 아니에요. 잠자리 끝나면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너랑 거래하는 여자가 아니라고요.”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을 이어갔다. “임수아 씨가 돌아왔다면서요. 나를 원하지 않지만 참을 수 없다면 그 사람을 찾아가면 되겠네요.”제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은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담뱃재를 가볍게 털며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이런 소동을 부린 거야?” 그 말에 은하는 고개를 떨군 채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소동이라니... 내가 아이를 원하는 것조차 그저 하찮은 소동으로 보이는 건가?’빛 아래 은하의 눈매는 흐릿하면서도 차분했다. 그 안에 깃든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묘한 긴장감을 더하며 한층 더 매혹적으로 보였다. 제현은 자신도 모르게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마음 한구석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듯한 낯선 느낌이 스쳤다. 그는 손끝으로 은하의 입술을 천천히 스치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산수원의 그 집, 너 줄게. 하지만 이런 말,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아.” ‘또 이러네. 결혼 후, 임수아와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마다 제현 씨는 늘 이렇게 입막음용으로 뭔가를 주려고 했으니까...’은하의 마음 한구석이 따끔하게 찔렸다. 얇은 바늘 끝에 살짝 긁힌 듯, 아릿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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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제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지면서 가슴속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는 차갑게 얼어붙은 손길로 은하의 턱을 움켜쥐었다. 은하의 시선을 단단히 가둔 채,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은하, 당신은 자기가 누구인지 잊지 마.” ‘내가 누구? 임수아의 대체품? 남편의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 ‘아니면 이름뿐인 진씨 가문의 작은 안주인, 사랑받지 못한 아내?’ 은하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몇 번이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끝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진씨 가문의 본가로 들어오자, 진강산 회장은 은하를 반기며 기뻐했고, 제현의 여동생인 진아연도 매우 즐거워했다. 아연은 은하를 붙잡고 여기저기 상류층의 온갖 가십을 늘어놓았다. 수다를 떨 만큼 떨고 나서야 은하를 놓아주며 시어머니인 장예정에게 보내주었다. 은하는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에게 물으니 장예정은 지금 정원에 있었다. 정원을 지나려는 순간, 진강산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느리게 들려왔다. “나도 수아가 돌아왔다고 들었다. 홧김에 네가 은하와 결혼한 건 알고 있지만, 은하가 수아와 약간 닮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잊지 마라. 은하가 네 아내야. 대체품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해라.” 은하는 입술을 꼭 다물고 걸음을 멈췄다. 한참 후, 제현의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아요, 할아버지.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엄연히 다릅니다.” 은하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고,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나와 임수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겠지...’ ‘임수아는 제현 씨의 목숨이자 영혼 같은 존재잖아... 그런데 나는 뭐지? 나는 대체 뭐냐고!’은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하며 시어머니를 찾으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예정은 언제나처럼 은하를 기다리고 있었고, 역시나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재촉과 푸념으로 은하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그 재촉에 더해 한약 처방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장예정은 은하의 소매를 붙들며 흥분을 감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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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태하는 은하의 친동생이었다. 은하의 친어머니는 그녀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심찬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아내를 맞아들였다. 새 아내에게는 새로 태어난 막내아들이 있었는데, 심찬호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와 총명한 막내아들을 특히 귀하게 여겼다. 그에 반해 심찬호는 태하를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리고 심씨 집안의 복잡한 가정사는 태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태하는 두드러지게 뛰어난 것도 없었지만,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성격도 아니었다. 야망도 없고, 그저 선을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아이였다. 그랬기에 경찰서에서 태하가 싸움에 휘말렸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은하는 말 그대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늘 무던했던 동생이 어떻게 이런 일을 겪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은하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태하는 이미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태하는 다리를 절뚝이며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소년의 가족이 도착해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멍든 얼굴의 태하를 붙잡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네가 우리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어! 불량한 무뢰배 같으니! 이런 애를 밖에 내놓으면 사고나 치고 다니지!” 은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가 태하를 뒤로 숨기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심태하 누나입니다. 두 아이 모두 다쳤으니,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성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고, 막 반박하려던 순간 문이 급히 열렸다. “은하 씨?” 낯익은 목소리에 은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임수아가 서 있었다. 임수아도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한 듯 웃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여성 곁에 서서 소년의 상처를 살피고 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은하 씨 동생과 우리 재욱이가 다툰 거였군요. 아마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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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은하는 마음속 깊이 합의를 원치 않았다. 이 문제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재욱의 새아버지인 윤빈은 예상한 대로 재욱을 위해 최고의 변호사를 고용했으며, 여러 차례 은하와 합의를 시도했다. 은하 역시 지인을 통해 변호사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부세준이 이 사건에 대해 듣고는 은하에게 최종 인터뷰 원고를 보여주는 자리에서 말했다. “심 기자님은 변호사가 필요하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세준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온화하고 품격 있는 태도로 말했다. 은하도 남자의 이런 호의는 거절하기 힘들 만큼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세준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살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부 대표님. 필요할 때 제가 직접 부탁드릴게요.” 은하의 눈빛은 살짝 부드러워졌고, 평소의 차가운 분위기보다 다소 여유로워 보였다. 세준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심 기자님의 이런 모습이 더 보기 좋아요. 젊은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은하는 잠시 멍해졌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양쪽 모두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지만, 은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 즉, 임재욱의 사건이 심찬호에게까지 전달된 것이었다. 심찬호는 임씨 가문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 합의에 동의했고 아들 태하에게 합의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태하와 재욱은 둘 다 어린애들이다. 이런 일로 소란을 피우는 건 보기 좋지 않아! 더군다나, 제현이도 재욱에게 사과하게 하고 태하에게 3억의 보상금까지 챙겨줬잖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니?” 심찬호는 병실 문 앞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은하를 설득했다. ‘제현 씨?’ 그 이름이 들리자, 은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차가운 기운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들며 가슴이 얼어붙었다. ‘역시 첫사랑이 제일 중요하겠지. 제현 씨도 끝끝내 임수아가 조금만 불편해도 참지 않았으니까.’‘결국, 우리 태하의 일을 이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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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제현은 은하의 눈물을 보자 얇은 입술을 더 굳게 다물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차가운 시선이 은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고작 그 하찮은 팔찌가 그렇게 소중한 건가?’ “내려!” 제현은 짜증이 폭발한 듯 차갑게 소리쳤다. 그리고 손은 핸들을 쥔 채, 힘이 들어가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 은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이를 악물었다. ‘내가 아쉬워서 그러는 줄 알아? 천만의 말씀!’ 그녀는 제현을 쳐다보지도 않고, 냉랭한 표정으로 내려서 차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 제현의 차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은하도 붉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답답함이 가득했다. ‘저 개 같은 자식이 나를 여기다 버리다니.’ 은하는 손에 든 부서진 팔찌를 쥐며 이를 악물었다. ‘이 결혼, 끝내버릴 거야. 첫사랑이든 전 여친이든 다 진제현 일이지,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어.’ 제현의 차에서 내린 은하의 현재 위치는 근교라서 한적하고 좀처럼 택시를 잡기 힘든 곳이었다. 은하는 친구 염지우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 지우는 은하를 픽업한 후 자기 아파트로 데려갔다. “진짜 이혼하려고?” 지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우리 은하가 진제현에게 바친 시간이 얼마나 긴데, 임수아가 돌아오자마자 이혼을 고려한다니... 정말 어처구니없군.’‘첫사랑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 치명적인 존재란 말이야?’“이혼할 거야.” 은하는 짧게 대답하며, 입술을 굳게 다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자기 없으면 못 살 줄 아나 봐.” 지우는 아무 말 없이 은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기만 했다. ...다음 날 아침, 은하는 이혼 서류를 준비해 제현의 비서에게 전달했다. 하루라도 빨리 제현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서류를 보낸 뒤, 그녀는 제현에게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혼 서류는 당신 비서에게 전달했어요.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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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연은 ‘프리덤’의 공동 사장이나 마찬가지였다.오늘은 우연히 들른 것뿐인데, 뜻밖에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제현이 도착했을 때, 은하는 술에 약간 취해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상태였다. 그녀는 한 남자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가던 중이었다. 남자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제현은 불쾌한 얼굴로 다가와 은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제법인데. 감히 프리덤 같은 곳에서 놀아나다니...” 제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하가 가차 없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게 때렸다. “쓰레기!” 은하는 날카롭게 눈을 가늘게 뜨며 세 글자를 내뱉었다. 그 순간, 현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에 휩싸였다. 제현의 표정은 무섭도록 어두워졌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아연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그동안 오빠의 따귀를 때린 사람 중 살아남은 경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빠.” 아연은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새언니가 술에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일단 집으로 데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현은 은하의 취중 상태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은하의 이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면, 혹시 술김에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는 이를 앙다물며 짧게 말했다. “집으로.” 제현은 몸을 굽혀 은하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제야 은하 옆에 있던 남자는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아연의 눈치를 살피며 제현을 막지는 않았다. 은하는 이번엔 그다지 심하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자, 진순미가 곧바로 해장국을 준비했다. 은하는 해장국을 반쯤 먹은 뒤 점차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제현이 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현 씨는 어디 갔어요?” 그녀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진순미에게 물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은하는 이혼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진순미가 상기시키듯 말했다. “대표님은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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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은하는 장예정이 수아을 호되게 꾸짖는 모습을 보자 그동안 꽉 막혔던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제현은 옆에서 희희낙락 구경만 하는 은하를 힐끗 보고, 입가를 살짝 비틀며 속으로 은하의 표정을 기억해 두었다.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장예정을 부축하며 설명했다. “어머니,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수아는 자기 어머니께 드릴 원피스를 고르러 온 것뿐이에요. 저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은하는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냉소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나와 어머니를 위해선 단 한 번도 쇼핑하러 나선 적이 없으면서...’ “그래, 네 말대로 정말 아무 일도 없어야지.”장예정은 아들에게 한 마디 타박을 하며 옆에 서 있는 은하를 슬쩍 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결심했다. ‘기회가 되면 이 녀석에게 알아듣게 말해야겠어. 은하가 임수아 같은 여자보다 훨씬 나은데, 어째서 수아에게 더 끌리는 거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장예정은 은하에게 가방과 옷을 몇 가지 골라주었고, 제현이 계산했다. 그 틈에 장예정은 느긋하게 은하에게 말했다. “남자가 돈을 버는 이유는 아내를 위해 쓰기 위해서야. 네가 안 쓰면, 밖에 떠도는 고양이나 개들이 그 돈을 쓰게 되는 거라고.” 은하는 말없이 간단히 미소만 지어보였다. 도중에 제현은 업무가 있어 자리를 떠났다. 장예정은 은하에게 저녁에 본가로 와서 함께 식사하자고 권했지만, 은하는 저녁에 일이 있다며 부드럽게 거절했다. 은하가 떠난 뒤, 장예정은 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곧 제현에게 명령조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밤, 당장 본가로 와.] ...저녁. 제현은 장예정에게 불려 본가로 갔다. 장예정은 아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너, 설마 은하랑 이혼할 생각이야?!” 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음울한 눈빛으로 물었다. “은하가 그렇게 말했나요?” 장예정은 화가 치밀어 아들의 말을 듣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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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은하는 손으로 제현의 가슴을 밀어내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여자의 힘은 너무나 보잘것없었고, 특히 남자 앞에서는 더욱 그랬다. 제현은 그녀의 종아리를 따라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은하는 더욱 분개하며 그의 혀를 깨물었다. “진제현 씨,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잊었어요? 이혼 얘기하러 온 거잖아요!” 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은하의 눈을 깊이 응시하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나랑 이혼하려는 이유가 그 사람 때문이야?” ‘그 사람? 설마 임수아를 말하는 거야?’“이유는 많죠. 그건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은하는 냉랭하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 대표님, 어차피 이혼할 사이인데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요. 협의서 봤으면 내일 오후 가정법원에서 보죠.” 그녀는 발목을 절뚝거리며 방을 나섰다. 제현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마치 큰돈을 잃은 듯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은하는 다친 다리 때문에 더 움직이기 힘들어서, 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깨어났을 때, 진순미는 이혼 이야기를 전혀 못들은 듯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방에서 넥타이를 찾고 계시는데, 한번 가보시겠어요?” 은하는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난 몇 년간 제현의 물건은 늘 그녀가 챙겼기 때문에 물건의 위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녀였다.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인데 괜히 트집 잡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다이닝 룸에서 나와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 앞에 선 은하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막 열려던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낮고 낮은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수영 거리에 있는 그 집, 수아한테 넘겨줘.” 그 말에 은하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들끓기 시작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재산 분할 문제를 걱정하며 이혼 협의서에 서명도 미루더니, 이제 와서 집을 그렇게 쉽게 임수아에게 넘겨준다고?’그녀는 헛웃음을 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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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은하는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그녀는 나이가 어렸고, 유산 분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SS 그룹은 은하의 어머니가 창립한 회사였고, 그룹 산하의 많은 자회사들 역시 어머니가 심혈을 기울여 세운 것들이었다. ‘아버지는 무시할 수 있지만, 어머니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는...’ 은하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동생 태하를 임시로 머무는 아파트에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최근 심찬호가 벌이는 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일을 마친 후, 은하는 가정법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때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은하 씨, 사무실에 잠깐 들러줄래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은하 씨가 나 대신 스펙트럼에서 온 손님 좀 접대해줘요.] 은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하려 했지만, 편집장의 말투가 점점 더 간절해졌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번에 오실 분은 스펙트럼의 편집장이에요.] 은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편집장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오후 2시, 가정법원 앞. [어디야?] 제현은 시간을 확인하며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은하와 만나서 이혼 서류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은하는 제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떠올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해요, 오늘 좀 일이 있어서요. 아마 못 갈 것 같아요. 날짜를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 제현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비꼬듯 말했다. [참 바쁘시네. 그런데 앞으로 나도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먼저 뚝 끊었다. 차에 오르자, 비서는 조심스레 제현의 얼굴빛을 살피며 물었다. “대표님, 다음 일정도 회의로 진행하시겠습니까?”제현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고생 많았으니 잠시 쉬게 해줘. 그리고 스펙트럼의 편집장에게 특별한 선물을 보내도록 준비해.” 비서는 잠시 멈칫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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