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난 후, 봉수진은 이미숙과 소진헌을 데리고 새로 꾸민 방으로 향했다.“예전에 미숙이가 여기서 지냈는데, 이제는 너희 두 사람의 방이야. 침대도 새로 바꿨고, 이불 커버도 전부 새거야.”봉수진은 이 방을 수십 년 동안 그대로 보존해 왔다. 가구 배치는 물론, 작은 장식품 하나까지도 남이 손대지 못하게 했다.청소도 직접 도맡아 했고, 심지어 외국에 있을 때도 반년에 한 번씩은 꼭 귀국해서 방을 정리하곤 했다.그렇게 조심스럽게 소중히 가꿔온 덕분에, 방은 예전 모습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이미숙이 방에 들어서자, 익숙한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순수했던 어린 시절부터, 소녀의 감성, 그리고 사랑의 감정이 움트던 순간까지...이 방에는 그녀의 지난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그때, 갑자기 불쑥 떠오른 기억의 조각들이 나타났다.깨진 꽃병, 어두운 구석, 피 묻은 칼날, 그리고... 한 여자의 흐느낌.“당신? 당신 왜 그래? 어디 아파?”제일 먼저 이상함을 감지한 건 소진헌이었다.봉수진도 다급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방이 너무 답답한 거 아니야?”그러면서 서둘러 창문을 활짝 열었다.찬바람이 스며들자, 이미숙은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다.“괜찮아요... 저 괜찮아요...”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잠깐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 괜찮아졌어요.”봉수진은 몇 번이나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고 자리를 떴다.떠나기 전, 따뜻한 목소리로 당부했다.“미숙아, 소 서방, 너희도 아침 일찍 열차 타고 오느라 피곤할 텐데 좀 쉬어.”“네, 어머님도 아침부터 계속 바쁘게 요리를 하셨잖아요. 얼른 가서 쉬세요.”소진헌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닫았다.이제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방금 무슨 일 있었어?”봉수진을 안심시키려 둘러댄 이미숙의 핑계는 정작 소진헌에게는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남편의 부축을 받아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뭔가 생각났어요.”“뭐가?”“그런데 완전히 떠오르는 건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