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781 - Chapter 790

909 Chapters

제781화

성유리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이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홱 빼버렸다.“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그녀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이건 전부... 박한빈 씨 때문이에요.”“저 때문이라니요?”박한빈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반박했다.“제가 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유리 씨가 안 일어난 거죠.”“만약... 당신만 아니었으면...”성유리는 계속해서 따지고 싶었지만 말문이 막혔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박한빈은 마치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뭘 어쨌다고 이러십니까?”성유리는 박한빈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입술을 살짝 깨문 후 몸을 돌려 일어섰다.“말 다 안 끝났잖아요? 제가 어쨌다고 이러시냐고요.”박한빈은 그녀를 따라가며 장난스럽게 물었다.하지만 성유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욕실로 가더니 문을 쾅 닫아 버렸다.그제야 박한빈의 목소리는 문밖으로 차단되었지만 여전히 즐거워 죽겠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성유리는 원래 화가 잔뜩 나 있었지만 표현숙을 생각하니 더 이상 박한빈과 다툴 기분이 아니었다.그래서 급히 씻고 나와 박한빈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걱정 마십시오. 어젯밤에 이미 사람을 보내서 표현숙 씨한테 말씀드려 놨으니.”돌아가는 차 안,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리고 경찰서 쪽에서도 별다른 연락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문제 될 일은 없을 겁니다.”하지만 성유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갑자기 박한빈이 어디선가 우유 한 병을 꺼내며 계속 말했다.“유리 씨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이거라도 마십시오.”성유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운전하던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푸근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두 분 부부 싸움이라도 하셨어요?”기사 아저씨는 현지인이었는지 말투가 살짝 어색했지만 웃음만큼은 푸근했다.성유리가 대답할 틈도 없이 박한빈이 먼저 말했다.“네. 아내가 화가 났는데 아무리 달래도 풀리질 않네요.”“그럴 만도 하죠. 예쁜 여자들은 원래 성격이 까다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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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성유리는 원래 표현숙이 크게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왜냐하면 애초에 표현숙은 박한빈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어젯밤, 성유리가 갑자기 박한빈을 찾아갔으니 표현숙이 더욱 분노했을 것이 뻔하고 여겼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런 일은 없었다.표현숙은 두 사람을 한 번 쓱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 마디만 내뱉었다.“밥 먹자.”너무도 담담한 한마디.그것만으로도 성유리는 순간 멍해졌다.그래서 그녀는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박한빈이 먼저 그녀의 손을 살짝 쥐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감사합니다.”표현숙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평소에는 두 사람만이 마주 앉던 작은 식탁.오늘은 거기에 박한빈이 하나 더 앉아 있었다.그의 손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왼손으로 젓가락을 다루는 데는 꽤 익숙해진 듯했다.다만, 작은 식탁이 박한빈에게는 너무 좁았다.길게 뻗은 다리를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해 보였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그때, 표현숙이 갑자기 몸을 돌려 두부찌개 한 그릇을 내왔다.예상치 못한 행동에 성유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먹어.”표현숙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박한빈이 살짝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표현숙은 다시 이런 한 마디를 덧붙였다.“이밥 먹고 나면... 너희는 이만 떠나.”표현숙의 말에 성유리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엄... 엄마?”“알아. 나도 알아, 난 네 엄마가 아니야.”표현숙은 등을 돌린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딸, 민설이는 이미 죽었어.”“엄마...”성유리는 표현숙을 손을 단단히 붙잡은 채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표현숙의 말은 다 사실이었다.성유리는 민설이 아니었다.그동안 받았던 사랑과 보살핌은 민설이라는 이름을 대신한 결과일 뿐이었다.그러니 지금, 성유리는 아무런 자격도 없이 이 여인 앞에 서 있었다.표현숙도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손을 빼내고는 등을 돌려버렸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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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박한빈이 떠날 때만 해도, 표현숙은 분명 방에서 자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표현숙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손전등을 켜고 대문 앞에 앉아 있었다.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하지만 표현숙이 기다리는 그 사람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박한빈은 결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그의 발소리에 표현숙은 귀를 기울였지만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민설 씨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박한빈이 먼저 말을 걸자 표현숙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물음을 해본 적이 없는 박한빈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심지어 자기 어머니와도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그리고 눈앞의 이 여인은 그에게 있어 낯선 존재나 다름없었다.아니, 어쩌면 낯선 사람보다도 더 껄끄러운 관계였다.결국 박한빈의 손에 난 상처도 표현숙이 다치게 만든 것이었으니까.가능하다면, 그는 표현숙과 아무런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성유리가 가짜 엄마인 표현숙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과 혈연이 없더라도 그동안 표현숙이 성유리를 진심으로 보살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표현숙이 준 모성애 역시 가짜가 아니었다.만약 그들이 이대로 떠나 버린다면 성유리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박한빈은 성유리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것이 박한빈이 이 어색한 순간을 감수하는 이유였다.그래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표현숙에게 말을 걸었다.애초에 거절당할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표현숙이 자신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그런데 뜻밖에도 표현숙은 박한빈을 한 번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민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설이는 세 살 때 아빠를 잃었어.”“행방불명됐지. 모두들 그 사람이 죽었다고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어.”“그래서 재혼하지 않았어. 혹시라도 그 사람이 돌아왔을 때, 내가 다른 사람과 살고 있으면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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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표현숙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여자들 사이에서는 표현숙이 자신의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소문이 돌았고 젊었을 땐 다른 집 남자들을 유혹했다고도 했다.이런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행패를 부리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생겨 그 후로는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사실 표현숙도 이 마을에 특별한 애착은 없었다.처음에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 위해, 나중에는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 위해 이곳에 남았다.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마을에 남아 그 무엇도 기다릴 이유가 없어졌다.그런데 오늘, 표현숙은 처음으로 이런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옆에 있는 박한빈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으니까.그는 평소 위로의 말을 잘 하지 않았지만 애써 몇 마디를 꺼냈다.“사실, 제가 오늘 감사하다고 말한 이유는 성유리를 구해주신 거 뿐만 아니라... 성유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유리가 원했던 것들을요.”표현숙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외부 세계와는 다소 격리된 생활을 했던 표현숙이지만 박한빈의 경제적 여유를 알 수 있었다.박한빈이 성유리에게 준 것이 분명히 좋은 것들일 텐데 그럼에도 자신이 성유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을지 고민이었다.박한빈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성유리는 어릴 때 가족과 헤어졌어요.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되어 산골 마을에 팔려 갔고 그곳에서 양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리의 양어머니는 끝까지 그녀를 지키려고 했죠. 안타깝게도 그 어머니는 유리를 보호하다가 크게 다쳐 지금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박한빈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유리의 친부모는 유리가 15살 되던 해에 결국 찾아냈지만 이미 집에는 다른 여동생이 있었고 유리가 양아버지에게 당한 일을 알게 된 부모는 성유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성유리는 저와 결혼했어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죠.”박한빈은 어두운 얼굴로 계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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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당연히 너희들이 언젠가 도시에서 사는 삶이 지루해져서 돌아오고 싶으면 그 방은... 내가 너희를 위해 남겨둘게.”표현숙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박한빈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표현숙은 걸음을 멈췄지만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현숙은 이미 떠났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이곳의 경제나 발전은 금성과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지만 공기는 정말 좋았다. 금성에서는 고개를 들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고층 빌딩만 보였고 달빛도 희미했다.그러나 이곳의 달빛은 매우 밝았다.박한빈은 한참 동안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한참 뒤, 천천히 일어나서 맞은편 집으로 걸어갔다.그는 몰랐지만 사실 박한빈이 표현숙과 대화할 때, 그 문 뒤에는 한 사람이 몰래 서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뒤에 서 있던 그 사람의 귀에 다 들렸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뺨에서는 차가운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한편, 연정우는 파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파티는 작은 규모의 축하 모임이었다. 결국, 그는 지화의 인수 작업에서 한 작은 부분을 완성한 셈이었다.박한빈의 사망 소식 덕분에 지화의 많은 오래된 주주들이 별다른 노력 없이 그를 배신했고 연정우는 이미 상당한 지분을 인수했다.이제 곧 있을 주주 총회에서도 연정우는 정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그쪽 상황은 이제 그의 손안에 있었다.그리고 결국 피라미드 꼭대기 위에 있던 사람이 연정우에 의해 밑바닥으로 끌려 내려갔다. 사실 연정우는 박한빈이 죽기를 원하지 않았다.그가 이렇게 죽은 채로 일이 끝나버리면... 박한빈이 너무 쉽게 죽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박한빈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었다.그에게 모든 것을 하나하나 빼앗는 모습을 직접 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정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자신처럼.그는 박한빈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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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연정우가 성유리를 마지막으로 본 곳은 사씨 가문의 대저택이었다. 그날 성유리는 미리 핸드폰으로 해둔 녹음으로 자신을 협박하려 했다.연정우는 당연히 성유리의 뜻대로 되게 두지 않았다. 그는 본래 성유리와 차분히 대화하고 싶었지만 성유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성유리는 계단에서 떨어졌었다. 사씨 가문 사람들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피가 사방에 흐르고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연정우가 성유리를 차에 태우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연정우는 성유리를 숨기기 위해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다.사실 그는 이 모든 계획을 미리 세워 놓았다.만약 성유리가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그날 밤에라도 그녀를 데려가려고 했던 것이다. 차에 태운 후, 감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다른 차로 갈아탔고 그 차의 목적지는 연정우의 어머니의 고향이었다.그곳에 성유리를 돌볼 사람을 이미 준비해 두었고 모든 계획은 완벽하게 진행되었다.그러나 박한빈이 금성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은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연정우는 그 차가 중간에 사고를 당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사고로 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는 운전사 한 명뿐이었다. 차 뒷좌석에 있어야 할 성유리는 막상 흔적조차 없었다.연정우는 성유리가 차에서 튕겨져 나갔다고 생각했었다.차는 고속도로에서 떨어졌고 운전사의 시체는 온전치 못했다. 그래서 사실 이 시간 동안 박한빈뿐만 아니라 연정우도 성유리를 찾고 있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성유리를 찾을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졌기에 연정우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생각에 연정우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자신의 비열함을 알고 있었다.자신의 손은 이미 더럽혀졌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 남아있던 아주 작은 진심 모두 성유리에게 바쳤다.사실 연정우는 정말로 성유리와 함께하고 싶었다.그래서 성유리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성유리가 눈앞에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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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연정우가 강한 힘으로 자신의 두피를 뜯어낼 듯 당기자 여자는 참을 수 없어 비명을 질렀다.“왜 비명을 지르지? 듣기 싫은데.”연정우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자는 그의 차가운 눈빛에 몸을 움츠렸다.원래 사과라도 하려고 했지만 연정우의 눈빛에 말문이 턱 막혔다.“연 대표님, 죄송해요.”한참 뒤, 여자는 고통을 참으며 입을 뗐다.“뭐가 죄송한데요?”“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대표님이 기분이 나쁘셨다면 제 잘못이에요.”여자는 아주 재빠르고 깔끔하게 인정했다.연정우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었다.“잘 아네요. 똑똑한가 봅니다?”칭찬을 들은 여자는 즉시 웃으며 아부했다.“하지만 유리는 절대 저한테 이렇게 웃어주지 않았습니다.”연정우의 말이 끝나자 여자의 웃음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와 함께 연정우의 모든 표정도 사라졌다.그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밤의 어두운 하늘에 숨어있는 포악한 늑대처럼 보였다. 여자는 그제야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여자는 즉시 이곳을 떠나려 했지만 연정우는 생각할 틈도 없이 다시 여자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여자는 한밤중에 구급차에 실려 갔다.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 연정우는 먼저 방을 떠났다. 그는 이 일이 언론에 노출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어차피 연정우는 방법을 찾아서 뉴스를 덮을 것이다. 사실 그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그를 건드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호텔을 나선 연정우는 곧바로 차에 올랐다. 스포츠카의 엔진은 기분 좋게 울려 퍼졌고 고요한 밤 속에서 더욱 유혹적인 소리를 냈다.연정우는 더 세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미 새벽 3시가 넘었으니 그가 있는 금성은 비록 '밤을 잃지 않는 도시'라 불리지만 이 시간에는 조금 적막했다.거리에 차량도 거의 없었기에 연정우는 마음껏 차를 몰았다.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있는 연정우의 눈은 여전히 광기를 담고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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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연정우의 집안은 항상 외부에서 ‘학자 집안‘이라고 불렸다. 그가 자란 동안 그는 항상 이런 평가를 듣고 자랐다.그래서 연정우는 이런 집안에서 자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그 집안의 법을 잘 따라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어릴 적부터 그는 자신이 받은 교육에 따라 정직하고 성실하며 품위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이 모든 것들이 연정우에게는 큰 자랑거리였다. 비록 많은 부담이 따랐지만 연정우는 그에 맞는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어느 날, 그는 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꾸민 비밀스러운 음모를 알게 되었다. 그제야 연정우는 깨달았다.그가 항상 알고 있던 집안의 품위와 정직은 사실 외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에 불과했음을. 그들은 겉으로는 고귀한 이미지로 포장했지 속에는 매우 더러운 진실이 숨어 있었다. 연정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그 사실을 들추려 했으나 가정에서 큰 싸움으로 이어졌다.그의 가족은 연정우를 고지식하고 어리석다고 비난하며 손바닥까지 때렸었다. 그들은 연정우에게 가르친 정직과 성실이 구식이고 어리석다고 말하며 그를 비웃었다.그러나 그때 연정우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그렇다면 그동안 저에게 가르치신 교육들은 무엇이었습니까?”결국 연정우가 알게 된 것은 그가 자라온 세상 자체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사실이었다.연정우는 어른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그렇게 썩어 있는 줄 몰랐다. 그가 자라온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가진 겉모습에만 신경을 썼지만 사실 그들의 속은 이미 타락해 있었다.이 깨달음은 연정우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는 점차 이 세상에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에 대해 믿을 수 없고 충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정우도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성인이 된 연정우는 이제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놀라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방식에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얻은 것과 그가 감수해야 했던 대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연정우가 원했던 만큼 얻은 것이 적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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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잠시 후, 금미라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맞는 말이네. 만약 그 여자가 진짜라면 성유리였다면 네가 사람을 때려 병원에 보낼 일이 없었을 텐데.”연정우는 대답하지 않았는데 마치 금미라의 말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다.“그런데 이렇게 되면 더 문제야! 만약 성유리가 아니라면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만들었어? 이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알아?”금미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제가 시간을 빼서 병원에 찾아온 건 결국... 이런 말을 듣기 위함입니까?”연정우가 말을 짜증 섞인 목소리로 금마리의 말을 뚝 끊어버리자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몇 초 후, 금미라가 다시 말했다.“나는... 너를 걱정해서 그런 거야. 네가 지금까지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잖아. 만약 이 일 때문에 너의 모든 걸 잃게 된다면... 너도 알지?”“너무 불필요한 걱정이시네요.”연정우는 금미라의 말을 다시 끊어버렸다.“이런 작은 일로 저를 잡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머니께서 걱정하는 건 제가 어머니께서 말한 그 여자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거죠?‘연정우의 말에 금미라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그녀의 당황한 얼굴을 보자 연정우는 자신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죄송하지만 저는 그 여자들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연정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만날 일이 없을 겁니다. 제 인생을 어머니께서 통제하려 하지 마세요. 아시겠습니까?”연정우의 말에 금미라는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그러다가 있는 힘껏 옆에 있는 가구를 발로 차며 외쳤다.“너 이게 무슨 말이야? 연정우, 나는 네 엄마야. 근데 지금 엄마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야?”“어릴 때부터 내가 너를 어떻게 교육했는지 기억 안 나? 이게 바로 내가 너를 교육한 결과니?”연정우는 처음에 돌아서려 했지만 금미라의 말에 갑자기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리고 어젯밤 자신이 꾼 꿈이 떠올랐다.그 꿈속에는 모든 걸 기대하고 있었던 소년이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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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밤이 깊어지고 도시에는 화려한 불빛들이 하나둘 켜졌다.이번 연회는 채 회장의 개인 와인 농장에서 열렸다. 연정우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앞마당에는 다양한 고급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샴페인 향기가 코를 찔렀다.현장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모여 있었는데 일종의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연 대표님 오셨습니까?”1년 전만 해도 연정우가 이런 곳에 온다면 아마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연정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대화를 시작했다.이 사람들은 바람을 잘 타는 가식적인 사람들이다.연정우는 속으로 그들을 경멸했지만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채 회장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채 회장님.”소리를 들은 남자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그는 눈으로 연정우를 스캔한 후, 마치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말했다.“아, 당신이군요. 연 대표님!”채 회장 앞에는 몇몇 고령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상회에 고정된 멤버들이자 이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다.채 회장은 연정우를 팔짱을 끼고 끌어들여 모두에게 소개했다."여기 계신 이분은 연정우 대표님입니다. 장성 그룹의 창립자이죠."“장성 그룹? 요즘 정말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그 그룹 말인가요?”“맞아요. 창립자가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사람들은 모두 연정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들의 시선은 분명한 찬사를 담고 있었다. 그들의 칭찬에 연정우는 입가에 진심 어린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여러분. 과찬이십니다."“연 대표님과 사 대표님 관계가 좋아 보이던데... 사 대표님은 오늘 오시지 않았나요?”그들의 말이 끝나자 모두 연정우의 뒤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연정우는 웃으며 대답했다.“최근에 몸이 좀 안 좋으셔서 오늘은 오시지 못했어요. 지나치게 즐기려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저는 아직 후계자가 없어서 쉴 수 없죠.”“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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