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곧 답장했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본 후에 알려 주겠다고 말이다.한유나는 휴대전화를 쥐고 손끝으로 화면 글씨를 쓰다듬으며 안심했다.질문을 하는 대로 바로 대답하는 이것이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이진영은 힘겹게 신하린을 차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한유나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백미러 속 여자의 얼굴을 힐끗 한 번 보고 문자를 빠르게 편집해 답장했다.그와 한유나의 관계가 좋을수록, 안정적일수록 차 뒷좌석의 여자도 안전해진다.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지만 그녀를 평생 곁에 묶어두고 싶었다.굳이 그녀를 묶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아마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박유진만 있는 것을 못마땅해서였을 것이다.문자를 보낸 후 그는 어머니의 번호를 눌렀다."진영아,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건 무슨 일 있는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엄마, 나 오늘 한유나 씨랑 만났는데 서로 느낌이 괜찮았어요. 아빠랑 시간을 내서 유나 씨 부모님이랑 같이 밥 먹으면서 관계를 정하는 게 어때요?”이진영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을 말하는 듯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지금 바로 네 아빠와 상의해 보고 이따가 답장할게.”길게 내뱉는 방혜자의 목소리에 희열이 역력했다.그녀는 정말 꿈에서라도 이진영과 한유나를 맺어주고 싶었다.“알았어요.”이진영은 응낙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방혜자는 당사자보다 더 조급해져 반드시 빨리 결정하리라 마음먹었다.그는 결혼식에 나오기만 하면 되고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다.전화를 끊자마자 뒷자리에 누운 여자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긴 머리카락이 그 작은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어둠 속에서 조금 무서웠다.“이진영, 개자식! 지질남!”여자는 목청을 돋우어 욕했는데 술을 마신 그녀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이진영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하게 변했다.그는 그녀 외에 다른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쓰레기라니.“이진영, 안아줘...”
최신 업데이트 : 2025-01-1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