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76화

Author: 송진
박한빈의 눈은 계속해서 성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하며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시는 겁니까?”

“네. 그 사람들이 혹시라도 괴롭히지는 않겠죠?”

성유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그때는... 염우섭이 먼저 손을 댔어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보호하려고 했던 거잖아요.”

박한빈은 말하는 성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괴롭히지 않을 리가 없죠. 게다가 염우섭 씨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으니 아마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앞으로 재판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박한빈의 대답을 듣는 순간 성유리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요?”

“네.”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으며 박한빈은 순간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박한빈은 곧 그 감정을 눌러버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성유리 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감옥에 가면 성유리 씨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기다릴게요.”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는데 그렇게 단호한 말에 박한빈은 순간 멍해졌다.

“왜죠?”

박한빈이 묻자 성유리는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거기에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어 더욱 애틋해 보였다.

박한빈은 성유리를 보며 문득 자신이 너무 잔인한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이제라도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한빈 씨의 아내잖아요. 아니에요?”

그녀의 말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했다.

박한빈은 성유리와 눈을 맞추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마치 엄청난 좋은 소식을 들은 것처럼 정말 행복하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7화

    더군다나 박한빈은 지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에 휘말렸고 앞으로는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성유리는 다시금 고개를 뚝 떨궜다.그러다 박한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섭습니까?”그 물음에 성유리는 순간 멍해졌다.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것을.성유리는 애써 진정하려 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무섭지는 않아요.”“제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계십니까?”박한빈이 다시 물었다.그때쯤, 두 사람은 이미 방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리고 그의 손에는 방 키가 들려 있었다.지금 박한빈은 한쪽 손밖에 쓸 수 없었기에 방금까지 잡고 있던 성유리의 손도 이제는 놓아졌다.그러므로 성유리가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돌아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박한빈의 손짓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런 성유리를 바라보다 박한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는 곧장 문을 열어젖혔다.그 순간, 성유리는 그에게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문이 닫혀버렸다.박한빈은 방 키를 꽂지도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툭 던졌다.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술에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성유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하지만 박한빈의 입맞춤이 마치 달래듯 부드럽게 이어지자 그녀도 긴장이 점점 풀렸다.그러다 조심스럽게 그의 옷깃을 잡았다.박한빈은 성유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그의 혀끝이 그녀의 입술과 혀를 천천히 훑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성유리는 박한빈의 거친 숨소리와 몸을 맞댄 채 점점 뜨거워지는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몇 번이고 그는 더 나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박한빈은 성유리를 놓아주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남아 있는 흔적을 닦아 주었다.성유리는 방금 전부터 숨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화

    방 안의 온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고, 성유리는 몇 분간 누워 있다가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짚으며 바닥에 흩어진 옷을 주우려 했다.박한빈은 오늘따라 유난히 거칠었다. 그래서인지 성유리는 한참 동안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몇 번이나 잠옷 단추를 끼우고 옷매무시를 정리하려 했지만 잘 안되었다.곧이어 박한빈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키가 훤칠한 데다가 이목구비까지 뚜렷해서 누가 봐도 매력적인 남자였다.방금 샤워를 마친 박한빈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아직 마르지 않은 물방울이 그의 복근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성유리가 아직도 방에 있는 것을 발견한 박한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성유리는 박한빈의 눈을 피하며 여전히 단추를 잠그려 애쓰고 있었다.“내일이 바로 유정이가 퇴원하는 날이야.”박한빈이 성유리의 곁을 지나며 말했다.“퇴원 절차를 밟아주고 집에 데려와 줘. 어머님께는 한동안 여기에 머물게 할 거라고 말씀드렸어.”성유리는 단추를 만지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나서 뒤돌아 박한빈을 바라보았다.지금 성유리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2년째 부부로 지내고 있는 그녀의 남편이자, 금성 지화 그룹의 후계자 박한빈이었다.그리고 방금 그가 말한 성유정은 성유리와 피가 섞이지 않은 동생이었다.다섯 살 때, 성유리는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었고 그렇게 16년 가까이 실종됐었다. 열여섯이 되어서야 성씨 가문에 돌아왔을 때, 성씨 가문에는 이미 또 다른 딸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성유정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동생’이 되었다.아버지는 성유리가 실종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윤청하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보육원에서 비슷한 나이대인 성유정을 입양했었다. 16년이 지나고 성유리가 다시 성씨 집안에 돌아오고 서로를 그리워했던 한 가족이 다시 상봉하게 되었지만, 그 후의 날들은 예상만큼 화기애애하지 않았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2화

    원유진은 성유정의 오랜 친구이자, 재벌가의 딸이었다. 그녀는 성유정과 함께 자라며 박한빈과 성유정의 관계를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던 사람 중 하나였다.하지만 성유리가 박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한 현실이었기에 원유진은 성유리에게 결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성유리가 문 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당황하거나 민망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오히려 성유정이 먼저 말을 돌렸다.“언니, 왔어?”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데리러 왔어. 짐은 다 챙긴 거지?”“다 챙겼어. 이제 출발하면 될 것 같아.”성유정은 평소처럼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원유진은 조용히 넘어갈 리 없었다. 그녀는 참지 않고 존댓말까지 해가며 비아냥거렸다.“사모님, 박 대표님은 어디 계신가요? 유정이가 퇴원하는데 설마 안 오셨어요?”“출근했어. 바쁜가 봐...”“정말 바쁜 거 맞아? 아니면 누군가가 바가지를 긁어대서 오고 싶어도 못 온 건 아닐지 모르겠네.”원유진의 말이 끝나자, 성유정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유진아, 그만해.”그러나 원유진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뭘 그만해? 듣고 양심에 찔리기라도 했을까 봐?”성유리는 원유진을 가볍게 무시하고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에서 박한빈의 번호를 찾아 원유진에게 내밀었다.“뭐 하는 거야?”성유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야! 너...”원유진이 화를 내려고 하자, 성유정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언니랑 싸우지 마.”원유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넌 정말 착한 거니? 아니면 바보인 거니? 성유리는 네 것을 탐내고 채간 사람이야!”성유리는 원유진의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성유정의 짐을 들어 앞장서서 병실에서 나갔다.차에 타자마자 윤청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리야, 유정이 데리러 갔어?”친딸과의 통화였지만 윤청하의 목소리와 말투는 어색했다.“네.”“유정이는 좀 어때? 의사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3화

    저녁 7시가 되자마자, 박한빈이 집으로 돌아왔다.성유정은 거실에 있다가 박한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오빠, 이제 퇴근한 거야?”박한빈은 그녀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성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의 외투를 받아들이고 조용히 말했다.“저녁 식사 준비됐어.”식사 중에 성유정은 먼저 조심스럽게 성유리를 한번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빠, 내가 여기서 지내는 게 언니랑 오빠를 불편하게 하는 거라면... 사실 엄마한테도 혼자 있을 수 있다고 얘기했었거든... 그런데도 엄마가 걱정된다고...”박한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편하게 지내면 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정말? 여기서 지내는 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니겠지?”“절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유정 씨가 여기 계시면 저희도 좋아요.”숙자 아주머니가 식탁에 음식을 올리며 말했다.“오랜만에 집이 북적여서 정말 좋네요!”그 말을 들은 성유리는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잠시 멈췄다.숙자 아주머니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성유리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라 성유정처럼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에는 서툴렀다.숙자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성유리는 박한빈이 집에서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음을 깨달은 성유리는 서둘러 밥을 마저 먹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난 먼저 올라가 볼게. 천천히 식사해.”“언니, 이거밖에 안 먹어?”성유정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내가 같이 올라가 줄까?”“괜찮아.”성유리는 성유정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말했다.“천천히 먹어. 나는 괜찮아.”그 말만을 남기고 성유리는 식탁에서 멀어졌다. 다이닝룸을 벗어나기 전, 성유정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오빠, 언니... 화난 것 같지 않아? 내가 와서 두 사람을 방해한 거야?”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서운함과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성유리는 두 사람의 대화에 관심이 없었다. 박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화

    성유리는 순간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눈을 뜨고 팔에 힘을 주어 박한빈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박한빈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더 세게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의 행동은 여전히 거칠고 이기적이었다.성유리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밖에 있는 성유정을 떠올리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샤워기의 물소리 때문인지 문밖에 있던 성유정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큰 소리로 말했다.“오빠? 샤워 중이야?”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노려보았다.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평소와 달리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평소의 조용하고 무기력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앙큼한 표정이었다.그 모습을 본 박한빈은 후끈 달아올라 다시 그녀를 밀어붙였다. 마치 그 안에 쌓인 감정을 풀어내듯,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두 사람의 몸은 완벽하게 맞물렸고 성유리는 절정에 달아올라 숨이 멎을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문밖에서 성유정은 여전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 성유리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박한빈이 다시 그녀를 벽 쪽에 밀어붙였을 때, 성유리는 참지 못하고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그러자 문밖에서 들리던 성유정의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그제야 성유리는 상황을 깨닫고 손을 꽉 쥐었다.바로 그때, 박한빈이 그녀를 들어 올렸고 그의 어깨가 성유리의 입술 가까이 다가왔다. 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그의 어깨를 깨물었다. 마음속에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했지만, 있는 힘껏 물지는 못하고 가볍게 입을 대었다가 떼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보자,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그 순간, 박한빈은 그녀의 턱을 잡고 다시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그렇게 밤은 빠르게 지나갔다. 성유리는 자신이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침대에 쓰러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다음 날 아침, 숙자 아주머니가 그녀를 깨우며 말했다.“오늘은 본가에 가는 날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5화

    성유정은 박한빈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였다. 그래서 박씨 가문의 본가에 대해선 성유리처럼 어색해하거나 낯설어하지 않았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김난희에게 다가갔다.“할머니!”“아이고! 우리 유정이가 왔구나!”김난희는 매우 기뻐하며 성유정을 반겼다.“얼굴은 왜 또 야위었어?”“아니에요...”성유정은 웃으며 말했다.“이것 좀 보세요. 할머니 드시라고 제가 게살 완자를 만들어 왔어요.”“유정이는 어쩜 이렇게 착해? 정말 마음이 예쁘구나!”두 사람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 손녀처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김난희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그러나 성유리가 다가오자, 김난희의 표정은 조금 굳어졌다.성유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정중하게 인사했다.“할머니.”김난희는 성유리를 보고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성유리는 눈을 돌려 계단 위에 서 있던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어머님...”“아줌마, 잘 지내셨어요...”김서영이 나타나자, 원래 김난희에게 몸을 기대고 있던 성유정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비쳤다.“유정 씨도 왔네. 환영해.”김서영은 그녀에게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례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반가움도 비치지 않았다.김서영은 김난희를 향해 인사했다.“어머님, 오늘 컨디션은 괜찮으세요?”김난희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서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성유정이 가져온 음식을 슬쩍 본 후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어머님은 요즘 소화가 잘 안되셔서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할 것 같네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김서영은 김난희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바로 지시했다.“정식 씨, 이 음식을 주방으로 가져가세요.”김서영은 성유정의 반응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성유정이 주위의 호감을 쉽게 사는 재주가 있었지만, 김서영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김서영은 항상 차가운 모습을 유지했고 사람을 대하는 데도 격식을 차리고 일정한 거리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6화

    박한빈은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본가에 도착했다. 김난희는 박한빈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미소 번진 얼굴로 그를 맞이하며 손을 잡고 안부를 물었다.“얼굴 좀 봐! 또 살이 빠졌네...”김난희는 약간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결혼 전보다 더 말라 보이잖아. 네 아내는 대체 집구석에서 뭐 하는 거야?”그 말은 성유리를 겨냥한 것이었다.성유리가 대답할 틈도 없이, 성유정이 나서서 말했다.“할머니, 언니를 오해하지 마세요. 언니는 정말 바쁜 사람이에요. 곧 새 만화가 출간된다고 하더라고요. 언니도 마음이 아플 정도로 많이 야위었더라고요.”성유정은 성유리를 변호하는 듯 말했지만, 성유리의 귀에는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들렸다. 그녀의 가시가 돋친 말은 성유리만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김난희는 성유정의 말을 듣고 더욱 불만스러워졌다.“만화라니? 또 그 하찮은 것들 하는 거야? 너는 애가 어쩜 그렇게...”김난희가 계속 잔소리하려는 순간, 박한빈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저녁 준비는 다 됐나요?”“한빈아, 너...”김서영이 곧바로 끼어들었다.“어머님, 한빈이는 이제 다 컸으니 자기 관리도 잘 할 거예요.”그 말에 김난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고,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불만들을 삼켰다. 그러고는 성유정을 보며 말했다.“우리 유정이는 착하고 자기 사람도 잘 챙기고... 쟤가 다시 돌아오지만 않았었어도...”김난희도 아차 싶었던지 말끝을 흐렸다. 김서영은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겼다.“유리야, 부모님은 아직 안 돌아오셨니?”“네. 아직이요.”“유정 씨가 너희 집에서 오래 머무는 것도 불편할 테니, 이참에 아예 본가에서 머물게 하는 게 어떨까? 유정 씨도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잖아.”김서영의 말이 끝나자, 성유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저는...”그러나 김서영은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했다.“게다가 내가 요즘 괜찮은 청년 몇 명을 알아봤거든. 편한 시간 알려주면 한번 만나봐도 좋을 것 같아.”“그건 너무 이른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화

    “오빠, 아까 도와줘서 고마웠어.”돌아가는 길에, 성유정은 뒷좌석에 앉아 계속 말을 이어갔다.“엄마가 내 결혼 이야기를 아줌마한테 꺼낼 줄은 정말 몰랐어. 정말 깜짝 놀랐잖아. 오빠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어쩔 줄 몰랐을 거야. 난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됐거든.”박한빈은 운전대를 잡은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반응은 조금 무심해 보였지만, 성유정은 박한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성유리에게 말을 걸었다.“아참! 언니, 아까 아줌마랑 위층으로 올라가서 무슨 얘기 했어?”“별 얘기 아니야.”성유리는 마치 대화 자체를 피하고 싶은 듯 단호하게 답했다. 성유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래... 그렇구나. 언니, 그거 알아? 무열 오빠가 곧 귀국한대.”그 말에 성유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마침 그 순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박한빈은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성유리는 앞으로 쏠리며 흠칫 놀란 듯해 보였다. 다행히도 안전벨트가 잡아주어 등이 다시 카시트에 닿게 되었다.박한빈은 곁눈질로 그녀를 한번 보았다.성유정은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말로는 무열 오빠도 해외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대. 두 사람은 그동안 연락은 안 했어?”“안 했어.”성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무릎 위에 올려진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참 안타깝네. 한때 서로의 전부였는데...”성유정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며 이번에는 박한빈을 힐끔 보았다.“오빠는 기억 못 하겠지? 무열 오빠는...”“알아. 진씨 집안의 혼외자잖아.”이번에는 박한빈이 빠르게 대답했다. 박한빈은 ‘혼외자’라는 단어를 쓰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성유리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성유정도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진씨 집안의... 그 아들... 예전에는 언니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절친이었지. 우리랑도 참 잘 지냈었는데... 나중에 말도 없이 해외로

Latest chapter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7화

    더군다나 박한빈은 지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에 휘말렸고 앞으로는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성유리는 다시금 고개를 뚝 떨궜다.그러다 박한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섭습니까?”그 물음에 성유리는 순간 멍해졌다.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손가락이... 계속해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것을.성유리는 애써 진정하려 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무섭지는 않아요.”“제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계십니까?”박한빈이 다시 물었다.그때쯤, 두 사람은 이미 방 앞에 도착해 있었다.그리고 그의 손에는 방 키가 들려 있었다.지금 박한빈은 한쪽 손밖에 쓸 수 없었기에 방금까지 잡고 있던 성유리의 손도 이제는 놓아졌다.그러므로 성유리가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돌아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박한빈의 손짓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런 성유리를 바라보다 박한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는 곧장 문을 열어젖혔다.그 순간, 성유리는 그에게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문이 닫혀버렸다.박한빈은 방 키를 꽂지도 않은 채,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바닥에 툭 던졌다.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술에 키스했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성유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하지만 박한빈의 입맞춤이 마치 달래듯 부드럽게 이어지자 그녀도 긴장이 점점 풀렸다.그러다 조심스럽게 그의 옷깃을 잡았다.박한빈은 성유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그의 혀끝이 그녀의 입술과 혀를 천천히 훑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성유리는 박한빈의 거친 숨소리와 몸을 맞댄 채 점점 뜨거워지는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몇 번이고 그는 더 나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박한빈은 성유리를 놓아주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남아 있는 흔적을 닦아 주었다.성유리는 방금 전부터 숨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6화

    박한빈의 눈은 계속해서 성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그러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잠시 멈칫하며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걱정하시는 겁니까?”“네. 그 사람들이 혹시라도 괴롭히지는 않겠죠?”성유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그때는... 염우섭이 먼저 손을 댔어요. 그리고 당신은 저를 보호하려고 했던 거잖아요.”박한빈은 말하는 성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괴롭히지 않을 리가 없죠. 게다가 염우섭 씨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으니 아마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저는 지금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앞으로 재판을 받아야 할 수도 있고요. 어쩌면...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박한빈의 대답을 듣는 순간 성유리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요?”“네.”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그녀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으며 박한빈은 순간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박한빈은 곧 그 감정을 눌러버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성유리 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제가 감옥에 가면 성유리 씨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기다릴게요.”성유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는데 그렇게 단호한 말에 박한빈은 순간 멍해졌다.“왜죠?”박한빈이 묻자 성유리는 이상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눈가가 붉어져 있었고 거기에 촉촉한 눈물이 맺혀 있어 더욱 애틋해 보였다.박한빈은 성유리를 보며 문득 자신이 너무 잔인한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이제라도 사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한빈 씨의 아내잖아요. 아니에요?”그녀의 말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했다.박한빈은 성유리와 눈을 맞추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마치 엄청난 좋은 소식을 들은 것처럼 정말 행복하고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5화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표현숙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급하게 문을 지탱하고 있던 삽을 치웠다. 이윽고 문을 열었을 때, 방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박 선생님, 걱정 마세요. 이 일은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윤도준은 사실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박한빈 같은 큰 인물이 여기 오고부터 사건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래도 윤도준은 그저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만 보았다.“염우섭 씨는 어떻게 처리될 겁니까?”박한빈이 되묻자 윤도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사건은 저희가 이미 다 파악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를 반드시 엄중히 처리하겠습니다.”“엄중히 처리한다는 건 어떻게 처리한다는 거죠?”박한빈이 다시 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박한빈의 눈빛에 윤도준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염우섭 씨가 시도한 건 성추행입니다. 형법에 따라...”“성추행?”박한빈이 피식 웃으며 계속 말했다.“혹시 오해가 있으신 거 아닙니까? 그때 염우섭 씨는 성유리를 강간하려고 했고 심지어 살인까지 시도했습니다.”“살인이요?”“네. 살인.”박한빈이 고개를 들자 어느새 입가에 띠고 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표정만으로도 윤도준은 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그래서 윤도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박 선생님, 그 사람은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 말씀처럼 처벌을 한다면...”“만약 그때 제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염우섭 씨는 계획에 성공했을 겁니다. 그때 결과가 어땠을지... 그걸 감당할 자신이 있습니까?”“그...”“걱정 마십시오. 저는 당신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변호사와 함께 해결하겠습니다.”박한빈은 벌떡 일어나며 확고하게 결정을 내렸다.“이런 쓰레기는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그의 말에 윤도준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고 박한빈의 시선이 느껴져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렇죠. 박 선생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박한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4화

    “너희들 눈이 있으면 좀 봐! 그놈이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거라고. 내 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던 사람이었는데 지금 병원에 누워 있어. 내가 그놈을 감옥에 집어넣을 거야, 감옥에서 평생 나오지 못하게 만들 거라고!”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지만 성유리는 평온하게 의자에 앉아 뜨거운 물 한 잔을 손에 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표현숙은 그녀 옆에 앉아 있었고 안색은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게다가 밖에서는 여전히 염우섭의 엄마가 욕을 퍼붓고 있었다.“그년은 원래부터 여우였어.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년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얼굴이 그렇게 예쁘면 누구라도 꼬실 수 있을 텐데. 우리 우섭이는 그런 사람 아니야. 그년이 꼬시지도 못하니까 그 뭣 같은 남자랑 손잡고 우리 아들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 거야!”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고 분노에 찬 욕설들이 마구 쏟아졌다.그때, 듣다 못 한 표현숙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밖에서 여자의 소리가 멈추었다.표현숙은 손에 호미를 쥐고 잔뜩 힘을 줘서 문을 열었는데 그 모습은 정말 위협적이었다.“꺼져!”표현숙이 문을 열며 딱 한 마디 하자 여자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이미 그 여자가 멈춰선 걸 보고 표현숙은 호미를 들고 달려들려고 했지만 염우섭 엄마는 깜짝 놀라 급히 뒤돌아 뛰어갔다.하지만 주위에는 그들을 원숭이 보듯 구경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표현숙은 그냥 옆에 있는 물통을 들고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쪽으로 확 뿌렸다.“다들 꺼지라고!”“이 할망구가 지금 뭐 하는 거야?”“그러니까! 누가 보면 이 병원이 할머니 병원인 줄 알겠네?”사람들은 저마다 욕하고 조롱했고 표현숙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마치 언제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결국, 사람들은 그 자리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그러자 표현숙은 문을 힘차게 닫고 돌아섰다.뒤돌아서니 언제 옆으로 온 건지도 모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3화

    하지만 그 전제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원할 때만 가능했다.그러나 박한빈이 자신을 봤을 때는 어땠었나!차갑고 경멸적인 표정, 그리고 처음 자신에게 말을 걸었을 때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마치 자신이 반드시 그 돈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때는 결국 그 돈을 받았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박한빈이 자신을 경멸할 이유는 될 수 없었다.그리고 자신이 성유리와 첫 만남에서 느꼈던 설렘과 그때 그동안 그녀에게 쏟았던 감정을 떠올리며 그저 억울하고 분하고 불만이 치밀었다.“너 지금 뭘 하려는 거야?”성유리는 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위협적인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계속 뒤로 물러섰지만 염우섭은 한 걸음 한 걸음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 같은데?”염우섭은 소름 끼치게 웃으며 말했다.“답은 간단해. 네가 나랑 한 번만 자면 돼.”“뭐라고?”성유리는 그 말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정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하지만 염우섭은 금세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시*, 진짜 순진한 척하지 마. *같으니까!”“진즉에 더럽혀진 여자라는 거 알고 있었어. 아침에 그 남자가 너네 집에서 나오는 거 봤다고. 참 대단하다. 엄마 몰래 그런 짓이나 하고.”“정 그렇게 욕망을 못 참겠다면 내가 도와줄게.”염우섭은 말하며 한 걸음 더 다가와 성유리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그만둬. 이거 놔!”성유리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하지만 염우섭은 그 손을 더욱 강하게 쥐고 그녀를 잡아끌며 쓰러뜨렸다.“소리 지른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진정하라고. 곧 너도 소리칠 때가 올 거니까.”염우섭은 그 말을 끝으로 성유리의 옷을 벗기려 했다.“그때 그 일이 없었으면 넌 이미 내 아내였을 텐데. 그때 너랑 만날 때는 내 입술조차 대지 못하게 해서 되게 깨끗한 여자인 줄 알았어. 근데 결국 너도 그냥 남들 발에 밟히는 더러운 존재였어. 오늘 내가 너 무조건 먹...”남자의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2화

    성유리는 결국 먼저 방을 나섰는데 방을 나서자마자 문을 쾅 닫았다.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표현숙은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문은 왜 닫는 거야?”“아, 그냥 습관이에요.”성유리는 대충 얼버무리다가 표현숙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표현숙은 여전히 의아해했지만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표현숙은 뒷산으로 약초를 채취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며칠 후 시장에 팔기 위해서라고 하면서.성유리는 어차피 표현숙을 어떻게든 멀리할 생각이었기에 이때가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랑 같이 가.”표현숙이 제안하자 성유리는 잠시 망설였다. 사실, 예전에도 여러 번 같이 갔던 일이라 거절하기도 어려웠다.결국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물 두 병만 가져가요.”하지만 나가기 전에 성유리는 갑자기 말없이 문을 확인하며 말했다.“문은 제가 닫을게요.”그 말은 생각보다 꽤 크게 나와서 방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 다 들을 수 있었다.표현숙은 그런 성유리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누구한테 말하는 거야?”“그... 그게... 엄마한테요.”“내가 여기 옆에 있는데 왜 그래? 내 귀가 안 들리는 것도 아니고.”성유리는 옅게 웃으면서도 곧바로 표현숙의 팔을 잡고 함께 나갔다.“가요, 빨리 다녀오자고요.”표현숙은 딸의 이상한 행동에 조금 의문을 느꼈지만 성유리의 친근한 모습에 금세 잊어버리고 웃으면서 말했다.“얘, 이제 결혼도 할 나이가 다 됐는데 아직도 애처럼 왜 이래?”성유리는 그냥 웃어 보였다.표현숙이 말한 뒷산은 사실 마을의 더 깊은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그곳은 숲이 넓어서 햇볕도 잘 들지 않고 산길을 따라가면 작은 시냇가도 여러 개 나왔다.시냇가에는 가재나 작은 게도 잡을 수 있었다.성유리는 약초를 알지 못했기에 표현숙은 성유리에게 바구니를 들게 하고 작은 시냇가 옆에서 게나 달팽이를 주워 오라고 했다.표현숙의 말대로 성유리가 열심히 주워 모으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엄마, 봐요. 제가 또 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1화

    “저 밤새 못 잤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잠시 쉴 수 있을까요?”“그럼 왜 당신 방에서 자지 않으세요?”“당신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어서요.”박한빈의 말에 성유리의 얼굴이 금방 빨개졌다.성유리는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박한빈의 호흡이 금세 고르고 평온해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들어 박한빈을 바라봤다.박한빈의 얼굴에는 선명한 다크서클이 있었고 평소 깔끔했던 턱선에 작은 수염도 보였다. 성유리는 그의 손을 밀쳐내려던 생각을 접고 손을 천천히 내렸다.박한빈도 자신이 이렇게 빨리 잠이 들 줄은 몰랐다.성유리를 찾았지만 사실 지난 며칠간 그는 잘 자지 못했었다. 자주 깨어나거나, 이곳 환경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성유리의 방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비록 여전히 낮고 습한 집, 삐걱거리는 나무 침대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성유리의 향기와 햇볕에 말린 이불의 냄새가 그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었다.성유리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잠에 들었다.박한빈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그녀의 잠이 달아났지만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점차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성유리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설아, 왜 아직 안 일어났어? 아픈 거 아니야?”성유리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바로 눈을 떴다.순간 박한빈 또한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깨어나려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계속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민설아?”성유리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행여나 박한빈이 말을 할까 봐 걱정되어 그의 입을 재빨리 막아버렸다.그리고는 급히 대답했다.“저... 금방 일어날게요.”“괜찮아? 몸이 아픈 거 아니지?”“괜찮아요. 그냥 피곤해서 오래 잔 것뿐이에요. 금방 일어날게요.”성유리는 손발이 바빠지며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박한빈의 다친 손을 우연히 건드렸다.강한 고통에 박한빈은 즉시 움찔하며 신음을 했고 성유리는 깜짝 놀라서 그의 입을 다시 막았다.평소 큰 목소리로 말하는 할머니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70화

    박한빈은 저녁이 되어도 여전히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이곳에는 인터넷도 없어서 일을 하며 정신을 분산시킬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 앨범을 반복해서 보며 문밖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박한빈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성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래서 그의 휴대폰에 두 사람의 사진은 거의 없었다. 성유리가 실종되었던 그 시간 동안, 그는 그 사진들을 모두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보았다.몇 번을 넘기던 박한빈은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자기 말이 농담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진짜로 성유리를 찾으러 벽을 넘으려고 했다.하지만 곧 그는 자신이 한 쪽 팔에 아직 보호대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이 몸으로 높은 벽을 넘는 건 불가능했다.결국 박한빈은 벽 밖에 서서 문만 응시했다.성유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한빈은 돌아서서 다시 자기 방으로 갔다.동이 틀 무렵, 마침내 그는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그 소리는 바로 할머니가 괭이를 들고 밭에 나간 것이었다.박한빈은 주저하지 않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이 마을은 나이 든 사람들만 남아 있기에 그 흔한 도둑도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 박한빈은 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성유리의 방문은 잠겨 있었지만 그녀의 창문은 훨씬 낮았다.그 덕에 박한빈은 힘들지 않게 창을 넘어 들어갔다.그는 하룻밤을 꼬박 지새웠지만 성유리는 전혀 모르고 있는지 이불을 덮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박한빈은 성유리를 깨울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보자 손을 내리게 되었다.마지막으로 그는 그녀의 뺨에 손을 살짝 대었다.그 차가운 느낌에 성유리는 몸을 살짝 떨더니 눈을 번쩍 떴다.자신의 침대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걸 보자 성유리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그리고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박한빈이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저예요.”성유리는 여전히 놀란 표정이었다.창밖의 희미한 빛 속에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후, 힘겹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769화

    박한빈은 잠시 성유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성유리는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말 자신이 아는 남편인지 의심스러워졌다.그들은 한때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기에 그가 성유리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건 당연했다.그래서 그동안 성유리가 박한빈에게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그에게 가까이 가고자 했던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박한빈은 그녀의 감정을 눈치챈 듯, 천천히 물었다.“어머니랑 떨어지기 싫으신 거죠?”성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박한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걱정 마십시오, 저는 지금 당장 유리 씨를 데려가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금성 쪽에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거기 일이 끝나고 나서야 돌아갈 수 있죠.”“그리고 유리 씨 어머니는... 나중에 저희가 돌아갈 때 같이 모시고 가면 되니까 걱정 마십시오. 당신을 구해준 것에 대해서 아주 잘 보답할 테니까.”잠시 정적이 흐른 후, 박한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하지만 유리 씨는 어머니라는 분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면 안 됩니다. 당신은 이미 제 아내잖습니까. 만약 유리 씨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면 그건 바람이고 저한테는 무책임한 겁니다.”성유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박한빈은 성유리가 대답하지 않는 걸 보더니 점점 더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듣고 계시는 거죠?”성유리는 박한빈과 눈을 맞춘 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유리 씨는 이제 어머니라는 분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아셨습니까?”“뭐를요?”“당연히 당신은 결혼 못 한다는 얘기죠. 상대방이 누구든 상관없으니 결혼하면 안 됩니다.”“알겠어요.”성유리는 처음에는 이 얘기가 끝난 줄 알았지만, 박한빈이 다시 물었다.“그럼 저와 유리 씨가 무슨 사이인지는 어머니한테 뭐라고 설명할 겁니까?”“저희는... 무슨 사이죠?”성유리의 말이 끝나자 박한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유리 씨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방금 제가 한 말은 듣지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