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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쓰는 왕관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00 챕터

제61화

‘날 이렇게 생각할 줄이야!’ 도혁은 잠시 감정을 억누르고 표정을 가다듬으며 서율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내게 조금이라도 호감을 느낀 거야?” 도혁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자, 서율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도혁이 비록 매정하긴 하지만, 그의 깊고 계산된 성격과 수단만큼은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는 정말로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서율은 얼굴이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지만, 단지 외모만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강하고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예전처럼 사랑에 빠져 도혁에게 홀리지 않았을 것이다. 서율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혁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서류를 든 아름다운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사무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서율 씨도 여기 있었군요.” 들어온 사람을 확인한 서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도혁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미 경남을 통해 지민이 HS그룹에 비서로 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율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서율은 도혁이가 일에 매진하느라 매일 바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도와주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HS그룹에 한가한 사람을 둘 여유는 없어.” 그런데, 댄스를 전공하고 대기업에서의 비서 경험도 없었던 지민은 귀국하자마자 도혁에 의해 HS그룹에 스카우트 되었다. 심지어 정효연까지 HS그룹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도혁이 말한 ‘한가한 사람’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관심 없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었을 뿐이었다. 서율은 지민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인사했다. “지민 씨.” 도혁이 방금 자신을 안고 나갔을 때, 지민이 그 장면을 목격한 것 같은데도 지금은 마치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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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이제 괜찮아.” 도혁이 냉정하게 말했다. “확실해?” “태민 씨가 별일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래서 또 다치려고 해?” 서율은 지민 앞에서 도혁과 이 문제로 다투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거기서 좀 쉬어.” 도혁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 가고 싶으면, 내가 끝나고 데려다 줄게.”서율은 인상을 찌푸렸다가,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에 지민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도혁이가 서율 씨를 많이 걱정되나 봐요. 여기서 조금 더 쉬다 가세요.” 지민은 서율의 아직 붉게 부어 있는 발목을 보며 덧붙였다. “5분만 기다려 줄 수 있죠?”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말을 하면 지민을 일부러 내쫓으려는 의도로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민은 오래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떴고, 떠나기 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서율은 도혁의 차가운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변도혁,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거야?” 도혁은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되물었다. “뭐가?” “지민 씨 앞에서 일부러 니한테 이렇게 신경 쓰는 모습 보여주는 거, 지민 씨가 상처받지 않을까?” 도혁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 원래 그런 건 없어.”서율은 도혁이 자신을 진심으로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일부러 지민에게 보여주려고 그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지민 씨랑 결혼할 생각이 바꿨어?” 도혁은 서율을 흘겨보며 대답했다. “내가 언제 그랬어?”도혁의 태도는 서율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서율은 물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3년 전에 서지민과 결혼하려고 했었잖아?” “그건 3년 전 일이야.”서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3년 전 일이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서율은 다시 물었다. “왜 갑자기 결혼할 마음이 없어진 거야?” 도혁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이미 결혼했잖아.” “우리가 이혼한 후 서지민과 결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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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전화가 끊기자 서율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비서조차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서율은 자신이 신분을 숨긴 채로 LJ 지점을 인수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냉혹한 현실이라는 거겠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회의실 복도를 걷던 서율은, 유미가 성난 얼굴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서율 씨, 왜 이제 오신 거죠? 변 대표님은 이미 도착하셨어요!” 유미는 잔뜩 불만을 드러내며, 거칠게 서율을 비난했다.서율은 시간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말했다. “제가 알기론 회의 시작까지 아직 5분 남았어요. 지각한 건 아닌데요.”그러자 유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고, 경멸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율 씨는 미리 도착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는 걸 모르시나요?” 서율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정 비서, 지금 절 가르치려고 드는 건가요?”유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줄곧 서율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었다. 서율이 정식 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갑자기 회사로 내려온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갑작스레 등장한 인재라면 대단한 실력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서율이 자신보다 어린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선 큰 실망을 느꼈다. 서율은 아름다운 얼굴 외엔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유미는 서율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유미는 여전히 싸늘한 태도로 말했다. “서율 씨는 회사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익혀야 할 것들이 많을 겁니다. 제 역할은 서율 씨가 빨리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서율이 더 말을 잇기 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율 씨, 혹시 도혁을 찾으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서율이 고개를 돌리자 지민과 효연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지민은 놀란 듯한 눈빛으로 서율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율 싸, 도혁이는 지금 회의 중이니...잠시 기다리시는 게 어떠세요?”유미는 지민과 효연을 아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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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안 그래도 서율을 아니꼽게 보던 유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율을 노려보며 말했다. “서율 씨, 어떻게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하실 수 있죠? 만약 소문이라도 나면 얼마나 수치스러울지 모르시나요?” 유미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서율의 신분을 의식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오늘 회의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네요.”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효연은 유미와 서율 사이의 관계를 잘 모르고 있었다. 효연은 유미의 팔짱을 끼며 친근하게 말했다. “정 비서님, 저 여자한테 속지 마세요. 저 여자는 도혁 오빠를 잡으려고 뭐든 다 하는 사람이에요. 옛날에 말이죠, 이런 짓까지 했다니까요...” “효연아.” 지민이 조용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 “곧 회의가 시작되니까 정 비서님께서 준비하셔야 해. 방해하지 말자.” 효연은 아쉬운 듯 입을 다물었지만, 서율을 향한 비웃음 섞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효연은 지민의 비서로 회의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기에 지민이 준 서류를 받아 들고 물러났다. 그러나 서율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회의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지민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지민은 서율을 향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서율 씨, 도혁이는 지금 중요한 회의에 참석 중입니다. 그 안에는 회사의 주요 임원들이 모여 있으니, 들어가시면 곤란합니다.” 서율은 눈길을 돌려 유미를 힐끗 보았다. 유미는 그녀가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설명 없이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인 양 행동하며 모른 척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효연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서율에게 다가갔다. “문서율, 네가 쓸데없이 나대는 바람에 HS그룹과 LS그룹의 협력이 끊긴 거야! 이번엔 LJ그룹과 협력하는 자리야. 네가 여기서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을 질 수 있을 것 같아?” 서율은 차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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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효연은 도혁을 보자마자 서율을 가리키며 그에게 바로 불평을 늘어놓았다.“도혁 오빠, 회의가 곧 시작될 텐데 이 여자가 억지로 회의실에 들어가려고 했어요! 지민이가 회의가 끝난 후에 얘기하라고 설득했는데도 전혀 말을 듣지 않더라구요! 들어가면 회의에 방해될까 봐 제가 막았는데, 오히려 저를 밀쳐서 넘어지게 했어요!”효연은 도혁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봐 서둘러 덧붙였다. “지민과 정 비서님도 다 보셨어요. 못 믿으시겠다면 두 사람한테 물어보세요!”도혁의 눈길이 서율에게로 향했다.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그의 말투는 차분하고 냉정했지만, 예전처럼 서율의 행동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말을 걸어오는 점에서 약간의 변화가 느껴졌다. 하지만 서율은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그의 말투에서 효연의 말을 어느 정도는 믿고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율은 도혁에게조차 시선을 주고 싶지 않았다.서율은 아무 말 없이 회의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회의실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손목이 도혁에게 붙잡혔다.서율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손 놔.”“문서율, 대체 왜 이러는 거야?”서율은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변도혁, 손 놓으라고.”도혁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문서율...”서율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도혁의 손을 힘껏 밀어내며 그에게서 벗어났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서율은 의도치 않게 힘을 꽤나 세게 줬고, 도혁은 잠시 균형을 잃고 물러섰다. 그가 다시 서율을 잡으려던 찰나, 그의 시선이 서율의 손목에 남은 멍 자국에 닿았다. 그 순간, 도혁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도혁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서율은 이미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효연은 이를 놓칠세라 토끼처럼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뒤쫓았다. 지민이 급히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서율이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일부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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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도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효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예전처럼 서율의 말을 거짓으로 여기지 않고, 옆에 있는 정유미에게 물었다.“정 비서, 사실인가요?”유미는 주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서율이 변 대표의 아내라니!’ ‘그럼 문서율이 LJ그룹에 온 건 육 대표 덕분이 아니라 변 대표와의 관계 때문인 거야?’ 이런 생각에 서율에 대한 경멸과 더불어 강한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정말 운 좋은 여자네.’유미는 서율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사실을 왜곡했다간 자신의 입장이 위험해질 것을 알았다. 유미는 결국 표정을 굳히며 인정했다.“네, 문서율 씨가 이번 LJ그룹 프로젝트의 새로운 책임자입니다.”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숨을 죽였다. 그저 겉모습만 그럴듯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서율이가 어떻게 갑자기 LJ그룹의 중요한 프로젝트 책임자가 된 건지 의심스러웠다.어떤 이들은 서율의 배후에 도혁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래서 모두 유미처럼 서율의 실력을 의심하고 있었다.서율은 사람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살피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그들의 의심과 비난에 흔들리지 않았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원래 여자가 잘나가면 별의별 소문이 뒤따르는 법이다. 마치 여자는 태어나서부터 약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그들의 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실력으로 그들의 편견을 뒤집어버리는 것뿐이었다.효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서율을 쳐다보며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민이 그녀를 막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효연은 마지못해 멈춰 섰고, 도혁이 서율의 옆에 앉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도혁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그럼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고위 임원들의 시선은 서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서율은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차분히 회의 내용을 경청했다. 그녀는 발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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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서율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뭘 설명해야 하지?”“네가 무슨 수로 LJ그룹의 책임자가 된 거지?”“그게 이상한 일인가?” 서율은 도혁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결혼한 뒤로는 밖에서 일하지 않았지만, 결혼하기 전에 한가하게 집에만 있었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네가 어떻게 LJ그룹의 책임자가 된 거지?”도혁도 잘 알고 있었다. LJ그룹 같은 최상위급 회사는 채용 기준이 SH그룹보다도 더 까다롭다는 것을. 그런 곳에 서율이 입사했다니, 그것도 젊은 나이에. 서율은 도혁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미소 지었다. “당연히 내 조건이 LJ그룹 대표님이 찾던 요구에 맞았기 때문에 LJ그룹에 들어간 거겠지. 육 대표님이 날 아무 이유 없이 도와줄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혁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깊어졌다. 그는 경남이 업무에 있어서는 공정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서율이 입사하자마자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회사 업무에 대해 공부를 했었어?” 서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LJ그룹에서 일할 수 없었겠지.”“왜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었지?”서율은 되물었다. “네가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었어?”그 순간, 도혁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서율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율의 과거는 물론 그녀의 가족 관계조차 모르고 있었다. 도혁은 자신이 그녀에 대해 궁금해한 적조차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서율은 도혁의 마음속 갈등을 꿰뚫어 보았지만 화내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변도혁, 우리가 결혼한 이후에 내가 SH그룹에 가서 도와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네가 거절했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얘기하지 않았다고 탓하는 거야? 정말 우습네.”서율은 도혁을 돕기 위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도혁은 그녀가 일을 핑계로 자신에게 들러붙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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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서율은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먼저 그여자를 끌어들인 적은 없어. 그여자가 내 자리를 차지하려고 날 붙잡고 늘어나는 거지.”도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민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서율은 지민의 이야기가 나오면 늘 도혁이가 다른 사람으로 변한 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성철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지민을 그토록 신뢰하고 감싸는 모습을 보니, 서율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더 이상 지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던 서율은 도혁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LJ그룹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유미는 쉴 새 없이 서율을 비난하고 있었다. “서율 씨, 손님으로서 마지막에 도착해 SH그룹 직원들더러 기다리게 만든 건 매우 무례한 행동이에요.”“서율 씨가 변 대표님의 부인이라는 건 알지만,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셔야죠. 서율 씨는 LJ그룹을 대표하고 있잖아요.”“오늘 서율 씨의 모든 행동이 LJ그룹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일하러 SH그룹에 간 거지, 애정행각을 벌이러 간 게 아니라고요! 다음에도 이런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움직인다면... 앞으로는 SH그룹에 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순간 차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서율은 무심하게 말했다. “기사님, 제가 누군가요?”앞좌석에서 운전하던 기사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LJ그룹에서 일하는 만큼 그도 보통 기사가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기사는 서율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챘다. “서율 씨는 LJ그룹의 부장님이십니다.”서율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정유미 씨는 누구죠?”“정유미 씨는 문 부장님의 비서입니다.”서율은 고개를 돌려 유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정 비서님은 무슨 자격으로 나를 훈계하고, 비난하는 거죠?”유미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했는지,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서율 씨가 새로 오셔서 업무 흐름을 잘 모르실 것 같아서... 그냥 알려드린 겁니다.”서율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제가 한 행동이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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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SH그룹.장한성은 조사된 자료를 모두 도혁에게 건넸다.“대표님, 이 안에 사모님에 대한 모든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도혁은 몇 페이지를 넘기다 눈썹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이게 전부인가?”한성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한성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서율은 세계 상위 3위에 드는 명문 대학을 졸업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해 조기 진급을 거듭한 끝에, 18세에 LJ그룹에 입사해 최하위직부터 시작했다. 서율은 불과 1년 만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큰 성과를 이루며 승진했고, 이후에는 그녀의 화려한 성과들이 이어졌다.도혁은 차분히 서율의 경력을 살펴보며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뛰어난 실적을 쌓으며 고위직까지 따내다니. 도혁은 그녀가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사 부장을 넘어 본사 부장 자리도 충분히 경쟁할 자격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서율의 경력란은 공백이었다. 그 공백은 바로 그와 결혼하면서 생긴 것이었다. 도혁은 서율의 가족관계 부분에 시선을 멈췄다.“가족 관계는 이것뿐인가?”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해본 결과, 사모님의 부모님과 오빠분은 해외에 계신 듯합니다. 사모님도 S시에서 자란 분이 아니기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이것들이 전부입니다...”‘항상 사모님에 대해 무심하시더니 왜 갑자기 사모님 자료를 조사하시는 거지?’도혁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이만 나가 봐.”한성은 가볍게 대답한 뒤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며칠 전 서율에게 단단히 혼이 난 유미는 그 후로 서율의 지시에 맞춰 성실히 일했고, 그녀 앞에서 더 이상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서율은 일을 마치고 오후 일정표를 살펴보며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경남이가 이곳에서 지사를 세운 목적은 HS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S시에서 사업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이를 발판 삼아 Z국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현재 LJ그룹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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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지민은 역시 다른 비서들과는 달랐다. 단순한 비서임에도 불구하고, 도혁이 직접 데리고 다니며 신경을 쓰고 있었다. 서율은 지민이 건넨 자료를 받으며 담담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민은 잠시 눈을 내리깔아, 서율을 향한 묘한 시선을 숨겼다. 요즘 서율은 엄청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대체 무슨 수를 써서 그 자리에 오른 건지 알 수조차 없었다.지민은 오늘 이 자리에서 도혁을 포함한 모든 협력사들에게 서율의 실력을 드러내, 그녀가 얼마나 부적합한 사람인지 증명해 보일 작정이었다.회의 참석자들은 각자 손에 든 자료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지민은 정상적인 업무 순서를 따라 미소를 띠며 설명했다. “문 부장님께서 SH그룹과의 협업 전략을 소개해 주시죠.”서율은 방금 받은 자료를 들고 일어나 설명을 시작하려다, 그 내용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놀람과 당혹감이 어렸다.서율이 받은 문서는 전부 C국말로 작성된 기획서였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해외 협력사 중에는 C국에서 온 기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C국이 큰 나라는 아니지만, 이번 사업에서 그들의 자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만, C국말은 세계 공용어도 아니며, 특유의 소수 언어로 분류되는 편이었다.이 세상에는 수백 개의 언어가 있다. 그 모두를 마스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언어를 이해한다고 해도, 문서 속 전문 용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상당한 자료 조사가 필요하다.서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지민을 쳐다보았다. 지민은 그 시선을 알아차린 뒤 다소 놀란 척 물었다. “문 부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서율은 잠시 말이 없었다. 참석자들 또한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지? 왜 소개를 안 하는 거야? 설마 이 문서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겠지?” “기획서도 못 읽으면서 여기 왜 앉아 있는 거지? 장난치러 왔나?”서율은 LJ그룹의 새 부장으로, 다들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어린 나이와 낯선 얼굴 덕분에 모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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