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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881 - Chapter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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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막사 안, 장순이 분개해서 불만을 토로했다.“황후마마, 저들이 정말 그랬다니까요? 저런 이기적인 자들은 동정할 가치도 없어요! 마마께선 자신들의 아버지 시신을 수습하려고 전장에 나가신다는데 마마의 아이가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 도와줄 필요 없어요!”낮에 말을 너무 한 탓에 장순의 목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다.얘기를 들은 봉구안은 관씨 모자 세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내일의 전장은 그들을 위한 것도 아니고 관내경 개인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남제의 승리였다.그녀는 한낱 시신 한구 수습한다고 목숨을 내던질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4개국 연맹군이 동부군의 기세를 한풀 꺾어놓았으니 반격에서 이겨 그들의 사기를 꺾어야만 했다.장순이 계속해서 말했다.“마마, 귀한 황자님을 회임하신 몸인데 신중을 기하셔야 합니다!”황제는 그의 은인이니 그 역시도 황제의 자식을 지켜주고 싶었다.봉구안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왜? 날 대신해 네가 전장에 나가려고?”순간 장순은 입을 다물었다.그의 나이 이제 겨우 열살, 키가 말보다 작은 아이인데 어찌 전장에 나간단 말인가!그날 밤, 조유관에만 있는 적미새가 긴 울음소리를 냈다.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밖을 경계했다.자진궁.늦은 시간임에도 소욱은 각지의 전보를 읽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옆에서 시중을 들던 유사양이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옥체도 생각하셔야지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시는 게 어떠신가요?”소욱은 갑자기 현기증이 일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글자를 똑똑히 보려고 눈에 힘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흐릿해질 뿐이었다.그는 전보를 내려놓고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차갑기만 하던 얼굴에 걱정이 가득 서렸다.이 전장이 언제쯤이면 끝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더 갑갑했다.그는 황후에게 미안했다.부군으로서 부인에게 안락한 삶을 제공해야 하건만 그녀는 항상 나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동부 상황이 어떤지 걱정도 되었다.고개를 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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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단춘은 고개를 잔뜩 뺴들고 출전한 남제 전사를 바라보았다.체구가 건장한 것도 아니고 몸이 무척 가벼운 것으로 보아 남제의 부장인 서봉은 아닌 듯했다.‘어디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축경관을 도전한 거지?’단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의 입가에 비웃음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첩자를 보내 알아본 결과, 남제 동부에는 관내경과 서봉을 제외하면 인물이라고 할 자가 없었다.출전한 상대가 서봉이 아니라면 남제는 축경관을 완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단춘은 자신이 직접 선발한 백명의 무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남제군의 목을 벤 자에게 황금 백냥을 하사하겠다.”무사들은 장창을 들고 전방을 바라보며 사기를 불태웠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가면 아래 봉구안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그녀는 여기 혼자 나왔지만 등 뒤의 성루에는 천만 수성군이 관전하고 있었다.그들은 주먹을 쥐고 승리가를 부르며 징을 울렸다.부장 서봉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제발 황후와 태중의 아이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봉구안은 장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바람이 일었다.동부는 북방보다 기후가 따스하지만 모래바람이 불어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바람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봉구안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그녀는 위축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적군의 첫 번째 도전자였다.광풍이 휘몰아쳐서 모래폭풍 속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단춘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이 그쳤다.남제 대표는 장창을 쥐고 꼿꼿하게 서 있고 옆에는 전마가 서 있었는데 멀지 않은 곳에 대하 무사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아무도 대하의 무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보지 못했다.게다가 이 짧은 시간 안에 목이 날아간 채로 말에서 떨어지다니.단춘이 눈을 부릅뜨며 중얼거렸다.“이럴 수는 없어.”그가 선발한 무사는 전부 다 정예병들이었다. 상대에게 지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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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도끼는 역량형 무기이지만 도끼날의 곡선은 도끼에 실리는 많은 힘을 손실하게 한다. 날카로운 창은 쉽게 도끼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그래서 창과 도끼가 상극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돌고 있었다.병기에 정통한 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단춘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남제에서 나온 어린 장수는 대체 정체가 뭘까?봉구안은 안정적으로 창을 잡고 상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공세를 시작했다.장코는 강력한 기류를 느끼고는 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왼손 도끼는 방어, 오른손 도끼는 공격용이었다.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조금 둔해 보여도 진한 살기가 담겨 있었다.하지만 봉구안의 창술이 더 현란했다.두 사람은 십여차례 공격을 주고받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현기증이 올 정도였다.단춘의 표정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장코의 쌍도끼는 거의 적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상대에게 계속 끌려만 다니면서 역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조유관 성루.북소리가 점점 힘차게 울리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있었다.황후의 창술을 본 병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북대영의 유명한 명장 맹 소장군답게 그녀의 창술은 가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봉구안은 점점 더 빠르게 공격을 시전했고 장코는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쌍도끼의 위력은 그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점점 짜증을 느낀 장코가 소리를 질렀다.“죽여버릴 테다! 악!”아둔한 그는 맹공격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봉구안은 날렵하게 피해 후방으로 간 뒤에 창을 휘둘러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그가 뒤돌아서자 그녀의 창은 곧바로 그의 눈앞까지 날아왔다.“악!”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예리한 창끝은 쌍도끼 사이의 빈틈을 파고들어 상대의 눈을 찔렀다.극심한 고통에 장코는 도끼 하나를 버리고 본능적으로 손을 피가 철철 흐르는 눈으로 가져갔다.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도끼를 마구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남제의 쥐새끼, 죽여 버릴 테다! 피하지 마! 당장 널 가루로 만들어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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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단춘은 눈앞의 사람이 맹성주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열일곱 어린 나이에 호문관 전쟁에서 적군 2만을 죽여 축경관을 세우고 적의 사기를 단숨에 떨어뜨린 맹장!무섭다는 단어가 저절로 나오는 사람이었다.단춘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남은 3개국 장령들도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맹성주라면 이 많은 사람을 죽인 게 이해가 됐다.또 한번의 축경관이 완성된다고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람이었다.“단 장군! 더 이상 싸우면 안 됩니다! 상대는 맹성주예요. 우리 애들이 나가도 헛된 죽음이란 말입니다!”“맹성주, 어떻게 맹성주가! 단 장군, 남제군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습니다!”단춘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서를 수락했는데 중도에 물러날 수는 없다! 계속 싸운다!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백 명이 부족하면 천 명이 나가고 만 명이 나가면 된다!”그 순간 그는 광기에 미친 북연 황제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와 다른 점이라면 그래도 이성은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타국 장령들이 말렸지만 단춘은 냉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잊었어? 저 여잔 진작에 장군 직무를 내려놨어. 남제 황제에게 시집가서 지금 회임을 한 몸이야. 회임 중인 여인도 못 쓰러뜨린단 말이냐?”그는 봉구안을 노려보며 병사들에게 말했다.“잘 들어! 이따가 저년의 배를 공격해! 회임을 했다고 했으니 배가 약점일 거야! 아무 생각하지 말고 배만 노려! 저년을 죽일 수 없어도 그 애새끼는 죽게 만들라고!”그제야 병사들의 사기가 좀 돌아온 듯했다.아무리 맹성주가 날고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지금은 회임 중인 여인에 불과했다.임산부 하나 못 쓰러뜨릴까?어린 장순은 피 튀기는 장면을 계속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렸다.하지만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는 오늘 본 것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황후마마의 풍채를 글로 써서 역사에 길이 남게 할 것이다.전장은 저녁까지 이어졌다.봉구안의 주변으로 점점 많은 시체가 쌓여가고 있었다.단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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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적군은 관내경의 시신을 공터로 운반했다. 벌거벗은 시신 온몸에 채찍 자국이 나 있었다.그 광경을 지켜본 남제군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죽는 건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면 끝나는 일이지만 시신이 이 정도로 혹사당했다니 참을 수 없었다.성루에서 두 남제 사병이 관 장군의 옷을 챙겨와서 그의 몸에 입혀주었다.단춘은 봉구안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황후마마, 태중의 아이는 진작에 유산되었지요?”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싸우면서 이렇게 멀쩡한 게 말이 안 됐다.물론 봉구안이 회임했다는 소식은 처음부터 거짓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관내경의 시신은 성루로 올라간 후, 단춘은 자기 사람들의 시신을 돌아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다.그래도 더 늦기 전에 멈추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단지 백오십 명 죽었을 뿐이다.남제가 말하는 축경관은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단춘은 음침한 눈으로 조유관 성루를 노려보며 소리쳤다.“철수한다!”이때, 그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도 된다는 말은 한 적 없는데?”고개를 돌리자 피칠갑을 한 가면을 쓴 봉구안이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순식간에 사방으로 살기가 느껴졌다.단춘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장군! 저기 보십시오!”누군가가 겁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조유관 성루에서 갑자기 수십개의 등나무 덤불이 굴러떨어졌다.거대한 덤불은 등나무 줄기를 엮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크기가 사람 크기만했다.거대한 물체가 그들을 향해 굴러왔다.만약 그냥 덤불이었다면 이 정도로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것은 화공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들은 직감했다.조유관 같은 방어가 쉬운 고지에서는 더욱 요긴하게 사용되는 병법이었다.등나무 덤불이 적군의 앞으로 굴러가자 남제 사병들은 불화살을 날렸고 순식간에 등나무 덤불에 불이 붙었다.멀리서 바라보면 불바다가 따로 없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불덤불이 눈앞에 굴러오기 직전에야 단춘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철수! 당장 철수하라!”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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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조유관 밖에서는 적군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망쳤고, 조유관 안에서는 제군의 북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불타오르던 등나무 화구가 완전히 타버리자 불길은 사그라들고, 달빛과 별빛이 더욱 또렷이 빛났다.그 빛은 봉구안의 몸을 감싸며 그녀의 마른 체구를 한층 도드라지게 했다.그러나 그녀는 꿋꿋한 소나무처럼 강인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대하국을 선두로 한 사국 연합군이 퇴각한 뒤에야 봉구안은 비로소 피로를 감추지 못하고 바위에 걸터앉았다.살짝 구부린 어깨 아래로 손가락 틈새를 따라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그 상처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녀의 양팔은 도끼에 베였으나, 그녀에게 그것은 사소한 부상에 지나지 않았다.오늘 이후, 사국 연합군은 감히 조유관을 쉽게 넘보지 못할 것이다.그녀에게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마마, 괜찮으십니까?”마상 덫을 설치했던 병사들이 다가와 걱정스럽게 그녀를 둘러쌌다.봉구안은 흐르는 피를 감추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괜찮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전장에 널린 적군의 시신들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차갑고도 담담했다.……사국 연합군 주둔지.단춘은 대군을 이끌고 퇴각하자마자 정찰병들을 불러들였다.정찰병들은 적의 동태를 살피고, 병력 배치와 무기 규모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그러나 단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내가 조유관을 철저히 감시하고, 제군의 동태를 파악하라고 명했거늘,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제군이 언제 등나무 화구를 준비했는지, 언제 조유관을 빠져나와 마상 덫을 설치했는지조차 모르다니! 너희들의 임무를 잊은 것이냐!”정찰병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혹스러워했다.“장군, 등나무 화구는 제군들이 철저히 숨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밤낮으로 감시했습니다. 그들이 조유관을 몰래 빠져나갔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맞습니다, 장군! 관내경이 죽은 이후, 조유관 밖으로 단 한 명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단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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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관 부인은 고개를 들어 봉구안을 올려다보았다.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부검을 하신다고요? 황후마마, 그게 무슨 뜻입니까?"관 부인의 두 아들도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부장 서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마, 설마 관 장군의 죽음에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일반적으로 의문이 없는 죽음이라면 부검을를 하지 않는다.봉구안의 제안에 서봉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봉구안은 장수들의 복잡한 표정을 잠시 살핀 뒤, 침착하게 말했다."나는 장코와 싸워 본 적이 있어 관 장군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정정당당히 맞붙었다면 관 장군이 이렇게 쉽게 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 부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봉구안의 눈빛은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웠다.특히나 이 군영 안에서는 더욱 그랬다.관내경은 나라를 위해 싸운 훌륭한 장군이었다.그런 그가 의문스럽게 죽은 것도 모자라 무모한 장수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봉구안은 그것이 안타까웠다.장수들은 내심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만약 관 장군의 죽음에 의혹이 있다면, 이는 곧 군영 안에 누군가 장군을 해친 자가 있다는 뜻이 된다.그로 인해 전장에서의 패배가 일어났다면, 그 가능성은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서봉이 즉시 찬성하며 말했다."마마의 말씀이 옳습니다. 바로 부검 전문가를 부르겠습니다!"그때 한 사람이 스스로 나섰다."황후마마, 소인 서 장군, 제가 부검에 관해 얕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봉구안은 그를 바라보았고, 서봉이 급히 설명했다."마마, 이 사람은 군의 강달입니다."그러나 봉구안은 명령을 내리기 전에 강달이 도구를 꺼내 관내경의 시신을 만지려 하자, 단호히 제지했다."부검에 대해 조금 안다고?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겠지.""그런 주제에 어찌 함부로 시신을 만지려는 것이냐!"강달은 크게 당황하며 무릎을 꿇었다.봉구안은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차갑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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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관 부인은 늙은 의관의 말에 강하게 반대했고, 큰아들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소리쳤다.“안 됩니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이런 아버지의 시신을 어찌 훼손하려 하십니까!”막내아들 또한 강력히 맞섰다.“황후마마, 아버지의 온전한 시신을 지켜주십시오! 오장육부를 모두 드러내는 것은 너무도 잔인합니다!”부장 서봉도 머뭇거리며 늙은 의관에게 물었다.“시신을 절개하면 반드시 뭔가를 알아낼 수 있습니까?”늙은 의관은 솔직히 대답했다.“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관 부인은 더욱 통곡하며 외쳤다.“그렇다면 절대로 시신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모두가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봉구안은 관내경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하얀 천으로 덮인 시신은 결국 모든 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곁에서 지켜보던 장순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만약 황후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강제로 시신 부검을 진행한다면, 뭔가를 알아내는 것은 다행이겠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면 관가 사람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았다.차라리 여기서 멈추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었다.그렇게 하면 관 장군은 적군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남아 영웅으로 칭송받을 수 있었다.장순은 황후에게 그만두라고 권하려 했다.하지만 봉구안은 먼저 나서서 시신 앞에서 군례를 올렸다.“관 장군, 우리는 오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네. 가족분들의 심정 또한 충분히 이해하네.”“그래서 시신 부검 여부를 자네에게 맡기려 하네.”그 말에 모두가 놀라며 굳어졌다.관 장군이 직접 결정한다니?황후가 정녕 미친 걸까?이어 봉구안은 동전 하나를 꺼내 들었다.“앞면이 나오면 부검을 진행하고, 뒷면이 나오면 온전한 상태로 장례를 치르겠습니다.”“관 장군, 어서 뜻을 보여주게!”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지켜보는 가운데, 봉구안은 동전을 높이 던졌다.동전이 그녀의 손에 떨어지자, 봉구안은 즉시 손으로 덮어 결과를 감췄다.현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봉구안이 손을 거두자, 드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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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봉구안은 관내경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모든 이들 앞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일부러 수를 던진 것이었다.어젯밤, 은삼 일행은 관내경의 시신이 보관된 장막 바깥에서 밤새 경계하며 누구든 드나든 것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장막 바깥에는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으며, 관 부인과 두 아들, 서봉, 그리고 의관 강달이 차례로 시신이 있는 안으로 들어갔다.장순이 상황을 간결하게 정리했다.“즉, 방금 언급한 다섯 사람이 모두 시신을 손댈 기회가 있었던 거네요!”관 부인은 그 말을 듣자 모욕감을 느낀 듯 격하게 반발했다.“저는 아닙니다! 제가 어찌 남편을 독살했겠습니까? 남편을 잃고 무슨 이득을 보겠다는 겁니까?”그녀는 곧 서봉을 향해 의혹의 화살을 돌리며 강하게 말했다.“서봉이야말로 가장 의심스럽습니다! 남편 아래에서 불만이 쌓였고, 상위직으로 올라가고 싶었던 겁니다! 황후마마, 부디 현명하게 판단해 주십시오!”서봉은 관 부인의 적대적인 태도에 당황스러웠다.평소 좋은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 같은 나쁜 일은 곧장 자신에게 씌워지니 억울하기만 했다.그러나 그는 냉정히 봉구안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황후마마, 반드시 제 결백을 밝혀 주실 거라 믿습니다!”관 부인의 두 아들은 여전히 분노와 증오로 서봉을 노려보았다.봉구안은 서봉을 바라보며 냉랭한 음성으로 말했다.“저 자를 당장 잡아라!”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곧바로 서봉을 체포했다.관 부인은 만족스러운 듯 외쳤다.“서봉!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죽음으로 반드시 그 죄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하지만 봉구안은 바로 다음 명령을 내렸다.“이곳에 있던 자 모두를 잡아라!”어젯밤 시신을 접한 이들은 모두 감금되어 조사 대상이 되었다.관 부인이 병사들에게 사슬을 차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황후마마, 저는 억울합니다! 제가 독을 썼다니,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그녀는 머릿속에서 봉구안이 자신을 모함하려고 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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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군의 강달은 봉구안 앞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그는 부상당한 몸을 웅크린 채 바닥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황후마마,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그러나 봉구안은 말없이 검을 꺼내 그의 목에 갖다 댔다.마침내 강달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렸고,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다."마마..."그는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이 무죄임을 호소했다.하지만 봉구안의 표정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차가웠다."이 동대영 안에 잠입한 첩자가 몇이냐?"강달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소인은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아!"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의 검이 그의 한쪽 귀를 날려 버렸다.잘린 귀가 바닥에 떨어지며 피가 쏟아졌고, 강달은 고통에 몸을 떨며 울부짖었다."마마,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독도, 첩자도, 모두 제 일과는 무관합니다!"그러나 봉구안의 표정은 요동치지 않았다."아직도 모르겠다고? 그럼 나머지 귀도 필요 없겠군."검이 다시 번쩍였고, 강달은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제발 안 됩니다! 안 됩니다! 마마,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들이 많은 은자를 주고, 제 가족을 다른 나라로 피신시키겠다고 약속했을 뿐입니다. 부디 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그의 울먹이는 말 속에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는 기색이 엿보였다.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남제는 멸망할 운명이라 그는 믿었다.그가 살아남기 위해 한 선택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남제 백성으로서는 부끄러웠을지 몰라도, 가족을 지키려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는 정당하다고 여겼다.강달의 변명에 은삼은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너는 관 장군을 죽여 놓고도 무슨 염치로 목숨을 구걸하느냐!"봉구안은 강달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널 매수했지?""그자는 항상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저는 그가 누군지 모릅니다.""그와 어떻게 연락했느냐?""그 자가 직접 저를 찾아왔습니다..."강달은 두려움에 떨며 대답을 이어갔다.봉구안의 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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