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채림이 더 이상 수정할 곳이 없는 기획안을 붙들고 골머리를 앓았다. 그때, 놀랍게도 윤재의 모델 계약이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그뿐만 아니라 윤재의 팀은 마침 BM그룹 인근 스튜디오에서 잡지 표지를 촬영하고 있다며, 채림더러 기획안을 가져와 광고 촬영 방안을 논하자고 했다.그 소식에 채림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먹구름은 순식간에 걷혔다. 그녀는 두말없이 광고를 기획한 두 직원을 데리고 기획안을 챙겨 스튜디오로 건너갔다.스튜디오 안, 번쩍이는 플래시 앞에서 윤재는 열심히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걸어 다니는 자석처럼 반경 몇 킬로미터 이내 여성들의 시선을 모두 제 쪽으로 끌어들였다. 심지어 그가 포즈를 바꿀 때마다 절제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윤재 씨 이미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눈빛은 정말 성적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졌어요. 진짜 천생 연예인이 따로 없다니까요.”사진작가는 윤재 매니저 채시안을 향해 감탄했다.그 칭찬에 시안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 마침 직원을 데리고 나타난 채림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여긴 어쩐 일이죠?”“윤재 씨 보러 왔어요.”그래도 처음 하는 콜라보다 보니 채림은 애써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흥!”하지만 시안은 채림을 언짢은 듯 노려봤다.“보러 왔다고요? 윤재 지금 일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BM그룹 사람들은 이렇게 남의 일을 방해하나 보죠? 기본 예의도 없어요?”채림의 뒤에 있던 두 여직원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발끈하며 앞으로 나갔지만, 채림이 손을 내밀며 두 사람을 막아섰다.“일 방해하러 온 거 아니에요. 예의상 20분 일찍 도착한 것뿐이에요. 저희 밖에서 기다리다가 20분 뒤에 다시 광고 촬영 건을 논하러 올게요.”“뭐요?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채림이 뒤돌아 떠나려고 할 때, 시안이 뒤에서 비아냥거렸다.“기획안도 통과하지 못하고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으면서, 우리 윤재더러 그쪽을 위해 일하라고요? 누가 동의했는데요?”채림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