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은 어둠 속에서 보이는 발코니 위의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순간, 그녀는 여러 해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열등감이 다시금 되살아났다.그녀는 수많은 밤을 이렇듯 어둠 속에 몰래 서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미물과 같은 자세로 마음속 태양을 바라보곤 했다.그 시절의 그녀는 언젠가 유강후의 품에 안겨 입술을 맞출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꿈에서도 해본 적 없는 상상이었다.하지만 그날이 실제로 찾아왔을 때, 그녀는 어쩐지 슬픈 기분이 들었다. 잠시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그녀는 비참한 장난감일 뿐이고, 여전히 어둠 속에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이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담배를 몹시 힘겹게 피우는 것처럼 보였다. 주황빛 불꽃은 희미하게 빛나다가 금세 사라졌다.한 개비를 다 피울 즈음, 나은별이 뒤에서 나타나 그를 껴안았다. 그러다가 나은별이 먼저 그를 놓아주었고, 두 사람은 무언가를 이야기하다가 곧 집 안으로 들어갔다.온다연은 멍하니 서서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산 정상의 바람은 거세었고 눈도 많이 내렸다. 마치 이 눈이 그녀 마음속의 상처로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점점 그 상처가 아프게 느껴졌다. 이 고통은 어린 시절 심미진이 그녀를 버렸을 때보다 더 심했다.온다연은 밝게 빛나는 창문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유강후가 전화를 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부드러웠다.“왜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어?”눈보라 속에서 온다연은 추위에 몸을 떨며 휴대폰을 꽉 쥐었다.“아저씨 어디예요? 저 잠이 안 나와요. 아저씨 보고 싶어요.”유강후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갑지 않았다.“볼 일이 있어서 나왔어. 오늘은 못 돌아가. 얼른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네가 깨어날 때 쯤에는 집에 있을 거야.”온다연은 가슴이 답답했다. 휴대폰을 쥔 손은 관절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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