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00 챕터

제81화 채림의 목적

채림은 강원이 일찍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집사인 송혜련을 잡고는 꼬치꼬치 캐물었다.“송 집사님, 혹시 삼촌이 무슨 음식 좋아해요?”“문 대표님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어요. 저도 주의 깊게 살펴봤는데 제가 뭘 하든 매번 몇 입은 꼭 드세요. 딱히 좋아한다고 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가리지도 않는 것 같았어요.”‘뭐야? 본인이 무슨 황제라도 되는 줄 아나? 누가 독이라도 넣었을까 봐 그러나?’채림은 속으로 비방하며 다시 물었다.“그럼... 취향도 없나요?”“굳이 말씀드리자면 국물을 좋아하세요. 윤 선생님이 보신용이라면서 레시피까지 주며 당부한 거라 항상 두 그릇은 드시거든요.”송혜련은 진지하게 분석했다.“알았어요. 오늘 주방은 저한테 맡기고 다들 가서 다른 일 보세요.”채림은 주방에 있던 집사와 도우미를 모두 내보내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꺼내 레시피를 검색했다. 그러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요리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결국 채림은 핸드폰을 꺼내 백씨 가문에서 몇 년 동안 도우미로 일했던 양미옥에게 전화했다. 양미옥은 전화로 채림에게 이것저것 전수하며 요리를 가르쳐 주었다.한편 채림이 여전히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민해란이 퇴근해 집에 돌아왔다. 양미옥은 이미 풍성한 한 상을 차려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민해란은 진수성찬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오늘 무슨 날이에요? 뭐가 이렇게 풍성하죠?”“사모님, 아가씨께서 마음에 둔 분이 생긴 것 같아요.”양미옥은 모든 음식이 원격으로 채림을 지도하면서 만든 거라고 설명했다.‘한 번도 부엌에 들어간 적 없던 애가 직접 국을 끓인다고? 어쩐지 얼마 전에 집에서 나가더라니. 역시 딸은 크면 잡아둘 수 없다니까.’민해란은 속으로 감탄했다.한편.“송 집사님, 삼촌은 대체 언제 돌아와요?”맛있는 음식을 준비한 채림은 식탁 앞에 앉아 식어가는 음식을 보며 풀이 죽어 말했다.그러자 송혜련도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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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뭘 아쉬워하는 거야?

더 먹을 필요가 있나? 속에 화가 들어차 배부른 느낌인데!지후는 휠체어를 돌리며 채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채림은 얼른 그 뒤를 따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물었다.“그럼... 윤재 씨 모델 건은...”지후는 고개를 홱 돌려 차가운 눈으로 제 뒤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앞으로 직접 요리할 필요 없어요. 부담스러우니까.”채림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지후의 그윽한 눈빛과 차가운 말투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종국엔 지후의 변덕스러움에 대한 요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고는 속으로 감탄했다.지후는 엘리베이터에 앉아 곧장 서재로 올라갔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아까의 화가 이미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이에 그는 곧장 강현에게 전화해 물었다.“윤재 매니저는 홍보모델 기획안이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사실 아무 문제 없어요.”강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럼 왜 퇴짜 줬는데?”회의실에서 채림이 사람들한테 공격받던 모습을 떠올린 강현은 순간 그녀가 안쓰러워졌다.“아마 더 치밀하게 하려는 거 아닐까요?”강현이 다시 대답했다.“치밀한 건 문제 되지 않아. 하지만 없는 문제를 만들어 내면 문제 되지! 본인들 주제를 알게 해.”지후는 말을 마친 뒤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잠시 뒤.채림도 침실로 돌아갔다.결국 반나절이나 들여 준비한 음식을 지후는 고작 몇 입만 먹고, 문제는 문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채림은 한숨을 푹 쉬며 침대에 벌러덩 넘어졌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니 순간 좌절감이 들었다.그때 서재에서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뭔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는 것처럼.채림은 흠칫 놀라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 곧장 서재로 들어갔다.“삼촌.”채림은 다급히 서재 안 욕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지후의 다리가 채 낫지 않았는데 또 넘어져 더 다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한편 이제 막 목욕을 끝낸 지후는 갑자기 저를 부르는 듯한 채림의 목소리에, 허리에 타월을 채 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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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희생양

“갑자기 친정에 간다고요?”지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채림의 뒤에서 들려왔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채림 씨를 괴롭힌 줄 알겠어요.”‘아닌가?’채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우미들도 있는 앞에서 그녀는 지후와 논쟁하고 싶지 않아 말을 돌렸다.“무슨 그럼 말씀을. 오늘 제 어머니 생일이에요. 집에 같이 있어 드리려고 가는 거고요.”말을 마친 채림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지후도 한참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 보니 그가 채림에게 줬던 진주 왕관은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테이블 귀퉁이에 올려져 있었다.‘진주 왕관이 아버지가 생전에 어머니한테 주고 싶어했던 거라면서. 내가 준 게 그렇게 싫나?’지후는 눈빛이 차갑게 식더니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사람은 피할 수 있어도, 일은 피할 수 없기에 채림은 여전히 윤재의 홍보 모델 건을 따내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 저를 가둔 채 이 잡듯 결점을 찾아내 기획안을 수정했다.점심 시간, 권경민은 채림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백 대표님, 혹시 시간 있으세요?”“무슨 일이죠?”채림이 물었다.“아직 식사 안 하셨으면 먹으면서 얘기하죠.”경민의 초대에 채림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경민을 따라 회사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백 대표님, 향수 협회가 아직 DL그룹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핵심 인물을 찾아내지 못했다면서요?”식사하는 도중에 경민이 물었다.그러자 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변형빈도 참 똑똑한 게, 기획안 도난 사건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 송현호가 접촉한 사람은 변형빈 비서라, 변형빈은 아예 제 비서를 희생양으로 내세웠어요. 그런데 협회에서 뭘 어쩌겠어요? 변형빈을 가리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데.”“그리고 또 들리는 데 의하면, 상반기 향수 협회 세미나 개최를 DL그룹에 맡겼다더라고요. DL그룹이 잘못을 저지른 게 그렇게 확실한데, 왜 DL그룹에 맡기는 거죠? 대표님은 기회를 쟁취할 생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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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젊은 남자가 그렇게 좋나?

그날 오후, 채림이 더 이상 수정할 곳이 없는 기획안을 붙들고 골머리를 앓았다. 그때, 놀랍게도 윤재의 모델 계약이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그뿐만 아니라 윤재의 팀은 마침 BM그룹 인근 스튜디오에서 잡지 표지를 촬영하고 있다며, 채림더러 기획안을 가져와 광고 촬영 방안을 논하자고 했다.그 소식에 채림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먹구름은 순식간에 걷혔다. 그녀는 두말없이 광고를 기획한 두 직원을 데리고 기획안을 챙겨 스튜디오로 건너갔다.스튜디오 안, 번쩍이는 플래시 앞에서 윤재는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걸어 다니는 자석처럼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 여성들의 시선을 모두 제 쪽으로 끌어들였다. 심지어 그가 포즈를 바꿀 때마다 절제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윤재 씨 이미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눈빛은 정말 성적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졌어요. 진짜 천생 연예인이 따로 없다니까요.”사진작가는 윤재 매니저 채시안을 향해 감탄했다.그 칭찬에 시안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 마침 직원을 데리고 나타난 채림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여긴 어쩐 일이죠?”“윤재 씨 보러 왔어요.”그래도 처음 하는 콜라보다 보니 채림은 애써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흥!”하지만 시안은 채림을 언짢은 듯 노려봤다.“보러 왔다고요? 윤재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BM그룹 사람들은 이렇게 남의 일을 방해하나 보죠? 기본 예의도 없어요?”채림의 뒤에 있던 두 여직원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발끈하며 앞으로 나갔지만, 채림이 손을 내밀며 두 사람을 막아섰다.“일 방해하러 온 거 아니에요. 예의상 20분 일찍 도착한 것뿐이에요. 저희 밖에서 기다리다가 20분 뒤에 다시 광고 촬영 건을 논하러 올게요.”“뭐요?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채림이 뒤돌아 떠나려고 할 때, 시안이 뒤에서 비아냥거렸다.“기획안도 통과하지 못하고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으면서, 우리 윤재더러 그쪽을 위해 일하라고요? 누가 동의했는데요?”채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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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생일

이튿날은 채림의 어머니, 민해란의 생일이었다.민해란이 크게 축하 파티를 여는 것보다는 모녀가 집에서 도란도란 얘기나 하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채림은 반나절 휴가를 내고 양미옥과 함께 어머니 생일상을 준비했다.그날 저녁 민해란이 퇴근하고 돌아오자 채림은 미안한 듯 말했다.“엄마, 원래는 깜짝선물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사고가 좀 생기는 바람에 준비 못 했어요... 하지만 엄마가 보상해 주려고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했어요.”“네가 엄마랑 같이 생일 쇠는 것만으르도 나는 기뻐.”민해란은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지난 2년 동안 두 사람은 늘 각자 바삐 보냈다.“작년 네 생일 때 엄마가 돌아와서 같이 축하해주지도 못했는데.”“앞으로 제가 회사 일 도와드리면, 엄마는 그렇게 바삐 보내지 않아도 돼요.”채림은 웃으며 말했다.두 모녀가 한창 대화하다 보니 주제가 점차 업무 얘기로 흘러갔다. 그러다 BM그룹 의료 라인이 최근 해외에서 공급처를 찾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왔다.“그동안 윌리엄 가문의 해외 물류 회사와 접촉을 시도해 왔거든. 상대방도 동의해서 세부 사항을 노해보자는 말까지 오갔는데, 이번에 가보니 태도가 싹 바뀌었더라고.”민해란은 말하다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윌리엄 가문?’채림은 예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아마 저 때문일 거예요. 제가 미스 글로벌 파티에서 윌리엄 공작의 딸 그레이스와 모순이 좀 있었거든요.”“그랬구나.”민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아귀가 들어맞았다. 하지만 딸이 자책하자 민해란은 이내 위로했다.“괜찮아. 윌리엄 가문 말고도 동방그룹 쪽과도 연락했어. 동방그룹도 해외에 체계적인 공급업체가 있어 이틀 뒤 J시에 직접 방문할 예정이거든. 그쪽에서 협력하기로 하면 오히려 윌리엄 가문과 손잡는 것보다 BM그룹에는 더 나아.”“J시?”채림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저도 마침 며칠 뒤 J시에서 열리는 향수 업계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인데 같이 가요.”“좋지.”민해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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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왜 날 이렇게 도와주지?

‘원 씨?’민해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를 안으로 들이라고 하자 백성호는 옆에서 비아냥거렸다.“백채림한테 친구는 무슨! 보나 마나 같잖은 것들이겠지!”미처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쏘아대지도 못했는데, 백성호의 시선 속에 웬 남자가 들어왔다. 그 사람을 본 순간 백성호는 얼른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원... 원 실장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H시에서 문지후를 직접 본 사람은 드물지만 대부분 사람이 원강현의 얼굴은 본 적 있다.원강현은 MS그룹의 비서 실장이라, 회사 내의 수많은 결정적 업무는 원강현이 나서서 대신 처리할 때가 많다. 상대가 그 정도 인물이니 백성호는 평소 연줄을 대지 못해 늘 안달 나 있었다.“민 여사님, 이건 여사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강현은 담담하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와서는 채림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 이윽고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벨벳 상자를 민해란에게 건네며 공손히 말했다.“너무 예의 차릴 거 없어요.”민해란도 딸의 친구가 원강현일 줄은 몰랐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선물을 받아 들고 대답했다.“원 실장님, 남아서 식사라도 하고 가요.”“아닙니다. 따로 볼 일이 있어서요. 선물은 이미 전했으니,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강현은 내내 격식에 맞게 행동했다. 민해란도 그를 억지로 붙잡지는 않았다. 그저 강현이 가겠다고 하자 얼른 손을 뻗어 채림을 밀면서 말했다.“그럼 네가 가. 가서 좀 데려다주고 와.”채림은 잠깐 멈칫했다. 그녀는 어머니를 혼자 이곳에 두고 다녀오기 싫었다. 그도 그럴 게, 항상 저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백성호가 있었으니까. 채림은 아예 대놓고 물었다.“셋째 삼촌도 할 말을 다 했고, 축하할 마음도 없으니 제가 같이 배웅해드리죠.”강현은 채림의 뜻을 알아차렸기에 백성호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시죠.”강현까지 나서 말하자 백성호는 떠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그는 공손하게 강현에게 먼저 인사했다.“원 실장님 존함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직접 찾아뵙죠.”이 기회에 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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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보물단지

레이먼은 노파심에 방씨 가문 파티에서 절대 말썽을 부리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방은솔은 잘 구슬릴게. 하지만 백채림은 벌레만도 못한 여자야. 나한테 설마 벌레를 밟아 죽일 권리도 없다는 거야?”레이먼은 이 상황이 너무 난감했다. 하지만 자기 아가씨가 불만을 먼저 백채림한테 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니까.하지만 그레이스가 장식용 바위를 지나 확인했더니 채림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방씨 가문 정원은 너무 컸다. 저택은 3층짜리 한옥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방은솔은 오뜨꾸뛰르를 걸친 채 방민수 팔짱을 끼고 그중 한 정자 안에 서 있었다.“이번에 큰 재난을 겪었으니, 아빠는 우리 딸이 이번 일을 계기로 남은 인생은 평안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방민수는 막내딸을 참 소중하다는 듯 바라봤다. 그는 평생 동방그룹을 정상에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쉬운 걸 꼽자면 바로 자식들한테 못 해준 게 너무 많다는 거였다.특히 막내딸 은솔은 천성이 순진하고 착해 이번에 경쟁사가 그 틈을 노릴 수 있었다. 심지어 그 악독한 사람들이 글쎄, 은솔을 산지로 납치했다. “너를 납치한 사람은 이 아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아.”방민수의 눈에 분노가 드리웠다.“아빠, 걱정하지 마요. 저 꼭 행복할게요.”은솔은 아버지 마음을 헤아린다는 듯 위로했다.“그 사람들은 법적 제재를 받게 놔둬요. 절대 원한을 키우지 마요. 그러면 아빠만 다쳐요. 보세요, 아빠가 제 생명의 은인한테 10자리 수 사례금을 드린다고 했는데도, 그분은 나타나지 않았잖아요. 심지어 이름도 밝히지 않았어요. 우리도 그분을 따라 배워 원한에 너무 목매지 말아야 해요.”“하하.”방민수는 호탕하게 웃었다.“우리 딸 다 컸네!”은솔도 덩달아 웃었었다. 하지만 웃으며 무심코 정원을 흘긋거리다가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빠! 저 사람이에요!”“왜 그래?”방민수는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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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방씨 가문 셋째

방씨 가문에는 총 4명의 자녀가 있는데, 막내를 제외한 세 자식은 모두 아들이다. 은솔은 3남 1녀 중 막내라 특별히 예쁨 받고 있다.“역시 총명하네요. 단번에 제 신분을 짐작해 내시고.”흰 셔츠를 입은 남자는 채림에게 다가와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방건욱이라고 해요.”“건욱 씨, 만나서 반가워요.”채림도 우아하고 거침없이 인사했다.건욱은 자꾸만 제 시선을 앗아가는 채림을 빤히 바라보더니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아까 그는 아래층에서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정자 쪽을 바라봤는데, 그 속에 앉아 있는 채림을 보게 된 거다. 여인은 분명 연한 화장에 소박한 차림이었지만 주위에 있는 꽃들과 어우러져 마치 꽃의 요정 같았다. 건욱은 정신을 가다듬고 제가 친히 찾아온 목적을 떠올리며 다급히 물었다.“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백채림이에요.”갑자기 뒤에서 여자의 언짢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셋째 도련님, 눈을 똑바로 뜨셔야 해요. 오늘 파티에 은솔 씨의 무사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도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도 있어요. 절대 넘어가면 안 돼요!”그레이스?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한 채림은 눈썹을 움찔거렸다. 그레이스가 방씨 가문 파티에 참석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는 건 방씨 가문이 해외에서의 지위가 이미 윌리엄 가문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어쩐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했더니 여기 숨어서 남자를 꼬시고 있었네?”그레이스는 채림에게 다가가면서 비아냥거렸다.채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손에 든 차를 내려놓으며 경고했다.“언행에 주의해 주시죠.”“뭐?”그레이스는 만만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에 조금도 봐 줄 마음이 없었다.“왜? 내 말이 틀렸어? 나 방은솔 친구야. 난 초대받았어. BM그룹이 마침 동방그룹과 콜라보 하려고 한다던데 아부하러 온 거 아니야? 초대장도 산 건 아니겠지?”“그레이스 씨, 예의를 지켜주세요.”건욱은 그레이스가 좋은 분위기를 망친 게 못내 언짢았다.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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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뜻밖의 기쁨

방민수가 손을 젓자 뒤에 있던 비서가 프린트한 계약서 두 부를 민해란에게 건넸다.민해란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법무팀에서 가격을 제시할 때 실수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건 아닌가 걱정하며 조항을 샅샅이 훑어봤다. 그런 게 아니라면, 상대가 이렇게 흔쾌히 계약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하지만 계약서를 꼼꼼이 살피고 난 뒤, 민해란은 오히려 더 의아했다.“방 회장님, 이게...”방민수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계약 조항을 조금 수정했어요. 우리의 성의와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동방그룹 측에서 BM그룹에 2퍼센트의 이윤을 양보할게요.”“방 회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왜 이러시죠?”민해란은 이 모든 게 석연치 않았다.“민 회장님 따님이 제 딸의 은인이거든요!”방민수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은솔이 사람들의 놀라움을 뒤로한 채 앞으로 나서서 채림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다들 아마 제가 얼마 전 납치당했다는 걸 알 거예요. 만약 백채림 씨가 아니었다면, 전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아마 지금도 그 산지에서 비인간적인 학대를 받고 있었을지도 모르죠.”“의료팀을 데리고 산지에 자선 행사를 하러 왔던 채림 씨가 마침 납치당한 저를 만나 구해줬거든요. 채림 씨가 저를 구해준 덕에 저는 그곳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어요. 심지어 제가 도망칠 시간을 벌려고 채림 씨는 저 대신 그곳에 남았어요. 채림 씨는 저를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기지를 발휘하여 인신매매 조직을 잡아들였어요.”“하지만 제가 집에 돌아와 은인의 신원을 수소문하고, 고액의 사례금을 내걸면서 보답하겠다고 해도 채림 씨는 끝까지 신분을 밝히지 않았어요. 오늘 이곳에서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면 전 아마 평생 저를 구해준 은인이 누구인지도 몰랐을 거예요.”은솔은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런 일이 있었군요!”“백채림 씨도 참 대단하네요!”“사람을 구하고 이름도 남기지 않았다니.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짜 영웅 아니겠어요?”구경꾼들은 감탄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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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나랑 같이 집에 가요

그레이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끝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방은솔, 너 잘 생각해야 해! 내가 무슨 신분이고 백채림이 무슨 신분인데? 이렇게 나한테 밉보여도 괜찮겠어?”“내 비위를 맞추려고 접근해 와서 아부한 건 너면서. 내가 언제부터 너를 무서워했다고 그래?”은솔은 이미 속으로 확신이 선 듯 대꾸했다. 그러자 방민수도 냉소를 흘리며 귀찮은 듯 말했다.“여긴 방씨 가문 구역이야. 이곳에서 내가 누구한테 어떤 신분을 주는지는 내 마음이야!”“손님 나가신다!”방민수는 우렁찬 목소리로 엄포를 내렸다.그레이스와 레이먼은 쫓겨나기는 죽어도 싫었는지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쭈뼛쭈뼛 도망쳤다.은솔은 채림의 팔을 잡은 채 헤실거리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사실 그레이스와 얼굴 붉힐 것까지는 없었어요. 그레이스는 말만 저렇게 할 뿐이지 나를 다치게 못 해요.”채림의 말에 은솔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니거든요! 제 은인은 채림 씨예요. 그레이스가 채림 씨를 그렇게 대하는 건 저를 난처하게 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러니 망신당해도 싸요!”“맞아요.”방민수는 딸의 말에 동의했다.“장사꾼들은 이익만 따진다지만, 우리 방씨 가문은 도덕도 갖추지 않은 파트너를 곁에 둘 정도는 아니에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즉시 방민수가 BM그룹의 뒤를 봐주려 한다는 걸 알아채고 얼른 민해란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몇몇 회사 대표는 그 자리에서 BM그룹과의 후속 협력을 도모하려고 약속을 잡았다.은솔은 다른 일을 뒤로 한 채 채림을 메인테이블로 끌어와 식사했다. 심지어 식사하는 내내 채림에게 음식을 짚어주며 몸종처럼 굴었다.식사를 마친 뒤, 채림 모녀가 작별 인사를 하자 은솔은 아쉬워하며 끝내 연락처를 추가했다. 그러고는 나중에 시간 날 때 만나서 놀자고 약속했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채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은솔이 지수의 분신 같다고 느껴졌다.두 사람 모두 공주병이 있는 건 물론, 공교롭게도 또 하필 공주의 복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마 채림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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