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린은 문 쪽을 바라보다가 은발을 휘날리며 걸어오는 강준형을 보고 급히 심미연을 불렀다. “미연아, 네 할아버지 오셨어.”심미연은 잠시 멈칫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강준형은 지팡이를 짚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미연아, 이렇게 큰 일이 있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강준형은 그녀의 너무 지친 모습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 ‘정말 바보 같은 애구나.’ ‘어떻게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려고 했을까.’ 심미연은 일어나려 했지만 무릎이 너무 아파 일어설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할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그녀는 강지한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강씨 가문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강지한에게 외할머니의 죽음을 이용해 책임을 피하려는 교활한 사람일 테니 그 이미지대로 남기로 했다.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되고 전화는 꺼져 있더라. 걱정돼서 사람을 시켜 확인해 봤더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됐어. 미연아, 나는 네가 강지한 그 자식에게 마음이 떠난 걸 알아. 그런데 그놈은 그놈이고 나는 나야. 이런 일을 나한테까지 숨기지 말았어야지.”강준형은 빈소를 잠시 바라보며 심미연이 혼자 바쁘게 모든 걸 처리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결국 이 모든 게 강지한 그 자식 때문이야!’ 강지한을 생각하니 강준형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심미연도 연락이 안 됐고 강지한도 연락이 안 되었다. 고의로 잠적을 한 건지 뭔 일이라도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면 반드시 그 자식에게 따지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바빳어요. 핸드폰도 꺼져버려서 잊고 있었어요.”심미연의 목소리는 피곤함에 찌든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기사님이 데려다주신 건가요?” 그녀는 강지한에게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강준형에게 진짜 생각을 말할 리 없었다. 강준형은 심미연의 눈에 짙게 퍼져 있는 혈관과 창백한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내가 사람을 데려왔어. 나머지 일은 그들이
Last Updated : 2025-01-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