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 남자의 마음 공략법: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분명 만족스러워했는데... 순간 임서연은 얼굴을 찡그렸다.더 나은 사람을 찾았겠지.이렇게 생각하니 임서연은 받아들이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저녁, 김하준은 돌아와서 업무 때문인지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오후에 임서연이 우진경에게 김하준이 좋아하는 요리를 물어보고 직접 저녁을 준비하자 우진경은 웃으며 말했다.“아내로서 이렇게 해야죠.”임서연은 고개를 숙인 채 미소만 지었다. 부탁할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잘 보이려 애쓰지도 않았을 거다.우진경은 한숨을 쉬었다.“여사님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어르신도 둘째 부인을 들이셔서 도련님은 자주 가지 않아요. 겉으로 차가워 보여도 사실 굉장히 감성적인 분이세요.”임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백재아 씨가 어렸을 때 도련님을 구해줬는데 커서도 도련님을 따라다녔어요. 도련님도 예전엔 싫어했다가 출장 다녀오고 나서 태도가 달라졌죠. 하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진짜 안주인은 여기 있잖아요.”우진경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하자 임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가 누굴 만나든 할 말이 없었다.부부지만 남과 다를 게 없는 사이였으니까.이 허무한 관계에 대해 그녀는 이미 해탈한 상태였다.임서연은 서재 쪽을 바라보다가 아침에 백재아가 내려준 블랙커피가 생각나서 물었다.“아주머니, 원두 어디 있어요? 커피 끓여주려고요.”이를 들은 우진경은 그녀가 마음 쓰는 걸 알고 원두를 꺼내 임서연에게 건네며 알려주었다.“도련님은 단 걸 안 좋아하니까 설탕이나 우유는 넣지 마세요.”임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커피를 내려 정교한 커피잔에 따른 뒤 직접 가져갔다.서재 안에서는 김하준이 다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인사팀은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번역가 하나 채용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그는 꽤 많은 언어를 알고 있지만 A국 언어는 많이 쓰는 것도 아니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규 확장으로 처리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언어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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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어젯밤 커피에 젖은 서류가 생각나 서재로 간 그는 사무실로 가져가서 다시 프린트해야겠다고 생각했다.서재에 들어서자마자 김하준은 곧바로 누군가 책상을 건드렸다는 걸 알아차렸다.여긴 아주머니, 강지우를 제외하고 심지어 백재아도 들어오지 못한 곳인데 누구지?‘그 여자가 서재에 몰래 들어온 건가?’테이블로 다가간 그는 손 글씨로 쓴 번역 문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는데 필체가 아주 깔끔했다.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 여자가 쓴 건가? A국 언어를 할 줄 알았어?’김하준은 다소 믿기지 않았다.그가 파일을 내려놓고 그녀를 찾아가 물어보려는 순간 서류 사이로 포스트잇 한 장이 떨어졌는데 내용은 이러했다.[당신 동의 없이 서재에 몰래 들어가서 미안해요. 어젯밤 나 때문에 당신 서류가 젖은 게 생각나서 내 힘으로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었어요. A국 언어는 배우기 쉽지 않아서 당신이 읽기 쉽도록 내가 우리말로 번역했어요. 서류 젖은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임서연]김하준은 손에 들린 포스트잇과 자필로 번역한 10여장의 문서 내용을 보며 서재에 몰래 들어온 것에 대한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다.그는 우아한 필체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그녀가 잘 쓰지도 않는 언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던 김하준은 쪽지를 내려놓고 서류를 들고 회사로 향했다.임서연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우진경이 이미 식사 준비를 다 마친 것을 보자 자신이 너무 늦게 일어난 것에 민망해했다.우진경이 웃으며 말했다.“여긴 평소에 춥고 도련님도 늦잠 자는 사람이 아니라서 서연 씨 있으니까 이제야 좀 사람 냄새가 나네요.”임서연이 웃었다.“백재아 씨 여기 자주 오지 않았어요?”우진경이 멈칫했다. 질투하는 건가?임서연은 정말 별 뜻 없이 그냥 무심코 던진 질문이었는데 물어보고 나서 후회했다.“별로 자주 오지도 않았어요. 전에는 도련님이 차갑게 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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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서연은 갑자기 하윤재가 자신을 안아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몸이 굳어졌다.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그녀는 몸을 비틀었지만 김하준의 눈에는 오히려 앙탈을 부리는 것 같았다.그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고 백재아는 무심한 척 말을 꺼냈다.“남자 친구가 있는 줄 몰랐네요.”김하준은 괜히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어 액셀을 밟으며 질주했다.백재아가 입술을 달싹였다.“화났어요?”김하준은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왜 화를 내?”임신까지 했으니 분명 남자가 있었겠지.그냥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건 다른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쾌함이 밀려올 뿐이었다.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니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 설명할 수 없이 속상했다.곧 차가 백재아의 집 앞에 멈추자 그녀는 바로 내리지 않고 김하준을 바라보았다.“올라가서 차 한잔할래요?”그가 거절할까 두려운 듯 백재아는 서둘러 덧붙였다.“하준 씨가 좋아하는 음식 준비...”“재아야.” 김하준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심란한 마음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은 됐어. 너도 일찍 쉬어.”“하지만...” 백재아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운전 조심해요.”김하준은 짧게 대답하곤 차에 시동을 걸었다.극한의 속도로 달려 집에 돌아왔을 때 임서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그는 셔츠 단추를 풀며 물었다.“몇 시에 나갔어요?”“점심에요.” 우진경은 그의 손에서 재킷을 건네받았다.“지금 저녁 드실래요?”“나중에 먹죠.”지금 그는 입맛이 없었다.셔츠의 단추도 두 개나 풀었고 조이는 느낌도 사라졌는데 속이 답답했다.이상한 느낌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서재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 위에는 임서연이 남긴 쪽지가 남아 있었고 그걸 집어 든 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내 앞에서는 불쌍한 척 연기하더니 뒤에선 다른 남자를 만나? 임서연, 참 대단해!”그의 손에 들려 있던 쪽지가 구겨지며 동그랗게 되었다.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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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뭐요?” 임서연은 당황스러웠고 김하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조명의 찬란한 불빛을 등지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더니 마침내 임서연 앞에 우뚝 멈춰서서 내려다보았다.“아직 나랑 부부 사이니까 다른 남자랑 다정하게 굴지 마.”결혼의 이유야 어떻든 결혼 생활 중에는 절대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이건 그의 마지노선이자 남자의 자존심이었다.임서연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누가 다른 남자랑 다정하게 굴었다는 거야?그러면서 본능적으로 반박했다.“그러는 당신도 여기서 다른 여자랑 밤을 보내잖아요? 나도 아내로서 당신에게 주장해도 돼요?”김하준의 미간 사이에 있는 골이 점점 깊어졌다.“같이 안 잤어.”임서연은 잠시 멈칫했다. 어젯밤 분명 백재아는 이곳에 머물렀는데 안 잤다니, 누가 그걸 믿어?잠깐, 잤든 말든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지?김하준의 표정이 수시로 바뀌었다.‘지금 내가 뭐 하는 거야?’임서연은 그와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기에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최대한 바라는 대로 노력해 볼게요. 그럼 전...”그녀는 손에 든 문서를 흔들었고 명확한 그녀의 뜻에 김하준은 덤덤하게 대꾸했지만 말투에는 짜증이 담겨있었다. 임서연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자신이 왜 그녀에게 설명한 걸까?미치겠네!평소와 다른 본인의 행동에 그는 적응이 안 되었고 거부감마저 들었다.임서연은 레스토랑 일자리를 얻었기에 빨리 서류 번역을 끝내고 싶었다.하지만 자정이 되자 겨우 절반을 끝냈는데 졸음이 밀려왔다.정신을 차리려고 서류를 챙겨 거실로 갔다. 저택 전체가 조용한 걸 보아 김하준과 우진경은 이미 잠든 것 같았다.그녀는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부엌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마신 뒤 컵을 내려놓고 다시 거실로 돌아와서 카펫에 앉아 테이블에 엎드린 채 번역을 계속했다.김하준은 목이 말라 한밤중에 물을 따라 마시러 내려왔다가 여전히 문서를 번역하는 임서연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서연도 그를 발견했지만 먼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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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백재아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살짝 내린 눈가에 물기를 머금었다.“지금도 같이 사는데 번역 일로 회사까지 들어오면 하준 씨랑 더 가깝게 지내잖아요. 무서워요, 그러다 둘 사이에 감정이라도 생길까 봐.”어차피 숨길 수 없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말해서 김하준의 의심을 풀고 단지 그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는 걸 알려주면 된다.그녀는 물기 어린 두 눈을 깜박거렸다.“나랑 알고 지낸 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 마음 다 알잖아요...”백재아는 계속해서 눈물을 참았다.“하준 씨를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회사에 입사 지원한 걸 보고 내가 끼어들었어요.”김하준은 미간을 찡그렸다. “한 달 뒤면 우리 이혼할 거라고 했잖아.”백재아도 알았다. 임서연이 그날 밤 그 여자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기꺼이 기다렸을 거다. 오랜 세월 기다려왔는데 고작 그 한 달이 대수겠나.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절대 그 여자가 김하준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놔둬선 안 된다, 절대!“서연 씨, 이거 2번 테이블 음식이에요. 가져가요.”임서연은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오늘 출근해서 계속 서 있는 동안 아랫배에 막연하게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쟁반을 들고 2번 자리를 향해 걸어가던 임서연은 자리에 다다르기도 전에 백재아를 발견했다. 맞은편에는 굳이 누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칫했지만 이내 일하는 중이고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임서연이 허리를 굽혀 쟁반에 있던 음식을 꺼내 김하준 앞에 놓는데 덥석 손목이 잡혔다.“뭐 하는 거야?”차갑게 다그치는 어투였다.그의 시선은 하얀 셔츠에 검은색 조끼를 입고 엉덩이를 겨우 감싸는 짧은 치마 밑으로 하얗고 곧은 다리가 드러난 그녀의 몸으로 향했다.몇 초 동안 그녀의 다리에 시선이 머물면서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대체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이런 옷을 입은 건지, 유부녀가 여기서 뭐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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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날 임서연은 그와 껴안고 있었다.그가 아니라면 누구 아이겠나.하윤재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교통사고 당일에 그녀가 자신을 찾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하지만 김하준의 눈에는 하윤재가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처럼 보여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겨우 열여덟인데...”“당신이 뭘 알아요!”하윤재는 김하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두 눈을 붉히며 소리쳤다. 임서연이 자기 몸 하나 챙기지 못해서 18살에 이혼하는 방탕한 여자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나 하는 말일까?하윤재는 김하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비싸 보이는 정장은 아마 보통 사람들의 1년 치 월급일 거다.“당신 같은 귀공자가 한낱 평범한 인간의 고통을 알아요? 굶주리고 막다른 길에 버려진 기분을 알아요? 당신은 몰라요! 얘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임서연은 하윤재를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의 동정도, 연민도 필요 없이 그저 열심히 노력해서 엄마와 배 속의 아기를 돌보면 된다.“병원으로 데려다줘요.”그녀는 이제 서 있기도 힘들었다.“알았어.” 하윤재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았고 임서연은 하윤재의 말에 당황했는지 멍하니 있는 김하준을 보며 말했다.“미안해요, 난 일해야 해요. 하지만 걱정 마요. 절대 사람들이 그쪽이랑 내 사이 모르게 해서 당신 체면 안 상하게 할게요.”김하준의 미간이 구겨지며 번뜩이는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이 여자...남들은 지금 임서연의 상태를 모르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하윤재는 지금 그녀의 몸이 계속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차로 그녀를 데려가며 다독였다.“무서워하지 마. 하혈만 안 하면 괜찮을 거야.”하윤재는 최대한 빨리 차에 올라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간다.김하준은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하윤재의 말을 되새겼다. 임서연에게 대체 무슨 비밀이 있다는 걸까.그녀의 행동이 여러모로 이상하기는 했다.그는 무슨 일인지 알아내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강지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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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김하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완벽한 선을 자랑하는 턱에 바짝 힘이 들어가더니 덤덤하게 말을 뱉어냈다.“말해.”“8년 전 임국진 씨와 선주영 씨가 이혼하면서 모녀를 A국에 보내서 살게 했는데 8년 동안 돌아오지 않다가 얼마 전 임국진 씨가 데려왔어요.”김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A국 언어를 잘했던 건가, 거기서 살았기 때문에?“그게 다야?”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목소리였다.강지우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선주영 씨는 A국으로 보내진 후 남자아이를 낳았는데 자폐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 남자아이는 돌아오기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답니다.”미간을 찌푸린 김하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지난번 그녀의 얼굴에 보였던 슬픈 기색이 동생 때문이었나?그럼 배 속에 있는 아이는...“끝이야? 옆에 남자가 있었던 적은 없어?”“네, 가깝게 지내는 정신과 의사만 있었습니다.”강지우는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보낸 사람들이 전해온 정보를 꼼꼼히 살폈다.“더 없습니다. 학창 시절 때도 연애하지 않았고 주위에 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낸 적도 없습니다.”그러니까 다시 말해 바로 그 정신과 아이를 뱄을 가능성이 컸다.자신과의 결혼 때문에 임국진이 데려온 걸까?돈을 밝혔던 건 A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렸던 탓에 서류 번역할 때도 돈을 달라고 하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거다.이렇게 생각한 김하준은 임서연의 이상한 행동들이 모두 정리가 되었고 하윤재의 말뜻도 이해했다.마음이 다소 복잡해진 그는 한번 뒤돌아 보고는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오른 뒤 병원을 떠났다.병원에서 임서연은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조금 고팠다.“엄마, 나 팥죽 먹고 싶어요.”임서연은 갑자기 단것을 먹고 싶었다.선주영은 다 겪어봤기에 여자가 임신하면 특정 맛의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는 걸 잘 알았다.옛말에 신 걸 먹으면 아들, 매운 걸 먹으면 딸이라는 말이 있는데 대체 임신한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모르겠다.“내가 가서 만들어 줄게.”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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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가슴 밑바닥에서 주체할 수 없는 불길이 치밀어 올랐지만 본인도 이유는 알 수 없었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사랑놀이라도 하는 거야?”이 목소리는...오랜만에 만났지만 임서연은 누구의 목소리인지 단번에 알아차리고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역시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섬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지난번에 내가 한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임서연은 무의식적으로 하윤재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아까는 선주영을 걱정하느라 하윤재와의 신체 접촉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난...”임서연이 해명하려는데 하윤재가 손목을 잡으며 김하준을 바라보았다.“고작 한 달뿐인 결혼이고 각자 원하는 것만 얻어가면 그만인 거래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서연이 사생활에 간섭하는 거죠?”임서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있는 하윤재는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 이제는 그녀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주고 싶었다.김하준의 시선이 임서연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하윤재에게 고정되고 순간 그의 목구멍에서 조롱 섞인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자기 애를 임신한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 보내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가?”그의 입가에 남아있던 비릿한 웃음마저 사라진 채 매서운 눈길은 예리한 검이 되어 하윤재를 마구 난도질했다.“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야?”임서연의 가슴이 철렁하며 모욕감과 허무함에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다.그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하윤재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윤재는 그저 고맙고 존경하는 상대인데 그런 그를 어떻게 모욕할 수 있겠나.그녀는 하윤재의 꽉 잡은 손을 뿌리치고 김하준을 향해 말했다.“날 탓하고 싶으면 나한테만 얘기해요, 다른 사람한테 뭐라고 하지 말고.”김하준은 임서연의 반박을 예상하지 못했다.정말 서로에 대한 사랑이 넘치네!하지만 그의 눈에는 우스꽝스럽고 화가 날 뿐이었다.자기 아내면서 보란 듯이 눈앞에서 애정행각을 보여주니 왠지 모를 분노가 가스에 들끓었다.하지만 하윤재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들의 결혼은 단지 거래일뿐이고 그는 탓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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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임서연은 그런 그가 당황스러웠다.그도 백재아를 만나고 있지 않나.게다가 그녀와 하윤재는 그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도 아닌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는 걸까?“난 그쪽 신경 안 쓰니까 그쪽도 내 사생활에 간섭...”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무언가 입을 막았고 온갖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밖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읍...”정신을 차린 임서연이 그를 밀어냈고 이성을 되찾은 김하준도 한 발짝 물러섰다.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눈앞에 여자를 응시했다.지금 뭐 한 거지?백재아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들이대도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눈앞에 이 여자가 핑크빛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하는 걸 보고 있자니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자제력을 잃고 본인조차 놀랄 행동을 저질렀다.임서연은 그날 밤을 제외하고는 어떤 남자와도 이렇게 친밀한 행동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수치스럽고 충격적이었다.“당, 당신이 뭔데!”임서연은 자신이 더럽혀졌다는 느낌이 들었다.자기를 팔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가벼운 여자는 아니었다.그런데 그가 무슨 자격으로?김하준은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등진 채 말했다.“넌 내 아내야.”그러니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지!임서연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우린 부부가 아니고 단지 거래일 뿐이에요!” 임서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남자와의 접촉이 무서웠다.악몽 같은 그날 밤을 겪은 이후 임서연은 남녀 사이의 스킨십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임서연은 너무 화가 나서 평소와 다른 김하준의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침착함과 덤덤함은 전부 그녀에게 보여주는 가면이었고 만약 임서연이 조금이라도 침착했다면 붉게 달아오른 김하준의 귀를 알아차렸을 것이다.“아무리 거래라도 부부로 지내는 동안 부부로서 해야 할 일을 못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그는 천천히 돌아서서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인 임서연을 바라보며 미간이 찡그려졌다.저렇게 무너질 만큼 그의 키스가 싫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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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나랑...”“이제 나가도 돼!” 그녀가 말을 잇기도 전에 김하준이 말을 끊었다.그는 임서연이 자신과 그 남자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무척 거슬렸다.임서연은 입술을 벙긋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돌아 나갔다.서재 문이 닫히는 순간 김하준의 얼굴에 있던 평온함과 평정심은 모두 사라졌다.그는 조금 전 충동적인 본인 행동에 미간을 문질렀다.짧았지만 인상적이었던 키스를 떠올리며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고 여전히 그녀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 저도 모르는 사이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미소였다.우스꽝스럽게도 미련이 남았다.그녀의 입술은 말랑했다, 그날 백재아의 입술처럼.하지만 그날 밤 이후 그는 백재아에게서 자신을 사로잡았던 그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그땐 몸 상태가 달라서 그랬던 걸까?기분이 묘했다.서재에서 나온 임서연은 어머니가 아직 병원에 계셔서 간병해야 했기 때문에 집에 머물지 않았고 밖으로 나오자 마침 저택에 온 백재아와 마주쳤다.백재아는 볼 때마다 섬세한 화장과 잘 어울리는 옷차림으로 예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외출해요?” 백재아가 웃으며 물었다.“네.” 임서연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이 여자와는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것처럼 보여도 누가 알겠나.“임서연 씨, 당신은 다른 사람 아이를 배고도 하준 씨와 결혼했죠. 하준 씨가 당신이랑 결혼한 건 단지 어머니가 남긴 결혼 약속 때문이지 다른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하준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니까.”누가 들어도 분명한 백재아의 말뜻을 임서연이 모를 리가 있나.김하준이 그녀를 사랑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그녀 앞에서 한 번 더 강조하는 건 텃세라도 부리고 싶은 걸까?임서연은 웃으며 말했다.“전 제 주제를 잘 아니까 백재아 씨가 굳이 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백재아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는 나이는 어려도 속내는 성숙한 여자였다.그 순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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