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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당신의 봄날처럼: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배정빈은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그럴 수는 없어!” “요새 일이 좀 많았잖아.”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엔 은찬이가 서달희와 잘 지내고 싶다고 고집부렸잖아...” 평소 침착하고 냉정한 배정빈이었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건 아이가 철이 없어서 그래. 여보, 나는 단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어.” “당신이 은찬이를 원망하든 나를 미워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제발 날 떠나지 마.” 그는 말을 마치며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나 배정빈은 여전히 책임을 은찬이에게 떠넘기고 있었다.내가 겪은 모든 고통은 모두 배정빈이 묵인하고 방조해온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몰랐겠지만, 이 남자에게 품었던 나의 깊고 짙은 사랑은 어제 계단에서 떨어지던 그 순간 모두 사라져 버렸다.“그리고, 배정빈 씨!! 당신은 분명 나에게 서달희와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여전히 그 여자와의 관계를 끊지 않았잖아.” 배정빈의 입이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내가 그의 은밀한 행동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주먹을 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때 나는 차라리 이혼하고 너희 둘이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은찬이가 마음에 걸렸어.” “서달희와 접촉한 이후로 아이의 위장은 망가지고, 이제는 자해까지 배우게 되었으니까...” “정말로 아이가 원하는 대로 서달희가 은찬이 엄마가 된다면, 아이의 삶이 얼마나 더 비참해질지 안 봐도 뻔하잖아.” 배정빈은 내가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여보. 그러니까 우리는 이혼할 수 없어.” 나는 배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만나지 못한 그 아이를 떠올리자 억눌렀던 감정이 삐져나왔다. “그리고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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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마지막으로 어떻게 할지 잠시 망설이던 배정빈은 결국 은찬이를 데리고 병실을 나갔다. ... 두 부자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하고 유산된 그 불쌍한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 내용이었다. 간호사는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를 자극하지 않으려 먼저 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연락한 것이라며, 언제쯤 서류에 서명하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금 움직이는 것도 무리였다. 하지만, 그 아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늦게 간다면 아이가 서운해할 것 같았다. “지금 가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답하고 병실 문을 나섰다. 절차를 밟은 후, 누군가가 작은 상자를 내게 건넸다. 나는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고 혼자 택시를 타고 묘지로 향했다. 만나지 못했던 내 불쌍한 아이를 위해 묘지를 하나 샀고, 그곳에 아이를 안장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서도, 나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나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묘지 옆에 한참 동안 앉아 있었다. 그동안의 여러 충격적인 일들로 이미 모든 감정이 마비되어 버린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 둔탁한 통증이 계속 전해져 왔다. ‘아가야, 안심해... 엄마는 너를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두지는 않을 거야.’ ... 병실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병상 앞에 서 있는 배정빈이었다. 그는 내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곧바로 내 앞으로 다가와 내 팔을 꽉 잡았다. “어디 갔었어?” 나는 너무 지쳐버렸다. 계단에서 굴러 유산한 탓에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하루 종일 이름도 없이 떠난 아이의 뒤처리를 위해 뛰어다니느라 심신이 모두 지쳐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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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배정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정말 괜찮은 거지? 그래도 되지?” “오, 당신 아내가 계단에서 굴러 유산했는데도, 전남편에게 맞을 서달희 걱정을 한다고?”나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당신, 참 호탕한 대인배네.” “여보!” 배정빈은 화가 난 듯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나도 아이를 잃은 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알아! 하지만 당신도 알건 알아야지! 은찬이가 당신을 계단으로 부른 건 사실이지만, 당신이 발을 헛디뎌 넘어진 거잖아. 달희와는 아무 상관없어!”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달희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데, 당신이 동정은커녕 이렇게 비꼬고 있다니! 내가 사람 잘못 봤네!” “어차피 당신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달희는 우리 집에 들어올 거야.” 배정빈은 말을 마치고 분노에 차 병실을 떠났다. 그렇다! 이게 바로 배정빈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괴롭힘을 당해도, 내가 반격 한번 못하고 하소연 몇 마디 하는 것조차 그는 나를 탓했다.과거에는 내가 이 남자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말에 수긍하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병실 침대에 조용히 누워, 희끄무레한 천장을 바라보았다. 병원에 남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들 은찬이도, 배정빈도 더 이상 꼴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배정빈은 매일같이 나를 보러 병실을 찾아왔다. 그 뻔뻔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역겨웠다. ... 그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 친정엄마 집으로 갔다. 멀리 시집간 이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엄마가 나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이 도시로 이사하셨다. 엄마 집에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나를 보는 엄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웬일이야? 네가 집에 다 오고?” 나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엄마에게 다가가 안겼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엄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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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진짜 그 둘이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은찬이는 제대로 클 수 있을 것 같아?” “나정아, 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은찬이 생각도 좀 해야지.” “은찬은 네 몸에서 떨어져 나온 혈육이잖아. 그 아이가 고통받으며 자라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겠니?” 예전이라면, 나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매 순간 은찬이를 위해 살았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상처받을까 두려워하며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자기 자신을 해치고, 심지어 나를 해치면서까지... 엄마인 나를 몰아내고 다른 사람을 엄마로 받아들이길 원했다. 나는 더 이상 설명할 힘도 없었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배정빈이 나를 몰래 만나고 있는 그 여자... 은찬이에게 잘해주고 있어요.” 엄마는 내 반박에 화가 난 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진짜 친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큼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있겠죠. 은찬이는 이미 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니까요.”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은찬이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내 손을 잡고 가만히 있는 엄마를 보자 내 마음 깊은 곳에 꾹꾹 눌러두었던 말이 멈출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배정빈은 그 여자를 무척 좋아하고, 은찬이도 마찬가지예요.” “그 집에서 나는 이미 외부인일 뿐이에요. 그래서 그 집, 이제는 미련도 없어요.” “나정아... 너 정말 바보 같아.” 엄마는 답답하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은찬이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잖아. 그 여자가 아이에게 달콤한 것 조금 줬다고 바로 넘어간 거야. 그런데 네가 이 일로 은찬이를 포기하면...” “그 여자가 배 서방과 결혼하고 나면, 분명 온갖 방법을 써서 재산을 자기 자식에게만 물려줄 거야.” “그때가 되면, 은찬이는 한 푼도 못 받을 텐데!” 엄마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나에게 손익을 분석하며 계산해 주셨다. 내가 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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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나는 그제야 내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그의 이목구비는 연예인과 견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훨씬 더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범접할 수 없는, 낯선 아우라가 온몸을 감쌌다.만약 이 남자가 정말 아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기억했을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와 만난 적은 없었다.“저... 저를 아시나요?” 그 남자는 내가 오해할까 봐 서둘러 설명했다. “이틀 전, 여사님은 계단에서 떨어지셨을 때, 제가 여사님을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그가 말하기 전까지, 나는 그날 배정빈이 나를 따라오다가 내가 추락한 소리를 듣고 응급실에 데려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배정빈이 아니었구나.’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이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감사 인사 정도로 간단히 때울 문제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의 눈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사실 지금 마침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나는 아이와 남편을 돌보기 위해 전업주부로 지내왔다.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나같이 사회와 단절되어, 다른 사람을 도울 능력조차 없는 경단녀로 여긴다. 그래서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저에게 부탁을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하지훈이라고 합니다.” 그는 몸을 낮춰, 곁에 조용히 서 있던 예쁜 인형처럼 생긴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는 하기쁨이라고 해요.” 나도 무릎을 굽혀 아이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 아줌마는 지나정이라고 해.” 기쁨은 머뭇거리며 하지훈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눈빛으로 아이를 격려했다. 기쁨이는 천천히 내 손을 잡고 어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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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혹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하지훈은 서둘러 덧붙였다. “물론 급여는 드릴 겁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혼하지 않아서 만약 갑작스럽게 배정빈과 은찬이를 떠나 낯선 남자의 아이를 돌보게 된다면, 하지훈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 “하 대표님의 뜻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하지훈은 말을 잇더니, 검은색 금박 명함을 내밀었다. “당연히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실 테니,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나는 무심코 그 명함을 받아 들었다. 하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꽉 물었다. 지금 내 수중에는 돈 한 푼 없고, 마땅히 머물 곳도 없으니, 이혼 후에는 길거리에 나앉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내 앞에 떨어졌다. 나는 이 기회를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일주일이에요...” 하지훈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리고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마주 보며 설명했다. “일주일만 주시면, 이혼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어요.” “그 후에 하 대표님 댁으로 가서 정식으로 일해보겠습니다.” “괜찮으신가요?” 그때까지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해서 해고당한다 해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월세와 생활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천천히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얻고 싶었다. 하지훈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정빈 부자는 내 반대를 무시하고 기어이 서달희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제 배정빈 부자와 서달희는 마침내‘네 식구’가 되어 그토록 바라던 대로 함께 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배정빈의 아내는 아직 나였기 때문에 서달희는 ‘내연녀’라는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 배정빈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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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서달희는 선물을 하나씩 차례로 받으며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에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이렇게 꿈이 이루어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두 사람과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그만해, 그런 말.” 배정빈은 서달희의 눈물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며 서툴게 위로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자. 안 그러면 음식 다 식겠어.” 그들은 모두 기분 좋게 식사를 하러 가려는 찰나, 배정빈이 갑자기 멈춰 섰다. 그는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가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배정빈이 멈춰 서자, 나머지 사람들도 뒤돌아 나를 보았다. 나를 보자마자, 모두의 얼굴은 일제히 어두워졌다. 나는 그 사람들을 바라보며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마음속에서 타올랐다. ‘내가 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지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어!’ ‘그런데 나를 해친 사람들은 죄책감은커녕,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자리에 모여 기뻐하고 있어!’ 나는 차갑게 굳어버린 시선을 거두고, 그들과 대화할 마음조차 없이 곧장 내 방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배정빈이 내 옆을 지나가던 나의 손목을 갑자기 붙잡았다. “잘 됐네. 여보, 돌아왔으니 같이 있어줘.” 나는 멈춰 서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그 여자와 아이가 이 집에 들어오고 가족이 된 걸 축하하고 있잖아.” “내가 거기서 뭘 하라는 거야?” “당신들이 내 아이를 잃게 만들고, 내가 막 병원에서 퇴원한 걸 축하하라는 건가?” 평소 나는 집에서 말투를 부드럽고 상냥하게 했다. 바깥에서는 배정빈이 아무리 심한 행동을 해도 그의 체면을 지켜주려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처음으로 냉정하고 가차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배정빈은 내 이런 태도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도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의 말 한마디도 들을 마음이 없어 손을 뿌리치고 곧장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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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나는 더 이상 배정빈과 타협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배정빈은 내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그를 무시하고 안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언니!” 서달희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나는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달희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벼운 화장만 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묶은 머리조차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내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자, 그녀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 제가 네 명분의 아침만 준비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전에 정빈이와 은찬이가 늘 우리 집으로 와서 아침을 먹곤 해서, 잠시 여기가 제 집이 아니라는 걸 잊고 있었어요...”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머금은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 누가 봐도 안쓰러움을 자아낼만한 가련한 모습이었다. “달희야, 넌 잘못한 게 없어!” 배정빈은 서달희가 우는 것을 견딜 수 없는 듯,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 “굳이 나정이에게 사과할 필요 없어.” 서달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언니가 나를 좋아하지 않잖아. 내가 언니의 용서를 빌지 않으면, 언니가 나를 미워할 것 같아... 어젯밤에 내 방까지 빼앗았잖아. 오늘...”서달희는 말하면서 슬쩍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그 말투와 표정 속에는 마치 내가 그녀를 일부러 괴롭힌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나는 서달희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고 머릿속에 새겼다. 그리고 서달희가 한 나쁜 짓들이 이 세상에 드러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내가 서달희 앞에 서서, 그녀가 지금처럼 자신만만하게 상황을 뒤집고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배정빈은 서달희의 말에 완전히 넘어간 듯, 나를 나무라며 말했다. “당신도 좀 달희처럼 할 수 없어? 달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스스로 물러서고 당신에게 사과까지 하잖아!” “그런데 당신은? 어젯밤 달희 방을 빼앗고, 달희를 겁주고도... 전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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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달희는 나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녁은 집에서 먹을 거니까, 언니, 저녁 준비 좀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교활하게 나를 도발하려 했다. 마치 자신이 나를 압도했다고 우월감을 과시하며.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거실로 향했다. 배정빈이 대신 나를 변명하듯 말했다. “아직 기분이 안 풀렸나 봐.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가 돌아오면 나정이도 이해하게 될 거야.” 은찬도 거들며 말했다. “맞아요! 엄마는 별로지만 요리는 정말 잘해요!” “오늘 저녁엔 분명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서달희는 기뻐하며 물었다. “정말? 너무 기대돼!” 이들은 여전히 내가 배정빈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그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저녁을 준비할 거라는 가당찮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알지 못했다. 지금 배정빈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차갑다 못해 마치 정신이 나간 낯선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 ‘행복한 일가족’이 떠난 뒤, 나는 창고로 가서 내 여행 가방을 찾아 안방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지퍼를 열어 내 물건들을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짐을 미리 다 싸두었다. 배정빈이 이혼에 합의해 주기만 하면 나는 곧바로 짐을 들고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이었다. 이 집에서 내 소유의 물건은 몇 벌의 갈아입을 옷과 핸드폰 충전기, 그리고 몇 가지 서류뿐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꼼꼼히 챙겨 가방에 넣었다. 다른 옷장 문을 열고, 내 원피스를 정리해 가방에 넣으려는데, 원피스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아래에는 한 장의 종이가 깔려 있었다. 나는 무심코 종이를 집어 읽었다. 그것은 서달희가 임신 9주 차라는 검사 결과였다. ‘그럼... 아이는 누구 아이지?’ ‘혹시 배정빈의 아일까?’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며, 무심코 핸드폰의 전원을 켰는데, 화면에는 서달희와 전남편 사이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대화 내용은 단 한 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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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 나한테 와서 뭐 어쩌라는 건데?” 배정빈은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은찬이를 납치한 사람은 달희의 전남편이야.” 나는 그를 피해 안방으로 들어가려 했고,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 “그러면 서달희에게 가야지.” 배정빈은 또다시 내 앞을 가로막으며,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내가 달희와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매우 분노하고 있어.” “그래서 달희 전남편이 은찬이를 놓아주는 조건으로 당신과 단 하룻밤을 함께해 달라고 요구했어.” 배정빈은 무기력한 목소리로, 그러나 다분히 의도적으로 말했다. “여보...” 이 나쁜 인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의 의도를 모두 알아챘다. 내 온몸이 분노로 떨리면서 배정빈에게 힘껏 뺨을 날렸다. “배정빈, 너 정말 사람 맞아?” “여보, 은찬이는 당신 친아들이잖아. 눈앞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그가 말을 마친 순간, 뒤에 감춰뒀던 손에서 갑자기 스프레이 한 병이 나오며 내 얼굴에 세 번, 네 번 강하게 뿌렸다. 갑작스러운 약물 공격에, 내 몸이 점점 무력해졌고, 의식도 흐려지기 시작했다. ‘배정빈 이 짐승 같은 놈이 심지어 나한테 이상한 약까지 사용하다니!’ 나는 비틀거리며 가까운 방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문 손잡이를 아무리 돌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나는 또 다른 방으로 달려갔지만, 그 문도 잠겨 있었다. 배정빈은 천천히 말했다. “집 안의 모든 문은 내가 잠갔어. 대문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이미 도망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자비한지를 깨달았다. 나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너, 나 몰래 약속한 거야?” 배정빈은 소리 지르듯 외쳤다. “내게는 다른 선택이 없어! 달희 전남편이 말했어!! 두 시간 안에 당신이 나타나지 않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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