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던 은하는 제현이 방에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바로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뜨고 있었다. [심은하, 설마 내 번호 차단했어?] 임수아였다. 은하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내가? 굳이 왜?”“제현이 지금 너랑 같이 있지? 제현이에게 내 전화를 못 받게 하고, 내 연락을 무시하게 만드는 거잖아, 맞지?]수아는 몇 초간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진강산 회장이 널 좋아하면 뭐 해? 심은하, 너도 네 주제와 분수를 잘 알아야지. 진강산 회장 앞으로 살날도 얼마 안 남았고, 너희 둘은 결국 이혼하게 될 거야!] “임수아, 사람은 덕을 쌓고 살지는 못할지언정 남에게 해코지하면 안 되지.”은하의 목소리가 완전히 차갑게 변했다. “나, 진제현이랑 아직 이혼 전이야. 그런데도 이렇게 뻔뻔하게 날 찾아서 이렇게 연락하고 유세를 부리다니,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야?” 그녀는 냉소를 머금고 덧붙였다. “그리고 죽어야 한다면, 너와 진제현 같은 쓰레기 커플이 먼저 죽는 게 맞겠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현이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막 샤워를 마친 듯 머리칼을 수건으로 헝클어뜨리며 물기를 닦고 있었다. 은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남자의 몸은 수준급이었다. 넓은 어깨에서 좁아지는 허리, 탄탄하게 다져진 근육 선이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매끈하게 흐르고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묘한 감정이 싹트기 마련이지만, 아쉽게도 은하는 여전히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었다. “임수아 씨 전화예요.” 은하는 핸드폰을 들어 제현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냉소를 지었다. “진 대표님, 임수아 씨에게 확실히 전달하세요. 나에게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요. 안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예의를 지켜야 하나 싶네요.” 목소리는 차가웠고, 눈빛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목소리도 얼음처럼
Last Updated : 2024-12-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