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100 챕터
제11화
이방은 속에서 질투심이 살짝 올라왔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전 질투가 많지 않습니다. 그쪽도 아이를 가져야 남은 생, 의지할 곳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임신한 뒤에도 그대와 잠자리를 가지건 말건, 그의 선택에 맡길 생각입니다.”마지막 말엔 분명 화가 난 기색이 담겨 있었다.전북망이 서둘러 약속했다. “걱정할 것 없소. 임신한 뒤에는 다시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오.”“그럴 것 없습니다. 저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닙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방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걸 송석석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그녀가 아닌 이방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이 역겨운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꾸짖듯 이방을 향해 쏟아붙였다. “이미 여인인 것만으로도 살기 벅찬 세상인데, 같은 여자끼리 돕고 살지는 못할지 언정 짓밟으려 드시는군요. 그래봤자 당신도 여인 아닌가요? 전쟁터에서 좀 활약했다고 이렇게 사람을 무시해도 되나요? 당신들 눈엔 제가 겨우 자식한테 의지해야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연약한 여자로 보이나요? 저도 하고 싶은 게 있고 원하는 삶이 있어요. 당신들 때문에 한낱 병풍이 될 생각이 없단 말이에요. 본인들만 중요하고 남들은 하찮게 여기지 마세요.”이방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말 너무 심하게 하시는 거 아닙니까?”송석석이 차갑게 말했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혼합시다. 서로 얼굴 붉히지 말고.”“이혼? 지금 날 협박하려 드는 것이오?”이방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닙니다. 어디 마음껏 소란 피워 보십시오. 그럴수록 그쪽만 창피를 당할 테니.”그녀는 명문가의 여인들이 얼마나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송석석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높은 신분을 가진 여인들일수록 더 했다.“난 그대와 이혼하지 않을 것이오. 우리가 이러는 것은 다 그대를 위해….”“그만하세요!”송석석이 표정을 가다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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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보주는 송석석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그냥 바라볼 수만 없었다. 그동안은 모시는 주인의 품위를 지키느라 참아왔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가만이 있는 것이 더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비록 천한 몸종이기는 하나, 예의와 염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남의 남자와 염문을 일으키고, 군공을 빌미로 우리 아가씨를 괴롭히다니요….”짝! 고개가 돌아가며, 보주는 날아가다시피 바닥에 엎어졌다. 하지만 전북망은 뺨을 내리친 거로는 성에 안 차는지, 씩씩거리며 송석석을 노려보았다.“도대체 아랫사람 교육을 어떻게 한 것이오? 참으로 버릇도 예의도 없는 여종이구나.”송석석은 재빨리 달려가 보주를 부축했다.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보주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부어오르고 있었다.송석석은 참지 않고 고개를 돌려 똑같이 전북망의 뺨을 후려쳤다. “제 사람입니다. 어디 감히 함부로 손을 올리십니까!”전북망은 송석석이 겨우 하녀 때문에 자신의 뺨을 내리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옆엔 이방까지 있었다. 그의 체면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되갚아줄 수는 없었다. 그는 차갑게 송석석을 쏘아보고는 이방을 데리고 방을 떠났다. 송석석이 보주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괜찮아?”“하나도 안 아파요.”보주는 울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곧 장군부를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그래, 곧 폐하의 성지(聖旨: 황제의 명령)가 내려올 것이다. 며칠만 견디면 곧 여길 떠날 수 있을 거야.”송석석은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첫날, 전북망이 군공을 인정받아 황제한테서 혼인 교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당연히 이방도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만큼 이방은 태후한테서도 인정받은 여장군이고 모든 여자들의 존경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만남 뒤로, 송석석은 이방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이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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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전북망이 모두가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 예물 목록을 가져와 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이상하다는 듯 둘째 노부인에게 물었다.“뭐가 문젭니까? 만 냥, 금 팔찌 두 쌍, 양지옥 팔지 두 쌍, 장신구 두 쌍, 비단 50필이 전부인데, 많은 편 아니잖습니까?”“많지 않다고?”둘째 노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안타깝지만, 지금 우리 집엔 천냥도 없어.”전북망이 놀라 물었다.“말이 됩니까? 도대체 누가 장부 관리를 했습니까? 혹시 횡령이라도 한 거 아닙니까?”“제가 했습니다.”송석석이 담담히 말했다.“당신이 관리했다고? 그럼 돈은 어디에 있소?”전북망이 물었다.“그러게 말이다. 어디에 있을까?”둘째 노부인이 비웃듯 말꼬리를 올렸다.“우리가 무슨 대단한 명문가라도 되는 줄 아니? 이 장군부는 너의 할아버지가 처음 장군으로 임명 받았을 때 받은 하사품이고, 너의 아버지와 내 남편이 받는 봉급과 쌀을 다 합쳐도 이천 냥을 넘지 못해. 너는 그 두 사람보다 더 적게 받는 사품 장군이고.”“그래도 할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 좀 수익 봤을 텐데요?”전북망이 말했다. 그러자 둘째 노부인이 반박하고 나섰다.“겨우 그 정도로는 이 큰 집안을 먹여 사릴 수 있을 것 같아? 네 어미가 매일 드시는 약만 해도 삼 냥, 삼 일마다 복용하는 약환은 한 알에 오 냥. 너의 현처의 지참금이 없었다면 이 집은 진작에 망했어!”전북망은 믿기지 않았다. 그는 둘째 노부인이 송석석과 작당해 자신을 골탕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실망한 얼굴로 예물 목록을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냐 이 돈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고. 예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쟁의 공로가 있으니, 폐하께서 상금을 내려 주실 겁니다.”둘째 노부인이 말했다.“전쟁의 공로? 이미 이방과 혼인하기 위해 사용한 거 아니었어? 둘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예물정도야 좀 줄이면 되잖아. 둘이 다시 상의해 봐.”이때, 노부인이 기침하며 말했다.“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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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노부인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빌리다니? 그런데 자신이 직접 한 말이라, 차마 무를 수가 없었다. 다만 속으로 철없는 송석석의 모습에 원망을 쏟아낼 뿐이었다. 온 집안에 자기 혼자밖에 안 남았는데, 남편한테 돈을 쓰지 않으면 어디에다가 쓰겠단 말인가?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알아서 해결하겠소. 당신 돈 따위 필요 없소.”이 말을 끝으로 그는 방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또다시 시선이 모두 송석석에게 쏟아졌다. 송석석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말했다.“그럼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석석아, 넌 남거라!”노부인이 분노한 목소리로 나가려던 송석석을 불러 세웠다. 아직 단신의가 남겨둔 약이 있었기에, 잔기침 하나 없이 매우 기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송석석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더 하실 말씀 남았어요?”노부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네가 궁에 가서 폐하를 만났다는 걸 알고 있다. 참 지혜롭지 못했구나. 이방이 북망에게 시집오게 되면 공을 세울 때마다 우리 가문도 같이 올라가지 않겠느냐? 그럼 너도 덕을 쌓고 영예를 누릴 수 있을 것이야. 안 그러니?”송석석은 반박하지 않았다.“틀린 말씀은 아니네요.”그녀가 다시 수그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노부인은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요구했다. “만 냥, 너한텐 그리 많은 금액도 아니잖아. 거기에 머리 장식과 장신구를 더하면 대략 2, 3천 냥만 더하면 될 텐데, 대신 내주는 게 어떠냐?”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 될 건 없죠.”노부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송석석이 홧김에 그런 황당한 말을 내뱉은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석석아, 넌 참 마음이 넓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앞으로 북망이 너를 속상하게 하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야.”오직 둘째 노부인만이 안절부절 송석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송석석이 결정을 철회하길 바랐다. 자신의 혼인 지참금을 다시 남편의 첩을 들여오는 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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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더 이상 단신의의 진료를 받을 수 없다니, 노부인은 믿을 수 없었다. 엊그저께만 해도 건강을 걱정하며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약왕당(藥王堂)으로 보내 즉시 사실을 확인시키게 했다. 그리고 돌아온 결과, 단신의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볼 수 없었으며, 약방에 앉아 있던 다른 의원이 대신 거절의 의사를 전했다. 노부인은 이 소식에 충격 받아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의원이 단신의를 대신해 전달한 말은 이러했다.“앞으로 다시는 진료를 청하지 마시오. 장군부의 사람들만 봐도 소름이 끼치니, 더 이상 진료를 진행하다 가는 내 수명이 줄 것 같소. 나는 일찍 죽고 싶지 않소이다.”노부인이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분명 송석석의 짓이다! 사람이 이렇게 독할 줄이야! 그동안 보여준 모습도 있었기에, 현명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거만, 참으로 잔인하도다! 지금 이 행위는 나를 죽이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단신의의 약이 없이, 앞으로 나보고 어떻게 버티란 말이냐!”전기 또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엔 며느리에 다한 불만이 서서히 쌓이고 있었다. 처음엔 전북망이 갑자기 동의도 없이 첩을 데리고 왔으니, 충분히 투정 부릴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기 시어머니의 약까지 끊어버리다니, 이건 지나쳤다. 그가 작은 아들 전북삼에게 명령했다.“가서 네 형을 불러오거라. 어떻게든 네 형수를 달래 이 소란을 멈추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 어머니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예!”전북삼은 곧바로 뛰쳐나갔다. 오늘 일도 그 또한 송석석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송석석은 정말 지독한 여자였다. 전소환 또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문희거로 달려갔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송석석, 당장 나와! 이제야 알겠어, 둘째 오라버니가 이방 장군한테 마음 뺏긴 이유가 있었네! 이방 장군은 너처럼 비겁하지 않으니까! 넌 둘째 오라버니한테 미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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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전북망은 돈을 빌리기 위해 여기저기 다 돌아다녔지만, 겨우 얻은 것이 천 냥이었다. 예물과 예금, 연회 비용까지 감당하기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물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좀 더 고위직을 가진 관료를 찾아간다면, 더 큰 돈을 빌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 겨우 쌓아 올린 명성을 한 번에 깎아먹고 싶지 않았다.돈을 빌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예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온 조정에 돈을 빌리고 다녔다는 소문이 나는 것보단, 자존심이 상해도 말할 데가 없는 송석석한테 빌리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쯤이었다.멀리서 막내 동생 전북삼이 말을 타고 다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형님, 빨리 집으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가 형수님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지기 직전이에요.”또 송석석의 이름이 나오자, 전북망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그러냐?”전북삼이 답했다.“형수께서 어머니의 치료를 막은 것 같아요.”전북망은 그게 왜 큰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도에 의사가 단신의 뿐이더냐? 단신의가 진료를 거절했으면, 다른 의원을 찾으면 될 거 아니냐? 정 안되면 태의(太醫: 황실 의원)라도 불러오도록 하마.”하지만 덕분에 그는 다시 한번 송석석이 얼마나 지독한 여자인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병을 빌미로 협박하려는 속셈인게 분명했다. 이방이었으면 절대로 쓰지 않을 계략이었다. 전북망의 반응에 다급해진 것은 전북삼이었다. “형님,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면 제가 여기까지 찾으러 오지도 않았어요. 형님이 출정하고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었는데, 그때 이미 형수님이 태의까지 불렀었어요. 하지만 결국 해결되지 않자, 단신의까지 오게 된 거예요. 단신의의 약이 없다면 어머니는 진작에 돌아가셨을지도 몰라요.”그 말을 듣자, 전북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이냐? 송석석이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날 협박하려 작정한 모양이구나.”전북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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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전북망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송석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송석석이 또다시 협박하려 이 말을 꺼낸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이혼을 바라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그는 이혼할 마음이 없었다. 이혼하면 송석석의 말 대로 모든 비난이 그와 이방에게로 쏟아질 것이다. 또한 백성들도 그를 손가락질할 것이다. 진북후부는 온 백성에게 영웅으로 칭송받는 집안이었다. 송석석과 이혼한다는 것은 그런 그들의 신뢰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송석석, 난 그대와 이혼할 생각 없소.”그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당신을 억압할 생각도 없소. 앞으로는 부디 자중하며 사시오. 이번에 어머니를 이용해 나를 협박하려 든 건, 정말 도를 넘었소. 요구든 불만이든 내게 하시오. 괜히 어머니를 끌어들이지 말고. 이 일이 밖에 알려지면 당신의 명성에도 도움이 안 될 테니.”하지만 송석석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참으로 솔직하지 못하십니다. 저와 이혼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용기가 없는 것이겠지요. 저와 이혼하게 되면 장군한테 피해가 갈 테니까. 사람들이 당신을 무정한 남편이라며 욕할 것이며, 부하들도 당신을 달리 보게 되겠죠. 사랑과 명예, 두개 모두 얻으려 하니까 일이 꼬이는 겁니다. 사람 아주 잘못 보셨어요. 전 장군부가 없어도 충분히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그녀의 말을 듣고, 전북망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 늘어 놓으시오. 혼인은 폐하께서 정하신 것이니, 절대로 무를 수 없소. 그러니 조건을 말하시오. 어떻게 하면 이방을 받아들이겠소?”“조건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송석석은 당당히 어깨를 편 채, 굳건히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빛났으며 아름다웠다.전북망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난 당신이 이 혼사를 기꺼이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소. 그대의 아비와 오라비, 모두 무장 출신이었으니, 이방 또한 품어줄 줄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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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흥!”보주가 경멸이 가득한 얼굴로 코웃음 쳤다.“예물로 만 냥을 요구하다니, 장군부를 너무 과대평가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가씨도 시집올 때 더 부를 걸 그랬습니다. 정말 저희만 손해 본 것 같아요.”그러자 송석석이 장난스레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나를 너무 저렴하게 팔아 넘겼구나.”그러자 보주도 웃었다. 하지만 머릿속엔 그 동안 송석석이 당했던 억울한 일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절대 첩을 두지 않겠다던 약속만 믿고 한 혼인인데, 결국 거짓이었다. 그는 결국 송석석의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보주는 차마 이 안타까운 마음을 송석석 앞에 티 낼 수 없어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그러다 문득, 보주는 황제가 떠올랐다. 혹시나 황제가 이 이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나온다면, 큰 일이었다. 황제의 허락 아래에 진행되는 이혼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였다. 여인이 이혼을 당하는 거면, 혼수품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겨우 종이 쪼가리 하나 쓰면 되는 일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일까? 설마 둘이 결혼한 뒤에 내릴 작정인가?그렇게 되면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보주는 이곳에서 한 순간이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늦은 저녁, 송석석은 장부를 넘겨주기 위해 전북경의 아내, 큰며느리 민씨를 불렀다. 진작에 해치웠어야 할 일이었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미뤄졌었다.하지만 민씨는 골치덩어리 장부를 맡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남편이 있는 입장에서 송석석을 동정했지만, 이방이 시집오게 된다면 장군부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에 서경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방의 덕이 컸다고 들었었다. 병부에도 이 공로를 잊지 않을 것이다.비록 이번 공로는 혼인과 맞바꾼 탓에 다른 공로는 없었지만, 전북망과 이방은 아직 한참 창창할 때였다. 또한 황제도 젊은 장군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분명 조만간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송석석은 진북후부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그녀의 친정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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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장부를 넘긴 뒤, 송석석은 친정에서 함께 온 사람들을 모두 불러 문희거 문을 닫아버렸다. 식사도 다들 문희거 내부에 있는 작은 주방에서 해결했다. 장군부에서 하녀장 역할을 하던 황 마마(嬷嬤: 나이든 노련한 하녀)와 양 마마도 함께였다.송석석이 진북후부의 사람들을 모두 빼 가자, 장군부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민씨는 급한대로 집사를 불러 쓸만한 사람들을 뽑아 일단 공백을 채웠지만, 효율은 좋지 않았다.그런데 혼인식까지 준비해야 하는 지금, 인력이 딸려도 너무 딸렸다. 송석석이 시집온 후, 인력 관리의 대부분을 황 마마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가 비자, 마치 몸을 잃은 도마뱀 꼬리처럼, 사람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민씨는 수습할 수 없는 사태에, 노부인에게 이 사실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 노부인이 머리를 짚으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해도해도 너무 하는구나. 내가 정말 사람을 잘못 본 게야. 그동안 잘해줬거니만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얼굴을 갈아엎다니. 처음부터 버릇을 잘 들였어야 했는데.”민씨는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녀가 시집왔을 때만 해도 노부인은 엄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송석석은 시집올 때 그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가사는 물론 노부인의 병간호까지 모두 도맡아 했는데, 무슨 버릇을 더 들인다 말인가?하지만 차마 노부인 앞에서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기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어머니, 저희 안 그래도 자금이 부족한데 무슨 수로 하인을 늘리죠?”노부인은 고민하는 도중에 돈을 보태 주지 않는 송석석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상황에 송석석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가지고 올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작은 집에 연락을 넣어보거라. 그쪽은 송석석과 사이가 좋은 편이잖냐.”그러자 민씨가 답했다. “여쭤봤으나 염치가 없어 차마 말을 못 꺼낸다 하십니다. 그리고 지금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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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노부인이 아파 들어 눕자, 장군부는 혼란에 빠졌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전북망은 급히 태의를 불렀다. 잠시 뒤, 진찰을 완료한 태의가 전북망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전에도 노부인을 뵌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의술로는 도무지 병을 낫게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노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단신의 뿐입니다. 그의 단설환(丹雪丸)은 곧 노부인의 생명줄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제가 병세를 안정시킨 것 같아 보여도, 이건 모두 지난 일년간 단설환을 복용한 효과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복용하지 못한다면 발병 횟수가 늘어나면, 저도 해드릴 것이 없습니다.”말을 마친 태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넨 뒤, 장군부를 떠났다. 전북망은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태의의 조언대로 바로 단신의를 찾아갔다. 하지만 단신의는 만나주지도 않고 그를 거절했다. 전북망은 이 모든 것이 송석석의 탓임을 깨달았다. 노부인의 생명을 협박으로 이방과의 혼인을 막으려는 음모였다. 정말 악독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그는 곧바로 문희거로 쳐들어갔다. 늦은 밤이긴 했지만, 다행히 송석석도 잠들기 전이었다. 그녀는 은은한 등불 아래에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예고도 없이 쳐들어온 전북망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또 노부인의 병세와 단신의 때문에 추궁하려고 온 것일 터, 송석석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명령했다. “다들 일단 나가거라.”“내일 당장 단신의를 부르시오! 그렇지 않으면….”전북망의 커다란 그림자가 서서히 송석석을 향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하지만 송석석은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이 그를 똑바로 마주보았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그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대를 쫓아낼 것이오!”송석석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절 쫓아내겠다고요?”그러자 전북망도 차갑게 맞받아쳤다.“그대의 말 대로, 그대가 저지른 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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