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는 원래 표현숙이 크게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왜냐하면 애초에 표현숙은 박한빈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어젯밤, 성유리가 갑자기 박한빈을 찾아갔으니 표현숙이 더욱 분노했을 것이 뻔하고 여겼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표현숙은 두 사람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 마디만 내뱉었다.“밥 먹자.”너무도 담담한 한마디.그것만으로도 성유리는 순간 멍해졌다.그래서 그녀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박한빈이 먼저 그녀의 손을 살짝 쥐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감사합니다.”표현숙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평소에는 두 사람만이 마주 앉던 작은 식탁.오늘은 거기에 박한빈이 하나 더 앉아 있었다.그의 손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왼손으로 젓가락을 다루는 데는 꽤 익숙해진 듯했다.다만, 작은 식탁이 박한빈에게는 너무 좁았다.길게 뻗은 다리를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해 보였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그때, 표현숙이 갑자기 몸을 돌려 두부찌개 한 그릇을 내왔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성유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먹어.”표현숙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박한빈이 살짝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표현숙은 다시 이런 한 마디를 덧붙였다.“이밥 먹고 나면... 너희는 이만 떠나.”표현숙의 말에 성유리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엄... 엄마?”“알아. 나도 알아, 난 네 엄마가 아니야.”표현숙은 등을 돌린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딸, 민설이는 이미 죽었어.”“엄마...”성유리는 표현숙을 손을 단단히 붙잡은 채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표현숙의 말은 다 사실이었다.성유리는 민설이 아니었다.그동안 받았던 사랑과 보살핌은 민설이라는 이름을 대신한 결과일 뿐이었다.그러니 지금, 성유리는 아무런 자격도 없이 이 여인 앞에 서 있었다.표현숙도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손을 빼내고는 등을 돌려버렸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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