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누가 엄마를 괴롭힌 거예요?”소원이는 눈을 깜빡이면서 앙상한 손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무게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손이었다.“그럴 리가 있겠어? 그런 생각 하지 마.”나는 애써 울분을 참으며 소원이의 이마 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주었다.소원이는 예전에 머리를 밀었었는데 머리가 조금 자라서 까슬까슬했다. 만져보면 단모종의 강아지 같기도 했다.소원이를 달래며 삭발을 시켰을 때가 눈앞에 생생했다. 그때 나는 삭발을 하고 나면 까맣고 윤기 도는 예쁜 머리카락이 자랄 거라고 소원이를 속였었다.그러나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습은 이제 더는 보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간호사 언니가...”소원이는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말했다.“제가 내연녀의 딸이라고 했어요.”소원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내연녀가 뭔지 알지 못했다.그러나 다른 사람이 의도적으로 드러낸 악의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항상 다정하게 대해주던 간호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으니 소원이는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어렴풋이 누군가 날 괴롭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괜찮아.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소원이를 달랬다. 하지만 아쉽게도 목소리가 너무 쉬어서 자장가를 불러줄 수는 없었다.소원이는 언제나 말을 잘 들었다. 내가 자자고 하면 소원이는 늘 스스로 이불을 덮고 진지한 얼굴로 눈을 감았었다.그러나 오늘은 달랐다.소원이는 눈을 감지 않았고 입에서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병실 안의 기계들이 요란하게 경보음을 냈다.나는 놀라서 멍해졌고, 병실에서 끌려 나갈 때는 손이 끊임없이 떨리고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소원이 어머님, 예치금이 다 떨어졌어요.”간호사가 내게 포스기를 건네면서 말했다.“응급처치 비용과 중환자실 비용까지 총 2,000만 원을 결제해 주셔야 해요.”나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긁었지만 곧 잔액 부족이라는 알림이 떴다.그 카드에는 분명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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