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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776 챕터

제611화

임육은 노련한 도박꾼이라 상대방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청년은 눈빛이 차갑고 깊어 보였으며, 마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함을 지닌 것 같았다.임육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돼지우리, 미끄럼구덩이, 아니면 허리 맞추기 중에 뭐로 할까?”돼지우리는 네 개의 주사위를 사용하고, 미끄럼구덩이는 세 개를 사용하며, 허리 맞추기는 여섯 개 중 특정 방식으로 노는 것을 뜻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봉구안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미끄럼구덩이로 하자구나.”임육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좋지. 미끄럼구덩이.”말을 마치고 나서 임육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젊은이, 주사위를 많이 굴려본 적은 없겠구먼?”봉구안은 가면 아래로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상대의 의도를 탐색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시합이 시작되었고 삼세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하지만 임육은 자신의 도박 기술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젊은이, 세 판 중 한 판이라도 나를 이길 수 있다면 그 판을 네가 이긴 것으로 하지.”임육은 손가락을 풀며 느긋하게 주사위 통을 들었다. 몇 번 흔들어 세 개의 주사위를 통 안에 넣었다.그의 손목이 돌면서 주사위가 통 안에서 맑은 소리를 냈다.과연 ‘광도선’이라는 이름답게, 그의 손놀림은 신출귀몰했다.봉구안은 모든 감각을 집중하며 특히 귀를 곤두세웠다.주사위 통이 탁자 위에 놓였다.임육은 악의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이긴다면, 네 팔 하나를 가져갈 것이다.”그리고 통을 열자, 주사위는 3, 4, 5가 나왔다. ‘화순’이었다.봉구안은 그가 여유롭게 일부러 실력을 감춘 것을 알 수 있었다.이번엔 봉구안 차례였다.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사위 통을 들었지만, 몇 번 흔들고 바로 통을 내려놓았다.통을 열자, 임육의 일행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1, 2, 3! 소부도, 벌칙이네!”임육은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리며 탁자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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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세 개의 주사위 중 어느 하나도 부서지지 않았다.하지만…세 개의 주사위 중 열여덟 면의 숫자가 모두 사라지고, 매끈한 표면만 남아 있었다.“뭐야. 숫자가 다 사라졌잖아?”아까까지 시체를 처리하던 노인이 불쑥 나서며 말했다.“숫자가 전부 사라졌다고?”임육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눈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그 주사위는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보물이었다!“이놈을 죽여버릴 것이다!”소욱이 바로 나섰다.임육의 목덜미를 거칠게 움켜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겠다고? 죽고싶어?”봉구안이 차분히 말했다.“말한 대로 주사위를 부순 적은 없지 않느냐? 결과를 인정하거라.”임육은 목이 졸린 채로도 봉구안을 향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이 망할 녀석아!”노인이 임육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됐네, 패배를 그만 인정하거라.”그는 다시 봉구안과 소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두 사람은 이만 위층으로 올라가거라.”그제야 소욱은 임육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봉구안은 이 노인이 이 층의 진정한 실권자임을 알아차렸다.그의 말은 묵직한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봉구안은 그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며 물었다.“혹시 망서화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노인이 살짝 미소 지었다.“들어본 적이 없네. 이 층엔 꽃이나 풀 같은 건 본 적이 없어.”봉구안은 그러면 됐다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임육은 숫자가 사라진 주사위를 쥔 채, 땅에 주저앉아 혼이 빠진 듯 멍하니 있었다.노인은 두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고개를 저었다.“경솔했구만.”젊은이의 도박 실력은 임육만 못했으나, 주사위 소리를 구분하는 모습만 봐도 그녀가 신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첫 두 판은 일부러 져 주었다.세 번째 판에서 작은 점수를 내겠다고 한 순간, 임육의 승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었다.도박은 열 번 하면 아홉 번은 잃는다고 한다. 잃는 것은 단지 돈과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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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바둑판 위에는 핏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승려의 두 발은 잘려 나갔고, 그의 눈은 분노와 공포로 뒤집혀 있었다.소욱은 칼을 든 채 서서, 잔인하고 난폭하게 웃었다.“계속 수를 두어 보거라.”봉구안조차도, 소욱이 이렇게 잔혹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이 대국을 끝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바둑의 흐름이 어긋나지 않도록 유지하면서도, 승려의 두 발을 잘라냈다.주변의 사람들은 이 광경에 격분하여 들고일어났다.봉구안은 냉소하며 말했다.“뭐야, 지는 걸 못 참겠다는 것이냐?”이 한마디는 그들의 남아 있던 자존심을 건드렸다.승려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놈들을 보내라!”이렇게 해서, 그들은 가볍게 두 번째 층을 통과했다.그들이 떠난 뒤, 승려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 옆으로 물러섰다.승려는 냉랭하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사층 위부터가, 구중탑의 진정한 꽃이라 할 수 있지...”…반 시진이 지난 후였다.쾅!봉구안은 내팽개쳐져, 등을 벽에 부딪혔다.소욱은 두 눈으로 이를 똑똑히 보면서도 손을 쓰지 못했다.왜냐하면, 이것이 네 번째 층의 도전 규칙이기 때문이었다.도전자는 눈을 가리고 맨손으로 근접 전투를 해야만 했다.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이긴다면, 그들은 통과할 수 있었다.하지만 규칙을 어기면, 그들의 적은 무려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될 터였다.소욱은 깊이 고민한 끝에 감정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위급한 상황일수록,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되는 법이었다.더군다나, 봉구안은 전장을 수없이 경험한 사람이었다.그녀가 이렇게 쉽게 패배할 리 없었다.소욱의 눈빛은 점차 차갑게 변했다.봉구안의 상대는 건장한 거구의 남자였다.그녀는 유사한 적을 만난 적이 있었다. 예컨대, 양나라의 ‘괴두’라 불리던 자가 그러했다.하지만 이 자는 괴두보다 훨씬 건장했고, 공격 속도도 빨랐다.더군다나 그는 눈을 가리지 않았다.시야를 차단당한 봉구안은 단시간 내에 적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했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며 소리를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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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방금 전, 구중탑의 입구가 열렸을 때, 모두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진한길은 단정이 옳다고 생각했다.입구가 열릴 수 있다면, 당연히 안에 있던 사람들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그러나 남산왕은 냉소하며 말했다.“그렇게 간단했다면, 구중탑이 구중탑이라 불렸겠느냐.”“구중탑의 입구는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문제가 아니다.”“지금 너희가 본 것은 외문이지.”“그 안에는 내문이라는 것이 또 있느니라.”“보통 외문이 닫혀 있으면, 내문은 열린 상태일 것이다. 허나 외문이 열리면, 내문은 먼저 닫히고, 내외문 사이에는 단방향 만화살 진법이 작동하지…”“그걸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진한길은 구중탑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는 남산왕에게 간청했다.“남산왕 전하, 제발 입구를 열어 주십시오. 저희가 들어가 황제 폐하를 보호하겠습니다!”남산왕의 시선은 차가웠다.“안 된다.”규칙은 어길 수 없었다.진한길은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았다.하지만 남산왕은 한 번 당해 본 터라, 이미 방비를 마친 상태였다.그의 한마디 명령에 십이사명이 나타나, 진한길과 그의 호위병들을 철저히 막아섰다.남산왕은 냉정하게 말했다.“탑에 들어가려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십이사명조차 이기지 못하면, 탑에 들어가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진한길은 남산왕의 이런 고지식함이 이해되지 않았다.“남산왕 전하, 황제 폐하께서 위험에 처하셨습니다. 이럴 때 규칙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단정은 거침없이 말했다.“규칙을 어길 만한 실력이 없는게 아니겠습니까.”봉구안도 결국 남산왕을 협박해서 들어가지 않았던가.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천룡회 사람들.단정은 확신했다. 남산왕이 십이사명을 제압할 힘이 있었다면, 그 역시 규칙을 어겼을 것이다.진한길의 표정은 냉랭해졌다.“남산왕 전하, 전하께서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소인도 감히 전하께 무례를 범하겠습니다!”단정은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비웃듯 말했다.“뭘 그리 길게 말하십니까. 그냥 처리하면 될 일입니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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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봉구안은 손에 쥔 깨진 가면을 한 번 보고는 가볍게 내려놓았다. 이미 쓸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얼굴을 가릴 수 없었으나, 그녀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겨 제6층으로 향했다.뒤편에서, 그녀에게 패배한 남자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내가… 내 내공 절반을 빼앗기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그제야 봉구안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내공의 일부를 잃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이겼다.앞으로 네 층만 더 오르면 단회욱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이은 싸움에 그녀는 몸이 너무 지친 상태였다.소욱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잠시 쉬거라.”그러나 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곧…”소욱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쳐서 잠시 그녀를 기절시켰다.그는 그녀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계속 싸운다면, 아홉 번째 층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녀는 탈진하여 목숨을 잃을 터였다.그는 기절한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네가 필요 없다고 해도, 가끔은 나에게 기대도 괜찮지 않겠느냐.”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봉구안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돌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소욱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손등은 특히 끔찍했다. 살갗이 벗겨져 하얀 뼈마저 드러나 있었다.봉구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폐하… 어찌하여… 여긴 대체 어딥니까!”소욱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여기는 제8층이다. 마지막 층을 앞두고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았다.”“폐하 혼자서 8층까지 올라왔다고요?” 봉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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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봉구안이 고개를 돌려 소욱을 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소욱의 새까만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어두웠다. 부상을 입은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앉은 그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곧이어 그는 단검을 붓 삼아 땅 위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봉구안은 그 곁에 앉아 그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선들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것이 지도임을 알아차렸다.소욱은 이 나라의 군주답게 남제의 강산 지리에 능통했다.그는 붓 대신 칼을 들고도 능숙하게, 경계선이며 성곽, 산맥과 호수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그려냈다.그녀는 그가 왜 이런 걸 그리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부상 탓에 그는 지도의 반쯤을 그리다 기운이 달린 듯 힘들어 보였다.봉구안이 그의 몸을 부축하며 나직이 말했다.“나머지는 제가 그리겠습니다.”봉구안은 강호를 떠돌며 산천초목을 두루 보아왔다.군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국가의 지형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였다.소욱은 그녀를 믿고 단검을 건네주었고, 이후 그는 다시 벽에 기대며 가슴을 감싸 안고 힘겹게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두 시진이 지나고 봉구안이 지도를 완성했다.그녀는 돌아보며 물었다.“이제 되었습니까?”소욱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한 폭이 더 남았다.”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그는 비범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그림을 그렸다.봉구안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이건… 선성이 아닙니까?”소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선성에 숨겨진 보물의 지도다.”그는 말하며 단검을 선성의 특정 위치에 꽂았다.봉구안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보물이 이곳… 요호에 있다는 말씀입니까?”소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맞아. 요호는 300년 넘게 존재했지. 하지만 남제는 겨우 200여 년 전 건국되었는데, 태조 황제가 어떻게 호수 속에 보물을 숨겼겠느냐?”봉구안이 고개를 숙여 깊이 생각에 잠겼다.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보물을 호수에 묻으려면 호수를 완전히 비우고 물을 다시 채워야 한다.그렇게 큰 움직임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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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봉구안은 원래 쓰던 가면이 깨져버려 다른 이의 가면을 대신 쓰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형에 조금 맞지 않아 그녀의 얼굴이 유난히 좁고 작아 보였다.소욱은 살기를 가득 담은 얼굴로 중앙에 있는 이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양연삭은 가부좌 자세로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쨌든 그의 곁에는 다섯 명의 왕이 그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다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 벌어졌다.봉구안이 뒤에서 기습을 가해 은침 하나를 소욱의 뒷목에 꽂았다.소욱은 검을 쥔 채 동작을 멈추더니 믿기 힘든 듯 뒤를 돌아보았다. 배신감에 휩싸인 표정이었다.“네가 어째서…”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그가 들고 있던 검 역시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한 채 쓸모없는 쇳덩이에 불과했다.천룡회의 다섯 왕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무슨 상황이지?양연삭은 쓰러진 황제를 한 번 보더니 봉구안을 다시 바라보았다.봉구안은 쓰러진 소욱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저는 소환이라 합니다.”자룡왕은 분노에 찬 냉소를 터트렸다.“소환? 네가 감히 여기에 나타나다니! 우리가 누군지 알기는 하느냐?”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에 든 무기를 봉구안의 목에 들이댔다.그러나 그녀는 피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압니다. 여러분들은 천룡회의 사람들이지요.”“예전에 우리 천룡회를 멸망시킨 자가 바로 너구나. 오늘, 네놈을 당장 죽여, 천룡회 일원들의 복수를 할 것이다!”자룡왕이 곧바로 공격하려던 찰나, 봉구안이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저를 죽이신다면, 여러분은 보물을 찾을 가능성이 더더욱 없어집니다.”“멈춰라.”양연삭이 직접 말을 꺼냈다.자룡왕은 즉시 공격을 멈췄다.“네놈,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봉구안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자룡왕을 지나쳐 교주 양연삭을 향해 말했다.“여러분처럼 저 또한 이번에 구중탑에 들어온 것은 남제 태조 황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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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그녀더러 소욱을 죽이라니?봉구안의 손바닥이 서늘해졌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양연삭에게 되물었다.“이 탑에서 나갈 방도가 있습니까?”말인즉슨, 황제가 그 비밀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양연삭은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황제를 당장 죽여라.”봉구안은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 소욱을 보호하며 말했다.“보물과 황제, 둘다 필요합니다.”자룡왕은 이미 몸을 가누고 일어서며 양연삭에게 외쳤다.“교주님, 이건 계략입니다! 소환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양연삭은 봉구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봉구안은 태연하게 고백했다.“저는 소수자입니다. 미남을 좋아하죠. 황제는 제가 아직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만약 황제를 죽이신다면, 여러분 중 누가 이보다 나은 장난감을 저에게 보상해 주시겠습니까?”그녀는 말하며 시선으로 오왕을 훑었다. 마치 물건을 고르듯, 눈빛은 방자하고 조롱기가 섞여 있었다.“참고로, 저는 자극적인 놀이를 좋아합니다. 당신들 중 감당할 자가 있다면, 나이가 좀 많더라도 상관없습니다.”그 말에 자룡왕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양연삭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길을 안내하거라.”봉구안은 마치 아쉽다는 듯 오왕을 흘낏 보았으나, 그들 중 누구도 그녀의 시선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양연삭은 탑의 제9층에서 떠나지 않고, 자룡왕과 적룡왕에게 봉구안을 따라가라고 명령했다.봉구안은 그들을 탑의 5층 돌계단까지 데려갔다.그러고는 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았다.그녀는 눈앞의 돌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입니다.”자룡왕과 적룡왕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즉시 봉구안을 죽이려 하였다.그러나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기억이 잘못되었습니다. 아마도 한 층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자룡왕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옷깃을 붙잡았다.“소환, 경고하겠다. 잔꾀 부리지 말거라!”봉구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교주님께서는 보물의 절반을 줄 만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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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봉구안이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적룡왕과 자룡왕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그 자들 가운데 두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너희들, 저 둘의 옷을 입고 변장하거라.”악인들은 봉구안의 명령에 불만이었지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또 그 소위 보물이라는 걸 위해서 일단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곳에 갇힌 자들 대부분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아예 구중탑에 갇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흉내 내는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옷을 갈아입고, 가면을 쓰자 꽤 그럴싸한 모습이 되었다.잠시 후, 그들은 봉구안을 따라 다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양연삭은 그곳에서 명상을 하며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뜨며 그들을 노려보았다.변장한 자룡왕이 나서서 예를 표했다.“교주님, 조사해본 결과 뜻밖의 장소였습니다. 바로 다섯 번째 층 바닥에 보물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어쩐지 다른 층보다 훨씬 두텁더니…”양연삭은 그들의 몸에 묻은 피를 보며 차갑게 시선을 내리깠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저들을 죽이려 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제가 교주였다면 저 자들을 당장 없애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말한 위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겠습니까…”그 말은 은근히 협박의 뉘앙스를 풍겼다.양연삭은 그녀를 깊이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충분한 인원을 소집하여 당장 땅을 파거라.”“알겠습니다, 교주님!”봉구안이 제안했다.“외부인을 믿을 수 없으니…”“다섯 번째 층의 모든 이를 몰아내고 저희 손으로 직접 파는 게 어떠십니까?”양연삭의 음성이 날카롭게 변했다.“저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그의 차가운 자신감은 무적의 내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말이 끝나자, 그는 갑자기 기세를 폭발시키며 강력한 힘을 봉구안에게 발산했다. 기류가 즉시 감옥처럼 형성되어 그녀를 가뒀고, 그녀의 몸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동시에 진기가 새어나가기 시작했다.그것은 양연삭의 만건성법이었다! 그는 그녀의 내공을 빼앗으려 했다.양연삭의 눈빛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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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소욱은 위층으로 달려갔다. 계속 달려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그는 아래로 내려가는 쪽이 생존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래로 내려가면 봉구안에게는 아무런 살길이 남지 않았다.첫째, 그녀는 자신보다 체구가 작고 경공이 뛰어나 내문을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어 탑을 나갈 가능성이 높았다.둘째, 탑을 나간 뒤에는 남산왕을 설득해 탑을 부숴야 했다. 만약 탑 안에 남는 사람이 봉구안이라면 남산왕은 그녀의 생사를 아랑곳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그곳에 갇혀 있는 사람이 황제인 자신이라면 남산왕도 어느 정도는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결국 봉구안은 탑을 나간 뒤의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녀는 그저 자신이 살기보다는 그를 살리는 데만 온 힘을 쏟았다. 심지어 단회욱과 함께 죽을 각오까지 한 듯했다.그런 그녀의 뜻을 소욱이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는가!…봉구안은 빠르게 1층까지 내려갔다.상황이 이지경에 이르렀으니, 시간은 더욱 촉박했다.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구중탑은 오직 들어올 수만 있고 나갈 수는 없는 구조였다. 입구가 곧 출구였다.탑을 나가려면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소욱이 탑에 들어온 이상, 진한길과 그 일행은 필사적으로 탑 안으로 들어와 그를 지키려 할 것이다.그러니 문은 언젠가 열릴 터였다.봉구안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이제 남은 건 하늘의 뜻이었다.그때였다. 2층에 있던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젊은이, 여기서 나갈 수는 없다. 이 구중탑에는 문이 두 개지.”“바깥 문이 열리기 전에 안문이 먼저 닫혀버리는 구조라네.”“가끔 머리를 굴려서 안문 바깥에 미리 서 있으면 괜찮을 거라 착각하는 자들이 있더군.”“하지만 그곳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안문의 기계 장치를 작동시키게 되지…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거라.”봉구안은 바닥을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녀는 이미 5층에서 악인들에게서 들은 바 있었다. 이 바닥에는 하중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위에 사람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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