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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작가: 동과
처음 핀란드 에르크에 갔던 날은 고현성이 “사망”한 지 4개월이 지난 후였다. 석지훈의 침대 위에서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몰래 키스하려는 순간 그는 깨어났다.

그는 담담하게 물었다.

“윤아야, 키스하고 싶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그때 석지훈은 나의 이복오빠였다.

명목상으로는 내 가족이었다.

만약 키스하게 된다면 우리 사이의 관계는 미묘해질 것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한테 입을 맞췄다.

그리고 말했다.

“소원 들어줄게.”

내가 원하면 그는 모든 걸 다 들어주었다.

아무리 내 요구가 무리할지언정 말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 시절 도도하고 범접할 수 없던 석지훈이 사실은 나에게 엄청 관대했다는 것을.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석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

“잘 생각해 봐. 오늘 밤 해변가 별장에서 기다릴게. 만약 오지 않으면...”

그는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윤아야, 난 착한 사람이 아니야.”

석지훈은 대놓고 위협했다. 만약 그와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그는 날 강제로라도 붙잡으려 할 것이다.

나한테는 선택의 여지라고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입술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더니 장난스럽게 내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깜짝 놀란 나는 얼굴을 감싼 채 쳐다보자 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기다릴게.”

석지훈은 옷을 걸쳐 입고 떠났다.

밖에서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그가 떠난 뒤였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곁에 있는 현정우에게 물었다.

“정우 씨는 고민이 많아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가 있었나요? 분명히 사랑하는데도 떠나야만 할 때 말이죠.”

현정우는 망설이더니 되물었다.

“가주님은 왜 석 대표님을 떠나려 하시는 건가요?”

그야 내 몸이...

이런 이유로 그를 밀어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아무런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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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목소리를 듣자 최희연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밝아졌다.그녀 역시 내 이름을 불렀다.“수아야.”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었고 상처 위에는 노란 약물이 발라져 있었다. 보기에 아주 흉한 상태였다.하지만 그녀의 밝은 눈동자만이 유일하게 빛나고 있었다.나는 다정하게 대답했다.“그래, 나야.”“수아야, 와줘서 고마워.”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감사가 가득 담겨 있었다.나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그 말을 듣고 최희연은 고개를 저으며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그냥 서준 씨가 좀 보고 싶어서... 서준 씨가 나를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네. 이 2년 동안 내 삶은 정말 지옥 같았어. 너랑 유겸 씨가 곁에 없었더라면 난 아마 버티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이제야 깨달았어... 난 결국 서준 씨를 잊지 못했다는 걸.”그녀가 진유겸을 언급하자 나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퇴원하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 결코 진유겸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그녀에게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유겸 씨랑 이혼하고 여기서 서준 씨를 지키며 살고 싶어.”그때 나는 그녀가 이미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이혼 증명서를 받은 상태라는 걸 알지 못했다.그녀는 오히려 내가 걱정할까 봐, 유겸 씨를 찾아가 문제를 일으킬까 봐 그렇게 말했다.그래서 그날 그녀는 나한테 거짓말을 했고 진유겸과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너 유겸 씨랑 이혼하겠다고? 미쳤어?”최희연은 휠체어에 앉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랫동안 고민한 결과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서준 씨야. 수아야, 난 이제 내 감정에 솔직하고 싶어.”그녀가 앉아 있는 휠체어는 말하지 않아도 진서준의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진서준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도 죽을 만큼,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사랑했다. 심지어 진서준이 죽었다고 믿었을 때도 그의 곁에 남기를 원할 만큼 사랑했다.진서준이 없는 지난 10여 년 동안, 그녀는 마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93화

    나는 사실 살고 싶었다. 이 세상을 너무 일찍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수술하여 병세를 억제할수 있다면 약간 주저하더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이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것 하나는 확실하다.전에 고현성과 함께 있을 때의 마음과는 완전히 달랐다.아마도 석지훈 때문일 것이다.나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지만 오직 그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텅 빈 상태였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온기조차도 석지훈이 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이제 절대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이 모든 것은 헛된 꿈이었다....저녁 무렵 함승윤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가주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어디죠?”함승윤은 메시지로 설명했다.“프랑스에 있는 의료 기관이 이 방면에서 매우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일단 거기로 정했습니다. 수술을 진행하시는 분들은 모두 의학계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들이며 성공률은 95% 이상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함승윤은 항상 일을 철저하게 처리했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나는 그에게 답했다.“집사님 말대로 하겠습니다.”함승윤이 물었다.“가주님께서는 언제 프랑스로 출발하실 예정입니까?”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내일이요.”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고 프랑스라면 석지훈에게 들킬 가능성도 작았다.그러나 나는 몰랐다. 내가 가는 모든 길이 그의 계획 속에 있다는 것을.나는 그만 핸드폰을 치우고 최희연을 보러 떠났다. 문을 열자 현정우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왜 방에서 쉬지 않고 여기 있는 거죠?”현정우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어젯밤 가주님께서 혼자 밖에 나가셨으니까요.”어젯밤 고현성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단지 입구에서 쓰러졌을 것이다.나는 미안한 마음에 웃으며 말했다.“미안해요. 같이 병원에 가주세요.”병원에 도착하자 최희연은 없었다. 의사는 그녀가 어젯밤에 이미 퇴원했다고 했다.어제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92화

    나는 문득 어젯밤 나한테 재수 없다고 말했던 그 택시 기사를 떠올렸다.이미 고현성이 이 일에 개입했으니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나는 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한참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하지만 석지훈에게 연락할 용기는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차마 짐작할 수 없었다.하지만 고현성과 의사가 한 말은 옳았다. 나는 그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것만이 내 병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나는 함승윤에게 메시지를 보내 내 결정을 전했다.그는 이내 답장을 보냈다.“바로 이 분야의 교수님을 섭외하겠습니다.”...석지훈은 별장에서 밤새 그녀를 기다렸다. 아침이 되자 윤 비서는 그녀가 또다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실시간 검색어라는 말만 들어도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왜냐하면 그녀는 항상 다른 남자와 얽혀서 검색어에 오르곤 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녀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녀가 한 행동이었다. 사람들이 쏟아내는 비난 역시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다.석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고현성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더 큰 건 연수아를 향한 분노였다.그녀는 끊임없이 그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정말로 질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정말로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믿는 걸까?석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윤 비서에게 말했다.“고현성한태 전해. 만약 다시 선을 넘는다면 고씨 가문을 잃을 각오를 하라고.”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수아 쪽은 잠시 석씨 가문의 자리를 남겨둬.”석지훈은 석씨 가문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그 자리에서 석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에게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건드리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그녀의 것이기 때문이었다.윤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머뭇거리자 석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뭔데?”윤 비서는 답했다.“현정우가 전화를 걸어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91화

    의사가 말하길 부작용은 당연히 있겠지만 결국 실보다 득이 많을 거라며 계속해서 자궁 적출 수술을 권유했다.나는 그에게 먼저 나가 달라고 한 뒤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병상에 누운 채 두 시간이 지나자 현정우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석지훈이 여기까지 찾아올까 봐 서둘러 퇴원하고 현정우와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침대에 누웠다.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잔 터라 침대에 눕자마자 몇 분 만에 깊이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오후였다. 석지훈과 약속했던 그 밤은 이미 지나버렸고 그는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다.“윤아야, 난 착한 사람이 아니야.”어젯밤 그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었다.그럼 그는 어떤 식으로 나한테 보복할까?나는 핸드폰을 들어 현정우에게 지시했다.“정우 씨, 병원에서의 제 모든 기록을 지워버려 주세요. 지훈 씨가 절대 아무 흔적도 찾지 못하게 해야 해요.”어젯밤, 나는 용기를 내 그를 찾아가려 했지만 결국 내 몸이 버텨주지 못했다. 그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시간조차 내게는 없었다. 나는 내 병세가 이미 심각하게 악화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언제라도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나는 원태웅과 한민수가 모임 날짜를 논의하던 단톡방에 들어갔다. 대화는 40개가 넘게 쌓여 있었다. 고민 끝에 결국 그 단톡방을 나가기로 했다.단톡방을 나가자마자 원태웅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수아야, 너 왜 갑자기 단톡방을 나가는 거야?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나는 답장을 보냈다.“셋째 오빠, 전부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에요.”친하지 않아서 굳이 엮이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원태웅은 다시 답장을 보냈다.“그럼 다음에 소개해 줄게.”내가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원태웅은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수아야, 큰일 났어! 나 방금 트위터에 들어갔더니 실시간 검색어에 도배됐던데? 빨리 형한테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정말 돌이킬 수도 없어.”원태웅은 마치 천지가 개벽한 것처럼 심각하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90화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절망을 애써 억누르며 중얼거렸다.“비록 아이를 잃었고 엄마가 될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전 살고 싶어요. 지훈 씨 곁에 있고 싶어요. 그런데 왜 저한테 이렇게 잔혹하게 대하는 걸까요? 제가 원하는 건 그저 건강한 몸 하나뿐인데.”내 말을 들은 고현성은 흐느끼며 말했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네 건강을 망친 건 전부 내 탓이야.”그렇지. 내 자궁암은 고현성 때문이었다.그는 항상 나를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게 만들었다.나는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하지만 가장 탓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그가 나를 짓밟도록 내버려둔 건 결국 나였다.정신이 너무 허약한 나머지 그와 대화할 힘조차 없었다. 차가운 뭔가가 내 입가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손을 뻗어 살며시 만져보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다시 의식을 찾았을 때는 4시간이 지난 뒤 병원이었다. 나는 병상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고현성이 있었다. 그는 마치 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운 듯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나는 안간힘을 다해 손을 빼내자 그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말했다.“병세가 악화했대.”나는 두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알고 있어요.”고현성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약물로 병세를 억제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억제일 뿐이야. 더는 네 몸을 망가뜨리면 안 돼. 다시는 아프지 마. 다치지도 말고,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하고 쉽게 우울해져서도 안 돼.”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네.”그러나 그는 나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제안했는데, 지금 네 상태로는 하루빨리 자궁을 제거해서 병세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거래.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널...”나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렇다고 살아갈 확률이 늘어날 수 있나요? 암은 결국 완치되지 않는 병 아닌가요?”병실에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자조적으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89화

    “수아야, 난 잘 알아. 후회의 쓴맛을. 너도 분명 현성 씨한테서 그걸 경험했을 거야. 감정에 있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래. 난 언제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김예진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그와 함께 고현성을 잃었던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며 생지옥 같았다.나는 급히 전화를 끊고 문을 열었다. 현정우는 옆방에서 쉬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혼자 떠났다.엘리베이터로 들어가려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애써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후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옆에서 익숙하고 청량한 기운이 맴돌았다.고개를 돌리자 익숙하면서도 낯서 얼굴에 잠시 멈칫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어젯밤 일은 고씨 가문의 실수였어. 너랑 희연이는 자매나 다름없잖아. 네가 힘들 거라는 걸 알아. 사실 어젯밤에도 널 찾으러 갔는데 네가 지훈 씨랑 함께 있더라... 수아야, 네 곁에서 널 지켜주고 싶어.”고현성은 내 곁에 있고 싶다고 했다.그는 석지훈을 대신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다.나는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아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당황하거나 무안하지도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고현성은 억울하다는 듯 물었다. “수아야, 이미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난 거야?”고현성과 석지훈, 둘의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석지훈은 단호한 남자였다. 행동과 말이 일치했고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너무도 차갑고 냉정해서 마치 감정 없는 로봇 같았다.하지만 고현성은 달랐다. 그는 상황에 따라 유연했고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필 나는 그런 모습에 쉽게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흐릿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전에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해. 하지만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너한테 상처 준 적 없어. 만약 그때로 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88화

    김예진은 즉시 내 의도를 알아차리더니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너와 지훈 씨의 일이 인터넷에서 떠들썩하더라. 계속 묻고 싶었지만 혹시 방해가 될까 봐 참았어. 수아야, 한때 넌 현성 씨를 죽도록 사랑했잖아. 그런데 결국 지훈 씨를 선택했지. 그건 이해할 수 있어. 예전에 네 오빠도 현성 씨와 비슷했거든. 그래서 나도 나중에 다른 남자를 만났었어. 그리고 그 남자를 선택하려 했지만... 내가 놓쳐버렸어. 난 지금까지도 후회하며 살아.”김예진이 예전에 만났던 그 남자가 죽었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나는 그녀를 불렀다.“언니.”“수아야, 지훈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지훈 씨의 세계는 위험으로 가득해. 내일이 먼저 올지, 아니면 사고를 먼저 당할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도 네가 병 때문에 지훈 씨를 밀어내려고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오히려 함께 이겨내는 거지. 수아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마.”한때 조민수가 내게 해줬던 말과 똑같았다.그 후 나는 고현성을 잃었다.지금 언니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순간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차올랐다.나는 망설이며 말했다.“생각해 볼게요.”“수야아,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병원최희연은 눈을 뜨자마자 곁에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다. 물론 석지훈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최희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왔네요.”그가 대답했다.“네, 왔어요.”최희연은 일부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 얼굴은 이미 망가졌어요.”그녀는 이게 누구의 소행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진유겸이 진실대로 말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그는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요.”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물었다.“왜 사과해요?”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던 그는 한참을 침묵했다. 이미 그녀와 끝내려고 마음을 정했지만 그녀에게 직접 말하는 것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87화

    원태웅이 있는 단톡방은 전부 석지훈의 지인들뿐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나는 지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가 어느새 잠들어버렸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후 3시였다.나는 옷을 갈아입고 최희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에 곧바로 그녀의 병실로 향했다. 그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그녀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 곁에 앉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그녀의 상태가 별로인 것을 느끼고 상처투성이인 손을 잡고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야?”“유겸 씨가 나랑 이혼할까 봐 무서워.”그녀는 어젯밤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그러자 최희연은 힘없이 말했다.“이틀 전, 그 사람이 약혼녀 일로 나랑 다퉜거든. 그 후 약혼녀가 나를 만나자고 했고 그다음 일은 너도 알잖아. 그날 밤에 돌아가서 오후에 유겸 씨를 마주쳤던 일을 얘기하려 했지만 차마 용기가 없었어. 얼마 전에 서랍에서 이혼 서류를 발견했거든.”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빛을 잃고 얼굴은 곧 죽을 것 같이 어두웠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일 두려운 건 유겸 씨가 나한테 이혼을 요구하는 거야. 예전엔 그나마 붙잡을 용기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내 얼굴은 망가졌고 오른손의 신경도 하나 끊어져서 이제는 그림도 그릴 수 없어.수아야, 난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 됐어.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쓰레기야.”극도로 흥분된 그녀를 나는 몸을 숙인 채 품에 안고 달랬다.“그럴 리 없어. 유겸 씨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널 떠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네 곁에 함께 있을 거야.”내 한마디에 그녀는 다시금 차분해졌지만 이내 절망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보다 유겸 씨를 잘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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