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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작가: 일설연우
적군은 관내경의 시신을 공터로 운반했다. 벌거벗은 시신 온몸에 채찍 자국이 나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남제군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죽는 건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면 끝나는 일이지만 시신이 이 정도로 혹사당했다니 참을 수 없었다.

성루에서 두 남제 사병이 관 장군의 옷을 챙겨와서 그의 몸에 입혀주었다.

단춘은 봉구안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황후마마, 태중의 아이는 진작에 유산되었지요?”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싸우면서 이렇게 멀쩡한 게 말이 안 됐다.

물론 봉구안이 회임했다는 소식은 처음부터 거짓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관내경의 시신은 성루로 올라간 후, 단춘은 자기 사람들의 시신을 돌아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했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멈추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단지 백오십 명 죽었을 뿐이다.

남제가 말하는 축경관은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단춘은 음침한 눈으로 조유관 성루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철수한다!”

이때, 그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도 된다는 말은 한 적 없는데?”

고개를 돌리자 피칠갑을 한 가면을 쓴 봉구안이 매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살기가 느껴졌다.

단춘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장군! 저기 보십시오!”

누군가가 겁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

조유관 성루에서 갑자기 수십개의 등나무 덤불이 굴러떨어졌다.

거대한 덤불은 등나무 줄기를 엮어서 만들어진 것으로 크기가 사람 크기만했다.

거대한 물체가 그들을 향해 굴러왔다.

만약 그냥 덤불이었다면 이 정도로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화공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들은 직감했다.

조유관 같은 방어가 쉬운 고지에서는 더욱 요긴하게 사용되는 병법이었다.

등나무 덤불이 적군의 앞으로 굴러가자 남제 사병들은 불화살을 날렸고 순식간에 등나무 덤불에 불이 붙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불바다가 따로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불덤불이 눈앞에 굴러오기 직전에야 단춘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철수! 당장 철수하라!”

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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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막 안.서왕은 한쪽 어깨를 드러낸 채 앉아 있었고, 군의가 그의 상처에서 독을 빼내고 있었다.예리한 단검을 손에 쥔 군의가 상처를 살피자, 서왕은 입에 물고 있던 두꺼운 수건을 꽉 깨물었다.그 모습을 본 완부옥이 눈썹을 찌푸렸다.“이미 독화살을 뽑아냈는데, 왜 또 칼을 드는 거죠?”호위 유화가 대신 답했다.“군의께서 남아 있는 독을 빼려면 살을 도려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완부옥은 소리 내어 웃었다.“살을 도려낸다고? 군의가 혹시 적국에서 온 첩자가 아닐까요?”그녀의 말에, 군의의 손이 떨렸다.“부인, 어찌 그런 망언을!”서왕은 입에 물고 있던 수건을 깨물며 눈빛으로 완부옥에게 조용히 하라는 경고를 보냈다.그러나 그녀는 군의를 밀어내고 서왕의 상처를 살폈다.피부가 갈라지고, 독이 퍼지며 상처 주변이 검게 변해 있었다.흔한 여인이라면 얼굴을 돌리며 기겁했을 터였다.그러나 완부옥은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그녀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이게 그렇게 심각한 건가? 별거 아니네.”그 말에 유화는 참지 못하고 외쳤다.“부인, 아직 독이 남아 있습니다! 군의께서 말하길 어서 전하의 몸을 도려내 독을 빼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그러나 완부옥은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독을 빼는 방법이 꼭 살을 도려내는 것뿐인가?”그녀는 품 속에서 작은 항아리를 꺼냈다.군의는 그것을 보며 해독약이라고 생각했다.유화 또한 그럴 것이라 짐작했다.그러나 항아리가 열리자, 그들이 본 것은 해독약이 아니었다.완부옥은 맨손으로 뚱뚱하고 하얀 벌레 하나를 꺼내더니, 서왕의 상처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군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전하! 조심하십시오! 저것은 독충입니다!”유화도 경악하며 외쳤다.“부인, 대체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시끄럽다!”완부옥은 눈살을 찌푸리며 꾸짖었다.“한번만 더 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면 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군의는 이성을 잃고 외쳤다.“남강의 독충은 맹독입니다! 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5화

    대하 사국 연합군이 묵성을 함락시키려 진격했을 때,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했다.묵성은 조유관과 똑같이, 텅 비어 있었다."말도 안 돼!"단춘은 차마 현실을 믿지 못했다.이 짧은 시간 동안, 도시 전체의 사람들이 대체 어디로 간 것이란 말인가?그들이 모두 감주로 이동한 것일까?그때, 정찰병이 헐레벌떡 뛰어왔다."보고 드립니다! 장군! 묵성에 적군이 없습니다!"연합군은 도시 곳곳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단 한 명의 인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심지어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니..."묵성은 한때 인구가 많은 번화한 도시였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유령 도시가 되어 버린 듯했다.연합군은 묵성에 주둔했지만, 밤이 되자 몰아치는 한파와 함께 불길한 분위기가 마을 전체를 감쌌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기괴한 신음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병사들은 모닥불을 피워 음식을 끓이려 했지만, 그제야 그들은 깨달았다.‘군량이 얼마 남지 않았어.’주군이 모여 있는 대장막 안.장수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단춘을 바라보았다."단 장군, 이건 분명 남제의 계략입니다!""우리가 이미 두 번이나 빈 성을 마주하면서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습니다.""더욱이, 우리는 전쟁을 통해 식량을 보충하려 했으나, 기대와 달리 얻은 것은 없습니다!""장군! 이곳에서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내일도 계속 진군하시겠습니까?"단춘의 표정은 냉랭했다.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깊은 고민이 느껴졌다."묵성이 비어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감주로 이동했을 것이다.""그러나 감주에 적의 매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그는 고개를 들어 정찰병을 바라보았다."북연은 어떤가? 북부 연합군은 어디까지 진격했지?"정찰병이 빠르게 답했다."장군! 북부 연합군은 이미 풍양까지 진격했습니다.""풍양은 작은 군현으로, 바로 인근에 있는 박주를 넘어가면, 그다음은 곧바로 선성입니다!"회의실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북연군의 속도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4화

    이촌은 그야말로 유령 마을이 되어 있었다.사람의 흔적조차 없었다.연합군은 황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북연 황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지막 생존자를 끌어오라 명령했다.화살에 맞은 병사는 상처를 끌어안은 채 끌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분명 이곳입니다! 바로 이 마을에서 기습을 당했습니다!”하지만 북연 황제는 차가운 시선으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여기엔 아무것도 없다. 귀신조차 보이지 않는구나.”조사에 나섰던 정찰병들도 나섰다.“폐하, 틀림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는 백성들이 있었습니다!”북연 황제의 손이 힘껏 말고삐를 쥐었다.“찾아라.”병사들은 마을 곳곳을 수색했지만, 백성은커녕 전날 죽은 병사들의 시신조차 사라져 있었다.그 순간, 눈보라가 더욱 거세졌다.쌓인 눈이 빠르게 대지를 덮으며 모든 흔적을 삼켰다.북연 황제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행군을 계속한다.”남쪽으로 내려가는 길,남제의 백성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임현에 도착했을 때도 상황은 같았다.원래라면 사람이 넘쳐나야 할 곳, 그러나 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병사들 사이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졌다.“이건 이상하다. 아무리 전쟁이 나도, 이렇게까지 흔적 없이 사라질 리가…”“설마, 남제 황실이 모든 백성을 대피시킨 건가?”전쟁이 벌어지면, 백성들은 피난길에 오르기 마련이었다.이는 그리 드문 광경이 아니었다.그러나 이번은 달랐다.정찰병들이 조사한 결과, 십 리 안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그것은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북연 황제는 손을 들어 병사들을 조용히 시켰다.“정찰병을 보내라.”이튿날 새벽.한 정찰병이 중대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폐하, 확인된 바에 따르면 남제 황실은 일찍이 백성들을 남쪽으로 대피시켰습니다!”“그들이 향하는 곳은… 선성입니다!”선성.남제의 전략 요충지이자, 철벽 방어를 자랑하는 도시.이곳만 함락하면, 남제 황궁까지 진격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북연 황제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3화

    동방이 함락된 데 이어, 이번에는 북방까지 무너졌다.끝없는 위기였다.조정 대신들은 안색이 창백해졌고, 궁중 곳곳에서는 남제가 정말 끝장나는 것이냐는 말이 오갔다.그러나 용상에 앉은 소욱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그는 남제의 황제,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질 수 없었다.조정이 파한 후, 문무백관들은 삼삼오오 모여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찌 된 일인가! 북방이 무너졌다니!”“연합군은 어디까지 쳐들어온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방이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는가!”“황후마마께서 그토록 신중하게 군을 이끌었음에도 동부를 지키지 못했으니, 서부와 남부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겠군.”혼자의 힘으로 십여 개국의 연합군을 막는 것은 결국 무리였던 것일까.많은 대신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황궁 안.궁궐 안에도 불안감이 퍼졌다.후궁들은 벌써부터 눈물을 흘리며 두려워했다.그들은 조묘의 난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성이 무너지고 적군이 들어오면… 우리는 가축과 다를 바 없어요.”“북연은 호랑이 같은 나라라더니… 그들에게 잡히면 끝장입니다.”그녀들은 북연과 대하의 야만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포로가 된다면, 그들에겐 지옥보다 더한 운명이 기다릴 터였다.자녕궁.자녕궁에서도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녕비는 잔뜩 겁에 질린 채 태후에게 물었다.“고모님… 남제는 정말 망하는 겁니까?”태후는 이미 곳곳의 정보를 통해 전황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태평성대에는 꽃이 피지만, 난세에서는 한낱 들풀에 불과하구나…”“내가 널 지키지 못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어서 이 병을 받거라… 들고 있다가 꼭 필요할 때 사용하거라.”그녀는 조용히 손을 뻗어, 작은 약병을 녕비의 손에 쥐어주었다.그 의미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녕비의 손이 떨렸다.그녀는 약병을 쥔 채, 눈을 뗄 수 없었다.“고모님…”태후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애처롭게 미소 지었다.“내가 너를 궁에 들인 것은 잘못된 선택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2화

    감주에 도착한 봉구안은 역관에 머물렀다.야전에서 장막 생활을 하던 때보다 훨씬 나았다.군영을 순찰한 뒤 돌아온 것은 자시 무렵이었다.그런데 역관의 문 앞에 장순이 앉아 있었다.그녀가 다가가자 장순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황후마마.”봉구안은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담담히 물었다.“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냐?”장순은 옷자락을 꼭 쥔 채 머뭇거렸다.그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늘 의젓하던 아이였지만, 본디 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봉구안은 더 묻지 않았다.“은이, 장순을 집으로 돌려보내라.”한쪽에서 강아지풀을 입에 문 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은이가 장순을 흘겨보았다.봉구안이 멀어지자, 그는 장순의 옷깃을 잡아챘다.“야, 솔직히 말해라. 혹시 전쟁이 무서워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지?”장순은 얼굴을 붉히며 발끈했다.“아닙니다! 대장부가 어찌 겁을 먹고 도망치겠습니까! 저는 전쟁이 두렵지 않습니다!”그는 지난 전투 동안 군사들과 함께 움직이며 자신을 하나의 병사라 여겼다.조유관 전투에서 백성들을 무사히 대피시킨 봉구안의 결단력에 감탄했고, 그녀를 믿고 끝까지 함께 싸우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어린아이였다.그리고 그에겐 병든 어머니가 있었다.감주의 백성들은 봉구안과 장수들이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황성에 홀로 남은 어머니는 오직 그만을 의지하고 있었다.동쪽 국경이 함락된 지금, 백성들은 불안 속에 어디로든 도망치려 할 터였다.불안한 민심 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안전할까?그는 며칠째 악몽을 꾸었다.한 번이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방 안에는 싸늘한 공기가 감돌았다.12월의 밤, 날씨는 몹시 추웠다.긴 하루를 보낸 봉구안은 녹초가 되었지만, 잠들기 전에 소욱이 보낸 편지를 펼쳐 들었다.내용은 대부분 그녀의 안부를 염려하는 말들이었다.봉구안은 손으로 뺨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 편지를 눌렀다.그러다 점점 졸음이 밀려왔고, 모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1화

    조유관은 이미 무인지경이었다.화살에 꿰뚫린 것은 모두 허수아비였다. 가짜 병사들이었다!단춘의 귓가엔 웅웅거리는 소리가 맴돌았다.길게 쥔 창을 쥔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었고, 분노와 억울함이 차오르며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그는 또다시 남제 놈들에게 농락당한 것이다!그러나 아무도 없을 리가 없었다.조유관은 남제 동부 국경의 중요한 방어선이었다.단춘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제 놈들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란 말인가?정찰병의 보고를 믿을 수 없었던 그는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조유관의 성문이 병사들에 의해 열렸다.단춘은 말을 타고 가볍게 성안으로 들어섰다.그러나 성 안은 텅 비어 있었다.진지도 없었고, 주둔 병사도 없었다.그는 서둘러 성루로 올라갔다.결국 정찰병의 말이 사실이었다.성루에 줄지어 서 있는 남제 병사들은 모두 갑옷을 입은 허수아비였다!수많은 병사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성루까지 올라왔건만, 지금은 서로 멍하니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필사적인 혈투를 각오했건만, 적은 이미 도망가 버렸다.한동안 성벽 위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빌어먹을!"단춘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칼을 뽑아 허수아비를 마구 난도질했다."활이며 병력을 이렇게 허비하게 만들다니! 남제 놈들, 간사하기가 끝이 없구나! 정찰병! 당장 적군이 어디로 숨었는지 알아내라!"부장은 뒤에서 숨을 죽이며 감히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누가 이런 황당한 공성계를 펼칠 거라 예상이나 했겠는가.다시 보니, 성을 점령하려 했던 이쪽 병사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어떤 병사는 성벽을 오르다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또 어떤 병사는 먼저 올라가려다 헛디뎌 짓밟히고 말았다.꼴사납기 짝이 없었다.빈 성 하나를 차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화살과 병력을 낭비한 것인가!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때, 한 병사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장군님! 남제 놈들이 뭔가를 남기고 갔습니다!"단춘은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곳에는 커다란 천 뭉치가 있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00화

    대하 황제는 단춘의 서신을 받은 뒤 즉각 명령을 내려 추가 병력을 조유관으로 보내게 했다.한 달 후, 네 나라의 증원군이 조유관 외곽에 집결하였다. 병력은 기존의 두 배에 달했다.20만 대군이 성문 앞에 모여드는 모습은 검은 물결처럼 보였고,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군대를 이끄는 단춘의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그는 오래도록 자신들을 비웃어 온 남제인들을 반드시 꺾어버리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있었다."활과 석궁을 준비하라!"석궁을 담당한 병사들이 앞으로 나와 무기를 거치하고, 조유관 성벽을 겨냥했다.석궁은 일반 활에 비해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이 높았으며, 나무 지렛대를 이용해 줄을 당기고 발사하기 때문에 조작이 간편했다.그러나 석궁 제작 과정은 상당히 까다로웠다.부품의 평탄도, 탄성 조절, 조준 장치, 발사 장치 등 모든 부분에서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었다.석궁 한 자루를 만드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화살이 빗나가지 않도록 정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특히 전장에 투입되는 석궁은 더욱더 정밀하고 견고해야 했다.대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석궁 장인들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였다.다른 나라들은 석궁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든 병사에게 석궁을 익히게 할 만큼의 인내와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이로 인해 대하의 석궁 전법은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단춘의 명령만 떨어지면 성벽 위 남제 병사들은 벌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부장이 두 손을 모아 단춘에게 외쳤다."장군! 석궁 대열 준비 완료! 언제든 공격 가능합니다!"양쪽에는 일반 석궁이 배치되었고, 중앙에는 대형 석궁이 자리 잡았다.이 대형 석궁은 60명이 힘을 합쳐 축을 돌려야 하는 거대한 무기였다.단춘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그는 손을 휘둘러 단호히 외쳤다."공격하라!"순간 석궁에서 화살이 한꺼번에 발사되었다.그 화살비는 일반 활에서 쏜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마치 새 떼가 하늘을 뒤덮은 듯, 혹은 메뚜기 떼가 들판을 덮은 듯, 검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99화

    대하 사국 연합군은 조유관을 이미 손에 넣은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단춘은 통쾌한 듯 술 한 사발을 마시고는 노래를 불렀다."조유관, 조유관, 만 리 장풍이 슬픈 손님을 보내는구나! 곧 이곳은 대하의 조유관이 될 것이다!"그날 밤, 단춘은 황제에게 상세한 전황을 보고하며 동방 공격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추가 병력을 요청했다.다른 세 나라도 본국에 추가 병력을 요청하며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남제의 화룡탄이 떨어졌으니 이제 겁날 것이 없었다.아무리 봉구안이 뛰어난 무예를 가졌다 해도 병력이 부족하면, 솥에 쌀이 없듯 능력이 무의미할 뿐이었다.단춘의 눈에는 승리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활과 석궁을 준비하라!""예, 장군!"그때, 한 다른 나라의 장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단 장군, 북연이 먼저 남제를 공격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먼저 조유관을 공격하는 것이 너무 성급한 건 아닙니까?"단춘은 크게 웃으며 결정을 내렸다."북연이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남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남제의 병력 배치를 이미 파악했으니, 동방 병력이 부족할 때 행동하는 것이 맞다.""그들이 대군을 파견하거나 화룡탄을 다시 생산하기 전에 움직이지 않는다면, 조유관을 공격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단춘의 결단에 장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상황에 맞게 전략을 변경하는 것은 타당한 선택이라는 데 반대 의견은 없었다.하지만 일부 장군들은 계속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그 이유는 바로 동방에 주둔한 사령관 봉구안 때문이었다.그녀는 여성이자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을 지휘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다.수많은 전투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적을 물리친 기록이 많았고, 양 나라와 북연 모두 그녀의 손에 큰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었다.특히 양나라는 그녀에게 철저히 패배해 남제의 속국으로 전락한 상태였다.이런 상대를 과소평가했다가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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