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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261 - Chapter 270

280 Chapters

제261화

심미연이 지금 당장 온지유를 죽이게 되면 살인죄를 면치 못한다.하여 외할머니를 먼저 잘 보내드린 뒤에 다시 온지유에게 따지리라 마음먹었다.온지유는 그러다가 문득 심미연의 배를 보게 되었는데 여느 임산부처럼 배가 불러오지 않고 여전히 납작한 걸 발견했다.사람을 시켜서 몰래 확인해 보니 심미연은 이씨 가문 근처의 병원에서 검사받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임신 기간이 딱 한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그 당시 온지유가 막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 강지한은 거의 매일 그녀를 늦게까지 돌봐주다가 집에 돌아가곤 했다.그런데도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지고 임신까지 했다니!강지한은 분명 자기 입으로 심미연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버릇처럼 말했으니 남자 쪽이 적극적으로 덤빌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그렇다면 저 불여우가 먼저 강지한을 꼬셨다는 건데!’두 사람이 침대에서 자기 몰래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온지유는 질투 나 미칠 것 같았다.요 몇 년 동안 그는 강지한에게 수없이 대놓고 들이댔고 심지어는 알몸 상태로 덤벼들기까지 했지만 강지한은 여전히 침착한 태도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처음에는 강지성이 죽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녀와 잠자리를 갖는 게 께름칙하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고 혹시나 또 그녀가 내연녀로 몰려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받을까 봐 심미연과의 관계를 먼저 정리한 뒤에 다시 그녀에게 마음을 열 것으로 생각했다.심미연을 그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잠자리도 갖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예상을 깨고 그녀가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또한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아직 강지한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오늘에 그녀를 유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 같았다.‘무언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강지한에게 알려주지 못했겠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온지유는 눈빛이 순간 돌변하더니 단번에 심미연의 배를 향해 발길질했다.하지만 그녀의 이런 행동을 진작에 눈치챘던 심미연은 재빨리 피했고 온지유는 그대로 침대에 부딪힌 뒤 바닥에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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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신하린은 심미연이 대성통곡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 재빨리 가서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미연아...”뭐라고 위로해 주고 싶지만 목이 메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자기 자신도 이 정도로 슬픈데 심미연은 얼마나 괴로울까 싶었고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전혀 위로되지 않을 것 같았다.이때, 의사가 난감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외할머니를 빨리 영안실로 안치해야 합니다.”그는 직업상 여태껏 많은 유가족을 봐 왔는데 심미연처럼 슬퍼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덤덤한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여자가 너무 슬프게 우는 걸 보니 유난히 마음이 괴로웠다.하여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싶었는데 규정이 규정인지라 어쩔 수 없이 빨리 데려가야 했다.심미연은 양경자를 더 자세히 보려고 눈물을 살살 닦고 조심스레 그녀의 눈을 감아주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외할머니, 이제 편히 자요. 이 원수는 제가 대신 꼭 갚을 테니까.”양경자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돌아간 걸 보면 분명 뭔가 억울한 일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왜 하필 외손녀라는 사람이 바보같이 남자한테 빠져 외할머니가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것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따위 대우나 받으면서까지 남자 곁에 있고 싶었을까?’어쩌면 여태껏 키워준 손녀가 그런 수모를 당했는데도 반격조차 못 하는 모습에 억울해서 눈을 감지도 못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하지만 어떻게 생각했든 온지유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기에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신하린은 심미연의 곁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다가 문득 예전의 자기 자신이 떠올랐다.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런 식으로 떠나갔고 죽음의 이별에 대해서도 이미 몇 번 경험해 봤다.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던 의사도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코가 시큰거렸다.그녀가 슬픔에 젖어 마구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심미연이 빠르게 눈물을 닦고 애써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안쓰러워 보였고 죽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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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신하린은 깜짝 놀란 나머지 재빨리 심미연에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 줬다.“미연아...”대체 누구랑 전화 통화를 하길래 이 정도로 충격받은 얼굴인가 싶었다.“혹시 온지유가 나 때문에 유산되었다고 했어?”심미연은 다시 감정을 추스른 뒤 말을 이었다.“그럼 내가 왜 오늘 그 여자를 만나러 갔는지는 알아?”“왜 만나러 갔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지금 지유는 수술대에 누워있고 또 뱃속의 아이도 이제 없다는 거야! 심미연, 만약 지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강지한의 말투에는 한껏 살기가 서려 있었다.온지유는 병원에 잘 입원해 있었는데 뜬금없이 심미연이 찾아와 질투심에 그녀를 바닥으로 밀치고 배를 발로 찬 바람에 유산되었다고 생각했다.중요한 건 온지유 뱃속의 아이가 강지성의 아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아무리 강준형이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뱃속의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어쨌든 자기 증손자이자 강지성의 유일한 핏줄이니까.그런 아이가 지금은 없어졌는데 식구들에게 이 일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고 주범이 심미연이란 사실에 더욱 화가 났다.“지금 온지유 편을 들어주려고 전화한 거야?”심미연은 너무 어이없는 나머지 자꾸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강지한 씨, 당신 마음속에는 온통 온지유, 그 여자뿐이고 난 아예 없는 거지?”“몇 번을 말해? 나랑 지유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헛소리 작작 해!”강지한은 큰 소리로 호통쳤다.심미연은 매번 잘못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서 문제점을 찾았고 단 한 번도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반성하지 않았다.지금도 똑같은 반응에 강지한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온지유가 우리 외할머니를 죽였어. 벌받아서 유산된 거라고!”심미연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온지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산되었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아무리 결백하다고 증거를 내밀어도 강지한은 믿지 않을 테니까.“지금 네가 한 짓을 인정하기 싫어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까지 끌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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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심미연이 깨어나 보니 자신은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고 문득 맡게 된 소독수 냄새에 얼굴이 찌푸려졌다.신하린은 그녀가 깨어난 모습을 보고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미연아, 좀 괜찮아?”그러자 심미연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그리고 재빨리 이불을 걷고 일어나려 하자 신하린이 그녀를 말렸다.“좀 더 자.”“마지막으로 외할머니 곁에 있고 싶어. 이제 날이 밝으면 재가 되어 그 작은 항아리에 담길 텐데 다시는 외할머니 얼굴을 볼 수 없잖아.”심미연의 말투는 유난히 차분하게 들렸는데 듣고 있던 신하린은 오히려 그녀가 더욱 걱정되었고 차라리 아까처럼 통곡하고 슬픈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저렇게 자기 감정을 계속 감췄다가는 한 방에 무너져 내리기 쉽기 때문이다.“미연아, 시간도 늦었는데 가지 마. 임산부라 너무 무리하면 안 되잖아.”신하린은 원래 임산부가 영안실에 자주 드나들면 그곳에는 음기가 많아 뱃속의 아이한테 안 좋다고 하려 했지만 차마 솔직하게 말을 뱉을 수 없었다.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심미연을 예뻐해 줬던 사람이 양경자였고 그런 사람이 지금 죽어서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는데 어찌 막을 수 있을까.“괜찮아. 잠깐만 보고 올 거야.”심미연이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러자 신하린은 냉큼 그녀에게 외투를 건네주며 말했다.“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어.”심미연은 옷을 건네받고 나지막하게 답했다.“하린아, 고마워.”다행히 신하린이 곁에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맙긴!”외할머니가 돌아간 것도 모자라 강지한의 냉정한 태도에 분명 지금 큰 충격일 텐데 자기 앞에서도 애써 괜찮은 척하는 심미연이 너무 안쓰러웠고 그녀가 얼마나 괴로울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지금 갔다가 외할머니 장례가 끝나는 대로 사무실에 갈게.”“사무실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네가 괜찮으면 다시 나와.”바보같이 이 와중에 일은 무슨 일인가 싶었다. 심미연은 그렇게 병실 밖으로 나갔고 신하린은 엘리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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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영안실에서 나오자마자 심미연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외할머니의 사망 사건을 조사해 보기로 결심했다.이미 범인은 한 사람으로 추려졌는데 슬퍼할 일이 뭐가 더 있나 싶었다.그렇게 외할머니 빈소를 마련하자마자 조은하가 전화를 걸어왔다.심미연은 주소를 알려준 뒤 친척들에게도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양경자는 몇 년 동안 병원에서 쓸쓸하게 누워있었기만 했었는데 틀림없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여 다른 장례식보다 시끌벅적하게 차려주고 싶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은하가 심동현과 심서연을 데리고 도착했다.하지만 세 식구는 오자마자 먼저 양경자에게 인사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심미연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심미연이 그녀인 걸 알아채기도 전에 조은하는 갑자기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외할머니의 재산만 노리고 지금까지 가둬놨다가 이제 돌아가시니까 가증스럽게 우리를 불러 마지막 인사하라고? 미연아, 좋게 말할 때 외할머니 유산 전부 다 내놔. 아니면 진짜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현장에 있던 조문객들이 순간 깜짝 놀랐다.친딸이라는 사람이 어머니 장례식장에 와서 향도 꽂기 전에 유산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다니!정말 막장 드라마에서만 봤던 장면이다.심미연은 얼굴을 감싸고 있다가 다시 매서운 눈빛으로 조은하를 쏘아보았다.“양심이 없는 인간이란 건 진작에 알아챘지만 이 정도로 쓰레기일 줄은 몰랐네요. 오늘 이 자리에도 부르지 말아야 했는데!”저런 사람이 자기 어머니란 현실이 너무 가혹했다.양경자가 저런 사람도 친딸이라고 생전에 계속 그리워하지만 않았다면 오늘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지금 우리 몰래 외할머니 유산을 혼자 꿀꺽하려는 거잖아!”조은하가 화를 못 참고 또다시 그녀를 때리려고 팔을 들자 심미연이 단번에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외할머니께 마지막 인사하라고 불렀지, 깽판 부리라고 부른 게 아니에요. 생전에 잘못을 저질렀던 일은 이제 사과해도 못 들으니까 외할머니께 무릎이라도 꿇어요!”조은하는 심미연보다 키가 작아 손목이 붙잡힌 채 그녀를 올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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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상주로 왔다면 영전에 꿇어앉아 울어야 하지 않겠나요. 이경 씨, 심 부인을 영전 앞으로 모셔 무릎을 꿇게 해!”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심미연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고 그 자리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박유진을 보았다. 온화한 분위기와 얼굴에 떠오른 담담한 미소는 마치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가가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듯했다. 그 순간 그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집에서 혼나고 울 때마다 박유진은 항상 다정하게 달래주었었다. 그녀의 감정은 언제나 그가 나타나면 금방 진정되곤 했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존재는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반면 조은하는 강제로 끌려가 양경자의 영전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커다란 영정 사진 속 그 눈빛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왔고 조은하는 그 눈을 무심코 한 번 바라보다가 공포에 질려 울기조차 잊어버렸다. ‘죽은 노인네가 여기서까지 나를 겁주고 있네!’ 뒤에서 조은하를 잡아끌려고 하던 신하린은 이 광경을 보고는 조용히 다시 자리로 물러났다.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니 잘된 거지.’ 심서연은 박유진을 보고 얼굴에 밝은 미소를 가득 띠며 그에게 다가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 씨, 회사 일 바쁘다고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이렇게 왔어?”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박유진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말한 것이다. 심씨 가문이 하룻밤 사이에 몰락하며 그들은 완전히 무일푼이 되었다. 다행히 떠나기 전 몇 벌의 옷과 보석, 가방 등을 챙겨 팔아 겨우 호텔에서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고 가족들 모두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곧바로 돈이 바닥날 게 뻔했다. 그래서 오늘 그들은 심미연에게 유산을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런데 박유진이 갑자기 나타나자 그녀는 유산 따위는 제쳐두고 일단 박유진을 붙잡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녀가 박 부인이 되기만 하면 남은 인생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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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박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심미연이 자라는 모습을 봐왔기에 그녀의 성격을 모를 리 없었다. 강준형이 그녀를 그토록 아끼는 데도 알리지 않았다는 건 분명 그녀와 강지한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짐작은 했지만 심미연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 한 그 역시 굳이 물어볼 생각이 없었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잔 거 아니야? 눈이 벌게져 있잖아. 얼른 가서 좀 쉬어.” 강지한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도 제대로 아껴주지 않는 모습에 박유진은 꼭 한 번 제대로 혼을 내주고 싶었다. “안 피곤해. 쉬지도 않을 거야.”심미연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곁에서 지켜드릴 시간이었고 그녀는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박유진은 설득이 안 되자 그녀 곁에 남기로 했다. 혹여라도 심미연이 쓰러지게 된다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갈 수는 있으니까. 박유진이 심미연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심서연은 이를 갈며 분노가 치밀었다. 이 남자는 분명 자신과 한 끗 차이로 결혼할 뻔했던 사람인데 말이다. 심동현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심서연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그가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심미연뿐이었다. 조은하는 심미연을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강지한 하나만으로 심씨 가문을 몰락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박유진까지 끼어들었다. 둘이 합치면 그들은 아예 다시 일어서지 못할 처지로 몰릴지도 모른다. ‘심미연 이년이 정말 재주는 꽤 있는 것 같네.’‘아쉽게도 어릴 적부터 우리와 전혀 정을 쌓지 않았으니 우리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지!’ 그러나 심미연은 이 세 사람의 속내를 알 리 없었고 박유진은 곧 그들을 내보냈다. 심씨 가문 일가가 떠난 후 조문객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유진 도련님은 심씨 가문과 언제 약혼을 깼지? 아무런 발표도 없었잖아!” “심씨 가문은 하룻밤 사이에 경성에서 사라졌고 지금은 가장 저렴한 호텔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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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신하린은 문 쪽을 바라보다가 은발을 휘날리며 걸어오는 강준형을 보고 급히 심미연을 불렀다. “미연아, 네 할아버지 오셨어.”심미연은 잠시 멈칫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강준형은 지팡이를 짚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미연아, 이렇게 큰 일이 있는데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강준형은 그녀의 너무 지친 모습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 ‘정말 바보 같은 애구나.’ ‘어떻게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려고 했을까.’ 심미연은 일어나려 했지만 무릎이 너무 아파 일어설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할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그녀는 강지한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강씨 가문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강지한에게 외할머니의 죽음을 이용해 책임을 피하려는 교활한 사람일 테니 그 이미지대로 남기로 했다.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되고 전화는 꺼져 있더라. 걱정돼서 사람을 시켜 확인해 봤더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됐어. 미연아, 나는 네가 강지한 그 자식에게 마음이 떠난 걸 알아. 그런데 그놈은 그놈이고 나는 나야. 이런 일을 나한테까지 숨기지 말았어야지.”강준형은 빈소를 잠시 바라보며 심미연이 혼자 바쁘게 모든 걸 처리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다. ‘결국 이 모든 게 강지한 그 자식 때문이야!’ 강지한을 생각하니 강준형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심미연도 연락이 안 됐고 강지한도 연락이 안 되었다. 고의로 잠적을 한 건지 뭔 일이라도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면 반드시 그 자식에게 따지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바빳어요. 핸드폰도 꺼져버려서 잊고 있었어요.”심미연의 목소리는 피곤함에 찌든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기사님이 데려다주신 건가요?” 그녀는 강지한에게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강준형에게 진짜 생각을 말할 리 없었다. 강준형은 심미연의 눈에 짙게 퍼져 있는 혈관과 창백한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내가 사람을 데려왔어. 나머지 일은 그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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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그는 그냥 강준형에게 더 이상 강지한의 일을 강제로 강요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었다. 강지한 같은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강준형은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미연이가 지난 3년 동안 겪은 그 모든 불공정한 대우는 다 내 잘못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걸 인정하기가 싫어서 계속 모른 척하고 싶었어. 하지만 이제는 알겠어! 그만둘 거야. 미연이가 이혼을 원한다면 그건 그 자식이 감당할 문제야.” 3일 후 양경자의 장례식이 있었다. 하늘에는 잔잔한 비가 내리고 있었고 심미연은 검은 옷을 입고 우산을 쥔 채 묘비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아 보였다. 마치 외할머니가 영원히 떠난 것이 아니라 잠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것처럼 말이다. 신하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3일 동안 심미연은 잠을 2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다. 사실 심미연이 잠을 자지 않은 것보다 이 3일 동안 한 번도 울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고 지나치게 조용했던 사실이 신하린을 더 두렵게 했다. 신하린은 심미연이 극단적인 생각이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 박유진이 다가와 신하린과 짧게 눈빛을 주고받은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연아, 외할머니는 이제 편히 잠드셨어. 집에 데려다줄게.” 이 3일 동안 그는 심미연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그녀는 전혀 듣지 않았고 그녀가 하루하루 지쳐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외할머니는 편히 안장되었으니 그녀가 잘 수 있도록 집으로 데려가야 했다. 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오빠랑 하린이는 먼저 가. 난 할머니랑 좀 더 있다가 갈게.” “너 3일 내내 잠도 자지 않았잖아. 더 버티면 몸이 망가져!” 신하린은 목소리가 떨렸고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 이 3일 동안 그녀는 심미연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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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신하린은 깜짝 놀라 손을 급히 떼었고 다시 돌아섰을 때 남자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 최근 며칠 동안 그의 전화를 피했던 신하린은 마음속에서 불안이 밀려왔다. 여기서 이 남자가 자신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 박유진도 있는데 말이다. 이진영은 신하린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속에서 폭발할 듯한 분노가 일렀다. ‘이렇게 겁을 먹은 정도로 내가 무서운 거야?’ 신하린은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곧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급히 그 앞에 다가가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여긴 내 병원이야. 점검하러 왔는데 무슨 문제 있어?” 남자의 말투는 거칠었고 이미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신하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그를 끌어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에 제가 직접 요리할게요. 함께 와서 먹을래요?” 심미연의 임신 사실이 절대 누설되지 않도록 이진영이 이미 말해둔 상태여서 신하린은 심미연을 이곳으로 데려왔지만 여기서 이진영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예상 밖이었다. “나한테는 수석 셰프가 요리해 주는데 넌 셰프 자격증은 있어? 나한테 밥 해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진영은 차갑게 웃으며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며칠 동안 이 여자는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도 답장하지 않았으며 영상통화는 아예 무시했었다. 그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이제 와서 한 끼 식사로 그를 달래려고 한다니 그건 어림도 없었다. “그럼 됐어요!” 신하린은 약간 당황한 채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 남자가 살짝 꼬리를 내리면 풀릴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셰프 수준은 아니지만 요리를 꽤 잘하는 그녀였고 남자의 말은 그녀를 정말 난처하게 했다. 박유진은 이진영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와 신하린 사이의 관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심미연은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다면 알려야 할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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