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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쓰는 왕관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00 챕터

제41화

서율과 지성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가녀린 실루엣이 그들 앞에 다가섰고, 그 뒤로 차갑고 단호한 표정의 남자가 서있었다. “여기서 다 보네요.” 지민이 먼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서율 씨도 여기서 식사 중이신가요?” 서율은 그녀를 흘깃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지민은 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분은... 서율 씨 친구이신가요?” 서율은 담담하게 답했다. “당신과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 지민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여기서 서율 씨를 만나게 되어 반갑네요. 같이 식사해도 괜찮을까요?” 지성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거절하려 했으나, 서율이 먼저 대답했다. “좋아요.” 지성은 의아한 눈빛으로 서율을 바라보았다. 서율은 그에게 눈빛을 보내며 안심시켰고, 지성은 그제야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은 그들의 미묘한 교감을 지켜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지난 번 고지성이 문서율을 위해 나섰었는데, 둘이 꽤 친한 사이인 걸까?’도혁은 의자를 당겨 우아하게 서율의 옆자리에 앉았다. “지성 씨와 제 아내는 친한 친구인가 보군요?” 네 사람용 테이블에 서율과 지성이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도혁은 서율의 옆자리에 앉았고, 지민은 자연스럽게 지성의 옆에 앉았다. 지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다 변 대표님 덕분이죠. 덕분에 서율 같은 멋진 친구를 사귀게 됐으니까요.” 서율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지성을 바라보았다. 도혁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지며 물었다. “지성 씨 말은... 두 분이 얼마 전에서야 친해졌다는 건가요?” “네, 바로 지난번 연회 이후 친해지게 됐죠.” 지성은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로 말을 이어갔다. “그날 서율 씨를 도와주게 된 일로 오늘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변 대표님,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라요.” 도혁은 살짝 미간을 치켜세우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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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서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지성이 먼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변 대표님, 아내분이 망고 주스를 좋아하는 것도 모르시는 건가요?” 서율은 손가락을 살짝 움츠리며 아무 말 없이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는 망고를 좋아했고, 망고 주스 또한 즐겨 마셨다. 한 번은 도혁이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라 그녀가 망고 주스를 준비했는데, 도혁은 망고와 망고 주스의 향을 싫어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날 이후로 서율은 다시는 망고를 먹지도, 망고 주스를 마시지도 않았다. 옆에 있던 지민이 조심스럽게 도혁을 변호하려는 듯 말했다. “도혁이는 망고 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지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변 대표님은 지민 씨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 아시는군요. 그럼 아내인 서율의 취향 역시 알고 계시는 거죠?” 도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서율을 위한 몇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그 말을 들은 지성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변 대표님, 이게 정말 서율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맞나요? 아니면... 변 대표님이 드시고 싶은 음식인가요?” 도혁은 서율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서율은 무표정하게 시선을 돌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 지성은 도혁을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서율은 매운 음식을 아주 좋아해요. 보통 매운 음식 없이는 식사를 못 하죠. 해산물과 생음식을 싫어하고, 특히 생선은 손도 대지 않아요.” 지성은 서율을 살짝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변 대표님이 주문하신 세 가지 요리는 서율이 싫어하는 것들이네요.” 도혁이 주문한 음식은 해산물과 생선, 생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서율이 싫어하는 것만 골라놓은 듯했다. 분위기는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 옆에서 주문을 듣고 있던 웨이터조차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도혁을 바라봤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오히려 그녀가 싫어하는 음식만 주문한 것에 웨이터도 어색해졌다. 웨이터는 어색함을 떨치려 조심스럽게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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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남자의 손가락은 마디가 길고, 하얗고 섬세했다. 그의 손은 차가운 옥과도 같아 서율의 손 위에 닿았을 때 묘한 감촉을 남겼다. 손가락 끝에는 굳은살이 있어 서율의 피부에 닿을 때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촉감을 느끼게 했다. 서율은 조금 놀라며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도혁이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지성이 지켜보는 앞이었기에 서율은 억지로 손을 빼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었다. “지성 씨 말씀에 일리가 있네요.” 도혁은 맑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제 실수였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도혁은 핑계를 대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했다. 오히려 지성은 도혁의 예상밖의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 음식이 서서히 테이블 위에 놓이기 시작하면서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지성은 도혁과 지민이 함께 있음에도 불과하고 거리낌 없이 서율에게 물었다. “서율아, 내가 듣기로는 저번에 임호석이 널 괴롭힌 거소 모자라 인터넷에 널 모함하는 소문까지 퍼뜨렸다던데...” 지성이 말끝을 잇기도 전에 지민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사실 그때 임호석 씨는 실수로 서율 씨의 옷에 와인을 쏟은 거예요. 그런데 서율 씨가 임호석 씨에게 뺨을 날렸고, 결국 임호석 씨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한 거죠...” 지민은 말을 잠시 멈추고 서율을 보는 눈빛에 은근한 비난이 깃들어 있었다. “서율 씨, 이 일로 인해 SH그룹과 LS그룹의 모든 협력이 끊겼고, 그로 인해 회사의 전략적 계획이 큰 타격을 입었어요.” “서율 씨도 아시다시피, 때로는 참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에요. 앞으로 SH그룹이 LS그룹과 어떻게 다시 협력할 수 있겠어요?” 지민의 말은 마치 서율을 비난하는 것 같았다. 지성은 이에 반박했다. “지민 씨, 그때 서율과 임호석 씨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보셨나요? 임호석 씨가 단지 술을 쏟았을 뿐이라고 확신하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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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주성철은 반사적으로 지민을 부축했는데, 마침 중심을 잃은 지민이 그의 품으로 쓰러졌다. 주성철은 놀라 얼른 지민을 일으켜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의 신체 접촉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지민은 변태를 피하듯 주성철의 손을 휘저으며 외쳤다. “주성철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주성철은 순간 얼어붙었다. 이어 지민은 울먹이며 그가 자신에게 함부로 손을 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성철이 아무리 해명해도 지민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효연이 도혁에게 달려가 이 일을 알리고 나섰다. 영상은 사건의 전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명확하게 담아냈다. 영상 속 주성철은 지민을 부축하고 나서 재빨리 손을 뗐으며, 그 외에 다른 행동은 전혀 없었다. 도혁은 영상을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 지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짙은 먹빛이 드리워진 듯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가득했다. 지민도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으나 영상 속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온몸이 떨렸다. 도혁은 눈길을 돌려 두 번째 영상을 클릭했다. 이번 영상의 주인공은 서율과 임호석이었다. 영상 속에서는 임호석이 서율을 성가시게 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임호석은 서율에게 음흉하게 접근하여 그녀를 희롱했고,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려 했으나 서율은 이를 피했다. 그 후에도 그는 서율에게 일부러 술을 쏟으며 성희롱 발언을 이어가더니 결국 서율에게 손을 대려 했다. 도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그의 주위에는 위협적인 기운이 서렸다. 아무리 서율을 싫어하더라도, 서율은 그의 아내였다. 임호석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희롱하고 모욕했다는 것은 도혁에게 있어서는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영상에서는 서율이 처음엔 임호석을 무시하려 했지만, 그가 도를 넘자 정당방위 차원에서 맞섰다는 것이 명백했다. 서율의 행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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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변 대표님.” 지성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서율부터 의심하는 건가요?” “지성 오빠, 이제 그만해.” 서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성은 원래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도혁을 바라보며 은근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 결국 짧게 한 마디를 꺼냈다. “서율아,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야.” 서율은 쓴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나도 내가 이 정도로 눈이 멀었을 줄은 몰랐어. 다행히 지금은 눈이 멀쩡해졌거든.” 도혁은 연이어 서율에게 창피를 탓에 얼굴이 이미 어둡게 굳어 있었다. 서율과 지성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을 두고 얘기하는 모습을 본 그는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서율.” 도혁은 서율의 손을 거칠게 잡으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잠깐 얘기 좀 하자.” 서율이 대답할 틈도 없이 도혁은 그녀의 손목을 쥐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지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도혁은 검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시선에 은근한 위협을 담았다. “지성 씨, 이건 부부 사이의 일인데, 혹시 참견하실 생각인가요?” 지성은 온화한 미소로 대답했다. “변 대표님, 서율은 아직 식사를 다 마치지 않았는데, 설마 그 정도의 여유도 없으신가요?” 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을 이어갔다. “지성 씨는 제 아내에게 너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네요.” 지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변 대표님, 아내에게 무관심하신 건 본인 탓이지, 다른 사람의 관심이 과하다고 탓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변 대표님이 소홀히 여기는 것이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저는 오늘 서율과 식사 약속을 잡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최소한 배고픈 상태로 보내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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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지성이 먼저 도혁을 조롱한 것에 이어 서율과 지민의 뉴스까지... 도혁은 당분간 머리가 아플 일이 많을 듯했다. 그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서율은 비밀번호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어쩌면 그는 이번이 지난 번 이후로 처음 돌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집안의 배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서율이가 떠날 때 그대로였다. 서율이 이곳을 떠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 왠지 모를 낯설음이 느껴졌다. 분명 이곳에서 거의 3년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거의 비참함과 절망스러운 기억들이 뇌리를 스치자, 서율은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해졌다. 서율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다면 빨리 끝내. 아, 참...” 서율은 도혁의 차갑고 고결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제발 모든 상황을 다 조사하고 나서 결정을 내려 주길 바랄게.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지.” 도혁은 서율의 비꼬는 말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서율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질문했다. “임호석 일, 그때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서율은 고개를 들어 도혁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왜 말하지 않았냐고? 나한테 사정도 묻지 않고 바로 사과하라고 했던 건 너였잖아.” “그날, 지민 씨랑 함께 날 비웃고 문제 삼았던 건 잊은 거야?” “니한테 해명할 기회조차 준적 있어?”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도혁은 한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채,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혁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미안해. 그때 상황을 잘 몰랐어.” 서율의 목소리는 한층 차가웠다. “상황을 모르면 물어볼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넌 나한테 사과부터 하라고 했지. 난 도대체 너한테 어떤 존재인 거지?” “지민 씨야 그렇다 쳐도, 넌 나를 임호석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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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도혁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거의 일들 때문에 내가 너에게 많은 편견을 가졌어... 앞으로는 너를 믿도록 노력할게.” 서율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제발 이혼해줘.” 도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이혼할 계획은 당분간 없어.” 서율은 실망했지만, 그가 그렇게 나오리란 건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지민조차도 도혁더러 자신을 위해 지분을 포기하게 할 수 없었으니, 서율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Z국의 결혼 보호법은 지나치게 엄격해, 도혁조차도 멋대로 이혼을 강요할 수 없었다.소송을 통해 이혼을 진행하려 해도, 첫 번째 소송에서 한쪽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혼 판결이 거의 나지 않는다. 두 번째 소송을 걸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며, 모든 절차를 거치면 이혼이 확정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린다. 서율은 합의 이혼이 가능하다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알아. SH그룹의 지분 상속을 마치는 데까지 3개월이 필요하다는 거. 회사 일을 정리할 시간을 줄 테니 3개월 후 깔끔하게 이혼해주길 바래.”도혁은 서율을 바라보며 문득 물었다. “그렇게까지 이혼을 서두르는 이유가 혹시 고지성 때문이야?” 서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답했다. “지성 오빠랑 무슨 상관이야?” “지성 오빠? 두 사람이 그렇게 친했나?” 도혁은 두 사람이 단순히 아는 사이라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서율은 담담하게 답했다. “널 만나기 전, 우연한 계기로 지성 오빠와 친구가 되었어. 우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야. 걱정 마, 이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선 넘는 행동 보이지 않을 테니.”서율은 자신과 지성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사실을 굳이 밝힐 생각은 없었다. 도혁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진짜 신분을 추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혼이 확정되기 전까지 서율은 자신의 진실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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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지민의 영상, 네가 올린 거야?” 서율은 발걸음이 멈춘 뒤 천천히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또 나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건가?” 도혁은 조금 전만 해도 서율을 믿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곧바로 서율을 의심하고 있었다. “아니.” 도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저 물어본 것뿐이야.” 서율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난 지민 씨와 원한도 없고 그럴 시간조차 없어. 지민 씨 일로 인해 ZN그룹의 주가가 폭락하고, 주성철 씨의 명성도 완전히 추락했잖아.” “오히려 나한테 묻기보단 주성철 씨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 잘못이 없다면 스스로 결백을 밝히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겠지.” 서율은 지민과 관련된 일에 개입한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전혀 득 될 게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주성철이 결백을 증명하려면 자신이 직접 증거를 찾을 것이기에, 서율이 굳이 이런 일에 휘말릴 필요는 없었다. 도혁은 서율에게 사과하고 그녀를 믿어보겠다고 말했지만, 지민과 얽히는 순간 그 모든 약속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문서율.”서율이 등을 돌리자 도혁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서율은 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 번에 할 말을 다 하면 안 돼?” 도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혼 문제는 3개월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 그러니 우리 결혼이 유지되는 동안, 너는 이 집으로 돌아와 아내로서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 서율은 참다 못해 웃음이 터졌다. “변도혁, 제정신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아내로서의 역할... 서율은 그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결국 그녀를 잠자리 상대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도혁은 집에 거의 오지 않는 데다, 오더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갖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 서로 얼굴도 보기 싫은 상황에서, 서율이가 그렇게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서율은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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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서율은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내가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데다가 자세가 다정했기에 서율은 마음이 불편했다. 분명 두 사람이 더 가까운 행동을 가진 적도 있었지만, 서율은 그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불쾌했다.도혁은 마치 바위처럼 서율 앞에 서서 그녀가 밀어내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혁은 서율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윽한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서율과의 거리를 좁혔다. 도혁의 특유의 향기가 더욱 짙어지며 서율의 숨결 사이에 섞였다. 서율의 마음속에 이상한 불안감이 솟아났다. “변도혁, 이만 돌아가 볼게.” “문서율, 난 분가 같은 건 받아들일 수 없어. 그러니까...” 도혁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오늘 밤엔 그냥 여기서 자.” 서율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도혁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는 이미 서율의 입술을 덮쳤다. 서율의 얼굴이 굳어지며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리려 했다. 그러나 도혁은 서율보다 한 발 앞서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도혁의 커다란 체구가 서율에게 밀착하며 서율은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도혁의 입맞춤은 강렬하면서도 지배적이었다. 고요한 공간 속에 가빠진 숨소리만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이 도혁의 숨소리인지, 서율의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서율은 도혁의 행동을 거부하려 했지만, 마치 무력하게 도살장에 올려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서율은 처음으로 남성과 여성 간의 힘의 차이를 이렇게 실감하며, 도혁의 입맞춤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참다못해 도혁의 입술을 세게 물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도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전화벨 소리가 마치 구원처럼 들려왔고, 그녀는 안도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혁은 얼굴을 찌푸린 채 화면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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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도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민은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 [제일병원에 계십니다.]도혁은 대답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서율은 그가 지민을 보러 가려 한다는 걸 직감했다. 전화를 끊은 도혁이 돌아보자, 서율의 입가엔 비꼬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도혁의 눈빛이 한층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나랑 같이 가.” “지민 씨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넌데 왜 내가 같이 가야 하지?” 도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너는 늘 나와 지민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었잖아. 함께 가면 더는 오해할 일이 없겠지.” 서율은 비웃음을 참지 못하며 물었다. “오해? 그게 정말 오해일까?”서율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도혁은 여전히 서율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그래, 사실이 아니야. 네가 따라오지 않으면, 여기서 널 보내주지 않을 거야.” 서율은 잠시 도혁과 대치할까 생각했지만, 곧 이 상황을 떠올리며 생각을 바꾸었다. 도혁과 단둘이 있다 보면 그가 아까처럼 행동할 가능성도 있었고, 게다가 지민이 지금처럼 무너진 상태라면 자신을 더욱 보기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어차피 지민을 자극할 수 있다면 이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여긴 서율은 마침내 그의 요구에 응했다. “좋아, 같이 가.” 도혁은 서율의 대답에 표정을 살짝 풀었다. ...두 사람은 곧 병원에 도착했다. 도혁이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효연이 그에게 달려와 불만을 쏟아냈다. “도혁 오빠, 그 미친 사람들이 지민을 둘러싸고 욕을 퍼붓더니, 결국엔 다치게까지 했어요! 너무 심하잖아요!” “그 사람들 절대 놔두면 안 돼요. 감옥에 보내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해요!” “그리고 이건 분명히 조직적으로 계획된 일이에요! 인터넷에서도 지민을 공격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어요... 이건 지민을 질투하는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지민이랑 아무런 원한이 없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 리 없어요. 서율이 평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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