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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481 - Chapter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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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방금 고현성의 이름을 부른 건 일부러 석지훈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 우리 사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으니까.그가 찌른 칼 때문이 아니라 가장 큰 이유는 내 병 때문이었다...이렇게 헤어지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서로에게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줄 수 있으니까.나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말했다.“난 현성 씨를 선택할게요.”난 고현성을 따라 아까 그 방으로 돌아갔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욕실에서 따뜻한 수건을 찾아 그에게 건넸다.그는 수건을 받아 얼굴에 대고 사과했다.“미안해, 방금 그 말들은... 일부러 그를 힘들게 하려고 한 말이야.”“괜찮아요. 나도 방금 당신 이용했으니까.”나는 그를 이용해서 석지훈을 밀어내려고 했다.고현성은 이해하는 듯했지만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알아, 네 몸 때문이라는 거. 2년 전처럼... 근데 2년 전엔 날 밀어내지 않고 사귀자고 했잖아. 근데 왜 지금은 그때만큼 용기가 없는 거야?”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당신은 그때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까.”이 말에 고현성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고현성이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 그와 연애를 해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내가 떠날 때 그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석지훈은 날 사랑했다. 그래서 난 그가 나를 잃는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 난 석지훈과 완전히 인연을 끊고 어딘가에 숨을 것이다.“찜질 좀 하세요. 희연이도 이젠 왔을 테니 내려가 볼게요.”난 서둘러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최희연이 여러 재벌가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최희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해 큰 억울함을 당한 것처럼 말이다.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누군가 묻는 말을 들었다.“솔이 씨는?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솔이?!설마 진유겸의 그 약혼녀인가?아무도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최희연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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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현정우가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그에게 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했다.나는 그녀의 몸에 바로 발길질을 했다. 새하얀 드레스에는 순식간에 발자국이 남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를 때리지는 못하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지시했다.“최희연을 패!”그들을 화나게 한 것은 나였지만 그들이 때리려는 사람은 최희연이었다.요즘 세상은 이렇게 삭막했다.강한 자는 약한 자를 괴롭히고 어른은 아이를 괴롭혔다.나는 2층에서 두 남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는 것을 곁눈질로 보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유겸 씨, 당신 여자 안 챙길 거예요? 안 챙길 거면 평생 챙길 생각 말아요!”왠지 모르게 석지훈의 눈가에 미소가 어려있는 것 같았다.진유겸과 석지훈이 아래층으로 내려오기도 전에 그 재벌가 아가씨들의 어른들이 와서 그녀들을 끌어갔다. 최희연은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저 사람들 파리처럼 엄청 귀찮게 구네.”“아까 무슨 말을 들었길래 얼굴이 그렇게 안 좋아 보여”내 질문에 최희연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솔이.”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왜?”“아까 계속 그녀가 유겸 씨를 차버렸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엄청 곤란했지. 마치 내가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것 같잖아!”“정말 네가 그랬다 해도 너도 피해자야!”최희연은 우울하게 말했다.“맞아. 난 유겸 씨에게 약혼녀가 있는 줄 몰랐어. 그리고 나랑 유겸 씨는... 우린 1년 전에 혼인 신고를 했단 말이야. 나는 그의 법적인 아내라고!”나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한 번도 말 안 했어?”“혼인 신고할 때 유겸 씨는 별로 날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우리 사이가 앞으로 더 굳건해지길 바랐었지! 수아야, 난 지금 유겸 씨가 나랑 이혼하자고 할까 봐 제일 두려워. 혼인 신고할 때 약속했거든. 누구든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만둘 수 있다고. 그건 내가 그에게 한 약속이야. 지금은 너무 후회되지만!”나: “...”최희연은 어떻게 진유겸에게 그런 바보 같은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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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그 말에 발걸음이 휘청거렸다. 마침 옆에 있던 남자가 잡아주었고 나는 애써 기운을 차리고 현정우를 따라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차에 타자 현정우는 계속 차 문을 닫지 않았다. 그래서 의아함에 물었다.“왜 안 가요?”현정우가 대답했다.“석 대표님께서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시려는 것 같은데 가주님이랑 같이 가려는 것 같습니다.”“문 닫아.”나는 지시했다.“가주님, 전...”현정우는 망설이며 말끝을 흐렸다.그는 예전에 석지훈의 밑에서 일했었기에 그를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가 직접 차 문을 닫으려는데 남자의 손바닥이 이미 차 문에 닿았다. 나는 멍하니 물었다.“무슨 뜻이죠?”석지훈은 내 말을 무시하고 거만하게 내 차에 올라탔다.나: “...”계속 말도 안 하고 예전처럼 과묵 모드로 돌아간 것 같아서 진짜 짜증 났다.“내 차예요.”내가 경고했다.석지훈은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친구 걱정 안 해?”나: “...”이 사람한테 시간 낭비할 겨를이 없어서 나는 기사님께 빨리 가자고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수술실 앞에는 진유겸이 지키고 있었다.그의 온몸은 피투성이였는데 그 피는 최희연의 피였다.지금은 누가 그랬는지 따질 상황이 아니었고 다들 최희연이 살아남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새벽까지도 그녀는 수술실에 있었고 석지훈은 신기하게도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최희연이 수술실에서 나온 것은 새벽 네 시였다. 눈을 꼭 감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폭발로 인한 흉터가 가득했다. 갑자기 마음이 너무 아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지만 그녀는 죽은 듯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진유겸이 의사에게 물었다.“어떻습니까?”“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환자는 내일쯤 의식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굴의 흉터는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다리에 파편이 많이 박혀서 제거하는 과정에서 구멍이 많이 생겼습니다.”나는 의사의 말뜻을 이해했다. 구멍 하나하나가 흉터가 될 것이었다.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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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나는 차 문을 열고 들어가 병원을 떠났다.석지훈을 따돌렸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나는 시내 아파트로 돌아가지 않고 하늘이 밝아오는 틈을 타 산꼭대기 별장으로 차를 몰았다. 뒤에는 현정우의 차량 행렬이 따라오고 있었다.산꼭대기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았다. 나는 차를 별장 입구에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잔디밭에 세워진 헬리콥터를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뒤따라온 현정우에게 물었다.“누구 거예요?”현정우도 당황하며 말했다.“모르겠습니다.”나는 주저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보자 가슴이 답답해져 짜증이 밀려왔다.“짜증나게 이럴 거예요?”그는 내 행적을 꿰뚫고 있었다.그래서 헬리콥터를 타고 별장에 직접 온 것이었다.석지훈은 나를 흘끗 쳐다보면서 말했다.“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른인 척 훈계까지 했다.나는 심기가 매우 불편해져서 현관에 서서 말했다.“전에 지훈 씨가 헤어지자고 했고 나도 동의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이에요?”석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태웅이가 설명 안 해줬어?”원태웅이 설명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지?내가 따지려던 참에 석지훈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내 뺨에 닿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석지훈의 외모는 매우 수려했다. 예전에 그를 천상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다고 말한 적이 있듯이 나는 이 얼굴을 보면 정말 화를 낼 수가 없었다.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의 가슴을 찌르는 말을 했다.“예전에 현성 씨도 해명했지만 내가 용서하던가요?”석지훈은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 그의 티 하나 없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도록 강요했다.나는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석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나를 떠날 거야?”헐?!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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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고현성의 이름 한 번만 더 입에 올리면 그 자식 죽여 버릴 거야.”석지훈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았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목소리에는 섬뜩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나한테는 직접 어쩌지 못하니 고현성을 건드리겠다는 건데, 하필이면 그게 내 약점이었다.나는 더 이상 고현성 얘기를 꺼내지 못했지만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해서 석지훈을 노려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당장 놔줘요!”석지훈의 품은 너무나 편안했지만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한 채 날 번쩍 안아 올려 소파로 향했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소파에 내려놓았다.크고 푹신한 소파에 푹 파묻히자 나는 잠시 멍해졌다...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의 아름다움에 취한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물었다.“대체 뭘 어쩌자는 거예요?”석지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여전히 내 말을 무시했다. 마치 냉혹하고 잔인한 킬러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의 긴 손가락이 셔츠 깃을 풀더니 검은 넥타이를 풀어 내 몸 위로 던졌다. 내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자 그가 나지막이 경고했다.“다시 움직여 봐.”‘내가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사람이었나?!’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석지훈이 내 손목을 잡아 그의 품 안에 가뒀다.나는 그의 품에서 있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꾸준히 무술 단련을 해 온 강한 남자였고 나는 여자였다. 아무 힘도 없는 연약한 여자가 그에게 저항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대체 어떻게 해야 그를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석지훈은 소파에 있던 검은 넥타이로 내 양손을 묶었다.‘그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 현정우 일행이 아직 별장 입구를 지키고 있을 텐데!’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다급해진 순간, 석지훈이 갑자기 갑자기 앉더니 내 손을 풀어주고는 나지막이 말했다.“윤아야, 나 약 좀 발라줘.”‘그냥 약을 발라 달라고? 그럼 지금까지 내가 혼자 김칫국 마신 거였나?’나는 얼굴이 굳은 채 석지훈을 바라보았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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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처음 핀란드 에르크에 갔던 날은 고현성이 “사망”한 지 4개월이 지난 후였다. 석지훈의 침대 위에서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몰래 키스하려는 순간 그는 깨어났다.그는 담담하게 물었다.“윤아야, 키스하고 싶어?”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그때 석지훈은 나의 이복오빠였다.명목상으로는 내 가족이었다.만약 키스하게 된다면 우리 사이의 관계는 미묘해질 것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한테 입을 맞췄다.그리고 말했다.“소원 들어줄게.”내가 원하면 그는 모든 걸 다 들어주었다.아무리 내 요구가 무리할지언정 말이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그 시절 도도하고 범접할 수 없던 석지훈이 사실은 나에게 엄청 관대했다는 것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석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잘 생각해 봐. 오늘 밤 해변가 별장에서 기다릴게. 만약 오지 않으면...”그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윤아야, 난 착한 사람이 아니야.”석지훈은 대놓고 위협했다. 만약 그와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그는 날 강제로라도 붙잡으려 할 것이다.나한테는 선택의 여지라고 없었다.하지만 어떻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나는 여전히 입술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더니 장난스럽게 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깜짝 놀란 나는 얼굴을 감싼 채 쳐다보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기다릴게.”석지훈은 옷을 걸쳐 입고 떠났다.밖에서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그가 떠난 뒤였다.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곁에 있는 현정우에게 물었다.“정우 씨는 고민이 많아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가 있었나요? 분명히 사랑하는데도 떠나야만 할 때 말이죠.”현정우는 망설이더니 되물었다.“가주님은 왜 석 대표님을 떠나려 하시는 건가요?”그야 내 몸이...이런 이유로 그를 밀어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나한테는 아무런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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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원태웅이 있는 단톡방은 전부 석지훈의 지인들뿐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나는 지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가 어느새 잠들어버렸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3시였다.나는 옷을 갈아입고 최희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곧바로 그녀의 병실로 향했다. 그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그녀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 곁에 앉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그녀의 상태가 별로인 것을 느끼고 상처투성이인 손을 잡고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야?”“유겸 씨가 나랑 이혼할까 봐 무서워.”그녀는 어젯밤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그러자 최희연은 힘없이 말했다.“이틀 전, 그 사람이 약혼녀 일로 나랑 다퉜거든. 그 후 약혼녀가 나를 만나자고 했고 그다음 일은 너도 알잖아. 그날 밤에 돌아가서 오후에 유겸 씨를 마주쳤던 일을 얘기하려 했지만 차마 용기가 없었어. 얼마 전에 서랍에서 이혼 서류를 발견했거든.”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빛을 잃고 얼굴은 곧 죽을 것 같이 어두웠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일 두려운 건 유겸 씨가 나한테 이혼을 요구하는 거야. 예전엔 그나마 붙잡을 용기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내 얼굴은 망가졌고 오른손의 신경도 하나 끊어져서 이제는 그림도 그릴 수 없어.수아야, 난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됐어.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쓰레기야.”극도로 흥분된 그녀를 나는 몸을 숙인 채 품에 안고 달랬다.“그럴 리 없어. 유겸 씨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널 떠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네 곁에 함께 있을 거야.”내 한마디에 그녀는 다시금 차분해졌지만 이내 절망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보다 유겸 씨를 잘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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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김예진은 즉시 내 의도를 알아차리더니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너와 지훈 씨의 일이 인터넷에서 떠들썩하더라. 계속 묻고 싶었지만 혹시 방해가 될까 봐 참았어. 수아야, 한때 넌 현성 씨를 죽도록 사랑했잖아. 그런데 결국 지훈 씨를 선택했지. 그건 이해할 수 있어. 예전에 네 오빠도 현성 씨와 비슷했거든. 그래서 나도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났었어. 그리고 그 남자를 선택하려 했지만... 내가 놓쳐버렸어. 난 지금까지도 후회하며 살아.”김예진이 예전에 만났던 그 남자가 죽었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나는 그녀를 불렀다.“언니.”“수아야, 지훈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지훈 씨의 세계는 위험으로 가득해. 내일이 먼저 올지, 아니면 사고를 먼저 당할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도 네가 병 때문에 지훈 씨를 밀어내려고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오히려 함께 이겨내는 거지. 수아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마.”한때 조민수가 내게 해줬던 말과 똑같았다.그 후 나는 고현성을 잃었다.지금 언니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순간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차올랐다.나는 망설이며 말했다.“생각해 볼게요.”“수야아,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병원최희연은 눈을 뜨자마자 곁에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물론 석지훈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최희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왔네요.”그가 대답했다.“네, 왔어요.”최희연은 일부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 얼굴은 이미 망가졌어요.”그녀는 이게 누구의 소행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진유겸이 진실대로 말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그는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요.”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물었다.“왜 사과해요?”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던 그는 한참을 침묵했다. 이미 그녀와 끝내려고 마음을 정했지만 그녀에게 직접 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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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수아야, 난 잘 알아. 후회의 쓴맛을. 너도 분명 현성 씨한테서 그걸 경험했을 거야. 감정에 있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래. 난 언제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김예진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그와 함께 고현성을 잃었던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며 생지옥 같았다.나는 급히 전화를 끊고 문을 열었다. 현정우는 옆방에서 쉬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혼자 떠났다.엘리베이터로 들어가려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애써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후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옆에서 익숙하고 청량한 기운이 맴돌았다.고개를 돌리자 익숙하면서도 낯서 얼굴에 잠시 멈칫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어젯밤 일은 고씨 가문의 실수였어. 너랑 희연이는 자매나 다름없잖아. 네가 힘들 거라는 걸 알아. 사실 어젯밤에도 널 찾으러 갔는데 네가 지훈 씨랑 함께 있더라... 수아야, 네 곁에서 널 지켜주고 싶어.”고현성은 내 곁에 있고 싶다고 했다.그는 석지훈을 대신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다.나는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아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당황하거나 무안하지도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고현성은 억울하다는 듯 물었다. “수아야, 이미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난 거야?”고현성과 석지훈, 둘의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석지훈은 단호한 남자였다. 행동과 말이 일치했고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너무도 차갑고 냉정해서 마치 감정 없는 로봇 같았다.하지만 고현성은 달랐다. 그는 상황에 따라 유연했고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필 나는 그런 모습에 쉽게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흐릿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전에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해. 하지만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너한테 상처 준 적 없어. 만약 그때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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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절망을 애써 억누르며 중얼거렸다.“비록 아이를 잃었고 엄마가 될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전 살고 싶어요. 지훈 씨 곁에 있고 싶어요. 그런데 왜 저한테 이렇게 잔혹하게 대하는 걸까요? 제가 원하는 건 그저 건강한 몸 하나뿐인데.”내 말을 들은 고현성은 흐느끼며 말했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네 건강을 망친 건 전부 내 탓이야.”그렇지. 내 자궁암은 고현성 때문이었다.그는 항상 나를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게 만들었다.나는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하지만 가장 탓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그가 나를 짓밟도록 내버려둔 건 결국 나였다.정신이 너무 허약한 나머지 그와 대화할 힘조차 없었다. 차가운 뭔가가 내 입가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손을 뻗어 살며시 만져보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다시 의식을 찾았을 때는 4시간이 지난 뒤 병원이었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고현성이 있었다. 그는 마치 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듯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나는 안간힘을 다해 손을 빼내자 그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말했다.“병세가 악화했대.”나는 두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알고 있어요.”고현성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약물로 병세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억제일 뿐이야. 더는 네 몸을 망가뜨리면 안 돼. 다시는 아프지 마. 다치지도 말고,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고 쉽게 우울해져서도 안 돼.”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네.”그러나 그는 나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제안했는데, 지금 네 상태로는 하루빨리 자궁을 제거해서 병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거래.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널...”나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렇다고 살아갈 확률이 늘어날 수 있나요? 암은 결국 완치되지 않는 병 아닌가요?”병실에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자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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