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는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그녀는 나이가 어렸고, 유산 분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SS 그룹은 은하의 어머니가 창립한 회사였고, 그룹 산하의 많은 자회사들 역시 어머니가 심혈을 기울여 세운 것들이었다. ‘아버지는 무시할 수 있지만, 어머니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는...’ 은하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동생 태하를 임시로 머무는 아파트에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최근 심찬호가 벌이는 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일을 마친 후, 은하는 가정법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때 편집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은하 씨, 사무실에 잠깐 들러줄래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은하 씨가 나 대신 스펙트럼에서 온 손님 좀 접대해줘요.] 은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하려 했지만, 편집장의 말투가 점점 더 간절해졌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번에 오실 분은 스펙트럼의 편집장이에요.] 은하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편집장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오후 2시, 가정법원 앞. [어디야?] 제현은 시간을 확인하며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은하와 만나서 이혼 서류를 제출하기로 약속했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은하는 제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떠올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해요, 오늘 좀 일이 있어서요. 아마 못 갈 것 같아요. 날짜를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 제현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비꼬듯 말했다. [참 바쁘시네. 그런데 앞으로 나도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먼저 뚝 끊었다. 차에 오르자, 비서는 조심스레 제현의 얼굴빛을 살피며 물었다. “대표님, 다음 일정도 회의로 진행하시겠습니까?”제현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들 고생 많았으니 잠시 쉬게 해줘. 그리고 스펙트럼의 편집장에게 특별한 선물을 보내도록 준비해.” 비서는 잠시 멈칫
Last Updated : 2024-12-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