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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석방된 뒤 강승재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대신 날 찾으러 갔다.

당시 나는 박은우에게 나와 소원이를 아무 데나 안장해달라고 했다. 비석도 무덤도 필요 없고 그저 조용히 땅 밑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했었다.

꽤 오래전 일이라 나조차 내가 어디 묻혀 있는지 알지 못하는데 강승재는 날 찾을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세영아... 세영아, 네 마음속에 아직도 내가 있을까?”

그는 울먹거렸다.

“만약 네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존재한다면 제발 널 찾을 수 있게 해주면 안 돼?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

나는 그의 사과 따위 받고 싶지 않았다.

늦은 사과 따위 필요 없었다.

산속에서 3일을 헤맨 강승재는 너무 힘들어서 발을 들 수조차 없게 되자 팔을 이용해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알겠다...”

강승재는 갑자기 뭔가 깨달은 사람처럼 눈을 반짝였다.

“아직도 내가 미운 거지? 내가 너와 소원이를 복수하지 않았으니까.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줘!”

강승재는 날 찾지 못했지만 최나리는 쉽게 찾아냈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여자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이목을 받게 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최나리를 단칼에 찔러 죽인 뒤 강승재는 그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강승재는 아픈 걸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칼로 심장을 찌를 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세영아...”

죽음을 앞둔 그는 여전히 내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세영아, 너랑 소원이를 위해서 복수했어... 그러니까... 이제 나 좀 용서해 주면 안 돼?”

솔직히 얘기해 나는 강승재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은 감정 소모가 필요한 일이었다. 강승재는 내가 감정을 낭비해 가면서 원한을 품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나는 내 삶을 살아가야 했다.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 했던 시스템이 어제 갑자기 나타나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죽은 뒤면 당연히 시스템에서 벗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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