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결혼하기 직전에 배정빈이 서달희에게 쓴 것일까? 그리고 다른 한 통은 서달희가 배정빈에게 보내온 답장이었다. [네가 보낸 편지, 내 편지봉투 안에 넣어 함께 돌려보낸다.] [정빈아, 나 지금 정말 행복하게 잘살고 있으니, 나를 축복해 주길 바라.]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연락하지 말아줘. 내 남편이 오해할까 봐 두려워.] 이 두 통의 편지를 읽고 나니, 그동안 계속 풀리지 않았던 모든 의문이 하나로 수렴했다. 서달희는 분명 배정빈의 ‘첫사랑’, 그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 첫사랑이었다. 그런데 배정빈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서달희를 증오했던 걸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청소하던 손에 쥔 대걸레를 더 꽉 움켜쥐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서달희가 한때 배정빈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배정빈은 서달희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에 애써 눈감고, 그녀가 자신에게 남긴 상처를 외면하며, 그저 그녀가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서달희는 배정빈을 다시 한번 냉정히 거절했다.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결혼식장에서 배정빈의 친구들이 서달희를 언급했을 때, 남편의 반응이 왜 그렇게 격렬했는지. 그러면 지금은? 이제 와서 이 편지들을 다시 꺼내놓은 이유는 뭘까? 혹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제는 서달희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고, 차가운 거절을 받아들이며 앞으로는 아내와의 삶에 집중하자.” 아니면, 뭔가 두려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내를 버렸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달희에게 달려간다고 해도, 서달희는 결국 그를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갈등하고 있는 걸까? 미련과 두려움, 그리고 후회라는 감정의 무게가 나를 눌러오자 눈을 꼭 감았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이 고통 때문에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마도 은찬이 말대로일 것이다. 배정빈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서달희뿐일지도
Last Updated : 2024-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