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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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저 밤새 못 잤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잠시 쉴 수 있을까요?”“그럼 왜 당신 방에서 자지 않으세요?”“당신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어서요.”박한빈의 말에 성유리의 얼굴이 금방 빨개졌다.성유리는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박한빈의 호흡이 금세 고르고 평온해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봤다.박한빈의 얼굴에는 선명한 다크서클이 있었고 평소 깔끔했던 턱선에 작은 수염도 보였다. 성유리는 그의 손을 밀쳐내려던 생각을 접고 손을 천천히 내렸다.박한빈도 자신이 이렇게 빨리 잠이 들 줄은 몰랐다.성유리를 찾았지만 사실 지난 며칠간 그는 잘 자지 못했었다. 자주 깨어나거나, 이곳 환경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성유리의 방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비록 여전히 낮고 습한 집, 삐걱거리는 나무 침대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성유리의 향기와 햇볕에 말린 이불의 냄새가 그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었다.성유리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잠에 들었다.박한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녀의 잠이 달아났지만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점차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성유리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설아, 왜 아직 안 일어났어? 아픈 거 아니야?”성유리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바로 눈을 떴다.순간 박한빈 또한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깨어나려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계속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민설아?”성유리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행여나 박한빈이 말을 할까 봐 걱정되어 그의 입을 재빨리 막아버렸다.그리고는 급히 대답했다.“저... 금방 일어날게요.”“괜찮아? 몸이 아픈 거 아니지?”“괜찮아요. 그냥 피곤해서 오래 잔 것뿐이에요. 금방 일어날게요.”성유리는 손발이 바빠지며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박한빈의 다친 손을 우연히 건드렸다.강한 고통에 박한빈은 즉시 움찔하며 신음을 했고 성유리는 깜짝 놀라서 그의 입을 다시 막았다.평소 큰 목소리로 말하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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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성유리는 결국 먼저 방을 나섰는데 방을 나서자마자 문을 쾅 닫았다.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표현숙은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문은 왜 닫는 거야?”“아, 그냥 습관이에요.”성유리는 대충 얼버무리다가 표현숙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표현숙은 여전히 의아해했지만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표현숙은 뒷산으로 약초를 채취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며칠 후 시장에 팔기 위해서라고 하면서.성유리는 어차피 표현숙을 어떻게든 멀리할 생각이었기에 이때가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랑 같이 가.”표현숙이 제안하자 성유리는 잠시 망설였다. 사실, 예전에도 여러 번 같이 갔던 일이라 거절하기도 어려웠다.결국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물 두 병만 가져가요.”하지만 나가기 전에 성유리는 갑자기 말없이 문을 확인하며 말했다.“문은 제가 닫을게요.”그 말은 생각보다 꽤 크게 나와서 방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 다 들을 수 있었다.표현숙은 그런 성유리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누구한테 말하는 거야?”“그... 그게... 엄마한테요.”“내가 여기 옆에 있는데 왜 그래? 내 귀가 안 들리는 것도 아니고.”성유리는 옅게 웃으면서도 곧바로 표현숙의 팔을 잡고 함께 나갔다.“가요, 빨리 다녀오자고요.”표현숙은 딸의 이상한 행동에 조금 의문을 느꼈지만 성유리의 친근한 모습에 금세 잊어버리고 웃으면서 말했다.“얘, 이제 결혼도 할 나이가 다 됐는데 아직도 애처럼 왜 이래?”성유리는 그냥 웃어 보였다.표현숙이 말한 뒷산은 사실 마을의 더 깊은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곳은 숲이 넓어서 햇볕도 잘 들지 않고 산길을 따라가면 작은 시냇가도 여러 개 나왔다.시냇가에는 가재나 작은 게도 잡을 수 있었다.성유리는 약초를 알지 못했기에 표현숙은 성유리에게 바구니를 들게 하고 작은 시냇가 옆에서 게나 달팽이를 주워 오라고 했다.표현숙의 말대로 성유리가 열심히 주워 모으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엄마, 봐요. 제가 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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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하지만 그 전제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원할 때만 가능했다.그러나 박한빈이 자신을 봤을 때는 어땠었나!차갑고 경멸적인 표정, 그리고 처음 자신에게 말을 걸었을 때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마치 자신이 반드시 그 돈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때는 결국 그 돈을 받았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박한빈이 자신을 경멸할 이유는 될 수 없었다.그리고 자신이 성유리와 첫 만남에서 느꼈던 설렘과 그때 그동안 그녀에게 쏟았던 감정을 떠올리며 그저 억울하고 분하고 불만이 치밀었다.“너 지금 뭘 하려는 거야?”성유리는 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위협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계속 뒤로 물러섰지만 염우섭은 한 걸음 한 걸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염우섭은 소름 끼치게 웃으며 말했다.“답은 간단해. 네가 나랑 한 번만 자면 돼.”“뭐라고?”성유리는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정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하지만 염우섭은 금세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시*, 진짜 순진한 척하지 마. *같으니까!”“진즉에 더럽혀진 여자라는 거 알고 있었어. 아침에 그 남자가 너네 집에서 나오는 거 봤다고. 참 대단하다. 엄마 몰래 그런 짓이나 하고.”“정 그렇게 욕망을 못 참겠다면 내가 도와줄게.”염우섭은 말하며 한 걸음 더 다가와 성유리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그만둬. 이거 놔!”성유리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염우섭은 그 손을 더욱 강하게 쥐고 그녀를 잡아끌며 쓰러뜨렸다.“소리 지른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진정하라고. 곧 너도 소리칠 때가 올 거니까.”염우섭은 그 말을 끝으로 성유리의 옷을 벗기려 했다.“그때 그 일이 없었으면 넌 이미 내 아내였을 텐데. 그때 너랑 만날 때는 내 입술조차 대지 못하게 해서 되게 깨끗한 여자인 줄 알았어. 근데 결국 너도 그냥 남들 발에 밟히는 더러운 존재였어. 오늘 내가 너 무조건 먹...”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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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너희들 눈이 있으면 좀 봐! 그놈이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거라고. 내 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병원에 누워 있어. 내가 그놈을 감옥에 집어넣을 거야, 감옥에서 평생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지만 성유리는 평온하게 의자에 앉아 뜨거운 물 한 잔을 손에 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표현숙은 그녀 옆에 앉아 있었고 안색은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게다가 밖에서는 여전히 염우섭의 엄마가 욕을 퍼붓고 있었다.“그년은 원래부터 여우였어.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년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얼굴이 그렇게 예쁘면 누구라도 꼬실 수 있을 텐데. 우리 우섭이는 그런 사람 아니야. 그년이 꼬시지도 못하니까 그 뭣 같은 남자랑 손잡고 우리 아들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 거야!”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고 분노에 찬 욕설들이 마구 쏟아졌다.그때, 듣다 못 한 표현숙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밖에서 여자의 소리가 멈추었다.표현숙은 손에 호미를 쥐고 잔뜩 힘을 줘서 문을 열었는데 그 모습은 정말 위협적이었다.“꺼져!”표현숙이 문을 열며 딱 한 마디 하자 여자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이미 그 여자가 멈춰선 걸 보고 표현숙은 호미를 들고 달려들려고 했지만 염우섭 엄마는 깜짝 놀라 급히 뒤돌아 뛰어갔다.하지만 주위에는 그들을 원숭이 보듯 구경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표현숙은 그냥 옆에 있는 물통을 들고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쪽으로 확 뿌렸다.“다들 꺼지라고!”“이 할망구가 지금 뭐 하는 거야?”“그러니까! 누가 보면 이 병원이 할머니 병원인 줄 알겠네?”사람들은 저마다 욕하고 조롱했고 표현숙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결국, 사람들은 그 자리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그러자 표현숙은 문을 힘차게 닫고 돌아섰다.뒤돌아서니 언제 옆으로 온 건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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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표현숙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급하게 문을 지탱하고 있던 삽을 치웠다. 이윽고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박 선생님, 걱정 마세요. 이 일은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윤도준은 사실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박한빈 같은 큰 인물이 여기 오고부터 사건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래도 윤도준은 그저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만 보았다.“염우섭 씨는 어떻게 처리될 겁니까?”박한빈이 되묻자 윤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사건은 저희가 이미 다 파악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를 반드시 엄중히 처리하겠습니다.”“엄중히 처리한다는 건 어떻게 처리한다는 거죠?”박한빈이 다시 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박한빈의 눈빛에 윤도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염우섭 씨가 시도한 건 성추행입니다. 형법에 따라...”“성추행?”박한빈이 피식 웃으며 계속 말했다.“혹시 오해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그때 염우섭 씨는 성유리를 강간하려고 했고 심지어 살인까지 시도했습니다.”“살인이요?”“네. 살인.”박한빈이 고개를 들자 어느새 입가에 띠고 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표정만으로도 윤도준은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그래서 윤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박 선생님, 그 사람은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 말씀처럼 처벌을 한다면...”“만약 그때 제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염우섭 씨는 계획에 성공했을 겁니다. 그때 결과가 어땠을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그...”“걱정 마십시오. 저는 당신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변호사와 함께 해결하겠습니다.”박한빈은 벌떡 일어나며 확고하게 결정을 내렸다.“이런 쓰레기는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그의 말에 윤도준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고 박한빈의 시선이 느껴져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죠. 박 선생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박한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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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박한빈의 눈은 계속해서 성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그러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하며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걱정하시는 겁니까?”“네. 그 사람들이 혹시라도 괴롭히지는 않겠죠?”성유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그때는... 염우섭이 먼저 손을 댔어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보호하려고 했던 거잖아요.”박한빈은 말하는 성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괴롭히지 않을 리가 없죠. 게다가 염우섭 씨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으니 아마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저는 지금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앞으로 재판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박한빈의 대답을 듣는 순간 성유리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요?”“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그녀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으며 박한빈은 순간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박한빈은 곧 그 감정을 눌러버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성유리 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제가 감옥에 가면 성유리 씨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기다릴게요.”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는데 그렇게 단호한 말에 박한빈은 순간 멍해졌다.“왜죠?”박한빈이 묻자 성유리는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거기에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어 더욱 애틋해 보였다.박한빈은 성유리를 보며 문득 자신이 너무 잔인한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이제라도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한빈 씨의 아내잖아요. 아니에요?”그녀의 말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했다.박한빈은 성유리와 눈을 맞추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마치 엄청난 좋은 소식을 들은 것처럼 정말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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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더군다나 박한빈은 지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에 휘말렸고 앞으로는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성유리는 다시금 고개를 뚝 떨궜다.그러다 박한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섭습니까?”그 물음에 성유리는 순간 멍해졌다.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것을.성유리는 애써 진정하려 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무섭지는 않아요.”“제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계십니까?”박한빈이 다시 물었다.그때쯤, 두 사람은 이미 방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리고 그의 손에는 방 키가 들려 있었다.지금 박한빈은 한쪽 손밖에 쓸 수 없었기에 방금까지 잡고 있던 성유리의 손도 이제는 놓아졌다.그러므로 성유리가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돌아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박한빈의 손짓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런 성유리를 바라보다 박한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는 곧장 문을 열어젖혔다.그 순간, 성유리는 그에게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문이 닫혀버렸다.박한빈은 방 키를 꽂지도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툭 던졌다.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술에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성유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하지만 박한빈의 입맞춤이 마치 달래듯 부드럽게 이어지자 그녀도 긴장이 점점 풀렸다.그러다 조심스럽게 그의 옷깃을 잡았다.박한빈은 성유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그의 혀끝이 그녀의 입술과 혀를 천천히 훑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성유리는 박한빈의 거친 숨소리와 몸을 맞댄 채 점점 뜨거워지는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몇 번이고 그는 더 나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박한빈은 성유리를 놓아주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남아 있는 흔적을 닦아 주었다.성유리는 방금 전부터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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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시야가 가려지면 다른 감각이 더욱 예민해지는 법이다.지금 성유리에게는 청각이 특히 그러했다.다가오는 발소리가 점점 더 또렷해지는 순간, 그녀의 손도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손톱이 살갗을 파고들 듯했지만 그 미미한 통증은 지금의 성유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몇 분이 지났을 수도 있고 어쩌면 겨우 몇 초였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성유리의 세계에서 이 순간은 끝없이 늘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숨을 들이쉬는 매 순간이 마치 한 세기처럼 길게 느껴졌다.마치 영화 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처럼 말이다. 성유리는 아직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박한빈은 이미 그녀의 곁에 누워 있었다.킹사이즈 침대가 이 순간만큼은 지나치게 좁게 느껴졌다.성유리는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은은하게 풍기는 샤워 후의 비누 향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때, 박한빈의 성유리의 허리에 닿았다.그저 그것뿐인데도 성유리의 온몸이 얼어붙었다.그리고 원래도 꼭 쥐고 있던 손이 더욱 꽉 말려 들어갔다.그 순간, 박한빈이 성유리의 이불을 살짝 들추었다.“너무 답답하지 않습니까?”박한빈이 물었다.그러면서 몸을 더 가까이 붙이며 입술을 성유리의 귓가에 닿게 만들었다.따뜻한 숨결이 귓가를 간질이자 성유리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무슨 대답이라도 하려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어떠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그러나 박한빈은 서두르지 않았다.그저 그녀의 옆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며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성유리는 지금 마치 단두대에 묶인 죄인 같았다.이미 형이 선고된 것도 알고 있었고 그 단두대의 칼날이 곧 떨어질 것도 알고 있었다.아니, 어쩌면 지금 목덜미 위에 그대로 걸려 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그 칼날은 떨어지지 않았다.그렇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잔인했다.그러나 박한빈은 그걸 즐기는 듯했다.급할 것 없이, 그저 미소를 머금고 성유리를 바라볼 뿐이었다.결국, 성유리가 견디지 못하고 눈을 떴고 몸을 홱 돌렸다.그 바람에 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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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그리고, 만약 자신이 거절한다고 해서 박한빈이 정말 멈출 수 있을까?하지만 성유리는 지금 상황에서 원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그냥 조용히 박한빈을 째려보았다.속으로는 그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그 눈빛은 박한빈의 눈에 또 다른 애처로운 모습으로 비쳤다.박한빈은 성유리의 얼굴에 손을 대며 다시 물었다.“음?”성유리는 여전히 침묵했고, 눈길은 다른 곳으로 돌렸다.하지만 박한빈은 못 이기는 척 계속해서 대답을 요구했다.그는 성유리의 턱을 잡고 강제로 자기 쪽으로 얼굴을 돌려놓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하십니까? 싫은 건가요?”“정말 짜증 나요!”성유리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면 그냥 내려가세요.”그 말속에는 분명히 분노가 섞여 있었지만 방금 전의 온기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애교가 섞인 듯했다.그래서 마치 박한빈과 장난을 치는 것처럼 들렸다.박한빈의 입꼬리는 더욱 높이 올라갔다.그는 마치 자기 혼자 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아, 그럼 계속해도 된다는 거군요.”성유리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박한빈의 손은 계속해서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내려갔다.박한빈의 손끝은 차가웠지만 동시에 또 다른 온기를 지닌 듯했다.그의 손이 닿는 곳마다 성유리는 자동으로 움츠러들었다.마치 전류가 척추를 따라 치솟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가벼운 신음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성유리 본인도 놀랐다.여태까지 이곳에 살면서 그런 소리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소리가 나오자마자 그녀의 얼굴은 더 붉어졌고 애써 이를 악물려 했지만 그 순간 박한빈이 다시 다가와 입술을 맞췄다.성유리는 그의 입술의 맞닿자 그냥 자연스럽게 입술을 열었다.그녀가 반응하려는 찰나, 박한빈은 갑자기 물러났다.그리고 입술을 성유리의 귀에 살며시 닿게 만들더니 물었다.“제가 정말 감옥에 가는 것 같아서 이런 방식으로 보상하려는 겁니까?”박한빈의 말은 질문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성유리는 그 말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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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성유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박한빈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자신이 겪을 상황을 알게 된 순간, 붉어진 그녀의 눈빛과 분명히 벗어나고 싶어 했으나 결국 손을 내린 모습.성유리는 자신이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박한빈에게 투명하게 보였다.하지만 이런 상황도 괜찮았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박한빈이 성유리를 호텔로 데려올 기회와 이유가 있었을까?그는 원래 성유리와 천천히 연애를 하고 싶었다.단계별로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하지만 지금 성유리는 그들이 부부 사이라는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알게 되었다.그럼에도 박한빈이 여전히 천천히 나아간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이 아니었을까?그리고 그 누가 성관계를 나눴다고 해서 연애를 할 수 없다고 말했는가?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었다.성유리는 분명히 어떤 것들을 잊어버린 것 같다.그것은 바로 박한빈이 본래 굉장히 악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설령 성유리가 진심으로 그를 동정했다 하더라도 박한빈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약자만이 다른 사람의 동정을 부정하고 그것이 자신에 대한 무시나 경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그러나 박한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누군가 자신을 동정한다면 그 사람은 뭔가 잘못된 사람일 것이다.그것은 남들에겐 해당하는 이야기다.그렇지만 만약 그 사람이 성유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성유리가 그를 동정한다면 그것은 박한빈에게 연민과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이다.그것이야말로 성유리가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사랑하는 사람은 자주 자신이 상대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느끼니까 성유리는 분명히 박한빈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박한빈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성유리가 지금 자신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박한빈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이 감정을 잊고 있었다.그것은 마치 더운 여름날 아이스콜라 한 모금처럼, 혹은 차가운 겨울날 따뜻한 난로 같은 것이다.그리고 성유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처럼 느껴졌다.그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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