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대표님.” 지성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서율부터 의심하는 건가요?” “지성 오빠, 이제 그만해.” 서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성은 원래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도혁을 바라보며 은근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결국 짧게 한 마디를 꺼냈다. “서율아,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야.” 서율은 쓴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나도 내가 이 정도로 눈이 멀었을 줄은 몰랐어. 다행히 지금은 눈이 멀쩡해졌거든.” 도혁은 연이어 서율에게 창피를 탓에 얼굴이 이미 어둡게 굳어 있었다. 서율과 지성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을 두고 얘기하는 모습을 본 그는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서율.” 도혁은 서율의 손을 거칠게 잡으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잠깐 얘기 좀 하자.” 서율이 대답할 틈도 없이 도혁은 그녀의 손목을 쥐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도혁은 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시선에 은근한 위협을 담았다. “지성 씨, 이건 부부 사이의 일인데, 혹시 참견하실 생각인가요?” 지성은 온화한 미소로 대답했다. “변 대표님, 서율은 아직 식사를 다 마치지 않았는데, 설마 그 정도의 여유도 없으신가요?” 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지성 씨는 제 아내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네요.” 지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변 대표님, 아내에게 무관심하신 건 본인 탓이지, 다른 사람의 관심이 과하다고 탓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변 대표님이 소홀히 여기는 것이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저는 오늘 서율과 식사 약속을 잡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최소한 배고픈 상태로 보내드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